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 벽화로 배워보는 고구려의 천문

2013. 6. 1. 02:12우리 역사 바로알기

 

 

 

벽화로 배워보는 고구려의 천문관측

고분벽화를 통해 당대 최고 수준이었던 고구려의 독자적이고 독특한 천문관측술을 살펴볼 수 있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 아닌 독자적인 나라임을 보여주는 흔적 중 하나가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속에 나타난 하늘의 모습이다.

4∼7세기 사이에 추정되는 고구려 고분벽화 103기 가운데 무려 24기에서 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위·진·남북조, 수·당시대 700년동안 86기의 벽화고분이 있는데 이중 16기에만 별 그림이 있다. 이 것은 같은 시기 중국의 그 것들과 비교해 봤을 때 수적으로나 내용면에 모두 우수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고구려만의 독자적인 천문체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천문벽화로 평안남도 남포시 덕흥리 고분을 들 수 있다. 덕흥리 고분의 주인은 유주자사(도지사)라는 벼슬을 지낸 진이라는 사람으로 그는 영락 18년(408년)에 숨졌고, 여기서 영락은 광개토대왕 시절의 고구려의 연호이다. 따라서 진이란 사람은 그 당시 요동지방의 장관인 셈이다.

 

동쪽과 서쪽에 있는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는 고대 중국의 천문자료에는 전혀 없으며 특히, 카시오페이아의 경우 중국에서는 3개의 별자리로 분리해 인식해 왔었다. 따라서 당시 고구려는 중국 전통 별자리와 전혀 다른 독자적인 천문학적 기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 고분벽화의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는 삼국시대 이전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영일군 신흥리의 오줌바위에서도 같은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별자리가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고구려의 벽화에서 나타나는 카시오페이아는 바로 선대 한민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고구려가 한민족의 나라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북벽의 북두칠성에서 둥근 원으로 그려진 별의 크기가 서로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개 가운데 4번째 별이 3.31 등급으로 가장 작고 어둡게 그려져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 같은 별자리는 모두 같게 그린다.

고구려인들은 당시 별자리의 방위까지 고려하여 입구 쪽 남벽에는 은하수가 흐르고 견우와 직녀가 강을 마주보고 있다. 무덤의 북쪽 벽에는 토성과 북두칠성(北斗七星), 남에는 남두육성(南斗六星;궁수자리), 동에는 심방육성((心房六星; 전갈자리), 서에는 삼벌육성(參伐六星 ;오리온자리), 중앙에는 북극삼성(작은곰자리)을 그려놨고 꼬리 부분에는 8번째 별인 '보성(輔星)'이 자리잡고 있다. 보성은 아랍권에서 '알코르(Alcor)'라고 불리는 별이다. 북두는 인간의 사후세계를 수호하는 별자리이며 남두는 인간의 무병장수를 주관한다. 이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영원으로 지속되기를 바라는 고구려인의 우주관이 반영된 것이다. 이 중에서도 북두칠성이 가장 강조돼 있는 점은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생각하여 가장 강조한 중국과 전혀 다른 점이다. 덕흥리고분보다 160년 후에 만들어진 중국 남북조 시대(북제)의 '도귀'라는 이의 묘(571년)에서 발견된 북두칠성과 남두육성도 북, 남의 방위를 나타내고 있는데 고구려의 별자리가 중국으로 전승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 해 7월 1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북한과 중국에 있는 고구려의 유산이 각각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분 중 중국에 있는 씨름무덤, 춤무덤, 사신무덤(통구사신총), 다섯무덤 4·5호 등에는 일직선 형태의 북극3성좌( 북극성을 표시하기 위해 이웃하는 별자리를 연결시켜놓은 것) 로 그려져 있다. 참고로 중국은 5성좌나 4성좌로 그려져 있다. 북한 평양에 있는 진파리 4호 고분에는 28수 별자리를 완벽하게 그려놓은 금박천문도는 동아시아의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