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백수문학제에 다녀오면서

2014. 8. 13. 17:38






제1회 백수문학제에 다녀오면서 | 풀솜다리  이야기
풀솜다리 2009.08.09 20:51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정완영 <조국> 전문






  겨울나무 ― 정완영



바람을 빗질해도
네 별자린 촘촘하고

비를 목욕해도
네 간살은 안 젖는다

애당초
풍상은 까치집
이고 흔들릴거나







상실의 노래 ― 정완영



그 옛날 고향마을은 고목 가지에 걸려 있었네
내가 띄운 가오리연도, 하늘 가는 흰 구름도,
해질녘 나를 부르는 울 어머니 목소리도......

휘영청 둥근 달도 고목 나무 가지 위에
북두칠성 별자리도 고목 나무 가지 위에
새벽빛 동트는 하늘도 그 위에서 밝아왔었네.

가지에 걸어둔 노래는 비바람이 거둬가고
휘어진 고목 나무는 먼 하늘이 데려가고
세월이 두고 간 그림자 저만 혼자 지쳐 누웠네.






산이 나를 따라와서  ― 정완영



桐華寺 갔다 오는 길에 
山이 나를 따라와서 
도랑물만한 피로를 
이끌고 들어선 茶집 
따끈히 끓여 주는 茶가 
丹楓만큼 곱고 밝다 
산이 좋아 눈을 감으신 
부처님 그 無量感 
머리에 서리를 헤며 
귀로 외는 楓岳 소리여 
어스름 앉는 黃昏도 
허전한 정 좋아라 
친구여, 우리 손 들어 
작멸하는 이 하루도 
天地가 짓는 일들의 
풀잎만한 몸짓 아닌가 
다음 날 雪晴의 銀嶺을 
다시 뵈려 또 옴세나 






낙산사 풍경 소리 - 정완영


풍경도 낙산사 풍경은 태(態)를 지어 우는 걸까 
솔바람 닿을 제면 난향(蘭香)으로 흔들리고, 
먼 동해(東海) 썰물 소리엔 방생(放生)하는 풍경 소리. 




  가을은 - 정완영


가을은 질그릇 굽듯 하루하루를 구워낸다
풀끝에 풀씨 같은 것 꼭 그런 것 말고라도
절로는 금이 간 가슴, 고향 생각 뭐 그런 것

설사 세월이야 강물이라 할지라도
한번 흘러 다시 못 오는 강물이라 할지라도
가을은 흐르는 강나루 나룻배쯤 뒀나부다

넉새베 무명실 같은 눈물 말린 구름 같은
그 세월 나룻터에도 나룻배는 있었던가
아내는 억새풀 친정의 성묘 길을 가겠단다


백 리 밖 陳머리엔 기러기 왔다는데
칼 짚은 산하에도 흩어지는 가을 바람
가을은 강물도 구워 한바다로 보내누나
     





원추리꽃  ― 정완영


   아무도 없는 산골 숨어사는 외딴집에
   아가는 잠이 들고 호롱불만 흔들린다
   소쩍새 울음소리가 자꾸 기름 보탠다.






   기러기 行旅 / 정완영

  
   하늘은 덩그렇게 큰북처럼 걸려있고
   바람도 허리 아파 갈대밭에 가 눕는데
   북녘 땅 허기진 기러기 隸書體로 날아든다

   발아래 세상이야 흘겨보면 그만인걸
   백 연도 자로 재며 눈금 만한 것이란다
   강물은 세월 한 구비 가뭇 가는 一葉身.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 정완영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 지구도 하늘일거야
   우리마음 징검다리는 하늘나라 오작교이고
   냇물에 엎드린 돌팍은 까막까치 어미일거야.

   나는 강 건너 마을 소를 티는 견우이고 
   순이는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직녀일거야
   밤이면 은하수 이야기 사랑 이야기 흐를거야.







