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0. 12:54ㆍ글씨쓰기
<남쪽 말 북쪽 말> 이대성(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번 호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남과 북의 띄어쓰기를 살피게 된다. 첫 번째는 토와 의존명사의 띄어쓰기를, 두 번째는 명사류의 띄어쓰기를, 세 번째는 용언류의 띄어쓰기를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관형사, 부사, 감탄사 등 지금까지 논의하지 않은 부류의 띄어쓰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3항>
관형사는 그뒤의 단어와 띄여쓴다. -모든 공장, 여러 책, 온갖 문제, 새 규정책, 온 마을, 별의별 이야기, 별 이야기, 각 도서관, 여느 기술자, 제반 사실, 첫 전투, 첫 프로레타리아정권, 맨 웃자리, 현 국제정세, 매 도, 매 군, 무슨 일, 어느 동무, 웬 사람, 순 독학으로, 귀 대표부, 딴 사람, 전(이전) 대통령, 한다는 선수, 이까짓 종이 -온갖 한다는 선수들, 별 딴 문제, 무슨 별별 이름모를 식물들, 여러 새 양복, 그까짓 딴 마음, 한다는 여러 인사들, 제반 새 사전들, 별의별 새 이야기 -원 이름밑에 새 이름을, 옛 전우들의 모습, 온 정신을 가다듬어, 각 대학 학생들 관형사는 체언 앞에 놓여서, 그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 주는 품사로서, 조사도 붙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하지 않는 등의 특성이 있다. 따라서 뒤에 오는 말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남북이 모두 띄어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1음절로 된 관형사는 접두사와 혼동되어 잘못 붙여 쓰는 일이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전 국민 (○) / 전국민 (×) 범국민 (○) / 범 국민 (×) 위 예는, ‘전(全)’은 관형사이므로 띄어 써야 하고 ‘범-(凡)’은 접두사이므로 붙여 써야 함을 보인 것이다. ‘전’은 ‘전 국민, 전 직원, 전 가족, 전 세계, 전 학교, 전 책상’ 등등 수식을 받는 체언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범-’은 ‘범국민, 범국가’ 등은 가능하지만 ‘*범책상, *범가족’ 같은 말은 불가능한 것에서 보듯, 수식을 받는 체언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전’은 관형사로, ‘범-’은 접두사로 분류하는 것이다. 본 사건 (○) / 본사건 (×) 본회의 (○) / 본 회의 (×) 위 예는, 같은 ‘본(本)’일지라도 의미와 기능에 따라 관형사일 수도 있고 접두사일 수도 있음을 보인 것이다. 관형사 ‘본(本)’은 ‘어떤 대상이 말하는 이와 직접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 협회, 본 법정, 본 변호인, 본 연구원, 본 제품’ 등등에 쓰이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본 협회’는 ‘말하는 이, 즉 자기 자신과 직접 관련된 협회’라는 뜻이다. 따라서 관형사 ‘본’은 대체로 ‘이’나 ‘우리’와 같은 지시어로 대체할 수가 있다. 즉, ‘본 협회’는 ‘우리 협회’로, ‘본 법정’은 ‘이 법정’으로 대체하더라도 뜻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 접두사 ‘본-(本)’은 ‘주가 되거나 바탕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계약, 본회의, 본고장, 본청’ 등등에 쓰이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본계약’은 ‘여러 계약 절차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정식 계약’이라는 뜻이다. ‘본청’에 상대되는 말이 ‘지청(支廳)’이라는 점은 ‘본-’의 의미를 아주 잘 드러낸다. ‘본’과 비슷한 예로 ‘총(總)’이 있다. 총 300대 (○) / 총300대 (×) 총감독 (○) / 총 감독 (×) 관형사 ‘총(總)’은 ‘모두 합하여 몇임’을 나타낸다. 따라서 ‘총 300대’, ‘총 16면’, ‘총 5백 명’ 등과 같이 주로 수와 어울려 쓰인다. 반면, 접두사 ‘총-(總)’은 ‘전체를 아우르거나 전체를 합한’의 뜻을 나타낸다. ‘총감독, 총결산, 총공격’과 같이 일부 명사 앞에 쓰이는 ‘총-’이 그 예이다. 