2014. 4. 7. 01:16ㆍ파미르 이야기
14) 파미르종주기- 얌춘(Yamchun)고성
* 나마쿠티를 떠나면서- 하하요새에 얽힌 전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하하요새는 판지강가의 린(Lyn)이란 돌산 위에 3년 동안, 연인원 7만 명이 동원되어 축조되었다고 하는데, 소요된 진흙(벽돌)은 강 건너 아르구(Argu)라는 곳에서부터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어 돌산 위로 옮겨져 벽과 방과 성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에 의하면, 이 성을 처음 쌓은 사람들은 ‘하하’라는 이름의 거인 장수 와 그의 부인과 딸 그리고 두 명의 누이와 형제들이었는데, 그들은 부족들을 거느리고 와칸계곡을 다스리며 불을 숭배하며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휘하에는 모바시르(Mobashir)라고 하는 부장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이전에 이슬람군에 소속되었던 전력이 있었기에 틈틈이 이 요새를 예언자의 힘으로 성역화 하려는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속도 모르고 그의 주인은 그로 하여금 성안에 망루를 지어놓고 와칸계곡의 입구를 지나가는 나그네들 중에 녹색 옷1)을 입은[녹색깃발의 이슬람교도] 사람들의 침입을 감시하라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하하의 부하중의 한명이 예언자 무함마드가 그의 꿈속에서 나타나…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고 다니자, 하하는 그를 감옥에 가두고 아침에 사형을 시키라고 명령하였으나 그 죄수는 밤중에 탈옥을 하여 먼 아라비아의 메카(Mecca)2)까지 3개월간 달려가 예언자를 만나 하하요새의 실체를 고자질하면서 그들을 토벌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예언자는 1만명의 군사를 보내 그 요새를 토벌하도록 명령하였다. [중략] 이에 원정군은 오랜 행군 끝에 요새 건너편에 도착하긴 했지만, 현지 지리에 밝은 하하군의 야습에 의해 대부분 사로잡히거나 죽임을 당하였다. 이에 이번에는 예언자의 사촌이자 사위인 하즈랏 알리(Hazrat Ali, 재위656∼661)가 직접 시종 몇 사람만을 거느리고 싸움터로 달려왔다. 그리고 내부 조력자인 모사시르를 만나서는, 일이 성공하면 주군 하하의 딸을 보너스로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그들의 신분을 평범한 순례자로 속이고 성으로 들어와 직접 하하를 만났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승부내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 대목에서 전설은 장황하게 그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생략한다] 결국은 각본대로 알리 일행이 승리하여 하하요새와 와칸계곡의 지배권은 불을 섬기는 페르시아의 종교 조로아스터에서 알리 편, 즉 이슬람의 ‘시아파’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사족을 달자면, 전설에는 수많은 이름들과 지명들이 등장하지만, 필자의 임의대로 주요치 않은 주변인물의 이름을 생략하였고 줄거리도 대폭 줄여서 옮겼다. 그들의 이름은 대체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한편은 ‘검은 옷[Siah-Posh: Black robe]3)’을 입은, 잔기바르(Zangibar)같은 ‘불의 숭배자’ 라는 뜻을 가진 사람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녹색 옷’을 입은, 무슬림 특유의 접두사가 붙어 있는 시림들이었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이 전설은 기득권을 가진 조로아스터를 밀어내고 이슬람이 승리하는 과정을 미화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거처 여러 사람에 의해 각색되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 와칸고도의 고목 가로수
▼ '시아포쉬' 라고 불리던, 조로아스터교도의 집단 거주지 유지
▼ 아프간 땅의 줄하샴 성터. 역시 조로아스터교도의 성이었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이 요새는 쿠샨왕조 때 축조되었으니 와칸에도 불의 숭배사상이 깊숙이 전파되어 있었겠지만, 그래도 역사적인 실존인물인 이슬람 4대 칼리파이며 시아파의 시조 알리가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시대적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 한 예로, 요새의 건너편 마을에는 알리의 무덤[Shah-i-Mardan Hazrat Ali]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데, 이 또한 먼저 번에 이야기한바 있는, 마자리 이 샤리프에 있는 것을 비롯하여, 중앙아시아에 도처에 산재해 있는 하즈랏 알리의 상징적인 무덤 중의 하나에 불과하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나마구티 다음 목적자는 20km 떨어진 다르샤이(Darshay dara)마을인데, 그곳 골짜기에는 6~9세기에 세워진 퇴락한 성터와 망루가 하나 있다고 해서 운전수를 재촉하여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물론 성곽도 보아야하지만, 성곽아래 바위에는 많은 석각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이슬람의 아라비아글씨이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기원전의 쿠샨왕국의 공용어인 카로슈티(Kharoshti script)글씨가 쓰여 있다는4) 것이었다.