   중앙선 완행열차 / 정완영



   중앙선 완행열차 산 구비를 돌아간다
   느림보 단선열차 쉬엄쉬엄 굴러간다
   돌! 돌! 돌! 씨 뿌리면서 아지랑이 뿌리면서.

   능내역, 양수리역, 국수 마을, 석불 마을
   보채는 꼬마 역들, 매달니는 아기 역들
   손잡고 타일러주며 갔다 오마 달래주며.







   살다보니 내 세월이 / 정완영

  
    살다보니 내 세월이 어느새 八十 三顆
   나이가 여든 셋이면 표고는 팔천 삼백,
   더 오를 하늘이 없다네, 굽어보니 아득타네.

   히말리야면 무엇하고, 킬리만자로면 무엇하리
   하는 아래 엎드리지 않은 산을 보았던가
   어차피 하늘도 끝나고 허공만이 남을 그 곳.

   표범은 무엇을 찾아 정상까지 올라와서
   생떼같은 제 목숨을 雪山에 묻었던가
   두 눈에 담고 갈 下界여, 환생하는 桃李花여.

   - 시조집 {이승의 등불}(토방, 2001/5) 모두 같은 책에서







감을 따 내리며  ― 정완영

    저토록 푸른 하늘이 어디에다 가마(窯) 걸고
   이토록 붉은 열매를 주저리로 구워 내렸나
   여든 해 이땅에 살아도 가마터를 나는 몰라

    -시조집 {이승의 등불} 중에서






목련꽃 봐 / 정완영


석 삼동 굳게 닫힌 대문 밀고 들어서서
목마른 길 나그네 물 한 그릇 받아들듯
저것 봐 목 축이는 법 일러주는 목련꽃 봐.

안 죽고 살았더니 좋은 봄이 다시 와서
뽀얗게 먼지 낀 창 입김 불어 닦아내듯
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 시조집 '이승의 등불' 27쪽







겨울나무 - 정완영


바람을 빗질해도
네 별자린 촘촘하고

비를 목욕해도
네 간살은 안 젖는다

애당초
풍상은 까치집
이고 흔들릴거나







애모  ― 정완영(가곡)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 마음 나뭇가지에 갓 사린 새 한 마리
고독이 연륜마냥 감겨오는 물레가에
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저물고
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긷는가

일찍이 너와 더불어 푸르렀던 나의 산하
애석한 날과 달이 낙엽 지는 영마루에
불러도 대답 없어라 흘러만 간 강물이여


 

어제 백수문학제에 다녀온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부산의 문인이 대거 참여하여 그 분위기가 더욱 아름다워으리라.

우리는 그날 아침 8시 금강 관광버스를 타고 영광도서 앞에서 김천으로 향했다.

날씨가 며칠 비가왔고 바람이 불어서 걱정 이었지만 당일은 구름이 조금있는 맑은 날이었다.

해마다 방학이면 부산여류들의 1일 야유회가 있어왔지만 이번엔 제1회 백수문학제를 김천에서 연다기에

그 소풍을 엎쳐 백수문학제에 다녀오자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떠나는 것이다.

무엇이나 더 좋은 목표를 정하면 그 가치에 띠리 더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44인 정원인 버스에 24인!  버스안에서 <작은 백수 문학제> 을 미리 가졌다.

오늘의 일정을 부총무인 정희경시인이 말하고 박옥위 회장이 백수선생의 뜻을 기리는 <백수문학제>에

가게 된 경위를 간단히 인사삼아 하였다

 

사회는 박정선시인이 맡았다.

 먼저 박옥위시인이 문학상시상식에 오셨던 백수 선생님을 회고하며  여는 시를 낭송했다.

  

시인과 장미와 꿈

                   

                         -백수선생님

                                                   박 옥 위

            

 

                          반가운 인사를 꽃으로 받으시곤

                          꽃은 꽃이라 내려놓고 싶으신가

                          가벼운 점두點頭 한 두번 빙긋이 웃으시다

 

             

                         그저 곁에 있는 내게 꽃다발을 건네주는 

                         시인의 혜안이 꽃보다 다정하기

                         호심湖心엔 물결선 하나 천지간을 긋는다

 

            

                         꽃은 화려하고 시인은 온화하다

                         시조청산 줄기에서 쏟아지는 저 폭포수!

