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道 정자기행(994)- 정자詩로 만난 인물- 신헌

2015. 12. 21. 06:03

 

 

 

 

 

    

2014년03월19일 15시30분 9534

 

 

南道 정자기행(994)- 정자詩로 만난 인물- 신헌
어찌 꼭 아름다운 밤 좋은 객이 있어야만 하는가?/잔을 들어 달을 마주하여 흉금을 터놓네.
내 아주 늙어 시흥마저 일지 않으련만/곧장 시를 지음은 바로 술이 있어서라오.
豈必良宵好客來 停盃與月對襟開 吾衰甚矣無詩思 驀地詩成酒是媒

절도있는 조선 후기 대원군집권기의 무신·외교관이었던 위당(威堂) 신헌(申櫶). 1810 순조 10~1884 고종 21)이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을 나타내고 있는 시다. 좌측은 그가 전남 나주시 세지면 벽산리 475 벽류정(碧流亭) 현판에 남긴 필체이다. 

   그는 실학과 개화파의 영향을 받아 근대적 군사제도 수립에 노력했으며, 강화도조약과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때 조선측 대표로 참여했다. 그가 전남지역에서의 인연은 그의 생애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었다.

   또 한명의 인물을 통해 정자기행을 떠나본다. 격동기에 드러서는 조선의 무관으로 살았던 신헌(申櫶). 본관은 평산. 원래 이름은 신관호(申觀浩)였으나 후에 개명했다.  자는 국빈(國賓), 호는 위당(威堂)·금당(琴堂)·동양(東陽)·우석(于石)으로 노론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정약용(丁若鏞)을 사숙하고 김정희(金正喜)의 문하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학문을 배우면서 관직 재임기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가 전남에서 남긴 행적은 생각보다 굵다. 18년의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정약용에게는  민간자위전법인 민보방위론을 계승, 발전시켜 민보집설(民堡輯說) · 융서촬요 등과 같은 병서를 저술, 자신의 국방론을 집대성시켰으며, 그는 국방책으로 정약용의 민보방위론(民堡防衛論)을 계승하여 민간 자위(自衛)에 입각한 민보방위체제를 주장했고, 병인양요를 거치면서 서양식 근대무기를 수용하여 수뢰포(水雷砲)와 마반차(磨盤車) 등 신식무기를 제작했다.

김정희로부터 금석학, 시도, 서예등을 배워 예서(隸書)에 특히 조예가 깊었다. 지리학에도 관심이 높아 김정호 대동여지도 제작에 조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유산필기라는 역사지리서를 편찬하였다. 이 밖에도 초의선사(草衣禪師), 강위(姜瑋), 정약용의 장남인 정학연(丁學淵), 박규수(朴珪壽) 등과 사귀면서 무신임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지식을 겸비했다. 농법에도 관심을 가져 농축회통이라는 농서를 저술하였으며,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초의와 인연이 깊어지게 된 동기가 되는 등 개화적인 실학적 인물이었다. 그가 전라도지역에서 만난 인물중에서 내면의 세계를 충족시킨 사람은 초의였다. 그와의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지은 시로 만나보는 계기를 갖는다.

 



   신헌은 초의의 은거터 일지암에서  초의스님에게 시를 지어준다(草庵題贈草師)

선림(禪林)에 기탁하니 그대 바로 관휴(貫休)인데/평생에 사대부와 함께 노님 기뻐했지.
공즉시색(空卽是色) 깊은 이치 불경에서 깨닫고는/산꼭대기 높은 곳에 띠집 지어 옮겨 사네.
君寄襌林是貫休 平生喜與士夫遊 貝徑深悟空中色 茆屋移居最上頭

부처님 땅 지나와서 극락을 구하려니/ 내 몸이 염부제(閻浮提)에 있는 줄도 잊었다오.
세상에서 만약에 도연명 무리 만난다면/ 시내 다리 세 번 웃음 뉘 다시 허물하리. 
佛土過來求極樂 吾身忘却在閻浮 若逢人世淵明輩 三笑溪橋孰更尤

 


   그는 부친의 영향으로 1827년 별군직(別軍職)에 뽑히고, 1828년 무과에 급제하여 훈련원주부에 임명된 이후 중화부사·전라도우수군절도사·전라도병마절도사·도총부부총관 등을 역임하면서  전라우수사 재임 시절에 전라도와의 인연을 갖는 계기가 된다.  1844년경에 지은 밤중에 일어나 회포를 적다(夜起書懷)란 작품에서

벼슬살이 절반은 병 앓아 신음하니/바다 장기(瘴氣) 잇닿아 온 허공과 합쳐지네.
백수탕(百壽湯) 끓이다가 차는 물을 잃었고/세 겹 장막 닫았어도 등불 바람에 흔들린다.
官居半在病吟中 瘴海相連合一空 百壽湯煎茶失水 三重帳掩燭搖風

잠깬 뒤 구슬피 고향 꿈만 어지러워/세밑에 지리하게 자기 공부 점검한다.
공사(公私) 간 좋은 점을 말로 물어 본다면 /부처님의 백호광(白毫光)이 생겨남과 한가지리. 
睡餘怊悵迷鄕夢 年後支離檢已功 若問公私長處語 頭生佛氏白毫同

 


   이때 호남으로 내려오기 전부터 초의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자신보다 25세가 더 많은 초의를 따랐다. 그리고 당시에 유배중이었던 정약용과 인연으로 그의 근무지를 해남으로 자청했는지 모른다 .그는 봄에 두륜산을 노닐며(春遊頭輪)라는 제목의 두 편을 지어 초의에게 건낸다.