맨 먼저 (○) / 맨먼저 (×) 맨발 (○) / 맨 발 (×) ‘맨’의 띄어쓰기도 많이 헷갈려하는 것이지만, 뜻을 잘 살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관형사 ‘맨’, 즉 띄어 쓰는 ‘맨’은 ‘더 할 수 없을 정도나 경지에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접두사 ‘맨-’은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맨 가장자리, 맨 꼭대기, 맨 끝, 맨 뒤, 맨 앞’ 등은 띄어 쓰고, ‘맨눈, 맨다리, 맨땅, 맨밥, 맨손, 맨주먹’ 등은 붙여 쓰는 것이다. 앞의 ‘본’이나 ‘총’에 비해 뜻이 분명하게 구분되므로 이런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만 알면 앞으로 띄어쓰기에 그리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이 밖에도 ‘온 세상, 온 누리’의 ‘온’, ‘고 ○○ 선생’의 ‘고(故)’, ‘각 지역, 각 교실’의 ‘각(各)’, ‘매 회계연도, 매 시합’의 ‘매(每)’, ‘순 살코기, 순 우리말’의 ‘순(純)’, ‘귀 신문사, 귀 학교’의 ‘귀(貴)’, ‘딴 일, 딴 곳’의 ‘딴’, ‘전 시대, 전 학기’의 ‘전(前)’, ‘옛 추억, 옛 모습’의 ‘옛’ 등도 띄어쓰기에 주의해야 할 1음절 관형사들이다. 그런데 1음절 관형사라 해서 모든 경우에 띄어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뒤에 오는 말과 합성어를 이루어 붙여 쓰는 일도 있다. ‘각살림, 딴눈, 옛이야기’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이는 1음절 관형사뿐만 아니라 모든 관형사에 두루 적용된다. 아래에 보인 북의 규정이 바로 관형사가 뒤에 오는 명사와 합성어를 이루는 경우에는 붙여 쓴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3항의 다만> 이와 관련하여 관형사 <첫, 새> 등은 일부 합친말의 구성성분으로 된것만을 례외적으로 붙여쓰기로 한다. -첫코, 첫발, 첫맛, 첫날옷, 첫젖, 첫어구, 첫인상, 첫길, 첫더위, 첫물, 첫울음, 첫술, 첫눈, 첫정, 첫끝, 첫입, 첫날밤, 첫머리, 첫시작, 첫새벽, 첫추위, 첫아침, 첫인사, 첫출발, 첫국밥1), 첫솜씨, 첫마수걸이, 첫닭울이, 첫걸음마 -새색시, 새각시, 새신랑, 새서방, 새해 그밖의 관형사도 합친말의 구성부분으로 들어간것은 붙여쓴다. -각살림, 온종일, 전당, 별소리, 헌쇠, 딴판, 옛말, 헛물, 맨주먹, 원가지, 전세계 위 규정에서 보인 예들 가운데 ‘첫어구, 첫시작, 전세계’ 등은 남에서는 띄어 쓰는 것들이고, ‘첫날옷2), 첫아침3), 첫마수걸이4)’ 등은 북녘 사전에만 있는 말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4항 및 제14항의 1)> 부사는 기본적으로 띄여쓰되 특수한 경우에 조절하여 붙여쓴다. 1) 자립적인 모든 부사는 띄여쓴다. -나란히 눕다, 따뜻이 보살피다, 먼저 가다, 무척 애쓰다, 바로 찌르다, 극력 아껴쓰다, 아까 떠났다, 가까이 접근하다 -비교적 높다, 편의상 한곳에 넣어둔다, 사실 알고있었다, 정말 기적적이다 -똑바로 서다, 스스로 물러가다, 더욱 아름답다, 차차 더워지다, 철렁 떨어지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 잘 쓴다, 잘 간다 관형사가 체언을 수식하는 말이라면, 부사는 용언을 수식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대비가 된다.5) 그런 점에서 관형사를 띄어 쓰듯, 부사도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품사에서와 마찬가지로 북에서는 부사도 몇 가지 경우에는 붙여 쓰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4항의 2)> 일부 부사에 <하다, 되다, 시키다>가 붙어 하나의 동사처럼 된 것은 붙여쓴다. -못하다, 잘되다, 안시키다, 덜되다 ‘못, 아니/안, 잘’ 등이 ‘하다, 되다’와 함께 쓰일 때 어떻게 띄어 써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글쓴이도 헷갈릴 만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근차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못하다’는 사실상 띄어 쓰는 일이 없다고 보면 된다. 아래 예는 ‘못하다’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일부 줄여서 보인 것이다. ‘못하다’는 크게 동사, 형용사, 보조용언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사실상 현실 언어에서 ‘못하다’가 쓰이는 모든 경우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못 하다’와 같이 띄어 쓰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남이나 북이나 ‘못’ 뒤에 ‘하다’가 나올 때에는 붙여 쓴다고 정리할 수 있다. 못하다[모타] …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할 능력이 없다. 