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山설악가 /국립공원 관리공단 설악산지사 홈페이지에서

2013. 7. 1. 17:50산 이야기

 

 

 

천산설악가(天山雪嶽歌)


번뇌 속의 세상만사  저 만치에 접어두고

하늘 끝에 맞닿은 산  천산 설악 찾아가니

눈산이라 설봉인가  흰색 빛나 설화(雪華)인가

시작 산길 어디이고  물꼬리는 어디런고


설봉 설화 천산 설악  세월 녹여 품어 안고

계절 따라 바람 따라  마음대로 펼쳐내니

춘삼월봄 가을이요  추삼월도 겨울이라

봄이 바로 여름이요  칼바람의 겨울이니

여보게들 어리석게  춘하추동 구분마소


천산 설악 들어서니  속세 먼지 날아가고

온갖 바위 산이 되고  모든 산이 구름이네

산이 변해 단풍 되고  쌓인 백설 산이 되니

온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또한 하늘이며

물이 변해 바위 되고  바위가 곧 물이더라

꽃과 나무 바람이요  바람 역시 안개구름

초록 빨강 파랑 하양  세상 색깔 불러들여

모든 것이 하나 되게  천산 설악 빚어냈네


땅속에서 올라오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얼어붙고 녹여내고  모여들고 흘러내려

쏟아지고 떨어지는  거센 줄기 하얀 물길

길이만도 88미터 구천은하(九天銀河) 대승폭포

황장폭포 만수폭포 용손폭포 용아폭포 쌍룡폭포 오세폭포

건폭 양폭 음폭 천당폭포 칠선폭포 오련폭포 형제폭포 무명폭포

육담폭포 비룡폭포 백암폭포 설악폭포 치마폭포 독주폭포

백운폭포 삼단와폭 숨은폭포 쉰길폭포 삼중폭포 사중폭포

두문폭포 응봉폭포 십이폭포 용소폭포 주전폭포 등선폭포

흘림골의 여심폭포 귀때기청 남쪽기슭 산중미인(山中美人) 소승폭포

장엄하다 토왕성폭포 3단으로 이어지니 이 나라의 폭포 중에

으뜸자리 견줄만해 암벽암봉 거느리고 온갖 위엄 다 부렸네


솟아나고 날아오른  고고절세(孤高絶世) 봉우리들

하늘 셈법 칠천 개요  땅 위에선 수백 개라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 귀때기청봉 석가봉 세존봉 나한봉

