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유람단 실학자 안종수의 농정신편(農政新編)

2014. 10. 8. 01:24차 이야기






       신사유람단 실학자 안종수의 농정신편(農政新編) - 차의 세계 오병훈 / 삽화를 곁들인 한국 최초의 다서(茶書)   역사민족(국학한류)  

2014/03/30 10:41

http://blog.naver.com/huntkims/12021044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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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 ‘차의세계’ 2014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81년에 이미 차에 대한 내용을 안종수라는 젊은 실학자가 썼다는 놀라운 정보를 담고 있네요.

차나무의 재배와 거두기, 찌는 법, 포장, 차 우리기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차에 관한 자료가 부족한 때 귀중한 정보이기에 전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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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차학 고전, 《농정신편(農政新編)》

 

 

삽화를 곁들인 한국 최초의 茶書

 

 

원저 : 安 宗 洙

역주 : 吳 秉 勳 (한국약선차연구회 대표)

 

​1. 《농정신편(農政新編)》 해제

 

 

1)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행

《농정신편(農政新編)》은 실학자 안종수(安宗洙 1859~1896)가 1885년에 출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농업서적이다.

안종수는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앞선 농업기술에 대해 놀랐고 여러 가지 농학서적이 있다는 것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는 1881년 4월 10일부터 7월 2일까지 4개월간 일본 여러 지역을 여행하였다.

그가 일본을 가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실제 국가에서 보낸 통상사절단이었지만 신사유람단이라는 이름으로 갔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의 관광객처럼 행동해야 했다. 사절단 대표는 박정양, 홍영식, 어윤중 등 12명이었는데, 이들 조사단원 밑에는 수행원 2명과 통역 1명, 하인 1명 등 5명씩 팀별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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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원 중 조병직(趙秉稷)은 일본의 세무 관계를 알아보는 역할을 담당했다. 조병직의 수행원으로 진사 안종수가 참여하였다. 안종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그는 광주(廣州) 안씨로 대외 통상외교를 담당하는 부서인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通理交涉通商事務衙門)에서 주사로 일한 적이 있다.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가담하지 않았으면서도 잔당으로 몰려 충청도 해미의 마도(馬島)에 유배되었다. 갑오경장으로 9년만에 풀려나 나주참사로 봉직했으나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 친일분자로 몰려 성난 군중에게 맞아 죽었다.

안종수는 높은 관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생각이 진취적이었고 청과 일본의 앞선 문물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2) 현대적인 농업서적을 얻고

안종수가 일본에 갔을 때 당대의 대표적인 농학자인 츠다센(津田仙 1837~1908)을 만났다. 그가 쓴 《농업삼사(農業三事)》를 보고 큰 영향을 받았다. 그 책은 구미의 현대적인 농업기술을 기초로 한 책이었다. 그리고 네덜란드 농학자 호이브렌크(荷衣白蓮 Daniel Hooibrenk)의 책도 얻을 수 있었다. 츠다는 화란어에 능통했고 영어 소통에도 문제가 없어 미국과 구미에서 연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난(蘭) 전문가였으며 일본에 ‘농학사(農學社)’라는 농업학교를 열어 젊은이들을 교육했고 농업잡지도 발행한 선구자적 지식인이었다.

안종수는 일본에서 여러 가지 농업 서적을 가지고 돌아온 즉시 새로운 농서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로 학문적으로 가장 호기심이 왕성한 때였다. 그가 《농정신편》의 원고를 탈고한 때가 1881년 12월이니 거의 5개월이 걸려 집필을 한 셈이다. 그 후 4년이 지난 1985년 광인사(廣印社)에서 4권 4책으로 초판 400부를 출간했다.

초판본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20여 면의 목판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 책이 간행되자, 정부에서 널리 유포하여 농업을 근대화하는데 참고하도록 했다. 그 후 20년이 지난 1905년 박문사(博文社)에서 4권 1책으로 된 재판본을 냈으나 삽화가 빠지고 말았다. 그 후 1931년 조선총독부에서 한글 번역본 《농정신편》 단권을 간행하여 전국에 배포했다.