술을 못하다/노래를 못하다/물음에 답을 못하다. …보다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 음식 맛이 예전보다 못하다./건강이 젊은 시절만 못하다. ‘못해도’ 꼴로 쓰여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잡은 고기가 못해도 열 마리는 되겠지. 동사 뒤에서 ‘-지 못하다’ 구성으로 쓰여앞말이 뜻하는 행동에 대하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것을 이룰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 성우는 어지럼증 때문에 자신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 머리를 끄덕였다. 형용사 뒤에서 ‘-지 못하다’ 구성으로 쓰여앞말이 뜻하는 상태에 미치지 아니함을 나타내는 말. 편안하지 못하다/아름답지 못하다/음식 맛이 좋지 못하다. 주로 ‘-다(가) 못하여’ 구성으로 쓰여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극에 달해 그것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말. 흥선에게 술을 따르고 있던 나인이 참다못하여 얼굴을 새빨갛게 하며 픽 웃었다. 반면에 ‘못되다’는 더러 띄어 쓰는 일이 있다. 아래 예는 ‘못되다’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보인 것이다. 남에서는 여기에 해당하면 한 단어로 보아 붙여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띄어 쓴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간이 얼마 못 되어 집에 도착했다.’에 쓰인 ‘못 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인 ‘못되다’의 두 가지 뜻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띄어 써야 하는 것이다. 북과 다른 점이다. 못되다[몯뙤/몯뛔]〔되어[되어/뒈여](돼), 되니[되/뒈]〕 성질이나 품행 따위가 좋지 않거나 고약하다. 못된 심보/못된 장난/못되게 굴다/못된 버릇을 고치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 일이 못된 게 남의 탓이겠어. 다음으로, ‘아니하다’가 있다. 이 말은 앞에 어떤 형식이 나오느냐에 따라 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먹지 아니하다’와 같이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에 쓰이는 ‘아니하다’이다. 이때는 보조용언, 즉 한 단어로 인정되므로 붙여 써야 한다. 한편, ‘식사를 아니 하다’와 같이 ‘목적어+서술어 구성’에 쓰이는 ‘아니 하다’는 한 단어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띄어 써야 한다. 참고로 ‘먹지 아니하다’는 ‘먹지 않다’로는 줄어들지만 ‘*먹지 안 하다’와 같이 줄어들지는 않는 반면에, ‘식사를 아니 하다’는 ‘식사를 안 하다’로도 줄어들 수 있고, ‘식사를 않다’로도 줄어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아니하다’의 띄어쓰기 및 줄어들기가 이와 같기 때문에 ‘안 하다’는 항상 띄어 써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북에서는 위 규정에 따라 모두 붙여 쓰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안되다’가 있다. 아래 예는 ‘안되다’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일부 줄여서 보인 것이다. 안되다1[되/뒈]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잘 안된다. 사람이 훌륭하게 되지 못하다. 자식이 안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일정한 수준이나 정도에 이르지 못하다. 이번 시험에서 우리 중 안되어도 세 명은 합격할 것 같다. 안되다2〔되어[되어/뒈여](돼), 되니[되/뒈]〕 …이기가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 그것 참 안됐군./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고생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됐다.혼자 보내기가 안돼서 역까지 배웅했다. …이근심이나 병 따위로 얼굴이 많이 상하다. 몸살을 앓더니 얼굴이 많이 안됐구나./안색이 안돼 보여서 보약을 지어 보냈다. 위의 풀이를 보건대, 남에서는 ‘그 선을 넘어서면 안 돼.’