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훈과 유언으로 만나는 아버지

2015. 8. 12. 15:54잡주머니

 

 

 

 

 

       1. 가훈과 유언으로 만나는 아버지 가훈과 유언 / 옛사람 내면풍경

 

2011.10.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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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훈이라 하면 흔히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같은 짧은 구절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유언이란 말은 대뜸 재산 분배를 연상시킨다. 옛 사람의 가훈과 유언은 어땠을까? 그때도 그랬을까? 이 책은 우리 옛 뒤져서 우리말로 옮긴 후, 여기에 해설을 덧붙였다. 가훈이 21편, 선인들이 남긴 가훈과 유언 31편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여러 문집을 유언이 10편이다. 이들은 가훈 뿐 아니라 시나 편지 형식으로도 자식들에게 가르침을 남겼다. 엮어 읽기 방식으로 함께 소개하였다. 전체 배열은 작가의 연대순에 따랐다.


   호걸되는 것은 내가 바라지 않는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신숙주가 아들에게 준 가훈에 나온다. 호걸은 사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호걸이 되려 하지 말고, 오히려 더 낮추고 더 비워서 가업을 실추시키지 않기만을 바랬다. 특별한 삶 보다는 순탄한 삶을 바란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 다 이렇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가면 따끔하게 편지를 써서 격렬하게 나무랐고, 벼슬길에 나서면 그에 따른 이런저런 당부를 꼼꼼히 적어주었다. 따로 작정하고서 조목을 나눠 훈계를 내린 경우도 많다. 생각보다 길고 꼼꼼한 내용이 적힌 이들 훈계를 통해 선인들의 자식 교육 방법과 그들이 꿈꾼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신정 같은 이는 일곱 명의 아들 하나하나에게 따로 글을 지어주었고, 조관빈은 네 아들과 며느리에게까지 별도로 당부를 남겼다. 박윤원도 아내와 측실, 심지어 조카 며느리에게까지 따로 글을 남겼다. 때로 이들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시시콜콜해서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순리를 따라라. 선대의 가법을 더럽히지 마라. 사람은 가까이 하는 사람의 물이 든다. 너는 어떤 물을 들이겠느냐? 가득 참을 경계하라. 절로 이르는 것도 가려서 받아라.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려라. 세상의 명리는 재앙일 뿐이다. 허송세월하며 가난 탓을 해서는 안된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버지의 훈계를 듣다 보면 세상 사는 일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하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이렇게 글로 써서 남겼는데, 지금은 아무도 이런 글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일 게다.


   유언은 삶의 끝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10편의 유언 중에는 당쟁에 몰려 귀양 가서 사약을 앞에 두고 쓴 것도 여럿 있다. 원망의 뜻이 담길 법도 한데, 그들의 말은 오히려 담담하고, 태연자약하다. 옥중에서 죽음을 앞두고 쓴 글에서도 오히려 자식의 공부 걱정을 앞세웠고, 바른 마음가짐으로 진실되게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사약을 앞에 놓고도 원망은커녕 집안에 독서하는 종자가 끊길 것만 걱정했다. 죄인으로 죽으면서도 굽어보고 우러러 보아 부끄러움이 없다고 토로하는 아버지의 당당한 선언은 자식들에게 말할 수 없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평소에 온축된 공부가 없이는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정제두나 유척기 같은 이는 자신의 사후에 쓸 관재(棺材)나 장례의 절차까지 하나하나 짚어 일러두었다. 이 책에 미처 수록하지 않은 여러 유언 중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것은 하나 둘이 아니다. 남겨 줄 것 없는 가난한 살림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자식의 부족한 공부를 부끄러워했고, 부와 권세를 누리기보다 잘못된 행실로 가업을 더럽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때로 가부장적 의식이 지나쳐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이 이따금씩 보이는 것은 오늘의 입장에서 보면 옥의 티라 할 수 있다.


   이런 도타운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자식들은 다 훌륭하게 되었을까? 신숙주의 아들 신정은 아버지의 훈계를 저버린 채 30대의 젊은 나이에 재상의 지위에 올라 못된 짓을 일삼다가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한 집안 4대가 연거퍼 사약이나 형벌로 세상을 뜬 문곡 김수항의 집안은 그 모진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아버지의 당부를 지켜 독서하는 종자를 끊이지 않아, 명문의 명예를 자랑스럽게 지켜냈다. 훈계의 말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나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일례다.


   검색의 편의를 위해 뒤쪽에 원문을 따로 실었다. 본문의 번역문과 대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에 실감을 더하려고 글쓴이의 초상화나 친필 자료들을 널리 수배해서 함께 보였다. 편집부의 노고가 컸다.


   명문(名門)이나 명가(名家)는 하루 아침에 이룩되지 않는다. 재물이 많고 권세가 높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오로지 물질의 가치만을 쫓아서 이리저리 바삐 몰려다니지만, 사람이 사람 되는 가치는 물질 속에는 없다. 자식은 부모가 하는 표양을 보고 자란다. 부모가 자신의 자리를 반듯하게 갖지 않고는 제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도 교언영색의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옛 선인들의 실행에서 나온 힘있는 가르침을 통해 우리의 삶과 자식들의 삶의 자리를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면 한다. 대방의 질정을 청한다.

 

 

[출처] 1. 가훈과 유언으로 만나는 아버지|작성자 새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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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로그 미 <다산을 찾아서> 새오늘 님의 자료 중에서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