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1. 17:05ㆍ차 이야기
내 마음의 차노래: 한재 이목선생의 다부(茶賦) 차 문화
한재 이목(寒齋 李穆: 1471-1498))선생은 연산군때 우리나라 최초의 사화인 무오사화로 인해 돌아가신 조선시대 초기의 참 선비이자, 다인입니다.
우리나라 차역사에서 중요한 건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차노래인 '다부(茶賦)'를 지으신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점필재 김종직선생의 제자로서 수학시절, 그리고, 전주 이씨 시중공파인 집안에서 차를 즐긴 사유로 인해 평상시에 차를 즐기셨던 것 같고, 중국유학을 갔다온 후 차에 관한 노래인 다부를 지었던 것 같습니다.
스물여덟에 돌아가셨기에 여러모로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쓰신 다부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차의 고전이 되고 있습니다.
고사성어나 옛 인용문들이 많아 읽기가 어려워도 계속보면 새롭고, 깊은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참조: 다부 원문은 이평사집(李評事集)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평사집은 한재 이목선생의 글을 모은 문집으로 선조 18년(1585) 한재선생의 아들이신 감사공 세장(世璋)이 수습성책하고, 손자인 무송현감 이 철(李 鐵)이 2권 1책의 이평사집(李評事集) 간행하였고, 인조 10년(1632) 증손인 청송부사 이 구징(李 久澄)이 임란때 소실된 초간본을 보완하여 중간(補刊)하였으며, 1988년 민족문화추진회에서 한국문집총간 제18권으로 발간하였다. 오늘날 존재하는 다부의 최고본은 인조 10년(1632년)에 간행된 '이평사집'으로서 현재 규장각 등에 서너 본이 보존되어 있다.
이평사집(李評事集)의 다부원문
“다부茶賦” 한글 신역 -내 마음의 차노래- 한재 이목寒齋 李穆 (원저) 이병인李炳仁․이영경李映庚 (신역) 1. 머리말 무릇 사람이 어떤 물건에 대해 혹은 사랑하고, 혹은 맛을 보아 평생동안 즐겨서 싫어함이 없는 것은 그 성품(性品) 때문이다. 이태백(李太白)이 달을 좋아하고, 유백륜(劉佰倫)이 술을 좋아함과 같이 비록 그 좋아하는 바가 다를지라도 즐긴다는 점은 다 같으니라. 내가 차(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다가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을 읽은 뒤에 점점 그 차의 성품을 깨달아서 마음 깊이 진귀하게 여겼노라. 옛날에 중산(中散)은 거문고를 즐겨서 노래-琴賦-를 지었고, 도연명(陶淵明)은 국화를 사랑하고 노래하여 그 미미함을 오히려 드러냈느니라. 하물며 차의 공(功)이 가장 높은 데도 아직 칭송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는 어진 사람을 내버려 둠과 같나니라. 이 또한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이에 그 이름을 살피고-考-, 그 생산됨을 증험하며-驗-, 그 품질-品-의 상하와 특성을 가려서 차노래-茶賦-를 짓느니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차는 스스로 세금을 불러들여 도리어 사람에게 병폐가 되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좋다고 말하려 하는가?” 