 

 

 

3) 《농정신편》의 구성과 체제

저자 안종수는 농정신편을 저술하면서 세 가지 농서를 참고로 하였다. 일본 사토가(佐藤家)의 농서와, 중국의 호명추(胡秉樞)가 편찬한 《다무첨재(茶務僉載)》, 츠다의 《농업삼사(農業三事)》가 그것이다.

초판본을 통해 책의 구성을 보면, 원(元), 형(亨), 이(利), 정(貞) 4권 4책으로 구성돼 있다. 권1 원에서는 확대경으로 본 벼, 보리의 꽃과 온도계, 농기구 같은 삽화가 들어 있다. 또 흙의 종류와 초목의 성질, 식물생리, 배수(排水) 등 토지의 이용에 관한 설명을 실었다. 또 작물의 배양과 증식, 토지의 휴경법(休耕法)과 연작(連作) 등에 관한 내용도 볼 수 있다.

권2 형은 분저법(糞苴法)과 분배법(糞培法)에서 각종 비료 제조법과 효능을 설명하였다. 비료의 종류로 인분과 가축분, 식물성 비료, 동물성 비료와 유기질비료를 꼽았다.

권3 이에서는 식물의 뿌리, 줄기, 껍질, 꽃, 열매 부위별로 자세히 설명했다. 말하자면 현대의 생물학에서 다룰만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권4 정에서는 곡류와 화훼의 열매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농정신편》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차와 차 재배법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차에 관한 내용은 차의 종류와 차를 만드는 법, 차를 끓이는 법은 물론 차나무의 종자 발아에서 물주기. 거름주기 같은 가꾸기와, 찻잎 수확, 가공과 포장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는 제3권 잎작물에 넣으면서 호병추가 저술한 《다무첨재》를 일본인 죽첩광흥이 일어로 번역한 것을 안정수가 초록하여 자신의 책에 삽입하였다.

이 책 초판본에는 차에 관한 귀중한 삽화 15매가 들어 있다. 차를 거둘 때 쓰는 대로 만든 바구니와 차를 말리는 크고 작은 소쿠리가 있다. 차를 찌는 아궁이와 홍차를 만드는 무쇠 솥, 그리고 녹차솥이 보인다. 중국인의 차 볶는 모습을 그린 삽화도 눈길을 끈다. 다서(茶書)의 삽화로는 이 책이 한국 최초라고 할 수 있다.

 

2. 《농정신편(農政新編)》에 들어 있는 차 관련 내용

 

1) 차의 종류와 재배법

차(茶)는 아주 유익한 식물자원이다. 일찍 딴 싹을 다(茶)라 하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 한다. 아직 찻잎이 채 피지 않은 것은 따 만다(挽茶)를 만들어 점다(點茶)¹에 쓰고, 찻잎이 이미 핀 것은 전다(煎茶) 용으로  한다.

우전차(雨煎茶)와 우후차(雨後茶)가 있는데 곡우(穀雨) 전후에 딴 차를 말한다. 청명(淸明) 전에 딴 차가 상등품이다. 되도록 일찍 잎을 따면 상등품이 되고 늦을수록 하품이 된다. 노명(老茗)과 만명(晩茗)은 잎이 활짝 핀 하품이다.

수동차(水㨂茶)와 녹색차(鹿色茶 綠茶)²가 있는데 수동차는 우수 전에 딴 것이고 녹색차는 빛깔이 선명하고 고우며 싹이 가늘고 작다. 곧 우전차를 말하는데 싹이 펴지기 전에 딴 것이어서 질이 매우 좋다.

차를 재배하는 토질이 너무 따뜻한 곳이면 향은 강하지만 맛이 좋지 않다. 반대로 너무 추운 곳에서는 맛은 좋지만 향기가 약하다. 좋은 차를 생산하려면 구비(廐肥)³나 인분(人糞)을 주어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한다. 차나무는 반 그늘진 곳으로 북풍이 상쾌하게 불어오며 경사지고 물빠짐이 잘 되는 곳을 좋아하는 성질이고 습한 골짜기 땅을 싫어한다.