                         지구의 가슴을 적시고도 샘은 또 흐를지니

 

           

                         시인이 쌓아올린 우리 얼의 아름드리

                         샘은 맥박 쳐 흐르고 가람으로 깊었다

                         대양大洋을 휘 건너는 날엔 꽃비 쏟을 이 예감!

 

    이 시조는 수년 전 성파문학시상식때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축하꽃을 받으시고 그 꽃다발을 나에게 주셨던 일이 있었다. 나는 그때의 시정을 시조로 쓴 글이다 라고 시작노트를 설명하였다.  

    이어  박옥위시인은 말했다. 우리나라는 우리언어를 가지고 있는 민족 중에 하나입니다. 그 언어로 우리의 서정을 써온 것이 시조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는 자유시가 아니고 시조입니다. 시조의 최정상에는 오랜동안 시조로 살아오신 백수선생님이 계시고 몇분 의시조시인이 계시지만  앞으로 노벨문학상은 시조가  받게 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자가 중 한사람이 될 것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 할 때 우리시조가 그 최우위에 서게 되리라고 언급하면서 그런 백수선생과 한 시대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은 시조시인으로서 행복한 일이며 오늘 그분을 만나게 되는 기쁨은 자못 감회가 깊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백수 선생님의 문학세계를 전일희 시인은 달리는 차 속에 서서 15분간 섭렵했고. 주강식교수는  백수선생의 시세계에 부연 언급하였고, 정해원시인은 백수선생님과 나의 등단기를 짧게 피력하였다. 정해송시인은 백수 시조의 장점을 들어 언급하면서도,  모두들 다 백수시조처럼 시조를 쓸수도 써서도 안되겠다는 말을 했다. 사실 백수처럼 우리나라의 정서로 우리나라의 자연산수를 쓴 시인은 없다.  그의 말은 그대로 그의 시조요 그의  눈이 닿는 것 걸음이 닿는 것  손닿는 것은 모두 시조로 돌아온다. 누가 글을 쓴대도 다 백수선생이 쓴 서정을 건드리는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백수 선생의 시조는 자연스런 우리 서정이다. 그런 까닭으로  백수 선생의 시조는 좋지만 다 그렇게 쓰는 것은 그의 아류만 될 뿐이다란 말을 정해송 선생은 말하지 않았나 싶다.

정해원시인이  백수시인의 약력과, 등단시절  백수선생의 이야기를 하고 몇수 시를 읊었다.

 

   다음은 부산 여류시조시인들의 백수시  낭송차례였다

전연희시인은  낭송 하기전에 ---<산이 날 따라와서> 란 자기의 시구를 자기가 썼는데 알고보니  벌써 백수가 쓴 것이더라고 자못 안타깝게

말한다. 벌써 우리 자연은 백수가 다 읊었으리라 . 그의 시조는 이제 그를 떠나서 우리의 몸에도 혼융이 되지 않았겠는가. 오랜동안 접하다보면 내것인가 아닌가 그 비슷한 정감을 가지고 오는 귀절들이 있게 된다. 경계해야할 것이다.

 

전연희시인은 <적막한 봄>을 낭랑히 낭송하였다

 

산골짝 외딴 집에 복숭아 혼자 핀다

사람도 집 비우고 물소리도 골 비우고

구름도 제 풀에 지쳐 오도가도 못한다

 

봄날이 하도 고와 복사꽃 눈 멀겠다

저러다 저 꽃 지면 산도 골도 몸져눕고

꽃보다 어여쁜 적막을 누가 지고 갈 건가

 

그저 무료한 봄날 흐드러지게 복숭아만 핀 산골이 눈에 그려진다.

사람도 집비우고 물소리도 골 비우고  댓귀가 선명한데 물소리가 골을 비웠단 표현이 백수답다.