▼ 아우렐 스타인의 의해, 타클라마칸 사막 니야유지에서 발굴된 쿠샨시대의 카로슈티문서
그러나 필자가 잠시 꼬박 조는 사이에 차는 이미 다르샤이를 지나서 그 다음 목적지에 나를 내려놓은 것이었다. 누굴 탓하랴. 연일 강행군으로 파김치가 된 내 몸을 탓해야지 하면서도, 신강박물관에서 많이 보아왔던 그 카로슈티 글씨들이 눈에 가물거려서… 한 동안 두고두고 아쉬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 얌춘마을 산위의 얌춘요새 하여간 한참을 달려, 이스카심에서 72km에 떨어진 얌춘(Yamchun) 마을을 지나고 다시 3km 더 가다 푸툽(Ptup)마을에서 좌회전하여 뒷산으로 좁은 찻길을 따라 6km정도 지그재그 올라가면 위풍당당한 요새가 신기루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바로 얌춘요새이다. 일명 쥴호모르(Zulkhomor Fort) 또는 ‘불의 숭배자의 성[Zamr-i-atish-para]’이라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요새로 이미 사진으로 여러 번 본적이 있지만, 짐작하던 것 이상으로 웅장하여 한눈에도 오전에 보았던 나마구티의 하하요새 보다는 훨씬 인상적이기에 한참 동안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요새는 현재 와칸에 남아 있는 요새 또는 성곽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쿠샨왕국 시절부터 6-7세기 그리고 12세기에 이르기 까지 여러 번 증축과 수리를 거쳤기에, 성격이 다른 복합적인 성곽들로 이루어진 특색이 있다. 남쪽의 큰길가에서 올려다보면 여러 개의 둥근 부속 망루[Tupkhana]가 우선 눈에 들어오고 그 뒷 선으로 비록 군데군데 무너졌지만, 일선으로 연결된 성곽이 동서방향으로 뻗어 있는 형세인데, 제일 나중에 축조된 성채가 맨 앞줄에 있는 쥴호모르(Zulkhomor Fort)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 길가의 표지석에서 바라다 본 얌춘요새
▼ '툽하나(Tupkhana)'라고 불리는 둥근 망루가 이색적이다.
▼ 얌춘요새에서 바라본 와칸계곡
전설에 의하면 면 옛날 불을 숭배하는 ‘시아포쉬(Siah-Posh:Black robed)’부족의 우두머리인 삼형제가 사이좋게 와칸을 다스리면서 살고 있었는데, 그들 중 첫째가 얌춘에 사는 잔기바르(Zangibar)이고, 들째가 나마구티에 살았고 셋째가 히사르에 살았다. 그들은 두 명의 누이동생이 있었는데, 첫째는 줄하샴(Zulhasham)5)으로 판지강의 건너편에 살았고 둘째 줄호모르(Zulkhomor)는 나마구티의 모바시르(Mobashir)에게 시집을 갔다. 하하요새의 전설에 등장하는, 바로 그 주인 하하를 배신하여 요새를 하즈랏 알리의 이슬람군에게 넘겨주고 주인의 딸을 보너스로 얻은 바로 그 배신자 그 사람이다.
