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6. 14:52ㆍ차 이야기
1. 죽로차의 정의
1) 죽로차의 생태적 정의
대숲에서 자란 차를 죽로차라고 한다. 대체로 대나무와 차나무의 생육조건은 다음과 같이 일치한다. 차나무는 생장조건은 년평균기온이 13C-16C ,강수량 1,300mm 인데, 대나무가 생장하기 좋은 조건은 연평균 12도씨 이상, 일월 평균 최저기온 -6도씨 이상이 되는 지역으로 년평균 1200mm이상의 비가 오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안반도의 서쪽과 강원도의 고성지방을 대나무의 북방한계로 보고 있다. 차 나무 또한 요사이 태안과 강원도 고성지방에서 재배가 시도되고 있는데, 대나무와 차나무는 생장하는 기후환경이 일치하고 있다. 즉 대나무가 무성한 영호남지역에 차나무가 자생을 하고 있다. 19세기 죽로차란 명칭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에 이규경(李圭景1788~?)의 <도다변증설(筡茶辨證說)>에서는 죽로차를 영남의 이름난 차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 차가운데 이름난 것은 영남의 죽전에서 나는데 그 이름을 죽로차라고 한다 今茶之爲名者。出於嶺南竹田。名以竹露茶
그리고 귤산(橘山) 이유원(李裕元1814-1888)의 <가오고략(嘉梧藁略)>에 나오는 <죽로차>를 노래한 한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보림사는 강진현에 있는데 현은 호남에 속해 호나무화살을 공납한다 普林寺在康津縣 縣屬湖南貢楛箭 절옆에 있는 밭에 대나무가 자라는데 대나무 사이 풀이 자라 이슬꽃을 뿌리네 寺傍有田田有竹 竹間生草露華濺 <죽로차>
이유원이 죽로차를 맛본 것은 그의 다른 문집인 <임하필기(林下筆紀)>에 따르면 1872년이고, 이규경의 <도다변증설>의 기록은 1840년대 이후로 추측된다. 그 시대 이미 영호남 모두에서 죽로차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대밭 즉 죽전(竹田)이란 그냥 대밭을 뜻할 수 도 있지만, 세금이 부과되는 나라 살림의 바탕이 되는 세원이기도 하였다.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 제 7권 전제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번역을 그대로 싣는다.
《속대전》에, “청죽전(靑竹田)ㆍ관죽전(官竹田)ㆍ저전(楮田)은 경차관(敬差官)과 도사(都事)가 유의해서 살필 곳이다. 부지런히 보호하지 않은 자는 감고(監考)해서 형추(刑推)한다.” 하였다. 생각건대, 죽전ㆍ저전은 갈밭[蘆田]ㆍ송전(松田)과 별도의 장적으로 함이 마땅하며, 전적에 섞여 들어감은 부당하다. 대저 군ㆍ현에서 보고하는 대개장 규식(規式)이 원래 좋지 못함이 있다. 이제 강진현(康津縣)의 대개장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평론한다. 대개장에, “관죽전 몇 결, 병영 죽전 몇 결, 우수영(右水營) 전죽전(箭竹田) 몇 결, 가리진(加里鎭) 전죽전 몇 결이다.” 하였다. 생각건대, 이런 따위는 별도로 한 장적을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비록 천 년이 되더라도 오곡(五穀)을 심지 못하는 것을 전적에다 기재하여, 헛 문서로 ‘몇 결, 몇 결’이라고 벌여 적는다. 거친 것을 없애고 잡동사니를 버리면 실상 남는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한갓 열람자의 살핌을 헛갈리게 하니 좋은 제도가 아니다. [출처] 죽로차 즉 죽전은 우리가 아는 그냥 집 뒤의 대숲이 아니라, 그것은 나라살림과 나라를 지키는 국방산업의 귀중한 자산이었던 것이다. 그 대밭에 차가 있었다. 어쩌면 당시 지방관리자의 눈에는 중국에서 말로 바뀌어지는 녹색황금인 찻잎이 보이지 않고, 대숲에서 나는 찻잎을 대숲의 부산물로 밖에는 여기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벼를 모종으로 심는 이앙법이 발전하여 일반화되기 전에는 차를 따는 곡우와 입하는 농번기 중에서도 가장 바쁜 시기였다. 당시 작설차는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인 음력 섣달과 정월에 따는 아주 어린 잎인 작설을 선호하였고, 아니면 보리수확이 끝난 다음 장마가 오기 전 서둘러 거친 잎을 따서 만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찻잎의 수확은 조선의 가장 큰 생산물인 쌀에 가려져 있어, 노동력을 분산할 수 없었던 조선에서 차가 산업으로 성장할 기반이 아직 허약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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