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말 북쪽 말> 남과 북의 문장 부호(2)
2014. 9. 10. 12:53ㆍ글씨쓰기
<남쪽 말 북쪽 말> 이대성(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지난 호에서는 남과 북의 문장 부호의 종류와 용어의 차이를 주로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남과 북의 문장 부호의 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일반적인 평서문 뒤에는 온점(.)을 찍는다든지, 의문문에는 물음표(?)를 쓴다든지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일 뿐만 아니라 남북 간에도 별 차이가 없다. 이런 내용은 되도록 다루지 않는다. 1. 온점(.)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표현에는 온점1)을 찍어야 할 때가 있고, 찍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이 표현이 일반적인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이라면 온점을 찍어야 하지만, 표제어(標題語)로 쓰인 것이라면 온점을 찍지 말아야 한다. 남북의 문장 부호 규정에 따르면, 표제어나 표어에는 온점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4월 28일’에서 한글로 쓰인 부분을 온점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런데 현수막이나 공문서 같은 것을 보면 ‘일시: 2002. 4. 28’과 같이 ‘일’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온점을 쓰지 않는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2002. 4. 28.’과 같이 점을 모두 쓰는 것이 맞다. 각각의 온점은 연월일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2002. 4. 28’과 적는 것은 ‘2002년 4월 28’과 같이 적은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불완전한 표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Ⅰ. 마침표’, ‘ㄱ. 물음표’, ‘가. 인명’ 등과 같이 제목을 구분하는 표시 문자 다음에도 온점을 쓴다. 그리고 ‘서. 2008년 5월 7일’에서 ‘서’는 ‘서기’를 뜻하는데, 이와 같이 준말을 나타내는 데에도 온점을 쓸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온점의 용법은 남이나 북이나 다르지 않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2항 ‘점’의 2)의 (2)> 략자나 달과 날의 수자가 합쳐져 《명사화》되였거나 그뒤에 자립적인 단어가 올 때에는 그 말마디의 사이에 친다. ―<ㅌ. ㄷ> ―4.25 축구팀 민족최대의 명절 4.15 9.9절 ―레. 브. 똘스또이 위에 보인 규정은 온점과 관련하여 남북이 유일하게 다른 부분이다. 북에서는 기념일 같은 것을 표현할 때에도 온점을 쓰도록 하고 있는데, 같은 경우에 남에서는 가운뎃점(·)을 쓴다. 즉, ‘육이오’를 남에서는 ‘6·25’와 같이 적고 북에서는 ‘6.25’와 같이 적는 것이다. 2. 물음표(?)와 느낌표(!) 물음표는 의심이나 물음을 나타낼 때, 느낌표는 강한 느낌을 나타낼 때 쓰는 마침표로서 그 용법에 분명하면서도 제한되어 있어 별다르게 설명할 것은 많지 않다. 두 가지만 짧게 언급하기로 한다. 특정한 어구 또는 그 내용에 대하여 의심이나 빈정거림, 비웃음 등을 표시할 때, 또는 적절한 말을 쓰기 어려운 경우에 아래와 같이 소괄호 안에 물음표를 쓸 수가 있다. 그것 참 훌륭한(?) 태도야. 우리 집 고양이가 가출(?)을 했어요. 그리고 한 문장에서 몇 개의 선택적인 물음이 겹쳤을 때에는 맨 끝의 물음에만 물음표를 쓰지만, 각각 독립된 물음인 경우에는 각 물음마다 물음표를 쓴다. 너는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 너는 언제 왔니? 어디서 왔니? 무엇하러? 3. 반점(,) 문장 안에서 짧은 휴지를 나타낼 때 반점을 쓴다. 