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 16:10ㆍ별 이야기
1. 각수(角宿)
28수(宿) 중에서 제일 첫 번째 별자리는 각수(角宿)이다. 각수는 목기운(木氣運)을 맡아 다스리는 동방청룡 7수(宿)에 속하며, 청룡의 뿔에 해당한다. 각(角)은 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각수는 땅 밖으로 나온 초목이 뿔처럼 갈라지는 시기인 춘분(春分 : 3월경)에 동쪽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별자리라고 하여 봄을 상징한다.
각수는 우주 만물이 조화를 이루게 하고, 임금의 위엄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세상에서 임금을 잘 보필하여 천하를 평정하였던 등우(鄧禹)신명이 관장하고 있다.
『홍연진결(洪煙眞訣)』01에 따르면 하늘의 현상이 땅에 사는 사람살이에 영향을 준다고 믿어 땅에 별자리를 대응해 놓았는데 우리나라 땅에서 각수는 전라남도 지역인 곡성군의 옥과면과 전라북도 지역인 진안ㆍ순창ㆍ임실ㆍ전주ㆍ담양ㆍ김제, 정읍군의 태인면ㆍ고부면, 그리고 고창군의 흥덕면에 해당한다고 한다.
수(宿)에서 대표적인 가장 밝은 별을 거성(距星)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각수(角宿)의 거성을 각성(角星)이라고 한다.
『천문류초(天文類抄)』02에 따르면 각수에 딸린 10개의 별 중에 각성은 우각(右角)과 좌각(左角)으로 나뉘는데, 우각은 장수를 의미하므로 병졸들을 주관하는 별로 삼고 있다. 좌각은 송사를 관장하는 재판관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형벌을 주관한다. 이 좌각성과 우각성 사이로 해와 행성이 지나다니며, 우각성 위로 달이 지나 다닌다. 그리고 우각과 좌각 사이에 있는 별을 평도(平道)라고 하는데 이것은 천자가 다니는 사통팔달(四通八達 : 도로나 교통망, 통신망 따위가 이리저리 사방으로 통함)의 큰 길을 뜻한다. 평도가 밝고 바르게 있으면 길하고, 움직이고 흔들리면 임금의 행차에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여겼다.
천문(天門)은 천자(天子)가 사는 대궐의 문으로 조공을 받고 사신을 접대하는 곳을 의미한다. 남문(南門)은 천자가 사는 대궐의 바깥문이 되니 주로 궁궐을 지키는 병사에 해당하는데 객성(客星)이 나타나면 변방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전한다.
천전(天田)은 백성의 운을 주관하는 별로, 천자의 직할지역[京畿]인 수도권내의 영토를 주관한다. 이곳에 금성이 머무르면 병란(兵亂)이 있게 되고, 화성이 머무르면 가뭄이 들게 되며, 수성이 머무르면 장마가 들게 된다고 한다.
진현(進賢)은 정승 등 고위관리가 뛰어난 인재를 천거하는 것으로 이 별이 밝으면 현명한 사람이 벼슬자리에 있게 되고 어두우면 현명한 인재가 재야에 묻혀 있게 된다고 한다. 『보천가(步天歌)』03에는 이 별을 평도(平道)의 오른쪽 끝에 홀로 있는 연못과도 같다고 표현을 하였다.
주정(周鼎)은 주나라의 솥이란 뜻을 가진 별로 이것이 보이지 않거나 옮겨져 있으면 국가가 안녕치 못하다고 한다. 주나라의 솥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중국 우(禹)임금이 치수작업을 하기 위해 9주를 돌아다니며 만났던 흉악한 동물들과 귀신의 모습이 담긴 솥을 만들었다. 백성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그 솥은 후에 왕권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면서 각 나라에서 서로 탐내어 빼앗다가 사라졌다고 전한다.
평(平)은 천하의 법과 옥에 대한 일을 평등하게 베푸는 것으로 형벌을 맡아 주관한다. 고루(庫樓)는 일명 천고(天庫)라고도 하는데, 전차(戰車) 또는 병사의 무기를 보관하는 곳이다. 주(柱)ㆍ형(衡)은 병사가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뜻하여 이 별이 평상시보다 밝거나 움직이고 흔들리면 병란이 사방에서 일어날 것이고, 보이지 않으면 왕의 자리가 비게 될 것이라고 『천문류초』에 기록되어 있다.