음력 9월 하순에 열매를 따 그늘에서 약간 말리면 껍질이 벌어져 씨가 드러난다, 이것을 거적으로 싸 땅에 묻어두고 풀이나 짚을 덮어 얼지 않도록 한다. 가끔 쌀뜨물이나 따뜻한 물을 뿌려준다. 정월 하순에서 춘분 때가 되면 씨의 배꼽에서 촉이 돋아난다. 차나무는 옮겨 심는 것을 싫어하므로 씨를 본 밭에 바로 심는다. 적토, 흑토나 모래, 자갈이 섞인 흙이라도 상관없이 길이 60㎝(2자), 너비 80㎝(2자 6~7치) 정도의 골을 파고 그 밑에 기와조각을 깐다. 기름진 흙 20ton(噸), 참깻묵, 멸치가루⁴, 쌀겨 각 160ℓ(8말)을 흙에 섞어 골에 채우고 눈이 나온 차 종자를 30여 개씩 나누어 줄지어 심는다.

골의 거리는 45~50㎝(3자 5~6치) 되게 하고 소변을 뿌린 재를 흙과 섞어 1치 정도 덮고 그 위에 쌀겨를 10㎝(3치) 가량 덮는다. 까치나 꿩 같은 새들은 찻싹을 좋아하므로 장대를 세우고 그물을 쳐 쪼아 먹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때때로 쌀뜨물이나 물을 주어 마르지 않게 한다.

첫해와 다음해에는 특별한 손질이 필요 없다. 3년째 되는 해 이른봄 뿌리 근처의 흙을 갈아준다. 거름(糞汁)을 뿌려주고 가장 길게 웃자란 가지를 잘라준다. 차나무는 가지가 짧고 옆으로 많이 벌어져야 수확량이 많다. 또 비옥한 곳으로 물이 없는 곳에 차나무를 심으면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차나무를 잘 가꾸려면 부지런히 잡초를 뽑아주고 뿌리 근처를 깊이 갈아 구비, 인분, 마분을 덮어주며 마른 가지나 거미줄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또 겨울이면 거름을 충분히 묻어주고 춘분에 덧거름(盛養水)을 뿌려주면 빛깔이 곱고 향과 맛이 짙은 차를 얻을 수 있다.

9월 하순에 댓가지로 시렁을 만들고 위에 거적을 덮어 서리와 눈을 가려준다. 겨울에 눈과 서리를 가려주지 않으면 추위에 싹이 얼어 하품이 되고 만다. 잎을 따기 한 달 전에 물거름(水糞)을 잎에 뿌려 주는 것을 색부분(色附糞)이라 하는데 효과가 좋다. 대체로 오래 묵은 그루터기에서 상품의 차가 나온다. 20~30년 이하의 나무는 겨울에 숙분(熟糞)을 뿌리 근처에 듬뿍 주고 2월 8일에 흙은 북돋아 준다. 이렇게 하면 차맛이 좋아지고 향기도 짙어진다.

 

2) 차 만드는 법

만다 제조법은 찻잎을 쪄서 만드는 법(蒸製)과 삶아 만드는 법(煮製)이 있다. 쪄서 만들 때는 아주 어린 찻잎을 쓰고, 삶아서 가공할 때는 조금 센 것으로 만든다. 찌는 법은 큰 가마솥에 물을 6할 정도 붓고 짚으로 가마솥 주둥이를 돌려 감고 그 위에 찻잎을 담은 시루를 얹는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물이 끓어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 시루의 찻잎이 익는다. 젓가락을 휘저어 보아 달라붙으면 적당하게 숨이 죽은 것이다. 너무 찌거나 덜 찌면 안 된다. 적당하게 쪄낸 것은 댓자리에 펴서 식히고 센 불의 건조기에서 잠깐 동안 말린다.

 

​건조기는 두꺼운 종이 두 장을 풀로 붙인 상자이다. 화로의 깊이는 55㎝(1자 8치)로 하고 밑바닥에 재를 10㎝(3~4치) 정도 깐다. 그 위에 숯불 12~15㎝(4~5치)를 깔고 짚을 덮어 태운다. 화로 위에 대자리를 깔고 건조기를 올려놓는다. 찻잎을 건조기에 펼쳐 말린다.