남북의 문장 부호 규정을 보면 반점의 용법에 많은 하위 조항을 두었는데, 이는 그만큼 반점이 문장에서 많이 쓰이면서도 그 용법이 복잡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다행인 것은 남북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반점에 관한 남북의 규정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1) 같은 자격의 어구나 절, 숫자가 이어질 때 반점을 쓴다.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1, 2, 3, 4 (2) 독립어의 뒤에 반점을 쓴다. 감탄사, 호격 조사가 붙은 명사, 제시어, 대답하는 말, 문장 접속 부사 따위가 보통 독립어가 되는데, 독립어는 문장의 다른 성분과 밀접한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쓰는 말이므로 문장 안의 다른 성분들과 구분하는 뜻에서 보통 반점을 쓴다. 얘야, 이리 오너라. 예, 지금 가겠습니다. 아, 깜빡 잊었구나. 용기, 이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이의 자산이다.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아무튼, 나는 집에 돌아가겠다. 다만, <한글맞춤법 문장 부호>에서는 ‘그리고, 그러나, 그러므로’ 등과 같은 문장 접속 부사의 뒤에는 반점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날씨가 흐리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는다. (3) 자연스러운 어순을 지키지 않았을 때에 반점을 쓴다. 즉, 문장이 도치되었거나 문장 중간에 어떤 구절을 끼워 넣은 경우에 반점을 써서 그 내용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리 오세요, 어머님. 철수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을 맞았다. (4) 되풀이를 피하기 위하여 한 부분을 줄일 때에 반점을 쓴다.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7, 8월에 있었던 일 (5) 문맥상 끊어 읽음으로써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할 때 반점을 쓴다. 우리말의 특성상 반점을 쓰지 않으면 수식하는 대상이나 주술 관계가 불분명하여 문장의 의미가 모호해지는 때가 많으므로, 이를 막으려고 반점을 쓰는 것이다.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성질 급한, 철수의 누이동생이 화를 내었다. 위의 예에서 반점을 쓰지 않으면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것이 불국사인지, 무영탑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성질이 급한 사람’이 철수인지 누이동생인지 또한 알 수가 없게 된다. 하지만 반점을 쓰게 되면 무영탑과 누이동생이 피수식어라는 점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갑돌이가,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위의 두 문장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소리만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다만 어디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2) ‘우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달라지는데, 바로 그 지점을 반점으로 표시한 것이다. (6) ‘100,000,000원’과 같이 수의 자릿점을 나타낼 때에도 반점을 쓴다. 4. 가운뎃점(·) 가운뎃점은 공식적으로는 남에서만 쓰는 문장 부호이다. 그 용법은 다음과 같다. (1) 쉼표로 열거된 어구가 다시 여러 단위로 나누어질 때 가운뎃점을 쓴다. 철수·영이, 영수·순이가 서로 짝이 되어 윷놀이를 하였다. 시장에 가서 사과·배·복숭아, 고추·마늘·파, 조기·명태·고등어를 샀다. 이런 경우, 북에서는 반두점(;)3)을 쓰도록 하고 있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4항 ‘반두점’> 한 문장안에 이미 반점(,)으로 구분된 말이 여러개 잇달아있고 다음에 다른 측면에서의 말이 련달아 올 때 더 크게 묶어지는 단위를 구분하기 위하여 칠수 있다. ―상점에서는 무우, 배추, 시금치, 쑥갓 등과 같은 남새; 물고기, 미역, 젓갈 등과 같은 갖가지 수산물; 그리고 여러가지 과실들이 차있었다. ―공장에서는 종업원들의 기술기능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힘을 돌렸다. 