평소 갖옷 허리띠를 즐거울 땐 풀어두니/ 산사의 구름 안개 날 일으켜 노닐게 하네.
이 봄날 저 너머로 따로 성한 기운 있어 / 원래부터 바닷가서 다리 뻗고 편히 쉰다.
 時平裘帶樂時休 山寺雲烟起我遊 別有氤氳春以外 元來盤礴海之頭

선사(禪祠)의 기적비(紀績碑)에 회향함 알겠거니 / 허공 기댄 냇가 정자 허망함을 깨닫겠네.
조주(趙州)의 차 공양을 괴롭도록 마시니 / 화류(花柳)와 상관함이 또한 허물 되겠구려.
襌祠紀績知回向 溪榭憑虛覺大浮 喫惱趙州茶供養 相關花柳亦成尤

 



   1849년 금영대장이 되었으나 헌종이 죽고 철종이 즉위한 후 권력을 장악한 안동김씨 일파에게 배척을 당하여 전라도 녹도(鹿島)에 유배되었다.1854년까지 머물게 되는데 초의는 녹도로 두 번씩이나 신헌을 직접 찾아가 위로할 만큼 가까웠다. 신헌이 1843년에 지은 초의 의순에게 주다(贈草衣洵公)라는 시에서

두륜산 아래에서 마니주(摩尼珠)를 굴리니/색색마다 여여(如如)하여 그림자 따라오네.
멀리서 그리다가 남쪽 와도 못 만나니/기이한 그림과 글 아직 보지 못했구려.
頭輪山下轉摩尼 色色如如影影隨 南來不見曾遐想 奇畵奇文未展時

 


   초의상인에게(贈草衣上人)란 시를 긴 여운을 남기며 지어 보냈다. 

초의가 산 위로 떠나가서는/ 초암의 가운데서 산다고 하네.
띠집을 얽은 지 40년인데/ 오가는 건 해맑은 바람이라네.
草衣上山去  聞居草庵中      結草四十年  往來有淸風

흰 구름 바위 안고 잠을 자노니/좁은 골 시내 따라 길이 통한다.
책상에 쌓아둔 서화 속에서/ 붉은 등불 하나가 늘 환하구나.
白雲抱石宿  細谷沿溪通     連床書畵裏   長明一燈紅

고목 주워 이것으로 땔감을 삼고 차싹을 따와서 차를 만든다. 봄 그늘서 발에다 쬐어 말리니/ 볶는 솥에 화후(火候)가 마침 맞구나.
拾枯以爲爇  抉芽茗     春陰邃曬箔   火候適炒鼎

바위 틈 솟는 물을 백 번 달여서/ 차 끓이자 그 빛이 몹시도 맑네.
그대가 두 세 봉 줌 감사하노니 / 빼어남 티끌 세상 벗어났도다.
百煎石間水  來光澈瀅     感君兩三封   奇絶出塵逈

이내 몸 연잎 세계 들어와 보니/두륜산이 더더욱 가까웁구나.
칠보로 가람을 단장했어도 / 일로향실(一爐香室) 선실(禪室)은 정결도 하다.
我來蓮葉界  頭輪山邇密     七寶粧伽藍   一爐淨禪室

옷깃 떨쳐 서로를 찾고자 하나 / 마가 끼어 어긋날까 걱정이 되네.
산인의 발자취 한번 보고는 / 흰 구름이 마음에서 피어나는 걸. 
振衣欲相尋  魔累恐自遹       一見山人足  白雲心上出

 



    1857년에 고종이 즉위한 후 대원군의 신임을 얻어 풀려난 후, 좌승지·삼도수군통제사·형조판서·한성부판윤·공조판서·우포도대장지냈다. 그 뒤 1874년 진무사 훈련대장에 임명되어 지냈다. 이어 강화도 연안에 포대를 구축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총융사가 되어 강화도 염창(鹽倉)을 수비하였다

1876년 운요호 사건이 일어나자 판중추부사로서 전권대관(全權大官)에 임명되어 구로다 기요타카와[黑田淸隆]와 조일수호조규 강화도조약을 체결했으며, 1882년에도 전권대관의 자격으로 미국의 슈펠트와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는 역활을 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돋보이게 하는 두 사람과의 미담은 계속된다. 

 


   격동기 ‘올곧은 지사요 진정한 지식인’ 매천 황현(黃玹, 1855~1910)의 나이 31세 때 지은 읊은 '위당 신 대장을 곡하다(哭威堂申大將)라는 만시가 매천집에 남아 있다

평산 신씨는 대대로 가풍이 제일이거니와 / 다섯 조정의 인서로 한 대장이 있었으니
경술의 근원 추구해 용병의 근본 알았지만 / 태평성대를 만났기에 전공은 많지 않았네
奕葉平城最有風   五朝人瑞一元戎  推原經術知兵本  遭世昇平少戰功

휘하의 명신은 감 같은 인사가 많았거니와 / 집안의 여러 자식은 위의 재능이 웅걸하네
관 덮은 뒤의 만사에 내 어찌 유감 있으랴 / 애영을 끝까지 누린 게 눈 가득 찬란한걸
麾下名臣瑊輩衆   家中諸子瑋才雄   盖棺萬事吾何憾  溢眼哀榮爛始終

문화.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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