서양에서 각수는 12황도궁 중에 천칭자리에 해당한다. 각수 중에서 수거성(宿距星)인 각성은 처녀자리(Virgo)의 α별 ‘스피카(Spica)’와 위치를 비교할 수 있다. 이 별은 동ㆍ서양에서 봄이 왔음을 알려 주는 대표적인 별이다. ‘스피카’는 ‘이삭’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처녀가 이삭을 들고 있는 처녀자리의 이삭부분에 속한다. 지구에서의 거리가 220광년인데도 밝기가 1등성인 스피카(밝기 안시등급 : 0.98등급, 절대 등급 : -3.55등급)04를 제외하면 처녀자리의 모습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이 별자리가 차지하는 영역은 하늘에서 두 번째로 크다. 특히 스피카는 표면온도가 2만도가 넘는 초고온도의 별이기 때문에 청백색으로 밝게 빛나며 실제 밝기가 태양(밝기 안시등급 : -26등급, 절대등급 : 4.79등급)의 1만 배 이상이다.
처녀자리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문명 초기부터 풍년과 수확을 다스리는 여성의 모습으로 상징되어 왔다. 그러다 바빌로니아05에서 탄생된 황도12궁이 그리스로 전승되어서는 다음과 같이 신화적으로 땅의 여신인 데메테르(Demeter)의 딸 페르세포네(Persephone)로 전해졌다.06 풍작의 여신인 페르세포네(Persephone)는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Hades)에게 납치되어 저승의 여왕이 되었다. 데메테르는 딸을 보지 못하는 슬픔을 제우스에게 간청하여 페르세포네가 일 년의 반(가을, 겨울)은 저승에서, 나머지 반(봄, 여름)은 지상에서 살 수 있게 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 신화를 통해 사계절이 탄생하였다고 본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별자리 운세’는 기원전 5세기에 바빌로니아에서 출생 시를 근거로 작성한 천궁도(天宮圖)07가 나타난 이후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점술에 따르면 양력 8월 23일∼9월 22일 기간에 태어난 사람을 처녀자리 태생이라고 하는데 세차운동 때문에 실제 태양이 처녀자리를 지나는 때는 9월 16일∼10월 30일 사이이다. 고대에는 태양을 가장 중요시 여겼기에 이때 태어난 사람은 태양의 영향과 해당 별자리의 영향을 합친 성품과 운명을 지녔다고 믿어왔다. 처녀자리에 해당하는 사람은 주로 연구가 타입으로 높은 지성과 교양의 소유자로 선악에 대한 비판력이 강한 소유자라고 한다.
이렇듯 동양에서는 하늘을 인간세계의 축소판으로 보았다. 천상에 임금이 있고 신하가 있으며 백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궁궐과 심지어 부엌에서 쓰는 솥까지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이 하늘에 있는 별자리로 배열되어 지상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그 영향이 미친다고 보았다. 서양에서는 바빌론에서 탄생된 황도 12궁이 그리스로 건너가 구전으로 남아 있던 민간전승과 결합되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 신화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일정한 시각에서의 천체의 위치나 배치에 따라 개인의 운세를 점쳐 왔다.
01 화담 서경덕 선생이 짓고 토정 이지함 선생이 수정한 고대 천문, 기문, 둔갑술에 대한 서적.
02 조선초기의 천문학자로 세종의 명에 따라 이순지(李純之, 1406∼1465(세조11))가 편찬한 천문학 서적. (이순지 원저, 김수길ㆍ윤상철 역, 『天文類抄』, 천유학당, 2006.)
03 보천가 또는 구법보천가(舊法步天歌)라고 한다. ‘별자리와 별자리의 사이를 걸어가듯이 길이를 재는 노래’라는 뜻으로, 당(唐)나라의 왕희명(王希明)이 지은 칠언의 시결(詩訣)로 되어 있다.
04 안시등급: 지구에서 눈으로 보이는 별의 밝기를 그대로 나타낸 등급.
절대등급: 별을 어느 일정거리에 가져온 것으로 가정하고 별의 밝기를 나타낸 등급.
05 고대 바빌로니아의 수도가 바빌론이며, 바빌론은 아카드어로 Babilu(신의 문)라는 뜻을 지닌다.
06 지오프리 코넬리우스ㆍ폴데버루, 『별들의 비밀』, 문학동네, 1999, pp.88∼89.
07 각 별자리의 위치와 12행성의 경도 및 위도를 측정한 천구의 모습.
각수의 배당지역
각수에 딸린 별들의 위치
처녀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