-봄날이 하도 고와 복사꽃 눈 멀겠다.- 눈부셔 볼수 없는 아름다움을 그는 그렇게 표현한다. -저러다 꽃지면 산도 골도 몸져눕고- 강산과 신체가 둘이 아닌 하나요,  합일이니 그저 산도골도 내 피붙이나 다름이 없다.   

꽃보다 어여쁜 적막이란 무엇일까?  -꽃보다 어여쁜 적막을 누가 지고 갈 것인가-  백수선생님의 연치가 벌써 아흔 둘이다.

그는 지금 자기의 목숨을 복사꽃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연을 관조하는 중에 자기의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은연히 나타내는 것은 참으로 자연스럽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골 복사꽃만 휘드러지게 고운 봄날 , 시인의 심정이 절절하다.

 

다음은 정현숙시인의 < 뻐꾸기 우는 날에> 오랜만에 듣는 정시인의 목소리 . 광양에 가서 벌써 3년째인가.

가족을 두고 타지에 가 있는 동안이 힘들 것이지만 글을 천착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싶다.

 

옛날 우리 어머니가 지성스레 약을 다리듯

뻐꾸기 울음소리가 진초록을 다리는 날

고향산 늘어진 하루 해 새까맣게 다 탑니다

 

강산에 묻고 온 세월, 세월 속에 묻은 사람

한사코 매달린 시름까지 묻었는데

가슴에 잦아든 생각은 묻을 땅이 없습니다

 

살만큼 살았는데 지칠 만큼 지쳤는데

오고갈 말 한마디 남기고 갈 눈물 한 점

어디다 뿌려야 합니까 묻어둬야 한답니까

 

 

 아무튼 백수시조는 우리의 율격을 그저 술술 내려놓기만 하면 시조가 된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진초록을 달이는 날 이라니--- 어머니가 지성스레약을 달이 듯. ( 다리는 날 )은 달이는 날의 오자이다.

 

 

 

 시부모님을 모시려 함안으로 내려간 정정희시인은 효부이다.  정시인은

<어머님의 하늘>전문을 낭송하였다. 

   

옛날 우리 어머님은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야

비로소 하늘 문이 열린다고 하시었다

아득히 너무 푸르러 막막해진 하늘 문이.

왜인지 나는 몰랐다 어린제는 몰랐었다

한 타래 다 풀어 넣어도 닿지 않던 그 唐絲실

어머님 그 깊은 가슴 속 하늘빛을 몰랐었다.

 

 

이숙례시인은 시가람 낭송회를 이끌고 있다.  이번 해양문학제에< 최경창과 홍랑>을  연출 하였는데 인기가 폭발하였다.

이 시인은 <목련꽃 봐> 를 낭송하였다. 정감이 물컹 흐르는 시 조 한 수.

목마른 나그네 물 한그릇 받아들 듯  저것봐 목축이는 법 일러주는 목련꽃 이라 표현한다. 목련꽃을 주물러서 자유자재로 피워내는 백수 선생님의 시다. 마음속 고요가 무엇인들 아름답게 피우지 않으랴 가히 시선이 따로 없다.  

 

석 삼동 굳게 닫힌 대문 밀고 들어서서

목마른 길 나그네 물 한 그릇 받아들듯

저것 봐 목 축이는 법 일러주는 목련꽃 봐.

 

안 죽고 살았더니 좋은 봄이 다시 와서

뽀얗게 먼지 낀 창 입김 불어 닦아내듯

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무엇이든지 눈에 들어오면 눈으로 모으고 반죽하고 빚어내는 백수 선생님의 시조는 종횡무진 자유자제이지 구속은 없다. 

다시한번 읽어보면 그 뜻이 오밀조밀한 맛있는 토란국 한그릇같이 감칠맛이 절로 난다.

 

 

 

박 문숙시인은   호박꽃 바라보며를 낭송하였다 부제가  -어머니 생각이다. 

