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Big Bang), 우주의 시작과 생명의 기원

2014. 4. 11. 11:46별 이야기

 

 

 

 

 

      

대폭발(Big Bang), 우주의 시작과 생명의 기원 밑두리 콧두리

2012/11/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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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시스 콜린스 (Francis Sellers Collins, 1950년~ )

 

20세기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를 상상했다. 그러다보니 우주가 어떻게 중력의 힘에 자체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등의 물리적 모순이 생겼지만, 이를 대체할 그럴 듯한 우주론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중력 붕괴를 막는 요소로 '퍼지 요소'를 소개했고, 그러면서 '정적인 우주' 개념을 고수했다. 훗날 그는 이를 두고 "내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했다.

 

그 뒤 우주는 특정한 순간에 탄생해 현재 상태까지 계속 팽창해 왔다는 이론이 제기되었지만,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은 터라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이 가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아직 일렀다. 그러다가 1929년에 에드윈 허블(Edwin P. Hubble)이 관련 자료를 처음 제시했는데, 그는 유명한 실험으로 주변 은하가 우리은하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측정했다. 경찰이 레이더 장치를 이용해 근처를 지나가는 차의 속도를 측정하는 원리나, 기차가 우리를 지나친 뒤보다 우리에게 다가올 때 기적소리가 더 커지는 원리와 똑같은 원리인 도플러 효과 이용해 허블 여러 은하의 빛을 관찰했다. 그 결과 모든 은하가 우리은하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면, 시간의 화살을 거꾸로 돌릴 경우 어느 순간에는 모든 은하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허블 이 사실을 발견한 뒤로 지난 70년간 수많은 실험이 이어졌고, 그 결과 물리학자와 우주학자 다수는 우주가 어느 특정 순간에 생겨났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오늘날에는 이 순간을 '빅뱅', 즉 '대폭발'이라 부른다. 계산을 해보면 대략 140억 년 전에 폭발이 일어났으리라 추정된다.

 

1965년에는 아노 펜지어스(Arno Penzias)와 로버트 윌슨(Robert W. Wilson)이 대폭발 이론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시했다. 두 사람은 어느 날 신경이 거슬리는 극초단파 잡음을 감지했는데, 새 전파탐지기를 어느 쪽으로 향하게 해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 범인으로 지목된 비둘기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원인을 제거한 펜지어스 윌슨은 결국 이 잡음이 우주 그 자체에서 일어나는 잡음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대폭발 뒤에 일어나는 일종의 잔광과 같은 것으로, 그 옛날 우주가 폭발하던 순간에 물질과 반물질(antimatter)이 소멸하면서 일어나는 잡음이었다.

 

대폭발 이론을 증명하는 또 다른 설득력 있는 증거는 우주에 있는 원소, 특히 수소, 중수소, 헬륨의 비율이다. 중수소는 가까운 별에서 블랙홀 가장자리에 있는 멀리 떨어진 은하에 이르기까지 그 분포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균일하다. 이로써 우주의 모든 중수소는 대폭발 일어난 그 한순간에 대단히 높은 온도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대폭발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면 그러한 균일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여러 발견을 기초로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무한에 가까운 고밀도에, 크기도 없는 순수한 에너지로 시작했다는 데 동의한다. '특이점'이라 부르는 이 상황에서는 물리학 법칙들이 무너진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학자들도 대폭발 일어나던 그 첫 순간, 즉 처음 10-43초 동안 일어난 일을 해석하지 못한다(10-43초는 1초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분의 1초다). 그 뒤부터 오늘날의 관찰 가능한 우주가 탄생하기까지 일어났을 일들은 추측이 가능하다. 물질과 반물질 소멸, 안정된 원자핵 형성, 전자와 최초의 수소, 중수소, 헬륨 형성 등이 그것이다.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의문은 대폭발 형성된 우주가 앞으로도 계속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순간에 중력이 엄습하고 은하가 전체적으로 퇴보하기 시작해 결국에는 '대파멸'의 순간이 다가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최근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알려진 정체가 모호한 물질이 다량 발견되었는데, 우주의 물질 가운데 상당량을 차지하리라고 보이는 이 물질이 앞서의 의문에 곧 답을 줄 듯하지만, 이제까지 발견된 사실을 보건대 급격한 파멸보다는 서서히 사라지는 쪽이 아닐까 예상된다.  