두 갈래 대젓가락으로 잎이 꺾이지 않도록 가볍게 저어준다. 대젓가락의 길이는 36㎝(1자 2치)로 반을 구부려 18㎝(6치)가 되게 하고 끝을 묶어 약간 벌어지게 한다. 그 다음에는 약한 불 건조기에 옮긴다. 약한 불은 손으로 만져 보아 약간의 온기가 남이 있으면 된다.

​센불건조기는 손으로 만지면 너무 뜨거워 잠시도 견딜 수 없는 온도이다. 대젓가락으로 온기가 없을 때까지 저어가면서 말린다. 성근 어레미로 쳐서 잎을 골라낸다. 잎이 가장 가는 것이 상품이고 375g(10돈 錢) 분량으로 포장한다. 그 다음 2등품, 3등품도 골라낸다.

찻잎을 삶는 법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찻잎 2㎏(반 냥)을 뜨거운 물에 넣는다. 가마솥 안에서 젓가락으로 잎을 저어 달라붙지 않으면 적당히 데쳐진 것이다. 이것을 깨끗한 찬물에 넣어 식힌다. 물기가 약간 마른 다음에는 약한 불과 센불건조기에서 불에 쬐어 말린다. 말리는 방법은 찌는 법과 같다.

차를 찔 때 찻잎이 병든 것처럼 누렇게 된 것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차나무가 지나치게 무성하면 각종 병이 생기는데 맛이 쓰거나 떫은맛이 있으면 끓는 물에 석회즙(石灰汁)을 조금 탄다. 또 향기가 좋지 못할 때에는 올볏짚잿물(早稻藁灰汁)을 섞는다. 찻잎의 색이 선명하지 않을 때는 굴껍질잿물즙(牧礪殼灰汁)을 섞으면 색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3) 전차(煎茶)와 당차(唐茶)

(1) 전차(煎茶) 만드는 법

찻잎을 먼저 상품과 하품으로 나눈다. 삶는 것처럼 하여 맑은 물에 식히고 돗자리에 펴서 볕에 말린다. 물기가 어느 정도 가시면 센불건조기에 쬐어 말린다. 말린 차는 어레미로 쳐서 부스러기를 골라내면 상등품이 된다. 중품과 하품은 잿물을 탄 물에 삶아 돗자리에 널어 말린다. 22.5㎏(60돈) 씩 마대나 종이 부대에 담아 포장한다.

 

 

(2) 당차(唐茶) 만드는 법

만차 만드는 법과 같다. 다만 아궁이의 모양이 앞은 낮고 뒤는 높게 해서 솥을 기울게 건다. 미지근한 불로 솥을 데우고 찻잎을 넣어 뒤집어가며 말린다. 손으로 저어 찻잎의 숨이 죽으면 왕골돗자리로 옮겨 부서지지 않도록 널어 말린다. 잘 말린 것을 다시 솥에 넣어 7~8번까지 반복하는데 너무 부서지면 4~5번만 한다. 미지근한 불에서 여러번 찻잎을 말려주기 때문에 향이 짙어지고 맛이 좋아져 1등품이 된다.

 

(3) 기타

그 외에도 동백나무(山茶), 구기자(拘杞), 오가피(五加皮), 뽕나무(桑), 닥나무(楮) 싹도 찌거나 삶아서 차를 만들면 좋다. 말려두고 묵나물로 하면 흉년에 굶주림을 덜게 한다.

 

 

(4) 차 수확기

높은 산이나 큰 고개, 깊은 계곡의 비교적 높은 지대에 차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차는 안개와 이슬이 많이 내릴수록 맛과 향이 진해진다. 차나무는 토심이 깊을수록 왕성하게 자라며 잎이 두껍고 넓다. 산에서 저절로 자란 차나무에서 딴 것을 극상품으로 치는데 높은 산과 험준한 고개에서 어렵게 딴 것을 암차(巖茶)라 하여 귀하게 여긴다.