로동자들의 기술적 자질, 생산장성, 공장의 발전전망 등을 고려하여 이 사업을 계획성있게 끌고나갔으며; 직종, 소질, 작업조건 등을 잘 타산하여 양성반을 조직하여 운영하였으며; 기능이 높고 낮은 로동자들을 잘 배합하여 개별전습을 잘하도록 하였다. (2) 같은 계열의 단어 사이에도 가운뎃점을 쓴다. 경북 방언의 조사·연구 충북·충남 두 도를 합하여 충청도라고 한다. 동사·형용사를 합하여 용언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북에서는 이음표(-)4)를 쓴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8항 ‘이음표’> 두개이상의 단어가 어울리여 하나의 통일된 개념을 나타낼 때 칠수 있다. ○조선-꾸바친선협회 맑스-레닌주의 ○굳은-넓은잎나무 구조-문법적 특성 ○물리-화학적 성질 (3) ‘3·1 운동, 8·15 광복’ 등과 같이 특정한 의미를 가지는 날을 나타내는 숫자에 가운뎃점을 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경우에 북에서는 온점을 쓴다. 5. 쌍점(:)과 빗금(/) 쌍점5)은 중심적인 용법에서는 남북이 차이가 없다. 남측의 규정에는 북측의 규정에는 없는 부수적인 용법이 몇 개 더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1) 내포되는 종류를 들 적에 쌍점을 쓴다. 문장 부호: 마침표, 쉼표, 따옴표, 묶음표 등 문방사우: 붓, 먹, 벼루, 종이 (2) 제목이나 표제 뒤에 간단한 설명이 붙을 때에도 쌍점을 쓴다. 일시: 2003년 7월 22일 15시 마침표: 문장이 끝남을 나타낸다. 이와 관련하여 북측의 규정을 살펴보면, 북에서는 제목이나 표제가 아닌 문장 뒤에서도 쌍점을 쓰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3항 ‘두점’의 2)> 한 문장이 대체로 끝나면서 뒤에 오는 말들이 앞문장을 다시 설명하거나 보충할 때 그 앞문장의 끝에 칠수 있다. ○ 장내는 바야흐로 흥성거렸다: 손님들이 밀려들고 아이들이 뛰놀고 풍악소리가 들리고 하면서… ○ 우리 공장에서는 여러가지 제품들을 만들고있다: 옷장, 책장, 걸상, 신발장, 밥상 등 (3) 저자명 다음에 저서명을 적을 때에도 쌍점을 쓴다. 정약용: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주시경: 국어문법, 서울 박문서관, 1910. (4) 시(時)와 분(分), 장(章)과 절(節) 따위를 구별할 때나, 둘 이상을 대비할 때에도 쌍점을 쓴다.
오전 10:20(오전 10시 20분) 요한 3:16(요한복음 3장 16절) 대비 65:60(65 대 60) 빗금6)은 북측의 <문장부호법>에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북에서는 널리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남측의 <한글맞춤법>에서 빗금의 용법은 다음의 두 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착한 사람/약한 사람’, ‘맞닥뜨리다/맞닥트리다’ 등과 같이 대응하는 것을 함께 보일 때 그 사이에 쓰는 경우가 한 가지이고, ‘3/4분기, 3/20’ 등과 같이 분수를 나타낼 때에 쓰는 경우가 다른 한 가지이다. 6. 큰따옴표(“ ”)와 작은따옴표(‘ ’) 큰따옴표는 글 가운데에서 직접 대화를 표시하거나 남의 말을 인용할 때 등에 쓴다. 그리고 작은따옴표는 따온 말 가운데 다시 따온 말이 들어있거나 마음속으로 한 말을 적을 때에 쓰며,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할 때에도 쓴다. 남녘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북에서는 이럴 때 전혀 다른 부호를 쓰고 있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1항 ‘인용표’> 1) 이미 이루어진 말이나 대화를 인용할 때 그 문장의 앞뒤에 친다. ―《야, 백두산이 보인다!》 박동무는 《내가 이겼지.》