이에 대답하기를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하늘이 만물을 낸 본뜻-天生物之本意-이겠는가? 사람의 잘못이요, 차의 잘못이 아니로다. 또한 나는 차를 너무 즐겨서-有疾- 이를 따질 겨를이 없노라.”라고 하였다. 2. 차의 이름과 종류 옛 글에 이르기를, 차(茶)에는 그 이름과 종류가 매우 많다. 차의 이름으로는 명(茗), 천(荈), 한(한), 파(菠)라 부르고, 차의 종류로는 선장(仙掌), 뇌명(雷鳴), 조취(鳥嘴), 작설(雀舌), 두금(頭金), 납면(蠟面), 용단(龍團)과 봉단(鳳團), 석유(石乳)와 적유(的乳), 산정(山挺), 승금(勝金), 영초(靈草), 박측(薄側), 선지(仙芝), 눈예(嫩蘂), 운합(運合)과 경합(慶合), 복합(福合)과 녹합(祿合), 화영(華英), 내천(來泉), 영모(翎毛), 지합(指合), 청구(靑口), 독행(獨行), 금명(金茗), 옥진(玉津), 우전(雨前), 우후(雨後), 선춘(先春), 조춘(早春), 진보(進寶), 쌍승(雙勝), 녹영(綠英), 생황(生黃) 등이며, 어떤 것은 잎차-散茶-로, 어떤 것은 덩이차-片茶-로, 어떤 것은 음지에서, 어떤 것은 양지에서, 하늘과 땅의 깨끗한 정기를 머금고, 해와 달의 밝은 빛을 받아들이노라. 3. 차의 주요 산지(産地) 차(茶)가 잘 자라는 지역(地域)으로는 석교(石橋), 세마(洗馬), 태호(太湖), 황매(黃梅), 나원(羅原), 마보(麻步), 무‧처(婺‧處), 온‧태(溫‧台), 용계(龍溪), 형‧협(荊‧峽), 항‧소(杭‧蘇), 명‧월(明‧越), 상성(商城), 왕동(王同), 흥‧광(興‧廣), 강‧복(江‧福), 개순(開順), 검남(劒南), 신‧무(信‧撫), 요‧홍(饒‧洪), 균‧애(筠‧哀), 창‧강(昌‧康), 악‧악(岳‧鄂), 산‧동(山‧同), 담‧정(潭‧鼎), 선‧흡(宣‧歙), 아‧종(鴉鍾), 몽‧곽(蒙‧霍) 등이며, 두터운 언덕에 곧은 뿌리를 내리고, 비와 이슬의 혜택으로 차나무가 잘 자라는구나.
4. 다산(茶山)의 정경(靜境) 차나무가 잘 자라는 곳은 산이 높고 험하며, 매우 가파르고, 바위들은 우뚝 솟아 연이어져 있구나. 계곡은 깊고 아련하여 확 트이며, 끊어지기도 하고, 간혹 해가 사라지기도 하며, 굽어지며 좁아지기도 하는구나. 위로 보이는 것은 하늘의 별들이 가까운 듯 떠 있고, 아래로 들리는 것은 요동치며 흐르는 계곡물 소리로구나. 온갖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지저귀고, 여러 동물들이 여기저기 노니는구나. 갖가지 꽃과 상서로운 풀들은 아름다운 색채와 은은한 빛을 드러내고, 저마다 우거져서 아름답게 자라는구나. 산 잘 타는 사람도 오르기 힘든 곳으로, 산도깨비-魑魈-가 바로 곁에 다가서는 듯하구나. 어느 덧 골짜기에 봄바람이 불어 다시 봄이 돌아오니, 황하의 얼음이 풀리고, 태양은 봄날 대지위를 비추이는구나. 풀들은 아직 새싹을 움트지 않았으나, 나뭇잎은 썩어 뿌리로 돌아갔다가 가지로 옮아 다시 피어나려 하는구나. 이러한 때, 오직 저 아름다운 차나무만이 온갖 만물의 으뜸으로, 홀로 이른 봄을 지내며, 스스로 온 하늘을 독차지하는구나. 보랏빛으로 된 것, 녹색으로 된 것, 푸른 것, 누른 것, 이른 것, 늦은 것, 짧은 것, 긴 것들이 저마다 뿌리를 맺고, 줄기를 뻗으며, 잎을 펼쳐 그늘을 드리워서 황금빛 싹을 움트이게 하고, 어느 덧 푸른 옥玉같은 울창한 숲을 이루는구나. 부드럽고 여린 잎 서로 연달아 있고, 무성한 모습이 구름일고 안개 피어나듯 하니, 이야말로 진정 천하(天下)의 장관(壯觀)이로구나. 퉁소를 불고 돌아오며, 찻잎 가득 따서 등에 지고, 수레에 실어 나르노라. 5. 