당시 얌춘요새는 방이 3백개나 되는 큰 요새로 흙과 모래를 물과 우유를 로 반죽하여 몰탈을 만들어 돌을 쌓아 올려 튼튼하게 만든 성곽에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또한 동쪽에는 빅후트(Vichkut)산에서 내려오는 거센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깊은 계곡이 있고 다른 방향은 천연적인 절벽이었다. 그렇기에 동쪽 계곡 위에 놓아진 다리를 통하지 않고서는 요새를 출입할 수 없게 만든 천혜의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 고성의 이름모를 꽃들
앞에서 이야기란 하하요새의 전설은 얌춘으로 이아진다. 나마구티의 요새를 평정한 하즈랏 알리 일행은 바로 얌춘을 정복하러 달려왔다. 이 때 알리는 애마인 순비둘둘(Sumbi Duldul)에 올라앉아 보검 줄휘콰르(Zulfiqar)를 차고 부인까지 대동하였다. 그런데 이 때 그의 부인은 잔기바르의 보초병의 실수로 혼자서 다리를 건너 요새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에 성안에 있던 보초가, “누구인데, 함부로 성안으로 들어왔냐?” 고 외치면서, 그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그녀를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그러나 부인은 재빨리 그 화살을 손으로 훔켜잡고서 도리어 그 병사에게 던져 부상을 입혔다. 그리고는 보초에게 성주인 잔기바르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보초병은 성주는 지금 자는 중이라고 대답하였지만, 부인이 계속 성주를 나오라고 소리치자. 그 때서야 성주인 잔기바르가 나타나서 “누구인데 허락도 없이 남의 성에 들어와 소란을 떠느냐?” 고 소리쳤다. 이에 부인은 “지금부터 이 성은 내 것이 되었으니, 후회하지 말고 당신은 평화적으로 이 성을 떠나시오”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그러나 성주 잔기바르는 보초병들에게 성안의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하라고 명령하고는 성안 깊숙한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다음날 정말 하즈랏 알리가 애마 순비둘둘을 타고 얌춘요새로 들어와서 그를 소리쳐 불렀다. 그 소리를 들은 잔기바르는 말에 올라 재빨리 도망을 쳤지만, 너무 서두르는 통에 그만 늘어진 나뭇가지에 머리가 걸려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말았다. 이에 알리는 보검으로 잔기바르의 부하 몇 명을 죽이는 선에서 성을 평화적으로 접수하였다. 이렇게 한바탕 소란이 끝나자 알리는 그의 피 묻은 보검을 씻고자 보검으로 땅을 찌르자. 땅에서 뜨거운 샘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고 이에 그의 부인이 그 물로 더러워진 옷소매를 씻었기에 그 후로부터 이 온천의 이름을 하즈랏 알리의 부인인 비비 호티마이 자흐로의 옷깃이 닿은 성소(Ostoni Bibi Fotimai Zahro)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시아파의 시조인, 하즈랏 알리의 부인 비비 파티마이가 옷깃을 씻어다는 전설이 깃든 온천
▲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온천탕 내부
가이드 팁 하나, 요새에서 1Km정도 더 산길을 올라가면, 이 전설 속의 자연온천이 보인다. 치료능력이 있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지금도 꽤 많은 병자들, 특히 아이를 못 낳은 여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리고 얌춘요새에 오르는 가파른 산길에는 굽이마다 여러 채의 '홈스테이(Home Stay)'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바로 민박집들로써, 온갖 이유로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묵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물론 그중에는 병자들뿐만 아니라 나 같이 오래된 유적지만을 쫓아다니는 갈 길 바쁜 나그네들도 섞여있는데, 우선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건너편에 바라다 보이는, 힌두쿠시의 금봉 은봉 옥봉을 무대로 시시각각 변하는 찬란한 낙조에 넋을 놓아 보기도 하고 또한 얌촌요새의 다각도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때론 온천에 올라가 묵은 피로도 풀 수 있으니까, 하루 이틀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온천은 남녀 교대로 입장할 수 있는데, 옷은 간이탈의실에서 홀랑 벗고 들어가야 하니 타월 한 장만 준비하면 된다. 단 비누질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이점 조심해야 한다. 참, 한 가지 더, 파미르지방은 식당이나 생필품을 살 가게가 드물기 때문에, 민박집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대게 소박한 아침과 저녁식사는 기본으로 나오지만, 그래도 비상식품은 별도로 준비하고 다녀야 한다.
▼ 홈 스테이 표지판
▼ 홈스테이의 주인 딸들과 내 아침상
1) 녹색 옷의 녹색 깃발은 무슬림의 상징적인 색깔이다. 2) 이슬람의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으며, 사우디의 종교·행정·상업의 중심지로 히자즈(Hejaz) 지방의 홍해 연안에서 약 80km 떨어진, 민둥산이 두 줄로 늘어선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유명한 이슬람의 성지로서, 신성한 검은 돌을 모신 카바신전에는 평생 한번은 메카를 순례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3) 이슬람에 의해 와칸에서 쫒겨난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아프간의 누리스탄 지방으로 옮겨가 지금도 배화교를 신봉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4) 러시아의 베르스탄(A.N. Bernstham)의 보고서에 쓰여 있다고 하는데, 이 카로슈티 문서는, 일명 간다라글씨체라고도 부르는데, 영국의 고고학자 아우렐 스타인이 신강의 타클라마칸 사막 니야유지에서 목각에 쓰인 글자를 대량 발굴함으로써 해독이 가능해져 쿠샨왕국의 존재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는 바로 그 글씨체이다. 5) 책자마다 이들의 정체성과 철자에 차이가 많이 난다. 다른 책에는 이들 두 자매의 오빠가 나마구티의 성주 하하로써 그들 자매를 위해 각기 성곽을 지어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첫째 줄하샴의 성채가 지금 판지강 너머 아프간 땅에 현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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