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8. 00:58ㆍ詩
갈 대 外
/ 신 경 림
신경림 시인은
'예술이란 함께 놀고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하셨다.
좋은 시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들어있고,
땀, 한숨, 피가 들어 있어야 하고,
우리가 사는 일을 보다 더 낫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놀라운 것은 '갈대'란 시를 22살에 썼다는 것이다.
그 시를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우쭐해서 3-4달을 살았는데
허전해지더란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만을 써야 할까?
어려운 시대를 사는 젊은이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한다.
1950년대 청계천에서 술 먹던 이야기, 술집 옆에 있던 고서점을 순례했던 이야기...
청계천의 옛모습 속에 허름한 옷을 입었으나 눈빛만은 형형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농무 '
農舞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1959년 7월 31일 쓴 시라고 한다.
어떻게 쓴 날짜까지 기억하는가?
그날은 조봉암 선생이 처헝당한 날이라고 한다. 역사의 황량함을 행간에 넣어 쓴 시.
민족을 생각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시는 반독재를 표현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시절.
7년간 민요에 빠져 '민요기행' , '시인을 찾아서'를 냈다.
민요, 반독재, 민족으로부터 벗어나니 시가 쓰기 쉬워졌고 신명이 났단다.
신명이 나야 좋은 시가 된다고.
우리 교과서에 실린 '가난한 사랑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다.
길음동에 살때 집근처에서 자주 술을 먹곤 했는데 술집 처녀가 할 말이 있다고 했단다.
술손님이 다 가자 남자친구가 들어왔고 둘이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지
그냥 사는 것이 좋을지를 물었단다.
남자 친구가 지명 수배자여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인은 결혼을 하라고 하고, 근처에 있는 교회를 예식장으로 주선하고,
주례를 서고 축시도 썼다고 한다.
두 젊은이가 결혼한 다음날 '가난한 사랑 노래'를 썼는데 지금도 보면 기분좋은 시라고 했다.
시마다 다 사연이 있다.
시인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일을 모레로 미루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본인의 잘못을 수시로 꺼내 보여
우리를 웃겼지만 강연이 끝날 때쯤 생각해 보니 지나친 겸손의 표현이었다.
어느 순간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젠 체하지 않는,
역사의 매 순간에 충실했던 시인의 강연이 마음에 스몄다.
시는 시 본래의 아름다움을 지녀야 한다.
시인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하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자기만의 눈, 귀, 손이 있어야 한다.
사색하는 시, 삶의 문제를 추구하는 시........
나이가 들어도 시는 점점 좋아질 수 있다.
- 네이버 카페 < 책, 꽃 그리고 향기>
들꽃향기 님의 글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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