차의 특성 ①: 차 달이기와 차의 세 가지 품질-茶 三品- 몸소 옥다구-玉甌-를 내어다가 씻어낸 후, 돌 샘물石泉로 차를 달이며 살피나니, 하얀 김이 옥다구에 넘치는 모습이, 여름구름-夏雲-이 시냇가와 산봉우리에 피어나는 듯하고, 하얗게 끓는 물은 봄강-春江-에 세찬 물결이 일어나는 듯 하구나. 찻물 끓는 수수한 소리는 서릿바람이 대나무와 잣나무 숲을 스쳐가는 듯하고, 차 달이는 향기는 적벽(赤壁)에 날랜 전함이 스쳐가듯 주위에 가득해 지는구나. 잠시 동안 절로 웃음 지으며-自笑-, 손수 따라 마시나니-自酌-, 어지러운 두 눈동자 스스로 밝아졌다, 흐려졌다 하면서 능히 몸을 가볍게 하나니-輕身-, 이는 상품上品이 아니겠는가? 또한 피곤함을 가시게 해주나니-掃痾-, 이는 중품中品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고민을 달래주나니-慰悶-, 이는 그 다음 품-次品-이 아니겠는가? 6. 차의 특성 ②: 차의 일곱가지 효능-茶 七效能- 이에 표주박 하나를 손에 들고 두 다리를 편히 하고, 백석(白石)과 금단(金丹)을 만들어 신선이 되고자 했던 옛사람들과 같이 차를 달여 마시어 보네. 첫째 잔의 차(茶)를 마시니, 마른 창자가 깨끗이 씻겨지고-腸雪-, 둘째 잔의 차를 마시니, 상쾌한 정신이 신선(神仙)이 되는 듯하고-爽仙-, 셋째 잔의 차를 마시니, 오랜 피곤에서 벗어나고, 두통이 말끔히 사라져서 이 내 마음은 부귀를 뜬 구름처럼 보고, 지극히 크고 굳센 마음-浩然之氣-을 기르셨던 공자(孔子)와 맹자(孟子)와 같아지고-醒頭-, 넷째 잔의 차를 마시니, 웅혼한 기운이 생기고, 근심과 울분이 없어짐에, 그 기운은 일찍이 공자(孔子)께서 태산(泰山)에 올라 천하(天下)를 작다고 하심과 같나니, 이와 같은 마음은 능히 하늘과 땅으로도 형용할 수 없고-雄發-, 다섯 째 잔의 차를 마시니, 어지러운 생각들-色魔-이 놀라서 달아나고, 탐(貪)내는 마음이 눈 멀고 귀 먹은 듯 사라지나니, 이 내 몸이 마치 구름을 치마 삼고 깃을 저고리삼아 흰 난새-白鸞-를 타고 달나라-蟾宮-에 가는 듯하고-色遁-, 여섯 째 잔의 차를 마시니, 해와 달이 이 마음-方寸-속으로 들어오고, 만물들이 대자리 만하게 보이나니, 그 신기함이 옛 현인들-소보(巢父)와 허유(許由), 백이숙제(伯夷叔齊)-과 함께 하늘에 올라가 하느님-上帝-을 뵙는 듯하고-方寸日月-, 일곱 째 잔의 차를 마시니, 차를 아직 채 반도 안 마셨는데, 마음속에 맑은 바람이 울울히 일어나며, 어느 덧 바라보니 신선이 사는 울창한 숲을 지나 하늘 문-閶闔-앞에 다가선 듯 하구나-閶闔孔邇-. 7. 차의 특성 ③: 차의 다섯 가지 공-茶 五功- 만약 이 차(茶)의 맛이 매우 좋고, 또한 오묘하다면, 그 공(功)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나니, 서늘한 가을바람이 옥당(玉堂)에 불어올 적에, 밤늦도록 책상 앞에서 많은 책을 읽어 잠시도 쉬지 않아 동생(童生)처럼 입술이 썩고, 한자(韓子)처럼 이사이가 벌어지도록 열심히 공부할 적에, 네가 아니면 그 누가 그 목마름을 풀어 주겠는가-解渴-? 그 공(功)이 첫째요, 그 다음으로는 추양(鄒陽)이 한나라 궁전에서 글-賦-을 읽고, 그 억울함을 상소할 적에 그 몸이 마르고 얼굴빛이 초췌하여, 창자는 하루에 아홉 번씩 뒤틀리고, 답답한 가슴이 불타오를 적에, 네가 아니면 그 누가 그 울분을 풀어주겠는가-敍鬱-? 그 공(功)이 둘째요, 그 다음으로는 천자(天子)가 칙령을 반포하면, 여러 나라의 제후들이 한마음으로 따르고, 칙사가 천자의 명(命)을 전해 와서 여러 제후들이 예의(禮儀)로서 받들어 베풀고 위로할 적에, 네가 아니면 그 누가 손님과 주인의 정(情)을 화목하게 하겠는가-禮情-? 