 

대폭발 일어나고 처음 100만 년간은 우주가 팽창하고 기온이 내려갔으며, 핵과 원자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중력의 힘에 따라 물질은 서로 결합해 은하를 이루가 시작했다. 은하는 차츰 회전 운동을 하면서 현재의 우리은하처럼 나선 형태를 갖추었다. 그 은하 안에서 수소와 헬륨이 여기저기서 서로 뭉쳤고, 그것의 질량이 커지고 온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핵융합이 시작되었다.

 

수소 핵 4개가 융합해 에너지와 헬륨 핵을 만드는 이 과정은 별의 주요 연료 공급원이 된다. 큰 별은 더 빨리 연소된다. 별은 연소되면서 그 중심에서 탄소와 산소 같은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낸다. 우주가 탄생한 초기, 즉 처음 몇백년 년 동안은 연소되는 별의 중심에서만 이러한 원소가 나타났지만, 이 별 가운데 일부가 초신성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이 중원소들을 다시 은하 내부의 가스 안으로 던져 넣었다.

 

과학자들은 우리 태양이 우주 생성 초기에 형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태양은 2, 3세대 별에 속하며, 약 50억 년 전에 주변 물질이 재결합해 형성되었다. 이때 주변에 있던 중원소 중 일부가 이 새로운 태양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탈해, 현재 우리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을 만들었다. 지구도 이때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는 전혀 쾌적한 행성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대단히 뜨거웠고 거대한 충돌이 끊이지 않다가 이후 차차 식어가면서 대기권도 형성되고, 40억년 전부터는 생물도 살 수 있는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1억 5,000만 년이 흐른 뒤 지구에는 생명이 가득해졌다.

 

우리 태양계가 형성된 이 모든 과정은 현재 논리정연하게 설명이 가능하며, 앞으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수정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여러분 몸속에 있는 거의 모든 원자는 아득한 옛날 초신성이 일어날 때 원자로에서 한번 조리된 원자다. 여러분이야말로 진짜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 칼 세이건 (Carl Edward Sagan, 1934년~1996년)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첫째,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원자적 수준에서 볼 때 아주 오래전에 은하 어딘가에 있던 적색 거성들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원소들의 원자 번호에 따른 상대 함량 비율의 분포가 별에서 합성되는 원소들의 상대 함량 비율과 딱 들어맞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두 적색 거성과 초신성이라는 특별한 용광로와 도가니에서 제조됐음을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우리의 태양은 제2세대, 또는 제3세대의 별일지 모른다. 태양에 들어 있는 모든 물질, 아니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물질은 두세 차례에 거친 항성 연금술의 결과물이다.

 

둘째 지구에서 발견되는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어떤 동위 원소는 태양이 태어나기 직전에 근처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기 때문이다. 어찌 이것을 우연의 결과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초신성에서 유래한 충격파가 성간 기체와 성간 티끌로 구성된 성간운을 통과하면서 그곳의 밀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중력 수축이 유발됐을 것이다. 그 결과로 태어난 것이 우리 태양계이다.

 

셋째, 우리는 생명의 탄생에서 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새로 생긴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자외선 복사가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와서 그곳에 있던 원자와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면서 대기 중에는 천둥과 번개가 난무하게 됐고 이것이 복잡한 유기 화합물들의 화학 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났던 것이다.

 

넷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 활동이 결국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식물은 태양의 빛을 받아서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따지고 보면 모든 동물은 식물에 기생하여 사는 존재이다. 농사가 무엇인가? 태양 광선을 조직적으로 추수하는 방법에 다름이 아니다. 마지못해 응하는 식물을 매개체로 하여 태양 광선의 에너지를 긁어모으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농업이다. 따라서 인류는 전적으로 태양의 힘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끝으로 유전의 관점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유전 형질의 변화가 진화를 추동한다. 자연은 돌연변이를 통해서 생명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찾아내는데 고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들이 돌연변이를 촉발하기도 한다. 우주선은 초신성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나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는 하전 입자들을 뜻한다.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진화도 이렇게 그 근원을 따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 벌어지는 질량이 큰 별들의 극적인 최후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1942년~ )

 

속도가 느리고 중력이 약한 상황들을 다룰 때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별개로 취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간과 공간은 서로 얽힐 수 있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의 확대와 축소는 그 둘의 뒤섞임을 어느 정도 동반한다. 이 뒤섞임은 초기 우주와 관련해서 중요하며 시간의 시작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시간의 시작은 세계의 경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세계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시절, 어떤 사람들은 세계의 경계에서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질지 어떨지를 궁금하게 여겼을 것이다. 이 의문은 실험을 통해서 해소되었다. 사람들은 세계의 경계에서 추락하지 않고 세계를 일주하는 데에 성공했다. 세계의 경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문제는 세계가 평평한 판이 아니라 휘어진 곡면임을 사람들이 깨달음으로써 해결되었다. 반면에 시간은 모형 철길과 유사한 듯했다. 만일 시간에 시작이 있다면, 열차를 출발시킨 누군가가 (즉, 신이)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뒤섞어 시공으로 통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여전히 공간과 달랐고 시작과 끝을 가졌거나,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계속되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 양자이론의 효과들을 추가하면, 시공이 아주 심하게 휘어져서 시간이 또 하나의 공간 차원처럼 행동하게 되는 극단적인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

