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말 북쪽 말> 남과 북의 띄어쓰기(2)

2014. 9. 10. 13:18글씨쓰기






       


<남쪽 말 북쪽 말> 남과 북의 띄어쓰기(2)  어문규정자료마당 

2009/04/05 19:30

복사http://blog.naver.com/36hjs/150045513321

전용뷰어 보기

<남쪽 말 북쪽 말>

남과 북의 띄어쓰기(2)

 

이대성(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글쓴이처럼 국어학이나 사전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으레 겪어 봤을 일화가 있다.

 

  잠자리에 들려고 이불을 깔고 있는데 갑자기 서로 소식을 전하지 않은 지 몇 년은 되었을 법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이렇게 오랜만에-그것도 밤늦은 시간에-연락할 때는 대개 안 좋은 일 때문인 경우가 많으므로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도 함께 담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술을 몇 잔 마신 듯하다. 서로 안부를 나눈 후에 친구가 용건을 말한다.

  “친구야, ‘김씨’는 띄어 쓰는 거냐, 붙여 쓰는 거냐?”

  ‘허걱….’

  자기는 띄어 쓰는 거라고 했는데 술친구는 붙여 쓰는 거라고 해서 논쟁이 붙었는데, 틀린 사람이 술값을 내기로 했다며, 제발 띄어 쓰는 거라고 말해 달라며 사정을 한다. 어이가 없지만, 나는 나대로 직업 정신과 사명감(?)을 발휘하여 조근조근 설명해 준다. 이러이러할 때는 띄어 쓰고, 저러저러할 때는 붙여 쓰는 거라고…. 한참을 반쯤 알아듣는 듯한 목소리로 ‘응, 응’ 소리만 내더니 뭐가 그리 복잡하냐면서 투덜거리며 대충 인사하고 전화를 끊는다. 몇 년 만의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다 보면 꼭 부딪히는 문제가 있어서 ‘이럴 때 전문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전화를 건 것이겠지 하며 웃어넘기고 만다.

 

  ‘띄어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문법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도 언제는 띄고, 언제는 붙이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씨’가 그런 예인데, ‘김(金)이라는 성씨 그 자체’를 가리킬 때, 즉 “제 성은 김씨입니다.”라고 할 때에는 붙여 쓰지만, ‘김(金)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호칭어’로 쓰일 때, 즉 “김 씨, 이리 와서 이것 좀 거들어 주게.”라고 할 때에는 띄어 쓴다. ‘김씨’의 ‘씨’는 접미사이지만, ‘김 씨’의 ‘씨’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럼 북녘에서는 어떻게 쓸까? 북녘에서는 접미사는 물론이고 의존명사도 대체로 붙여 쓰므로 모두 붙여 쓰는 것이 맞다.

  이처럼 남북의 띄어쓰기는 곳곳에서 차이가 드러나는 바, 이번 호에서는 명사의 띄어쓰기를 중심으로 그 차이를 알아보기로 한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

  명사들이 토없이 직접 어울린 경우에는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를 단위로 띄여쓴다.

 

  <한글맞춤법>에는 명사들이 죽 이어 나올 때에 어떻게 띄어 쓸 것인가를 따로 규정해 놓지 않았다. 띄어쓰기의 일반 원칙에 따라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규정만 적용될 뿐이다. 즉, ‘국어능력향상’이라는 말이 (사전에 오른) 한 낱말이면 붙여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어 능력 향상’과 같이 모두 띄어 써야 한다. 여기에는 원칙적으로 각 낱말 간의 ‘의미적 긴밀성’ 같은 것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런데 북녘의 띄어쓰기 규범은 비록 (사전에 오르지 않아) 한 낱말로 볼 수는 없지만 함께 쓰인 말들이 의미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마치 한 낱말처럼 인식되는 것들은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그것이 앞에 보인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의 내용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의 세부 조항 가운데 남녘의 띄어쓰기 규범과 차이 나는 부분들만을 뽑아서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 1)의 (1)>

  기관, 부서의 이름과 직무사이가 줄어든 경우에는 그것들을 붙여쓴다.