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2) 어떤 말마디나 표현을 특별히 드러내서 나타낼적에 그것의 앞뒤에 친다. ―《김○○저작집》 《영화예술론》 ―《80년대속도》 혁명소설 《백두산기슭》 3) 《이른바》라는 뜻을 가지고 따온 일반적인 말마디나 부정적인 표현의 앞뒤에 친다. ―《바다의 왕》이라는 고래 《하늘의 독수리》라는 비행사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2항 ‘거듭인용표’> 인용한 말 안에 또 다른 인용표안에 들어간 말이 인용될 때에 친다. ―《영철동무는 <하자고 결심만 하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계획된대로 내밀자.》고 토론했다. ―《우리 분조에서는 <천리마>호가 3대가 배정되였습니다.》―분조장의 말 그리고 인용표안에 들어가는 모든 인용표는 거듭인용표를 친다. ―《우리의 투쟁목표는 <다시한번 <평양속도>를 창조하자.> 이것입니다.》 그는 힘있게 말하였다. 위의 두 조항을 살펴보면, 일단 인용표(《 》)는 큰따옴표와 대응하고, 거듭인용표(< >)는 작은따옴표와 대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남에서는 작은따옴표가 인용 말고도 강조의 용법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북에서는 인용표가 강조의 용법을 가지고 있는 점이 다르다. 7. 소괄호(( )) 및 대괄호(〔 〕)와 중괄호({ }) 우선 남측에서 규정한 소괄호7)의 용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원어, 연대, 주석, 설명 등을 넣을 적에 쓴다. 커피(coffee)는 기호 식품이다. 3·1운동(1919)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다. ‘무정(無情)’은 춘원(6·25 때 납북)의 작품이다. 니체(독일의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는 일종의 보충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충 설명과 관련하여 남에서는 이미 말한 내용을 다른 말로 부연하거나 보충하는 경우에 아래와 같이 줄표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 신동은 네 살이――보통 아이 같으면 천자문도 모를 나이에――벌써 시를 지었다. 그런데 북에서는 이런 경우에 줄표8)를 쓰지 않고 소괄호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3항 ‘쌍괄호와 꺾쇠괄호’의 1)> 본문을 보충하기 위하여 붙인 말의 앞뒤에 쌍괄호(( ))를 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였다. (그해도 풍년이 들었었다.) 어머니는 집을 떠나는 나에게 훌륭한 농업전문가가 되여 돌아오라고 당부하였다. ―밀영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일가?) ―전보미동무(로력영웅이다.)는 오늘도 자기계획을 2배로 넘쳐하였다. 이에 더하여 북의 <문장부호법>에 규정된 소괄호의 용법을 더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3항 ‘쌍괄호와 꺾쇠괄호’의 2)> 인용하는 말이 나온곳을 밝히는 말마디의 앞뒤에 쌍괄호( ( ) )를 친다. ―《인적드문 심산유곡에 구찬한 생을 도모하고있는 이 늙은 백성이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님의 존안을 이렇게 문득 뵈옵게 되니 황송하기가 그지 없습니다.》(총서 《○○의 력사》중 장편소설 《고난의 행군》에서) 이러한 출전 표시와 관련하여 남측의 문장 부호 규정에는 특별히 언급된 것은 없으나, 학술잡지 같은 데에서 참고문헌을 소개할 때에는 겹낫표(『 』)와 홑낫표(「 」)를 주로 쓴다. 보통 겹낫표는 낱권의 책 이름을 적을 때 쓰고, 홑낫표는 책 속에 포함된 소논문을 적을 때 쓴다. 남기심(1988), 「국어사전의 현황과 그 편찬 방식에 대하여」, 이상섭 외 지음, 『사전편찬학연구』 1집, 탑출판사, 7~34. 한편, 남측의 문장 부호 규정에 소개된 그 밖의 소괄호의 용법으로는, ‘(1) 주어, (가) 소리에 관한 것’ 등과 같이 기호 구실을 하는 문자나 단어를 표시할 때 쓰는 경우와 ‘우리나라의 수도는 ( )이다.’와 같이 빈 자리를 표시할 때 쓰는 경우 등이 있다. 대괄호9)는 ‘나이〔年歲〕, 낱말〔單語〕, 손발〔手足〕’ 등과 같이 묶음표 안의 말이 바깥 말과 음이 다를 때 쓰며, ‘명령의 불확실〔단호(斷乎)하지 못함.〕은 불확실〔모호(模糊)함.〕을 낳는다.’와 같이 묶음표 안에 또 묶음표가 있을 때에도 쓴다. 그리고 중괄호10)는 여러 단위를 동등하게 묶어서 보일 때 쓴다. 8. 줄표(――)와 물결표(~)와 붙임표(-) 먼저 줄표는 두 가지 용법이 있는데, 앞서 보았듯이 문장 중간에 앞의 내용에 대해 부연하는 말을 끼워 넣을 때에 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앞의 말을 정정하거나 변명하는 말이 이어질 때에도 줄표를 쓴다. 