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회화실에서 붓으로 먹고사는 사람(호생관毫生館)이라는 아호를 썼던 조선후기 직업화가 최북崔北(1712~1786?)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이 전시는 최북 탄신 30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전주박물관에서 2012년 5월 7일(화)부터 6월 24일(일)까지 개최했던 특별전의 서울 순회전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새롭게 선보인는 전시이다.
술을 좋아하고, 자기 눈을 스스로 찔러 애꾸가 되었고, 금강산 구룡연에 갑자기 뛰어들었다는 등의 기이한 행적으로 인해 ‘조선의 반 고흐’로 불리기까지 하는 최북의 일생에 대해서는 전하는 기록이 거의 없다. 다만, 그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던 문인들의 문집 속에 조금씩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다. 기이한 행동을 일삼은 광기 어린 화가로 알려진 최북은 그림을 매우 잘 그려 쏟아지는 주문에 시달렸고 말년에 매우 가난하게 생활했다고도 전한다. 30대 중반의 나이였던 1748년, 일본에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파견되었을 때 일본인들이 그의 그림을 얻고자 몰려들었다던 기록도 있다. ‘거기재(居其齋)’라 쓰여 있는 그림 대부분이 그 때 그린 것이다.
기이한 행적으로 알려진 최북의 작품세계는 다소 거칠 필치를 보이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차분하고 얌전한 필선으로 그린 전형적인 남종문인화풍의 그림들이 많다. 당시 18세기 화단에서 유행하던 화풍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북이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시와 글, 그림에 능하다는 의미로 삼기재(三奇齋)라 한 것도 주목된다. 영의정을 지냈던 남공철(1760~1840)은 최북 그림이 날로 유명해져 사람들이 최북을 ‘최산수’라고 불렀으나, 화훼·영모·괴석·고목을 더욱 잘 그렸고, 초서에도 능하였던 필묵가라 하였다.
전시에서는 최북의 산수화, 화조영모화, 인물화 등 23점을 화목별로 소개하며, 산수화와 영모화에 뛰어나 ‘최산수’, ‘최메추라기[최순崔鶉]’라고 불리웠던 그의 명성을 확인해본다. 특히 꿩을 소재로 한 그림 두 점이 나란히 선보인다. 1751년에 그려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쌍치도>와 개인소장 <치도>를 함께 전시하여 서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무와 가지, 배추 등 서양의 정물화와 비슷한 그림을 그렸던 것 또한 주목된다.《제가화첩》과《탁영서첩》등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최북 작품들도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편,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실(인물화실, 화조영모화실, 궁중장식화실) 전시품이 함께 전면 교체되어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신명연(1808~?)과 심사정(1707~1769)의 화훼도에서는 국화와 메뚜기가 그려져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이정(1554~1626)과 조희룡(1789~1866)의 대나무 그림도 선보이며, 5만원 신권 지폐의 배경그림으로 채택된 어몽룡(1566~1617)의 <월매도>, 겨울철 눈 쌓인 소나무의 모습을 담은 이인상(1710~1760)의 <설송도>, 개인소장 심사정의 <전가락사> 또한 주목되는 작품이다. 회화실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은 내년 2월 17일(일)까지 전시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회화의 깊은 맛과 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http://www.sculturein.com/news/912
산수도山水圖, 1757년, 종이에 먹 紙本水墨
<매하쌍치도梅下雙雉圖> 1751년, 종이에 색 紙本彩色
<호취응토도豪鷲凝兎圖>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紙本淡彩
소와 목동, 나무 아래 인물
최북 그림 9점과 심사정 그림 2점 등으로 구성된 화첩 속에 담긴 그림 가운데 두 폭이다. 최북의 <소와 목동>에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 류가劉駕(822~?)의 <목동牧童> 시구, 날이 저물어 소를 타고 돌아오네[盡日驅牛歸]가 적혀 있다. 커다란 나무 아래 누워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고 있는 선비 그림도 같은 화첩에 실려 있다. 가로로 뻗은 나무 아래 상 위에는 술병과 술잔 등이 놓여있고, 팔을 괴고 다리는 꼰 채로 누워 있는 인물은 간략한 필치로 그려졌다. 화첩은 소품이지만, 최북의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초옥산수도
초옥산수도, 1749년 종이에 먹 紙本水墨
|
'조선의 반 고흐’ 최북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다
2015. 7. 24. 09:51ㆍ美學 이야기
'美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산수화사』 1. 2. | 일본화/중국화/기타 (0) | 2015.08.04 |
---|---|
한국미의 재발견 - 불교회화 外 (0) | 2015.07.28 |
불교회화 - 한국 미의 재발견 (0) | 2015.07.13 |
강우방의 '수월관음도의 탄생' (0) | 2015.07.06 |
또 하나의 주역(周易), 태현경(太玄經) (0) | 2015.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