그 공(功)이 셋째요, 그 다음으로는 천태산(天台山)과 청성산(靑城山)의 신선들-천태유인(天台幽人)과 청성우객(靑城羽客)-이 깊은 산중에서 숨을 내쉬고, 솔뿌리로 연단을 만들어 주머니 속에 넣었다가 시험 삼아 먹어볼 적에, 뱃속에서 우뢰소리가 울리며 약효가 나타나는 것처럼, 네가 아니면 그 누가 몸안의 질병-三彭之蠱-을 정복하겠는가-蠱征-? 그 공()功이 넷째요, 그 다음으로는 금곡(金谷)과 토원(兎園)의 잔치가 끝나고 돌아와 아직 술이 깨지 않아 간과 폐가 찢어질 적에, 네가 아니면 그 누가 깊은 밤-五夜- 술에 취한 것을 깨어나게 하겠는가-輟酲-? 그 공(功)이 다섯째로다. (스스로 설명하기를 중국사람들은 차(茶)가 술을 깨게 하는 사신(使臣)이라 하여 철정사군(輟酲使君)이라고 하였다.) 8. 차의 특성 ④: 차의 여섯 가지 덕-茶 六德- 나는 그러한 뒤에 또한 차(茶)가 여섯 가지 덕-六德-이 있음을 알았나니, 사람들을 장수(長壽)하게 하니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의 덕(德)을 지녔고-堯舜之德-, 사람들의 병(病)을 낫게 하니 유부(兪附)와 편작(扁鵲)의 덕(德)을 지녔고-兪附扁鵲之德-, 사람들의 기운(氣運)을 맑아지게 하니 백이(伯夷)와 양진(楊震)의 덕(德)을 지녔고-伯夷楊震之德-,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便安)하게 하니 이노(二老)와 사호(四皓)의 덕(德)을 지녔고-二老四皓之德-, 사람들을 신령(神靈)스럽게 하니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덕(德)을 지녔고-黃帝老子之德-, 사람들을 예의(禮儀)롭게 하니 희공(姬公)과 공자(仲尼)의 덕(德)을 지녔느니라.-姬公仲尼之德- 이것은 일찍이 옥천자(玉川子)가 기린 바요, 육자(陸子)께서도 일찍이 즐긴 바로서, 성유(聖兪)는 이것으로써 삶을 마치고, 조업(曹鄴) 또한 즐겨서 돌아갈 바를 잊었노라. (차를 마시면) 한 마을에 봄빛이 조용히 비치듯, 백낙천(白樂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고, 십년동안 가을 달이 밝듯이 소동파(蘇東坡)의 잠을 물리치게 하였도다. (이와 같이 차를 즐기면) 세상 살며 부딪치게 되는 다섯 가지 해로움-五害-에서 벗어나, 자연의 변화와 순리-八眞-대로 살다가게 되나니, 이것이야말로 하늘의 은총으로 내가 옛 사람과 더불어 즐기게 되는 것이라네. 어찌 의적(儀狄)의 광약(狂藥)-술-처럼 장부를 찢고 창자를 문드러지게 하여, 세상 사람으로 하여금 덕(德)을 잃고 목숨을 재촉하게 하는 것과 같이 말할 수 있겠는가? 9. 맺는 말: 내 마음의 차-吾心之茶- 이에 스스로 기뻐하며 노래하기를
“ 내가 세상에 태어남에, 풍파(風波)가 모질구나. 양생(養生)에 뜻을 둠에 너를 버리고 무엇을 구하리오? 나는 너를 지니고 다니면서 마시고, 너는 나를 따라 노니, 꽃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에, 즐겨서 싫어함이 없도다.”
내 항상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면서 경계하기를, ‘삶-生-은 죽음의 근본이요, 죽음-死-은 삶의 뿌리라네. 안-心-만을 다스리면, 바깥-身-이 시든다.’고 혜강(嵆康)은 양생론(養生論)을 지어서 그 어려움을 말하였으나, 지혜로운 사람이 물을 즐기고, 어진 사람이 산중에서 사는 것과 같으리오? 이와 같이 차를 통해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깊은 경지에 들어가면, 그 즐거움을 꾀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게 되느니라. 이것이 바로 ‘내 마음의 차-吾心之茶-’이나니. “ 어찌 또 다시 마음 밖에서 구하겠는가?”