어머님께 말했다가――아니, 말씀드렸다가――꾸중만 들었다. 이건 내 것이니까――아니,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이니까――절대로 양보할 수가 없다. 이와 달리 북에서는 그 용법이 다양한 편이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9항 ‘풀이표’> 1) 같은 종류의 문장성분들과 그것에 대한 묶음말사이에 친다. 례: 벼, 보리, 밀, 강냉이―이런 알곡들은… 이런 알곡들―벼, 보리, 밀, 강냉이 등은… 2) 동격어의 뒤에 칠수 있다. 례: 렬사들이 걸어온 길―혁명의 길은 간고하고도 영예로운 길이였다. 3) 《에서―까지》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칠수 있다. 례: 평양―신의주, 아침―점심 4) 제시어의 뒤에 칠수 있다. 례: 우리 생활―그것은 곧 예술이다. 5) 서로 맞서거나 대응하는 관계를 나타낼 때 칠수 있다. 례: 공대―의대 축구경기 6) 특수한 글에서 주어와 술어가 토없이 맞물렸을 때 그사이에 칠수 있다. 례: ○ 나―《갈매기호》호 선장 ○ 철호―통신병 ○ 순이―간호원 위 규정에서 ‘1)’의 ‘벼, 보리, 밀, 강냉이―이런 알곡들은…’은 남측 같으면 보통 ‘벼․보리․밀․강냉이, 이런 알곡들은…’과 같이 가운뎃점과 반점을 쓰는 것이 보통이고, 조항별로 서술할 때에는 ‘벼, 보리, 강냉이: 이런 알곡들은…’과 같이 쌍반점을 쓰는 일이 많다. ‘1)’의 ‘이런 알곡들―벼, 보리, 밀, 강냉이 등은…’은 보통 ‘이런 알곡들, 즉 벼, 보리, 밀, 강냉이 등은…’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의 예문은 ‘열사들이 걸어온 길, 그 혁명의 길은 간고하고도 영예로운 길이었다.’ 정도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고11), ‘4)’ 역시 남측에서는 풀이표 대신 반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3)’과 같은 용법은 남측에서도 곧잘 북측과 같이 쓰지만 대개는 물결표를 많이 쓴다. 그런데 북의 <문장부호법>의 물결표에 관한 규정에도 ‘3)’과 비슷한 용법이 있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8항 ‘물결표’의 1)> 1) 《내지》라는 뜻으로 쓰되 단위를 나타내는 말은 마지막 수자에만 붙인다. ―10~12시 ―5~8월 ―100~150명 5~6개 ―10만~15만개 물결표에 관한 남측의 문장 부호 규정도 북측과 같다. 결국 ‘~에서 ~까지’를 나타내는 부호로는 남북이 모두 줄표와 물결표를 쓴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물결표는 ‘새마을: ~운동, ~노래’와 같이 되풀이되는 부분을 대신 나타낼 때에도 쓰이는데 이 역시 남북이 다르지 않다. 붙임표는 ‘겨울-나그네, 슬기-롭다, -(으)ㄹ걸’ 등과 같이 사전이나 논문 등에서 합성어를 나타낼 적에, 또는 접사나 어미임을 나타낼 적에 쓴다. 그리고 ‘나일론-실, 디-장조, 빛-에너지’ 등과 같이 어떤 말이 외래어와 고유어 또는 한자어가 결합된 구성임을 보일 때에도 붙임표를 쓴다. 이는 남측의 문장 부호 규정에서만 다루어진 내용이다. 형태상 붙임표와 같은 북의 ‘이음표’는, 앞서 언급했듯이, 두 개 이상의 단어가 어울려 하나의 통일된 개념을 나타낼 적에 쓰도록 되어 있다. 9. 드러냄표와 안드러냄표 드러냄표는 문장 내용 중에서 주의가 미쳐야 할 곳이나 중요한 부분을 특별히 드러내 보일 때에 쓰는 것으로, 각 글자의 위에 찍는 ‘˚’이나 ‘˙’과 부호를 말하는데,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북에서는 남과 달리 아래에 찍는데 북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남이나 북이나 밑줄로 강조하는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러냄표에는 숨김표(××, ○○)와 빠짐표(□□)와 줄임표(……) 등이 있다. 숨김표는 알면서도 고의로 드러내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배운 사람 입에서 어찌 ×××란 말이 나올 수 있느냐?’와 같이 금기어나 공공연히 쓰기 어려운 비속어를 숨기거나 ‘육군 ○○ 부대 ○○○명이 작전에 참가하였다.’와 같이 비밀을 밝힐 수 없을 때에 쓴다. 