 

우주 역사의 초기에는 - 우주가 일반상대성이론의 지배는 물론 양자이론의 지배도 받을 정도로 작았을 때에는 - 사실상 공간 차원이 네 개였고 시간 차원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아주 이른 시기의 우주에는 우리가 아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는 미묘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통상적인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아주 이른 시기의 우주에 적용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우주는 우리의 경험을 벗어나지만, 우리의 상상력 혹은 수학은 벗어나지 않는다. 초기 우주에서 네 개의 차원들이 모두 공간 차원처럼 행동했다면, 시간의 시작은 어떠했을까?

 

시간이 공간 차원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세계의 경계에 관한 문제를 제거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시간의 시작에 관한 문제를 제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의 지구 표면의 위도와 구실이 같고, 우주의 시작은 지구의 남극과 유사하다고 상상해보자. 남극에서부터 북쪽으로 이동하면, 위도가 같은 지점들을 이은 원, 즉 우주의 크기를 나타내는 원은 확대될 것이다. 우주의 시작은 남극점일 텐데, 남극점은 다른 점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주의 시작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남극보다 더 남쪽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비유에서 시공은 경계가 없다. 다른 장소들에서 성립하는 자연법칙들은 남극에서도 성립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조합하면 우주의 시작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해진다. 우주의 역사들이 경계가 없는 닫힌 곡면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일컬어 무경계 조건(no-boundary condition)이라고 한다.

 

여러 세기 동안,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우주의 시작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우주가 영원한 과거부터 존재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주의 시작이 있었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근거하여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공간처럼 행동한다는 깨달음에서 새로운 대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생각에 대한 해묵은 반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이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주의 기원이 양자적인 사건이었다면, 그것은 파인만 역사 합에 의해서 정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주 전체에 양자이론을 적용하는 것 - 이 경우에 관찰자는 관찰되는 시스템의 일부이다 - 은 까다로운 일이다. 우리는 이중 틈(슬릿)이 뚫린 차단벽을 향해서 발사된 물질 입자들이 물결과 마찬가지로 간섭 패턴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았다. 파인만 입자 각각의 역사가 유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패턴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입자는 출발점 A에서부터 종착점 B까지 이동하면서 확정된 경로 하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그 두 점을 잇는 모든 가능한 경로들을 동시에 거친다. 이런 관점을 채택하면, 간섭은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입자가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하고 자기 자신과 겹쳐서 간섭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입자의 운동에 적용된 파인만 방법은 입자가 특정한 종착점에 도달할 확률을 계산하려면 입자가 출발점에서부터 그 종착점에 도달할 때까지 거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경로들(역사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준다. 파인만 방법들은 우주에 관한 관찰들이 실현될 양자적인 확률을 계산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 방법들을 우주 전체에 적용할 경우, 출발점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무경계 조건을 만족시키고 우리가 지금 관찰하는 우주를 종착점으로 지닌 모든 역사들을 합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 우주는 자발적으로 모든 가능한 초기 조건 속에서 발생했다. 그 초기 조건들의 대부분은 다른 우주들도 해당된다. 그 우주들의 일부는 우리 우주와 유사하지만, 대부분은 전혀 다르다. 그 우주들은 엘비스가 요절했는지 혹은 순무가 사막의 식량인지 여부처럼 세부 사항들에서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자연법칙들에서도 다르다. 요컨대 제각각 다른 자연법칙들의 지배를 받는 다수의 우주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생각을 대단히 신비롭게 포장하고 때로는 다중우주(multiverse)라는 개념까지 들먹이지만, 이 생각은 파인만 역사 합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 미치오 카쿠(Michio Kaku, 1947년~ )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나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학자와 성직자, 그리고 신학자들은 아담과 이브에서 시작된 계보로부터 우주의 나이를 추정해왔으며, 지난 세기에는 지질학자들이 바위에 남아 있는 방사성원소를 분석하여 지구의 나이를 대략적으로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WMAP 위성은 빅뱅의 메아리를 잡아냄으로써 가장 믿을 만한 우주의 나이를 제시해주었다. 이로부터 추정되는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 정도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주론학자들은 우주의 나이가 행성과 별의 나이보다 적다는 모순적인 사실에 직면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관측자료가 태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모순이었다. 과거에는 우주의 나이를 10억 내지 20억 년쯤으로 추정하였는데, 이는 지구의 나이(약 45억년)와 가장 오래된 별의 나이(120억 년)와 비교할 때 말도 안 되는 값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이 모순은 완벽하게 제거되었다.