정무원총리, 도당책임비서, 조직계획처장, 연구실장, 군당조직비서, 인쇄직장장,

상점책임자, 출판사장, 갱구장

 

  ‘조직계획처장’과 ‘연구실장’은 각각 ‘조직계획처 처장’과 ‘연구실 실장’에서 줄어든 말로 보아 붙여 쓴다는 뜻이다. 이는 남녘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위 조항에서 예로 든 ‘정무원총리, 도당책임비서, 군당조직비서, 상점책임자’ 등은 줄어든 말로 볼 수가 없다. ‘정무원총리’는 ‘정무원 원총리’가 줄어든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정무원 총리’를 붙여 쓴 것뿐이다. 그래서 남녘에서 이런 말은 띄어 쓴다. 결국 이 조항은 기관이나 부서의 이름과 직무 이름이 이어 나오면 줄어듦 여부와 관계없이 붙여 쓰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 1)의 (3)>

  앞의 명사가 <부문, 분야, 기관, 담당, 관계, 이상…> 등과 함께 쓰이는 경우에 이 단어들은 앞단뒤에 붙여쓰며 <부문, 분야, 기관, 담당, 관계, 이상…>의 뒤에 오는 단위는 띄여쓴다.

관계부문 일군들         행정경제분야 책임일군들

국가기관 지도일군들   사회과학과목관계 교원들

소대장이상 간부들      체육담당 지도원들

 

  ‘부문, 분야’ 따위의 말은 일반명사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단독으로 잘 쓰이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즉, 의존명사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 말들이다. 다시 말해서, ‘*부문 일꾼들, *분야 책임일꾼들, *이상 간부들’ 같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북녘에서는 ‘부문, 분야’ 따위의 말이 앞말과 어울려 쓰일 때에는 붙여 쓰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대로, 북녘에서 의존명사는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남녘에서 이런 말들은 모두 띄어 쓴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 1)의 (5)>

  명사들이 토없이 련달아 어울리는 경우에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단위별로 띄여쓴다.

우리 나라 사회주의건설 장성속도 시위

우리 당 언어정책 관철정형에 대한 서술

전공지식 습득정형 료해장악과 관련

하루 평균생산실적 부쩍 장성

도내 제철공장 콕스 7천여톤 절약

이웃집 마루방벽에 걸린 그림

15세기중엽 우리 나라 사회경제형편

 

  ‘15세기-중엽-우리-나라-사회-경제-형편’이라는 7개의 명사가 연달아 나올 때, 어떤 기준으로 띄어 쓸 것인가 하는 점을 규정한 것인데, 그 기준을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단위’로 잡은 것이다. 즉, ‘15세기중엽-우리-나라-사회경제형편’과 같이 4개의 단위로 묶어지므로 그렇게 띄어 쓰라는 뜻이다. 이처럼 명사를 죽 이어 쓰는 일은 남녘에서도 흔하다. 그런데 원칙에 따라 각 명사들을 낱낱으로 띄어 쓰려다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임의로 적당히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그러하다면 북녘의 이 규정을 참고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한글맞춤법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ㄱ                            

대한 중학교                   대한중학교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한국대학교 사범대학

 

  위에서 보듯,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단위’를 기준으로 띄어 쓰도록 한 것이 <한글맞춤법>에도 없지는 않다. 다만, 그 대상이 ‘고유명사’에 한한다는 점이 북녘과 다른데, 그 범위를 넓히면 남북 간의 차이는 물론이고, 남녘의 현실적인 고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 1)의 (6)>

  같은 명사끼리 토없이 어울린 경우에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는 붙여쓴다.

사회주의건설  물고기잡이전투  사회주의농촌

강철공업  사회주의농촌건설  국제로동운동

어업로동자  국어교원  단행본편집원

농업근로자  철도로동자

 

  이 조항은 바로 앞에서 다룬 것과 비슷하지만 ‘의미상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사회주의건설’, ‘강철공업’, ‘국제로동운동’, ‘국어교원’ 등은 두 명사가 합쳐져서 하나의 의미를 드러낸다고 보아 붙여 쓰는 것이다. ‘의미상 하나의 개념’으로 묶인다는 것은 비록 사전에는 실리지 않았어도 사실상 한 낱말처럼 여겨진다는 뜻이다. 사전이 모든 낱말을 다 실을 수는 없으므로, 사전에 실리지 않았다고 해서 낱말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주민등록증’은 있고 ‘운전면허증’은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운전면허증’을 ‘주민등록증’과는 달리 ‘운전 면허증’과 같이 띄어 쓰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중들의 언어 감각에서 너무 벗어나기 때문이고, ‘주민등록증’과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의미상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는 말을 붙여 쓰도록 한 것은 읽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남녘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규정이다.