빠짐표는 글자의 자리를 비워 둔 것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大師爲法主□□賴之大□천’과 같이 옛 비문이나 서적 등에서 글자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나타내거나, ‘훈민정음의 초성 중에서 아음(牙音)은 □□□의 석 자다.’와 같이 글자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나타낼 때에 쓴다. 줄임표는 ‘“어디 나하고 한번…….” 하고 철수가 나섰다.’와 같이 할 말을 줄였을 때와 ‘“빨리 말해!” “…….”’와 같이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에 쓴다. 이상의 부호들의 용법은 남이나 북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몇 가지 사소한 차이점은 있다. 우선, 북에서는 숨김표와 빠짐표를 구분하지 않고 둘을 모두 숨김표라 한다. 그리고 남에서는 줄임표를 쓸 때 점을 여섯 개 적는 것이 원칙인데 북에서는 세 개를 적는 것이 원칙이다. 단, 아래에서 보듯 제목이나 차례의 뒤에 보충하는 설명을 붙일 때에는 제한 없이 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0항 ‘줄임표’> 1) 문장 또는 문장안의 일부 말마디가 줄어진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그 줄어진 부분에 석점을 찍는다. ―《…갑문건설에서 또다시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입시다.》 ―그때 박동무가 있기는 했습니다마는… 붙임】 인용하는 글에서 번호 한개, 단어 하나, 문장이나 단락 하나, 표현의 일부를 줄여도 석점(…)으로 표시하는것을 원칙으로 한다. 2) 제목이나 차례의 뒤에 보충하는 설명을 붙일 때 칠수 있다. 이때의 점의 수는 제한이 없다. ―머리글……편집위원회 《우리 말 강좌》……언어학연구소 학계소식………편집부 지금까지 남의 문장 부호 규정에 소개된 문장 부호들의 용법을 중심으로 북의 문장 부호와 비교하여 살펴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북의 <문장부호법>에만 언급되어 있는 ‘같음표(〃)’가 빠졌다.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17항 ‘같음표’> 같은 말이나 같은 표현이 겹쳐나올 때 두번째부터의 그 부분을 나타내기 위하여 쓸수 있다. ―제1작업반 반장 제2 ʺ ʺ 제3 ʺ ʺ 제6 ʺ 부반장 【붙임】 때에 따라서는 같음표를 《― ʺ ―》로도 표시할수 있다. 례: 평양시인민위원회 지도원 남포시 ――――― ʺ ―――― 지금까지 남과 북의 문장 부호와 관련하여 2회에 걸쳐 그 종류와 이름, 그리고 각 문장 부호의 용법을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이로써 1년여에 걸친 남과 북의 어문 규정 비교 작업은 끝을 맺게 되었다. 남북의 어문 규정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두 어문 규정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좀 더 발전적이면서도 통일 이후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보이려 한 것이 이 글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욕심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을 성급히 벌인 것 같아 읽는 이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앞으로 북녘 말에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1) 북에서는 ‘점’이라 한다. 2) 이를 ‘연접’이라 한다. 3) 남에서는 ‘쌍반점’이라 한다. 4) 남에서는 ‘붙임표’라 한다. 5) 북에서는 ‘두점’이라 한다. 6) 북에서는 ‘빗선’이라 한다. 7) 북에서는 ‘쌍괄호’라 한다. 8) 북에서는 ‘풀이표’라 하며, 그 길이가 남의 ‘줄표’의 반 정도 된다. 9) 북에서는 ‘꺾쇠괄호’ 또는 ‘중괄호’라 한다. 10) 북에서는 ‘대괄호’라 한다. 11) <조선말규범집 문장부호법 제5항 ‘반점’의 6)>이 “동격어뒤에도 칠 수 있다.”인 것을 보면, 북에서도 반점과 풀이표가 뒤섞여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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