 

WMAP 위성은 2,000년 전에 그리스인들이 제기했던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유서 깊은 질문에도 혁신적인 답을 제시했다. 20세기의 과학자들은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실험을 끈질기게 수행한 끝에, 우주를 이루는 모든 원소들을 수소로부터 시작해 근 100종의 원소가 등장하는 주기율표 속에 요약하였다. 그 이후로 주기율표는 현대 화학의 기초가 되었으며, 전 세계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필수적으로 교육되었다. 그러나 WMAP 위성은 이 확고한 믿음까지도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WMAP 위성이 관측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눈에 보이는 물질들(산, 행성, 별, 은하 등)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물질과 에너지의 4%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4% 중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 차지하고 있으며, 무거운 원소는 0.03%밖에 되지 않는다. 즉, 우주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질들은 우주의 0.03%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보면 우주론은 현대과학을 원자가설이 탄생하기 전인 100년 전의 시점으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관측자료에 의하면, 우주의 23%는 미지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루어져 있다. 암흑물질은 은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맨눈이나 망원경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측자료는 없다. 은하수(Milky Way galaxy,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의 도처에 골고루 퍼져 있는 암흑물질은 은하수 안에 있는 모든 별들의 질량을 합한 것보다 10배나 큰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리에 의해 빛이 굴절되는 것처럼 빛의 궤적에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광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의 천문학자 존 바콜은 WMAP의 관측결과를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의 우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괴상망측하지만, 이제 비로소 그 특성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WMAP가 보내온 관측자료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우주의 73%가 미지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일상적인 물질 4%와 암흑물질 23%를 더해도 27%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3%에 해당하는 암흑에너지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암흑에너지의 개념은 1917년에 아인슈타인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되었다가 곧 폐기처분되었는데(아인슈타인은 이 일을 가리켜 자신이 저지른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고백했다), 최근 들어 천문학계에 다시 등장하면서 우주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암흑에너지는 은하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반중력(antigravity)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은 바로 이 암흑에너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진공 속에 숨어 있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의 크레이그 호건(Craig Hogan)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암흑에너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이 문제에 관한 한,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최선 버전의 입자이론을 근거로 해 암흑에너지의 양을 계산해보면, 우리의 예상치보다 10120배나 큰 값이 얻어진다(1 다음에 0이 120개나 붙어 있는 '끔찍한' 숫자이다). 과학 역사상 이론과 실험의 차이가 이 정도로 크게 벌어진 사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최첨단의 과학이론이 우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에너지를 계산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로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규명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노벨상의 영예를 안게 될 것이다.

 

 

김기석 성공회대학교 신학과 교수

 

1. 약 130억 년 전, 무한대의 온도와 밀도를 지닌 한 점이 있었다. 거대한 폭발이 있어 시간과 공간이 처음 생겼는데 그것은 우주의 탄생이었다. 빅뱅으로부터 약 10-43초 후에 우주의 전체 크기는 원자 하나 정도에 불과했고, 온도는 10³²도에 달하였다. 중력이 생겨 우주의 하나의 근본적인 힘이 되었다. 약 10-35초 후에 온도는 1028도로 내려갔고, 강한 핵력이 중력으로부터 분리되었다. 10-10초 후에 쿼크가 형성되었고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분리되었다. 약 10-4초 후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생겼다. 그 후에 수소와 헬륨 원자들의 네 가지 근본적인 힘에 따라 별과 은하가 만들어졌다. 무거운 별들이 폭발하여 무거운 원소들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가 다시 뭉쳐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여다. 태양계에 한 행성, 지구가 형성되었고 우주의 먼지들은 마침내 생명의 재료가 되었다.