와 같이 ‘금지’나 ‘반대’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니 되다’는 늘 ‘금지’나 ‘반대’의 뜻으로만 쓰이므로 항상 띄어 쓴다. 한편, 위의 규정만으로는 북에서 ‘아니 되다’를 어떻게 띄어 쓰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조선말대사전》의 ‘안되다’ 풀이를 보면 “지금 떠나서는 안된다.”라는 예가 나온다. 즉, 북에서는 ‘금지’나 ‘반대’를 나타내는 경우에도 한 단어로 여긴다는 뜻이다. 이로 보건대 ‘아니되다’도 붙여 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6) 다음으로, ‘잘하다’와 ‘잘되다’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잘하다’는 모두 9개의 뜻갈래로 나뉘어 풀이되어 있고, ‘잘되다’는 4개의 뜻갈래로 풀이되어 있다. 현실 언어에서 이 뜻갈래를 벗어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남에서나 북에서나 모두 붙여 쓰면 된다. 지금까지 ‘못, 아니/안, 잘’ 등이 ‘하다, 되다’와 함께 쓰일 때의 남북의 띄어쓰기를 살펴보았다. 북은 일관되게 붙여 쓰지만, 남은 붙여 쓸 때와 띄어 쓸 때를 구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구분하는 기준이나 방법이 무척 까다롭다. 과연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정한다고 해서 의사소통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글쓴이가 보기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붙여 쓰더라도 의사소통에 별다른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따라서 북의 방식을 따라 모두 붙여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4항의 3)> 부사를 겹쳐쓰거나 잇달아쓸 경우는 붙여쓴다. -가득가득, 서로서로, 거듭거듭, 고루고루(골고루), 어슬렁어슬렁, 차츰차츰, 높이높이, 다시다시, 다시금다시금, 두고두고 -더욱더, 더더욱, 이리저리, 울긋불긋, 그럭저럭, 얼기설기, 허둥지둥, 올망졸망, 곧이곧대로 -또다시, 한층더, 모두다, 다같이, 똑같이 우리말에서는 같은 부사를 거듭 써서 그 뜻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는 아예 한 단어로 굳어진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바, 남에서는 한 단어로 굳어진 것만 붙여 쓰는 방식을 택하지만 북에서는 사전 등재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붙여 쓰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실제 남녘의 언중들도 ‘한층더, 모두다, 다같이’와 같은 말들은 사전에 실려 있지 않더라도 붙여 쓰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북의 방식을 참고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4항의 4)> 부사가 다른 품사의 단어와 어울린 경우라도 한덩어리로 굳어진것은 붙여쓴다. -가슴깊이, 심장깊이, 가슴뿌듯이, 가슴듬뿍, 하늘높이, 가뭇없이, 영낙없이, 난데없이, 끝없이, 한량없이, 한없이, 한결같이, 감쪽같이, 불같이, 벼락같이, 꿈결같이 -더없이, 꼼짝없이, 덧없이, 다시없이, 하염없이, 두말없이 -꼼짝못하게, 쥐죽은듯이 -왜냐하면, 다시말하여, 아닌게아니라, 다름아니라 위 규정에서 ‘한덩어리로 굳어진 것’이란 ‘한 단어처럼 여겨지는 것’ 정도로 이해된다. 아마도 비록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더라도 한 단어나 마찬가지이므로 붙여 쓰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조선말대사전》을 검색해 보면, 위 규정에서 보인 예들 가운데 ‘가슴깊이, 가뭇없이, 영낙없이, 난데없이, 한결같이, 감쪽같이, 더없이, 덧없이, 하염없이’만 사전에 실려 있고, 나머지는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이런 예들은 모두 붙여 쓰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하면, ‘가슴 깊이, 심장 깊이, 가슴 뿌듯이, 가슴 듬뿍, 하늘 높이, 꿈결 같이, 꼼짝 못하게, 쥐 죽은 듯이, 다시 말하여, 아닌 게 아니라, 다름 아니라’ 등은 띄고 나머지는 붙여 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4항의 5)> 이음부사 <및, 또, 또한, 또는> 등이 두개 이상의 단어를 련결할 때에는 그 앞뒤단어를 언제나 띄여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 및 정부대표단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 및 군인들 평양시행정 및 경제지도위원회 화학 및 경공업위원회 -전진, 전진, 투쟁 또 전진 사과와 배 또는 복숭아와 감 솜씨있는데다가 또한 용단도 있다 <한글맞춤법 제45항> 두 말을 이어 주거나 열거할 적에 쓰이는 말들은 띄어 쓴다. 