- 다음 카페 <보이차 법원 > watec 님의 글 중에서 전재 ......
경인일보 webmaster@kyeongin.com 2 010년 07월 06일 화요일 제14면 작성 : 2010년 07월 05일 22:10:01 월요일
차인(茶人)들이 한재 이목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의 5공/6덕(五功/六德)을 언급한 '다부(茶賦)'에 있다. '다부'는 그의 나이 24세때 연경 유학시절 체험한 차 생활을 토대로 차의 심오한 경지를 노래한 작품으로, 草衣(意恂·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1837)'보다 340년 앞섰다. 분량 면으로도 약 2배가량 많으며 특히 차를 통해 얻어지는 정신 수양과 정신적 즐거움을 강조했다.
'다부'의 '범인지어물(凡人之於物)'로 시작되는 머리말에는 "차를 일생동안 즐겨도 싫증나지 않는 것은 그 고유의 성품 때문이다. 곧 달에는 이태백이요, 술에는 유백륜이라 하거늘, 그 좋아하는 바가 비록 달라도 즐김에 이르면 한가지라…"하며 '다부'를 짓게 된 동기와 배경을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적었다. 이어 '기사왈(其辭曰)'로 시작되는 몸말에는 '차 이름과 산지' '차 나무의 생육 환경과 예찬' '차 달여 마시기' '일곱 잔의 차 효능' '차의 다섯가지 공로' '차의 여섯가지 덕' 등을 열거하고 있다. 차의 다섯가지 공로(功效)는 목마른 갈증을 풀어주고, 마른 창자와 가슴의 울적함을 풀어주고, 주객의 정을 서로 즐기게 하고, 뱃속의 중독에 대한 해독으로 소화를 잘되게 하고, 술을 깨게 해독해 준다고 했다. 차의 여섯가지 덕성(德性)은 사람으로 하여금 오래 살게 하고, 덕을 닦게 하며, 병을 그치게 하고, 기운을 맑게 하고, 마음을 편케 하고, 신령(仙人)스럽게 하고, 예의롭게 한다고 적었다.
또한 차는 등급이 있어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상품이요, 지병을 없애주는 것이 중품이며, 고민을 달래주는 것이 그 다음 차품(次品)이라 했고, 차의 일곱가지 효능을 칠단계 수신구도(七段階 修身求道)로써 한 잔을 마시니 메마른 창자가 눈 녹인 물로 씻어낸 듯하고, 두 잔을 마시니 마음과 혼이 신선이 된 듯하고, 석 잔을 마시니 두통이 없어지며 호연지기가 생겨나고, 넉 잔을 마시니 기운이 생기며 근심과 울분이 없어지고, 다섯 잔을 마시니 색마가 도망가고 탐욕이 사라지며, 여섯 잔을 마시니 세상의 모든 것이 거적때기에 불과해 하늘나라에 오르는 듯하고, 일곱 잔은 절반도 마시기 전에 맑은 바람이 옷깃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삼품(三品)/칠효능(七效能)/오공(五功)/육덕(六德)의 '다부'는 문체상으로 보면 문학 작품임에 분명하나, 내용상으로는 사상적,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어, 한재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차는 물질적인 측면의 맛이나 단순한 표면상의 멋이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차가 아니다. 자연을 벗삼아 얻게 되는 중용 정신과 차의 고결한 자태를 통해 우리의 심신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마음속의 차인 것이다.
한재가 세상을 떠난 지 500년이 넘었다. 나이 14세에 성리학자이며 茶人인 김종직 선생 문하에 들어가 19세에 초시 갑과에 합격하고 25세 장원급제했으나, 1498년 무오사화로 죽음의 길을 태연히 떠난 한재 이목, 그의 '다부' 끝말은 무엇일까? "기꺼이 노래로 이르리라/ 내가 세상에 나오니 풍파가 모질구나/ 양생의 뜻을 좇을진대 너를 버리고 무엇을 구하리오/ 나는 너를 지녀 마시고 너는 나를 따라 사귀느니/ 꽃피는 아침 달뜨는 저녁에 좋아하리라/ 천군을 모시고 두려움과 경계로 말하리니, 삶은 죽음의 밑이요, 죽음은 삶의 뿌리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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