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서브 로사 3 :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2014. 6. 26. 00:42우리 이웃의 역사






     

[북글] 로마 서브 로사 3 : 카틸리나의 수수께끼  Bookworm 

2010/04/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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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3

스티븐 세일러 지음 | 박웅희 옮김
추수밭 2010.03.19
평점

역사의 패배자 카틸리나에 대한 재해석

 

    2008년까지 단편집을 포함한 12권이 발표된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공화정 말기를 다룬 추리 팩션 <로마 서브 로사>가 드디어 본 궤도에 올라선 기분이 들었다. 지난 1권과 2권에 이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더듬이’ 고르디아누스는 17년이라는 세월이라는 흐르면서 예전의 예기는 떨어졌을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좀 더 인간적인 면모로 그리고 훨씬 더 익숙해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고대 로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누굴까?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바로 이 인물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대작을 썼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바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시리즈 3탄인 <카틸리나의 수수께끼>에 등장한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진행되던 역사의 흐름에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그리고 키케로를 빼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되지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차에, 자신이 살던 집을 이제 양자가 된 에코에게 물려 주고 지기 루키우스 클라우디우스의 유산으로 증여받은 시골 농장으로 낙향한 고르디아누스는 전원의 목가적 삶을 꿈꾼다. 하지만, 사방으로 클라우디우스 가문의 영지에 포위된 그의 농장 생활은 고단하기만 하다. 선대로부터 농장을 책임져온 농장장은 사사건건 주인과 부딪히고, 가장 중요한 건초농사는 신통치가 않다. 하지만, 정작 위협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다가온다.

 

   클라우디우스 가문과의 상속재판에서 고르디아누스의 손을 들어준 집정관 키케로는 자신의 대리인 카일리우스를 통해 거절할 수 없는 청탁을 해온다. 당시 민중파의 지지를 받고 있던 명문 귀족 카틸리나에게 거처를 제공해 주라는 것이다. 자칭 로마 정치의 혐오론자라는 고르디아누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영위하는 전원의 삶에 파문을 던질 예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렇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카일리우스-키케로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이어지는 네모와 포르펙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스티븐 세일러의 이번 이야기에서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카틸리나다. 종래의 기득권층 옵티마테스의 편에서 선 키케로에 대적해서, 카틸리나는 로마 공화정의 본질로 돌아가 무산대중에게 토지를 배분하자는 개혁을 주장한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주장이 기득권층에게 씨가 먹힐 리가 없다. 당시의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스티븐 세일러는 이런 카틸리나에게 역사의 기록과는 달리 상당히 호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고르디아누스는 2편에 등장한 노예 소년 메토를 면천하여 두 번째 아들로 들이는데, 이 메토와의 갈등 역시 <카틸리나의 수수께끼>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다. 16세가 되어 이제 막 토가를 입는 성인식을 치렀지만, 중년의 고르디아누스에게 메토는 여전히 어린 아이일 뿐이다. 카틸리나를 지지하는 로마 청년들이 그랬듯이, 메토 역시 카틸리나의 대의를 따르기로 한다. 이미 치명적인 정치적 패배를 당한 카틸리나를 따르는 메토의 모습에서, 진실을 추구했던 고르디아누스 청춘의 그림자가 얼핏 비치는 것 같았다. 살아가면서 회의론자가 된 그의 눈에 과연 철부지 메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하게 비쳤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스티븐 세일러는 자신의 팩션에서 로마 역사상 최고의 변호사라는 키케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마 공화정 최고위직인 집정관의 자리에 오른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그리고 있다. 기존의 귀족 가문 출신이 아닌 정치 신인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키케로는 과연 존재하지도 않았던 카틸리나의 국가 전복 음모를 조작했을까? 그렇게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역사의 빈틈을 작가는 예리하게 파고든다. 이 부분이야말로 팩션 장르가 갖는 참맛이 아닐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에서는 1권과 2권 같이 고르디아누스가 자객의 습격을 받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위협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네모와 포르펙스 등의 시신을 통한 간접 경고가 옥죄어 오는 압박과 도대체 누가 이런 음모를 꾸몄는가에 대한 작가의 교묘한 플롯 배치는 정말 탁월했다. 물론, 대단원에서 기다리는 반전 역시 일품이었다. 아무도 믿지 마라!

 

   스티븐 세일러가 그리는 역사의 패배자 카틸리나에 대한 보다 인간적인 접근과 새로운 해석이 인상적이다. 역사적 인물로 이제 막 등장한 대신관 카이사르가 무난하게 <로마 서브 로사>에 연착륙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제까지 고르디아누스의 일인극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에코와 메토까지 가세한 고르디아누스 가족의 이야기로 확대된 이 시리즈가 어디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