국장 겸 과장 청군 대 백군 이사장 및 이사들 사과, 배 등속 열 내지 스물 책상, 걸상 등이 있다 사과, 배 귤 등등 부산, 광주 등지 위 두 규정을 보면, 두 말을 이어 주거나 열거할 때 쓰이는 ‘및, 또한, 겸, 등’을 띄어 쓰는 데에는 남북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겸, 대, 등, 등등, 등속, 등지’ 등은 부사가 아니라 의존명사라는 점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는 품사를 기준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한글맞춤법>은 품사 기준과 의미 기준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5항> 두개이상의 서로 다른 품사가 하나로 녹아붙어 한마디의 부사와 같이 된 경우는 붙여쓴다. -간밤에, 오는해에7), 지난해에, 지난달에, 이른봄에, 이른아침에, 늦은가을에 -여름날에, 봄날에 -이다음, 요사이, 이해에, 그해에, 이달에, 그날에, 그사이, 그동안 위 규정에 보인 예들은 모두 《조선말대사전》에 실린 단어들이다. 따라서 북에서는 당연히 붙여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는해, 이른봄, 이른아침, 늦은가을’ 등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은 말들이다. 그런데 이 말들은 충분히 단어로서의 자격이 있어 보이므로 남녘에서도 굳이 띄어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8)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16항> 감동사나 느낌을 나타내는 말마디들은 소리와 뜻을 고려하여 따로 띄여쓴다. -아아 아! 아 아아! 아뿔사, 열쇠를 잊었군! -여, 빨리 끝내세, 박동무! 응, 곧 끝내겠네. 좋소! 기다리지. -얼씨구 절씨구 얼싸 둥둥 얼씨구절씨구 얼싸둥둥 ‘감동사’는 ‘감탄사’와 같은 말이다. ‘말하는 이의 본능적인 놀람이나 느낌, 부름, 응답 따위를 나타내는 말의 부류’를 감탄사라고 하는데, 이 말은 문장에서 독립어9)로만 기능한다. 북에서는 독립어를 ‘외딴성분’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용어에서도 드러나듯 감탄사는 다른 말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따로 떨어져서 독립적인 의미와 기능을 나타내므로 띄어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모두 4회에 걸쳐 품사별로 남북의 띄어쓰기 규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았다. 글 곳곳에서 언급하였지만, 남은 단어별로 잘게 띄어 쓰는 방식을 택하였고, 북은 의미를 따져 하나로 묶어 쓸 만한 것은 되도록 붙여 쓰는 방식을 택하였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실제로 세부적인 내용에서도 그와 같은 차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띄어쓰기의 기준을 ‘단어’로 볼 것이냐, ‘의미’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언어 규범은 언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되, 되도록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미’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명확성의 측면에서 약점이 많다. 반면에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분명한 면이 있다. 하지만 남녘의 언중들이라면 누구나 ‘굳이 이렇게까지 띄어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느껴 봤을 만큼 띄어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어’ 기준의 띄어쓰기가 생각만큼 언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우리 겨레의 새로운 띄어쓰기 규범을 만든다면 ‘단어별로 띄어 쓰는 원칙’을 세우되, ‘의미와 기능에 따라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조항 가운데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참고삼아 덧붙인 것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5장 특수한 말, 특수한 어울림에서의 띄여쓰기> 제17항 글의 론리적 련관에 따라 붙여쓰고 띄여쓰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동격어를 받는 단어의 뒤에 온 명사는 띄여쓴다. 