찻잎은 새벽이슬이 마르기 전에 따는 것이 좋다. 안개와 이슬을 머금고 땅의 기운이 위로 솟아오를 때 잎의 성분도 충분히 배어 있다. 그 때문에 맛이 진하고 향이 강렬해 진다. 찻잎이 반쯤 말려 있고 반쯤 피어 있을 때가 차를 따는 적기이다. 뾰족한 싹 하나에 잎 하나가 붙은 것을 말한다. 찻잎 뒷면에 흰 털이 있고 잎 속이 비취처럼 투명한 것이 좋은 차이다. 반은 말려있고 반은 펴진 것을 따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혈기 왕성한 젊은이와 같기 때문이다.

찻잎은 한 해에 세 번 자란다. 처음에는 곡우 때이고 다음은 매실이 익(黃梅)을 무렵이며 마지막은 벼꽃(稻花)이 필 때 찻잎을 거둔다. 첫 수확기에 잎을 많이 따면 안 된다. 다음 잎이 자라는데 지장이 있다. 두 번째 수확도 마찬가지다.

 

 

3) 녹차(綠茶) 만드는 법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미지근한 불에서 쉬지 않고 손을 놀려 뒤집기를 하면서 볶아 숨을 죽인다. 찻잎을 볶는 동안 익어서 한 덩어리가 될 때 쯤 다른 솥에 옮긴다. 이 솥도 미지근할 정도의 온도가 되어야 한다. 이미 한 덩어리가 된 것을 떼어내면서 저어 다 마르면 앞의 솥으로 다시 옮겨 말린다.

잎이 어느 정도 마른 것을 모차(毛茶)라 한다. 크기가 다른 어래미 12개로 치는데 처음에는 굵은 채로 가지와 줄기를 골라낸다. 그 다음에 2호 어래미로 먼저 친 것을 다시 쳐서 다음 그릇에 담는다. 이것을 두사모차(頭篩毛茶)라 한다. 3호 어레미로 같은 방법으로 친다. 이렇게 하여 12등급으로 나누고 풍차(風車)⁵에 넣어 바람으로 미세한 가루를 날려보낸다. 다시 솥에서 볶아 완전히 말린다.

첫 번째 볶는 작업을 광을 낸다고 하여 마광(磨光)이라 하고 두 번째를 색을 낸다고 하여 작색(作色)이라 한다. 세 번째 볶는 것을 복화(復火)라 한다. 볶아낸 찻잎의 색깔에 차이가 없으면 다 된 것이다. 상자에 담거나 봉투에 담아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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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점다(點茶), 녹차잎을 곱게 갈아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시는 차이다.

2 녹색차(鹿色茶), 중국과 일본에서는 녹차(綠茶)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슴 녹(鹿)자를 써서 녹차(鹿茶)라고 했다.

3 구비(廐肥), 외양간에서 쳐낸 짚이나 풀이 섞인 배설물을 모아 썩힌 거름이다.

4 멸치가루,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거름으로 쓰면 토양의 염분농도가 짙어질 수 있다.

5 풍차(風車), 커다란 바람개비가 있어 위에서 곡식을 부어 바람으로 까끄라기를 날려 보내는 농기구이다.

 

그림설명

1 광인사 간행의 《농정신편》 속표지에는 이시우(李時宇)의 제찬이 표기돼 있다.

2 서문 첫머리에 국립중앙도서관 장서인이 찍혀있는 《농정신편》.



3 왼쪽에 '차는 아주 유익한 식물자원'이라고 시작하는 차 관계 글이 보인다. 원문은 모두 7쪽에 걸쳐 많은 정보가 기술돼 있는 차학 관계 자료이다.

4 겨울에는 차나무 그루터기에 짚이나 거적을 덮어 보온해 주어야 한다고 적었다. 차나무 재배법과 함께 여러 가지 차 만드는 법을 소개하였다.

5 차나무 가꾸는 법과 차 가공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6 농정신편에는 한국 최초로 차도구에 관한 삽화가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차를 덖는 부뚜막과 말리는 채반, 솥 등을 소개하였다.

7 화로 위에 얹어서 찻잎을 건조시키는 바구니와 골라내는 얼레미 그림이다.

8 녹차나 홍차를 가는 연앙기(硏盎機)이다. 차를 갈 때 할석재를 섞으면 누런 찻색이 파랗게 살아난다.


9 중국인들이 무쇠 솥에서 차를 덖고 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솥에서 동시에 찻잎을 볶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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