지장봉 응봉 문수봉 보현봉 선녀봉 신선봉 옥녀봉 화채봉 집선봉

오봉 칠성봉 노적봉 황철봉 진대봉 왕관봉 달마봉 관음봉 동자봉

가섭봉 기린봉 안산 범봉 점봉산 삼형제봉 칠형제봉 독성나한봉

작은감투봉 큰감투봉 취적봉 문필봉 주걱봉 가리봉 할미봉 아난봉

말과 글이 동이 나서 공룡능선 백미암봉 이름하여 1275봉


바위인지 산봉인지  장군봉 옆 적벽바위

봉바위에 부처바위  치마바위 상투바위

도둑바위 사자바위  문바위에 선바위에

계조암 앞 흔들바위  그 뒤에는 울산바위


고개인지 봉우린지  여기저기 자리 잡아

산마루턱 이룬 곳에  쉼터 길목 생겼더라

천상화원 곰배령에  마등령에 대승령에

한계령과 저항령은 다른 이름 오색령과 늘목령

필례령에 미시령에 무너미고개는 희운각 옆


비선대와 와선대는  계곡암반 이름이고

유선대에 신선대에  대승폭 옆 망폭대에

하늘꽃밭 천화대에  흘림골 옆 등선대에

권금성 위 봉화대는  다른 이름 망군대요

천산 설악 볼 곳 많아  만경대(萬景臺)만 세 곳이네

만경대는 망경대(望景臺)라  다른 별명 무아대(無我臺)네


산 높으니 골도 많아  계곡 골짝 이름 보소

옛적 이름 지금 이름  잃은 이름 생긴 이름

구별하기 더 어려워  이름대기 끝이 없네

저항령계곡 백담계곡 수렴동계곡 구곡담계곡

십이담계곡 가야동계곡 백운동계곡 흑선동계곡

열두 선녀 목욕하며 눌러 살던 십이선녀탕계곡

천불동계곡 맨 위 옆엔 죽음의계곡 입 벌렸네


곰골 길골 암자골 관터골 내원골 가리봉골 도둑바위골

가는골 건천골 독주골 둔전골 마산골 백암골 상투바위골

토왕골 소토왕골 사태골 널협이골 느아우골 장군바위골

주전골 흘림골 청봉골 쇠밭골 칠선골 토막골 작은바위골

용소골 석고덩골 큰귀때기골 작은귀때기골 선바위골

큰옥수골 작은옥수골 음지백판골 아니오니골 문바위골

봉정골 설악골 음지골 음폭골 식은골 염주골 온정골

설악 와서 넋을 잃고 이골저골 찾아 놀던 산도깨비 어디 갔나


봉우리명 산줄기명  바위 골짝 폭포 이름

사시사철 보고 봐도  올망졸망 그게 그거

옛사람들 오래 전에  보고 듣고 전하기를

천신(天神)들도 이름 짓다  두 손 들고 말았으니

진짜 이름 찾아내기  머릿속에 있다더라


천산 설악 둔갑술로  얼굴 화장 변화무쌍

폭풍폭우 천산만폭(千山萬瀑)  청명한 날 만산억봉(萬山億峰)

구름 안개 운산운해(雲山雲海)  일출 일몰 금산은산(金山銀山)

신록무성 수해천리(樹海千里)  단풍 들면 만산홍엽(滿山紅葉)

눈 오는 날 설봉천지(雪峰天地)  놀이철은 인산인해(人山人海)

기상 경보 적막강산(寂寞江山)  한 폭 그림 진경산수(眞境山水)


앞에서는 이런 모습  뒤에서는 저런 모양

처음 보면 요런 모습  다시 보면 조런 모양

사찰 암자 산봉 계곡  바위 폭포 기화요초

소(沼)와 담(潭)과 나무에다  전설까지 짝을 지어

하나하나 구별하여  누가 능히 작명(作名)하리

천산 설악 다람쥐야  하늘 높이 나는 새야

너희들은 익혔느냐  천의 자태 만의 얼굴


기계줄에 몸을 실어  권금성에 올라와서

네 발 기니 봉화댄데  누가 이걸 빚었는가

지상인지 천상인지  꿈속인지 생시인지

천산 설악 여기저기  속초고을 동해바다

심신까지 시원하게  가슴으로 밀려드네

옛날 옛적 권씨 김씨  마음평화 얻으려고

깎아지른 암벽 위에  난공불락 성을 쌓고

암자 부처 힘을 빌어  태평세월 꿈꿨는가

무학송아 말해주렴  전해들은 이야기를


백팔 톤의 청동 녹여  백팔번뇌 살라 넣고

십년 정성 천지감동  석가세존 현신한 듯

신흥사길 통일대불  몸안법당[內院法堂] 품에 안고

참선불자 굽어보며  무언법어 전해주네

자비부처 참모습은  마음속에 있다는 걸


미시령길 울산바위  산이런가 바위런가

울타린지 병풍인지  바람 막고 우뚝 서서

찾은 사람 모두에게  설악 곳곳 보여주며

해를 맞고 달을 보고  별을 이고 눈비 받고

천둥번개 불러들여  얽힌 전설 키웠다네

남쪽 고을 울산에서  금강 모임 가려다가

운신 폭이 거북이라  못 끼었단 말도 있고

남녘 고향 돌아가다  설악 좋아 주저앉아

속초이름 생겼다는  얘기들도 전하더라

근엄하게 눈 감고서  입 꼭 다문 두 적송(赤松)아

어느 세월 누구에게  말문 열고 얘기할래


대청 남쪽 골짝 암반  깊이깊이 뿌리박고

톡톡 쏘는 오색약수  세상으로 걸러내니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목축이며 왁자지껄