 

 

분단장 모른 꽃이, 몸단장도 모른 꽃이,

한 여름 내도록을 뙤약볕에 타던 꽃이,

이 세상 젤 큰 열매 물려주고 갔습니다.

                        

 호박꽃 어머니 란 비유가 순박한 대비다. 그렇게 걸 맞을 수가 없는 향토적이고 살가운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연락을 한번 드렸어야 하는데 저도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여행후 날아온 메일은 정답다. 늘 건강하시고 더욱 주옥같은 작품 빚으시기를 빕니다. 박문숙 시인의 메일을 받는다.

 

  옥류림 시인은 추정을 읽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백수 선생님의 '애모'를 제일 좋아하는데  다른 분이 먼저 낭송하셔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추정을 낭송했습니다. 이 시조를 읽다 보면 오랫동안 소식을 모르던 그리운 벗에게 가을처럼 소식이 올 것 같은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이제 곧 가을이 오겠죠? 꼭 무슨 언약이 있어서가 아니라 꽃씨같은 사연을 적어서 그리운 옛 벗에게 소식이라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

 

필시 무슨 언약이 있기라도 한가부다.

산자락 강자락들이 비단필을 서로 펼쳐

서로들 눈이 부시어 눈 못 뜨고 섰나부다.

 

산너머 어느 산마을 그 덕 너머 어느 분교

그 마을 잔칫날 같은 운동회 날 갈채 같은

그 무슨 자지러진 일 세상에는 있나부다.

 

평생에 편지 한 장을 써 본 일이 없다던 너

꽃씨 같은 사연을 받아 봉지 지어 온 걸 봐도

천지에 귓속 이야기 저자라도 섰나부다.

                                 - 추정(秋睛)    (연과 바람)

 

맑은 가을 날일 것이다. 시인이 강마을에 잡시 머문 날은---. 산자라가 강자락이 비단필을 서로 펼쳐 서로들 눈이 부시다. 그렇다 서로를 상찬 하고 잇는 모습이 그리운 풍경이 되어 너울거리며 밀려온다 . 그것은 고작 잔칫날이나 초등학교 운동회같은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큰 축제인가 우리는 안다. 온마을이 들썩대는 운동회가 아닌가. 그리고 가을은 모두 꽃시를 봉지 받아 갈무리 하는 때이다. 꽃씨 이기도 하고 그리운 사연이기도 한 편지  한장! 모든 것들이 가을앞에 와서 사연을 전하고 나누며 귓속이 간지럽도록 이야기ㄱ를 재잘댄다. 오 맑고 깨끗한 가을이야기 저자거리가 환하다.

 

 

옥유림시인의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회장님, 어제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한여름의 신록 속으로, 시조의 갈채 속으로 풍덩 빠져 행복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시조 사랑하는 맘으로 그 은혜 갚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심히 좋은글 쓰시기를 ----.

 

정희경 시인은 <목련 심경> 낭송하였다. 신입회원이 된후 바로 부총무가 된 시인은 매우 열정적이다. 


   하늘이 뜻이 있어 겨울 나무 가지 끝에

   은밀히 빈자리를 마련하여 두시더니

   봄날이 들기도 전에 꽃이 다녀갔습니다.


   왜가리 같은 꽃이 무리무리 날아와서

   사나흘 앓고 난 후 깃털 뽑아 흘려 놓고

   천지간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덧없는 봄날이야 오는 듯 가버려도

   꽃보다 고운 철이 잎철이라 하시면서

   불현 듯 피워낸 연초록 찰랑찰랑 넘칩니다.

 

 봄날이 들기도전에 꽃이 다녀갔습니다

왜가리 같은 꽃 사나흘 앓고 난후 깃털 뽑아 흘려놓고 ----상상력은 끝이 없습니다. 시는 체험의 확대 상상력의 상승작용이 아닐는지요.

 

 

올해 전국시조에 장원을 한 강경명은 <다시 봄에>를 낭송하였다.

