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없는 거문고를 쳤다는 도연명도 이규보처럼 삼혹호 선생이라고 할만 합니다. 다만 이 때 그가 좋아하는 것은 이규보가 술과 거문고와 시였다면 도연명은 술과 거문고, 그리고 자연을 좋아했다는 차이가 있을까요?
도연명은 기원 4세기 말에 태어났으니까 이규보(1168~-241)보다는 8백년 전 사람인데, 청년 시대에 늙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보잘 것 없는 공직에 있었던 일이 있으나 머지 않아 그만 두고 전원으로 돌아가 하나의 농부로서 스스로 밭을 갈았습니다.
그의 약점(?)은 술을 몹시 좋아한 점이었습니다. 자연에 귀의해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므로 그다지 손님과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술만 있으면 비록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함께 실컷 술을 마시고는 자기가 먼저 취하게 되면 이제 자야겠으니 손님들은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거문고를 한 대 가지고 있었는데, 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거문고는 굉장히 느리게 쳐야 하며, 마음이 조용히 맑게 가라앉았을 때에야 비로소 제 소리가 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술을 많이 마신 도연명이 거문고를 제대로 연주하기가 쉽지는 않았겠지요. 술을 많이 마신 뒤에 음악적인 감흥이 일어나면 이 줄 없는 거문고, 곧 무현금을 어루만지며 흥취를 풀었다고 합니다.
"이제 거문고의 진미를 맛보았거늘 어찌 줄 당기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 보냐" 그에 대해서 중국 양나라의 무제의 태자 소통(蕭統), 곧 소명(昭明)태자는 도연명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현실을 비판하되 극히 적절하고, 회포를 풀되 넓고, 참된 경지에서였다.아울러 굳은 정절로 도에 머물어 절개를 지켰으며, 농사 짓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앗다. 음률에 대해서 아는 바 없지마는, 항상 무현금을 옆에 지니면서 취흥이 오르면 이를 어루만지며 홀로 속 뜻을 거기에 부쳤다."
이처럼 그의 성품은 겸허하고 단순하면서도, 세쇽의 영화에 목을 매지 않고 자연 속에서 꿋꿋한 삶을 살아갔기에 그의 일생은 고려조에 이어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도 우리나라 선비들의 이상적인 삶의 형태로 본받으려는 사람이 많았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시조;
벽산 추월야의 거문고를 비겨 앉고 --안민영(조선조 말기의 가객)
혹은 다음과 같은 시, 흐르는 내를 지붕으로 하고 냇가의 바위를 침대로 하여 누우니 자신이 자연의 일부가 된다고 하는 이 시 속에 무현의 거문고와 지음이 동시에 언급되어 있다;
임천(林泉)을 초당(草堂)삼고 석상(石床)에 누었으니 청춘이 습습(習習)하니 송성(松聲)이 냉랭하다 ........송계연월옹(松溪煙月翁,숙종 때의 가객)
아니면 다음과 같은 시;
비에 갇힌 친구를 위로하여 逸庵公篇
客心愁雨日如年 靜聽飛瀑斷崖懸 손은 비를 시름하여 하루가 한 해인데 나는 낙숫물 소릴 느긋이 듣고 있다. 亂眞釋學傾千駟 落直名儒不一錢 비 맞은 중 중얼중얼 온갖 혀를 놀리는 듯 쓸데없는 걱정이란 참 선비는 안 한다네. 人去人來由古道 花開花落任蒼天 사람의 오고 감은 옛길을 쫓아서요, 꽃이 피고 꽃이 짐은 자연에 맡겨 있네. 淵明心事君知否 浪撫無絃勝有絃 도연명의 그 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무현금 어루만짐이 유현금보다 낫다 했네. 이기혁(李基赫 1857~1924) 조선시대뿐 아니라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연명의 무현금 세계가 읊어지고 있습니다.
요는 여기에서도 거문고의 특성을 우리가 다시 알게된다는 것입니다.
거문고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정신수양의 방법이며 선비들의 정신을 대신 나타내주는 영물이며, 외로울 때에는 언제나 함께 하던 친구였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거문고는, 아니 음악을 들으면서도
...소리가 있어 듣는 것은 소리없이 듣는 것만 못하고,
형체가 있어 즐기는 것은 형체없이 즐기는 것 만 못하다"
라고 한 화담 서경덕의 금명(琴銘:거문고에 새긴 글)을 가슴에 새기며 보다 자유로운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때로는 거문고 소리를 듣지 않고도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올라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거문고는 귀에 들리던 들리지 않던 영원한 우주의 소리인 것입니다.
- 블로그 미<동산玄關 > 님의 글 중에서 전재 ...... sunonthetree.blog.me/110090164788
7) 無絃琴 (무현금)/악기 줄이 없는 거문고| 제2편 南磵集選卷之一
나천수 조회 31 추천 0 2012.01.29. 18:12
무현금/병주 선생 작 홍차 한 잔-정홍자선생 유고
cafe.daum.net/koreawatergarden/FRnK/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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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소리 거문고 선비를 생각한다 外
2015. 6. 22. 13:54ㆍ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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