신문 <민주조선> 창간 박사 김준석동지 집필원고 작가 리기영선생 창작사업 2) 련달아서 명사들이 토없이 어울릴 때 그 명사들사이를 떼고 붙이는것은 앞에 놓인 단위와의 론리적 련관에 따른다. -우리 당 정책 관철에서 우리 집 문제, 새 전망계획 기간 낡은 사상 잔재, 낡은 사상 독소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 수행 여러가지 광물 생산실적 우리 나라 주재 ○○대사관 -김 아무개 청년을 포함한 대표단성원(대표단성원 전체) 김 아무개 청년을 단장ㅇ으로 하는 대표단 성원(대표단의 한 성원) -새 전쟁 도발책동(새 전쟁) 새 전쟁도발책동(새 책동) 제18항 고유어로 된 차례수사가 규정어로 될때는 그 뒤 단어를 띄여쓴다. -첫째 문제, 둘째 강의, 셋째 주, 넷째 손잡이 이에 준해서 <첫번째, 두번째…> 등도 같이 처리한다. 첫번째 교실 두번째 집 다섯번째 공격 제19항 명사와 토없이 직접 어울린 <너머, 따라, 건너, 걸러>는 붙여쓴다. 산너머 외가집에 갔다. 오늘따라 바람이 세군. 바다건너 먼 대륙에서 왔다. 두달걸러 받았다. 제20항 여러가지 부호 다음에 오는 토는 그 부호뒤에 붙여쓴다. -《가》에서 《ㅏ》가 모음이다. X는 모르는 수이다. -그는 《불이야》라고 웨쳤다. 제21항 학술용어, 전문용어의 띄여쓰기는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대상, 하나의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는 품사소속과 형태에 관계없이 붙여쓰는것을 원칙으로 한다. -난바다, 먼바다, 먼거리수송대, 나도국수나무, 꿩의밥풀, 굳은-넓은잎나무 -나무타르, 변형이음률, 세마치장단, 끝소리법칙, 한곬빠지기현상 2) 규정어, 보어, 상황어로서의 구획이 뚜렷한 대상의 이름은 원칙적으로 그 규정어, 보어, 상황어 단위로 띄여쓴다. -모뜨는 기계, 모내는 기계, 벼베는 기계, 풀베는 기계, 벼가을하는 기계, 강냉이영양단지모 옮겨심는 기계, 짐싣고부리는 기계 -키큰 나무, 키작은 나무, 떨어진 과일, 물얕은 바다 제22항 성구나 속담 등의 띄여쓰기는 다음과 같다. 1) 단어들이 토없이 어울려 이루어진 속담이나 고유어성구는 원칙적으로 붙여쓴다. -곁불맞다, 량다리치기, 식은죽먹기, 수박겉핥기 -이웃사촌, 오누이쌍둥이, 부엉이셈, 토끼잠 -두루미꽁지같다, 선손쓰다, 코떼우다 2) 토가 줄어진 속담이나 성구는 원칙적으로 단어 또는 단어화된것을 단위로 띄여쓴다. -소 닭보듯 고양이 쥐생각하듯 꿩구워먹은 자리 1) 아이를 낳은 뒤에 산모가 처음으로 먹는 국과 밥. 주로 미역국과 흰밥을 먹는다.《표준국어대사전》 2) 녀자가 결혼식을 하는 날에 입는 옷.《조선말대사전》 3) 새해 첫날의 아침, 곧 설날의 아침.《조선말대사전》 4) ‘마수걸이’를 힘주어 이르는 말.《조선말대사전》 5) 관형사는 오직 체언만을 수식하지만, 부사는 용언뿐만 아니라 다른 부사나 체언 또는 문장을 수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둘이 완전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6) 북의 소설에서 ‘아니 되다’를 붙여 쓰는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이것이 북에서 ‘아니 되다’를 붙여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남의 소설에도 규정과 달리 붙여 쓰는 예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7) 올해 다음의 해.《조선말대사전》 8) ‘오는해, 이른봄’은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큰사전》에 실려 있다. 9) 문장의 다른 성분과 밀접한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쓰는 말. 감탄사, 호격 조사가 붙은 명사, 제시어, 대답하는 말, 문장 접속 부사 따위가 이에 속한다. ‘아, 달이 밝다’, ‘주한아, 산에 가자’, ‘청춘, 이것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예, 맞습니다’, ‘날씨가 흐리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는다’에서 ‘아’, ‘주한아’, ‘청춘’, ‘예’, ‘그러나’ 따위이다.《표준국어대사전》 - 네이버 블로그 < 마이콜의 우리말 세상> 마이콜 님의 글 중에서 전재 .... [출처] <남쪽 말 북쪽 말> 남과 북의 띄어쓰기(4)|작성자 마이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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