 

2. 약 36억 년 전, 대양의 깊은 곳 화산의 분출로 솟아난 뜨거운 해저 기둥 근처였는지, 혹은 파도가 찰싹거리던 해안의 말라붙은 거품 찌꺼기 속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원시 수프(primeval soup)라 불리는 유기물 덩어리가 농축되고 있었다. 그것들은 화산의 열기, 혹은 태양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자외선과 같은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점점 큰 화합물로 만들어졌다. 거대 유기 분자 덩어리 속에서 우연히 특별한 구조를 가진 분자가 만들어졌다. 자기 복제의 엉성한 기능을 가진 이 거대 분자는 점차 자기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또 다른 유기물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로 발전하였다. 유전자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복제에 복제를 거듭하며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몸의 형태를 달리 하여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풍성한 생명 세계를 만들었다.

 

3. 약 5백만 년 전, 영장류 무리 중에서 보다 큰 뇌 용량과 언어 기능이 발달된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한 종이 나타나 원시 호미니드가 출현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든지 호모 에렉투스라고 불리는 이들의 후손 중 일부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강렬한 느낌과 감정을 경험하면 그들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광대한 들판과 높은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했고,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을 보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어둠에 덮인 숲을 바라보며, 솟아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계절마다 맺는 열매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가족과 동료의 죽음을 겪으면서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나아가 생각할 수 있는 것 너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출현한 것이다.

 

 

라메즈 남 (Ramez Naam)

 

과거 600만 년 사이에 인류는 직립하고, 체모를 벗어 버리고, 더 오래 살게 됐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뇌가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뇌 용적의 확대에 따라 인류는 도구를 만들고,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현대 사회를 장식하는 수많은 물건들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전체 흐름 속에서 보면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한 다음부터 뇌를 지닌 생물이 나타나기까지 거의 40억 년이나 걸렸다. 그로부터 다시 6,000만 년 후 나타난 인류와 침팬지의 공동 조상이 지녔던 뇌의 용적은 겨우 400㎤였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600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 인류의 뇌 평균 용적은 1,350㎤로 세 배가 넘게 커졌다. 눈부신 발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거대한 진화의 물결을 촉발했는지 밝혀낼 수는 없을 듯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사건들을 계기로 위상 변화가 일어나 우리들의 진화 속도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600만 년 전 갑자기 생명의 나무 가지에서 생긴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고, 이로 인해 새롭고 복잡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진화의 역사에서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니며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한 것은 약 40억 년 전이다. 그 뒤 30억 년 동안은 단세포 생물밖에 없었다. 다세포 동물이 등장한 것은 한참 뒤인 약 7억 년 전의 일이다. 그때 처음으로 생명의 다양성이 꽃을 피웠다. 약 5억 4,000만 년 전엔 캄브리아기의 폭발(척추동물을 제외한 모든 동물군이 출현하는 생물진화상의 대사건)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약 수천만 년 사이에 오늘날 생물에서 나타나는 기본적인 체계가 모두 만들어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초의 30억 년 사이엔 조류나 박테리아 정도의 단순한 생물들밖에 없었으나 눈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변했다.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복잡하고 다양한 생물들이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생명 형태가 출현해 패러다임의 변혁을 가져왔다. 즉 단세포 생물이나 세포의 단순한 군집에서 헤엄치고, 걷고, 날고, 심지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미숙하긴 하지만 관찰할 수 있는 복잡한 생물들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우리 인간은 그 다음 단계의 위상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다. 인류의 출현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침팬지는 박테리아와는 한참 다른 생물이다. 인류는 그와 비슷하게 과거 지구상에 출현한 모든 생명체와는 확실히 다른 존재다. 자기 자신과 아이들의 정신이나 육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은 인류뿐이다. 또 스스로 발전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도 인류밖에 없다. 그 힘을 구사하면 인류는 그저 맹목적으로 번식하기 쉬운 유전자가 선택되도록 자연에 맡겨 두는 대신 스스로 발전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 러시아의 수학자 프리드만 (Alexander Friedman, 1888~1925) 

▣ 벨기에의 신부 르메트르 (Georges Lemaitre, 1894~1966)

▣ 러시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 조지 가모프 (George Gamow, 1904~1968)

 

관련 자료 링크


시간도 공간도 없는 작은 점에서부터.... 빅뱅   _ 대단한 하늘여행 / 윤경철 _ 


(1) 다중우주론  [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 네이버캐스트 ]

(2) 다중우주론  [ 윤신영 / 과학동아 기자 ]

(3) 평행우주이론  [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 네이버캐스트 ]

(4) 대폭발이론 빅뱅  [ 박석재 / 한국천문연구원장 ]

(5) 허블우주망원경  [ 안홍배 /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

(6) 우주론 논쟁  김충섭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네이버캐스트 ] 

(7) 힉스 입자  이종필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연구원 / 네이버캐스트 ] 

(8) 힉스 메커니즘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 네이버캐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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