 

<한글맞춤법 제50항>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ㄱ                      

만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중거리 탄도 유도탄  중거리탄도유도탄

 

  <한글맞춤법 해설>(1988)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전문 용어’란, 특정의 학술 용어나 기술 용어를 말하는데, 대개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하나의 의미 단위에 대응하는 말, 곧 합성어의 성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붙여 쓸 만한 것이지만, 그 의미 파악이 쉽도록 하기 위하여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편의상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의미상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는 것’을 붙여 쓸 수 있도록 한 점에서는 남북이 다르지 않되, 남녘에서는 전문용어에 한정되어 이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2항 3)의 (3)>

  (고유한 명칭의 앞뒤에) 칭호, 직명 등이 뒤에 올적에는 그것을 앞에 붙인다.

김철수동지  옥희아주머니  리수복영웅  성희누나

조창길부장  순철로인  김춘식박사  김일순선생님

한일권대의원선생  김철이박사선생

  그러나 뒤에 오는 칭호나 직명을 붙여씀으로써 달리 리해될수 있는 경우에는 띄여쓸수 있다.

김철 부부장, 장욱 총국장

 

<한글맞춤법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

김양수(金良洙)  서화담(徐花潭)

채영신 씨         최치원 선생

박동식 박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

  다만,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남궁억/남궁 억   독고준/독고 준

황보지봉(皇甫芝峰)/황보지봉

 

  북녘에서는 호칭어나 관직명을 이름과 붙여 쓰지만, 남녘에서는 띄어 쓴다. 다만, 북녘에서도 붙여 쓰는 것이 오히려 이해에 방해가 될 때에는 띄어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김철부부장’으로 쓰게 되면 ‘김철부 부장’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띄어 쓰라는 뜻이다. 대상은 다르지만, 남녘에서도 ‘남궁억’으로 쓰면 ‘남씨’인지 ‘남궁씨’인지 분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남궁 억’과 같이 띄어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남북의 이런 규정들은 ‘띄어쓰기’의 목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읽고 이해하는 데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띄어쓰기’의 목적이므로, 비록 원칙에서 벗어나더라도 그것이 ‘띄어쓰기’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언제든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개방성을 남북이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남북 간에 어문 규범의 통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이런 태도를 견지한다면 훨씬 전향적인 대안들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

 

<한글맞춤법 제44항>

  수를 적을 적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

 

<조선말규범집 띄여쓰기 제5항 2)>

  수사를 우리 글자로만 적거나 아라비아수자에 <백, 천, 만, 억, 조> 등의 단위를 우리 글자와 섞어 적을 때에는 그것을 단위로 하여 띄여쓴다.

-구십삼억 칠천 이백 오십팔만 륙천 삼백 륙십오

-3만 5천 6백 25

-십삼점 이오(13.25)

-삼과 이분의 일(3½)

 

  북녘에서는 십진법에 따라 띄어 쓰도록 하고 있으며, 남녘에서도 과거에는 이와 같이 적었다. 그런데 1988년에 <한글맞춤법>을 개정하면서, 그렇게 적으면 너무 작게 갈라놓게 되어 오히려 의미 파악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만 단위로 띄어 쓰도록 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직관에 비추어 보더라도 남녘의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때마침 지난 10월에 개성에서 열린 ‘제15차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의 방식을 따르되, ‘백, 천’ 단위를 붙여 쓰는 문제는 좀 더 논의해 보기로 하였다.

 

지난 호와 이번 호에 걸쳐서 명사류의 띄어쓰기를 알아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동사와 형용사의 띄어쓰기를 살펴볼 예정이다.



출처] <남쪽 말 북쪽 말> 남과 북의 띄어쓰기(2)|작성자 마이콜





       - 네이버 블로그 < 마이콜의 우리말 세상>  마이콜 님의 글 중에서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