 

월이 빚이라는 걸 내가 어찌 몰랐을까 
꽃과 잎 불을 끄고 어디론지 떠난 날은 
노래도 문빗장 걸고 숨으려고 했었는데.... 

어쩌랴 눈물밖에 가진 것이 나는 없고 
하늘땅 열두 대문 활짝 열린 봄빛 앞에 
상인지 벌인지 난몰라 목련꽃이 또 벙근다. 

 
 -상인지 벌인지 난 몰라 목련꽃이 또 벙근다- 어쩌랴 눈물 밖에 가진것이 나는 없고---

  백수 선생님은 세월이 빚이라 하신다. 가진 것은 눈물밖 에 없다하시니 연세가 92세이면 몸도 맘도 지칠 것인가.

 아무튼 몸과 마음이 윤택해져서 오랜 수를 하시기를 기원드린다. 가진 것은 시조요, 시조의 산맥이요, 거봉이요

 하더라도 결국은 사라지고 말 인생행로야 어떻게 다 말 할수 있으랴. 직지사 만불전 추녀끝에 풍경소리 그윽할 뿐이다. 

잡을 수 없는 시간의 준마는 달려가고 있으니---

 

 

 최정옥 시인은 고고학에 관심이 많다. 역사탐방을 즐기는 시인은 부군을 대동하고 나섰다. 좋은 커플이다.

<난보다 푸른돌> 을 낭송하였다.

 

옛날엔 칼보다 더 푸른 난을 내가 심었더니

이제는 깨워도 잠 깊은 너 돌이나 만져 본다

천지간 어여쁜 물소리 새소리를 만져본다.

--------------------------------<난보다 푸른 돌>전문

 

정해송 시인은< 난보다 푸른 돌>이란 시조를 개안적으로 좋아한다고 약간의 시론을 곁들인다.

보통의 백수시조 보다는 강한 어조와 청렬한 시상이 응축된 시이다.

- 칼보다 푸른 난, -잠 깊은 너  돌이나 만져본다. 음보를 따라가는 율격이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이러한 운율도 소요하지 않으랴. 

  -천지간 어여쁜 물소리 새소리를 만져본다- 어쩌란 말인가. 시인의 감성이여. 물소리를 만져보고 새소리도 만져보는 이

천지간의 소통을 가슴이 먹먹하도록 들을 수 있지 않으랴.  

 

 

박옥위 시인은 <남현동 시> 읊으며 백수의 서울집을 생각한다.

 

남현동은 관악산 밑 둥지만한 작은 마을

나는 멧새 다리 종종걸음 이십 년을

내도록 좁쌀만한 시 줍고 살아왔답니다.

-------------------------------<南峴洞 詩> 전문

 

멧새다리로 종종걸음 이십년을 내도록 좁쌀만한 시 줍고 살아온--- 서울의 생활을 접고 고향 김천으로 돌아온 백수! 그를 고향이 받아 직지사 경내에 백수 문학관을  짓고 2008년에는 개관을 하고 오늘 제 1회 백수 문학제를 여는 것이다. 

여느 시인은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말하지만 시조시인의 문학관으로는 처음이라 그래도 자랑할 만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전통 문학을 볼 사람은 여기로 오게 될것이다. 영국여와엘리자베스가 하회마을 을 불러본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겠는가? 작년도 개관식에 참가하고 나서 나는 더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엔 누구의 시조 문학관이 어디에 설까 생각도 해보면서~   

 파란만장한 시인의 한 생애,   이제 고향에 와서 안주한 시인은 우리나라 시조의 역사요 그 시대의 별이었으며 한국문단의 시조 거봉임에 틀림이 없다. 오늘 우리는 그를 기리는 제1회 백수 문학제에 참가하기 위하여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24인의 부산의 문인들이 김천으로 가는 차속, 우리의 조촐한 세미나를 가지는 동안에 김천 직지사 푸른 가람으로 우리는 들어섰다.  

 

  



       - 다음 블로그 < 풀꽃으로 일어나 > 풀솜다리 님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