움츠렸던 몸과 마음  날개 달고 날아가네


섬나라의 왜인(倭人)들아  추상같은 만해(卍海) 일갈

아직까지 쩌렁쩌렁  울려나는 백담계곡

백담사 앞 맑은 물에  곡차(穀茶) 띄워 시름 풀고

훨훨 날고 축지(縮地) 써서  비선대로 접어드니

신선들은 어디 가고  갑남을녀 희희낙락


헉헉 턱에 숨이 차서  금강굴에 우뚝 서니

두 눈 앞을 가득 채운  백산 청산 운산 설산

억만중생 못 다 이룬  애절소원 응어리들

바위샘의 물 한 잔은  원효대사 선물인가


하늘처녀 목욕하던  선녀골로 찾아들어

달과 별을 벗을 삼아  천상주(天上酒)를 대작하니

세상만사 사르르르  잔속으로 녹아들고

복숭아탕 수정옥수(水晶玉水)  술이 되어 넘실넘실

세상사람 불러들여  이 술 한 잔 나누고파


만물동계곡 잘못 전해  천불동계곡 되었던가

문수보살 마음 끌려  목욕하던 문수담에

귀신까지 넋을 잃어  돌로 변한 귀면암에

억조창생 수만 금수(禽獸)  돌 바위로 빚었으니

없는 것이 없는 곳은  만물동계곡 아니런가


만경대 품 오세암은  여린 백성 마음 쉼터

오세신동(五歲神童) 매월당도  출가하여 수행한 곳

오세동자 전설 속에  관음보살 자비미소

인간세상 등불되어  천년만년 비추리라


절벽 같은 깔딱고개  극락 지옥 경계인 듯

사자바위 위에 서니  심신 피로 사라지고

천년 암자 적멸보궁  봉정암이 지척이네

암반 위의 천하명소  자장율사 점지한 곳

석가세존 진신사리  사리탑에 모셨다네

오층석탑 찾아드는  속세중생 여린 불자

가슴 깊이 품은 소망  참배하고 기원하며

쌓인 번뇌 씻어내고  자비 참뜻 깨우치네


석가사리 정기 받은  건너편의 공룡(恐龍)들은

천년 동면 깨어나서  구름 속에 꿈틀꿈틀

살아있는 공룡이야  여기 말고 또 있는가

설악 백미(白眉) 1275  구름 밟고 올라타니

천산 설악 모든 곳이  눈 아래요, 눈 안이네


저 건너의 청룡흑룡(靑龍黑龍)  공룡 보고 샘이 나서

침봉암봉(針峰岩峰) 불러들여  용의 이빨 만들어서

이름대로 모습대로  용아장성 빚어놓고

나도 살아 있노라고  온 천지에 과시하네


설악 정상 대청바위  억겁 세월 변함없어

천산 설악 찾아와서  오른 사람 많건마는

지는 해와 솟는 해를  지켜본 이 그 몇이며

대청하늘 쏟아진 별  안아 본 이 누구던가


눈 아래를 둘러보니  산봉 능선 바위 계곡

천산 설악 모든 것이  두 눈 속에 들어오고

먼 곳 바다 까마득히  산을 보고 춤을 추니

설악 바다 산과 물이  결국에는 하나이고

시작 끝이 하나이고  하늘 땅이 하나로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모두 하나 되어가고

속세 번뇌 응어리들  풀어주고 날려 보내

설악 안은 가슴마다  마음평화 심어주니

천산 설악 모든 기운  하늘나라 판박이네



~ 2006.9.18 초안 작성 뒤 "雪嶽神"과 같이 수정중 ~
                   ~ 설악애인 달메 백선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