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자기의 몸을 죽여서 인(仁)을 이룬 사람이 있으니 비간(比干) 과 같은 이가 그런 사람이다. 자기의 몸을 죽여서 절의(節義)를 이룬 이가 있으니, 백의(伯夷)ㆍ숙제(叔齊)와 같은 이가 그런 사람이다. 비간은 주(紂)의 시대를 당하여 그 악한 것을 보고 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간하다가 그에게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죽음이 그 처소를 얻은 것이며, 그의 인(仁)을 이룬 것이다.

 무왕(武王)이 주(紂)를 토벌함에 있어서 오히려 덕(德)에 비추어 볼 때에 참람된 점이 있었으니, 의사(義士)로서는 차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고죽군(孤竹君)의 두 사람이 말을 붙잡고 말렸으며, 말려도 듣지 않자 그의 곡식을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죽어버렸으니, 이도 또한 죽음이 그 처소를 얻은 것이며, 그의 절의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초(楚)의 굴원(屈原)이 취한 태도는 이와 다르다. 죽음이 그 처소를 얻지 못하였고, 다만 그 임금의 악한 것을 드러내었을 뿐이다. 대개 참소하는 말이 임금의 총명을 어둡게 하는 것과 간사하고 아첨함이 바른 사람을 해치는 일은 옛날부터 그런 것이고, 초나라의 임금이나 신하뿐이 아니었다. 굴원은 올바르며 곧은 뜻을 가지고 임금의 사랑하는 대우를 받아서 나라의 정치를 오로지 도맡았으니, 같은 대열에 있는 동료들의 질투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관대부(上官大夫)의 참소를 당하여 왕에게 소외를 당하였으니, 이것은 예사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유감으로 여길 것이 못 된다. 굴원으로서는 마땅히 이 때에 있어서 왕이 깨우치지 못할 것을 알아차리고 종적을 감추고 멀리 숨어 있다가, 왕의 잘못이 시간이 오래 되면 차차로 없어지기를 기다렸어야 할 것이다.

 

    굴원은 그렇게 하지 않고 곧 다시 양왕(襄王)에게 용납되게 하려 하다가 도리어 영윤(令尹)인 자란(子蘭)에게 참소를 당하여 강담(江潭)에 추방되어 상강(湘江)의 죄수가 되었으니, 이 때에 이르러서는 비록 어디로 숨어 버리려 한들 될 수 있겠는가. 이러므로 수척한 얼굴로 못가에 다니며 시를 읊어 이소(離騷)를 지었는데, 여기에는 임금을 원망하는 비난과 풍자성을 띤 어구가 많았으니, 곧 이것은 또한 임금의 잘못을 드러내기에 알맞은 것이었고, 마침내는 다시 물에 몸을 던져 죽어버려서 천하의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그의 임금을 나쁘게 여기도록 하였으며, 초(楚)의 풍속은 그를 위하여 경도(競渡)의 곡(曲)을 만들어 그의 익사를 위로하기까지에 이르렀으며, 가의는 글을 지어서 물에 던져 그의 억울함을 조상하여 더욱 임금의 잘못을 크게 만세에 드러나게 하였으니, 상강의 물은 마르는 한이 있을지라도 이 임금의 죄악이야 어찌 없어지겠는가.

 

    또한 주(紂)가 나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벌써 천하에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비록 비간(比干)이 죽지 않았다 할지라도 독불장군을 면치 못하여 만세에 비난을 받을 것이지만 무왕(比干)은 대의(大義)를 들고 나섰고 조그마한 혐의는 문제로 삼지 아니하여 마침내 천하에 왕이 되었으며 공적이 만세에 베풀어졌으니, 곧 그의 덕은 두 사람의 죽음 때문에 크게 줄어들 것이 없다. 더구나 두 사람은 무왕의 신하가 아니면 곧 주의 신하였으니 자기의 임금을 토벌하는 것을 말리다가 죽어서 그의 절의를 이룬 것이니 무왕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회왕(懷王)과 같은 이는 참소를 받아들여 어진 사람을 멀리하였을 뿐인데, 이 때에 있어서 이런 정도의 일이면 어느 나라고 간에 없는 곳이 없었으니, 곧 생각하건데, 임금의 잘못이 그다지 심한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굴원의 죽음은 그 정당한 처소가 아니었고, 그 임금의 나쁜 것을 드러내었을 뿐이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그러나 나의 이 논(論)은 굴원의 억울함을 씻어 주며 더욱 그 임금의 잘못을 비난하는 결과가 될 것이니, 행여나 뒤에 참소를 믿고 어진 사람을 배척하는 임금을 깨우쳐 주려 함이요, 본래 굴원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애석하다. 그의 죽음이 그 마땅한 곳을 얻지 못함이여. 슬프다.

 

 

요점 정리

 

 지은이 : 이규보(李奎報)

 갈래 : 수필

 주제 : 굴원의 죽음이 지니는 부당함

 구성 : 기승전결

 

기 : 인과 절의를 이루고 죽은 역사적 인물

승 : 역사적 인물과 대비되는 의롭지 못한 굴원의 죽음

전 : 굴원으로 죽음으로 드러난 임금의 죄악

결 : 굴원의 죽음이 지니는 부당함

 

 

 

 

내용 연구

 

 

굴원은 죽지 않았어야 함에 대한 의론

 

 

古有殺身以成仁(고유살신이성인) : 옛날에 자신을 죽여서 인(仁)을 이룬 사람이 있었으니

若比干者是已(약비간자시이) : 비간(比干)과 같은 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요,

有殺身以成節者(유살신이성절자) : 자신을 죽여서 절의를 이룬 사람이 있었으니

若伯夷叔齊是已(약백이숙제시이) : 백이(伯夷)ㆍ숙제(叔齊)와 같은 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比干當紂時(비간당주시) : 비간은 주(紂)의 때를 당하여

其惡不可不諫(기악부가부간) : 그 악함을 보고 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諫而被其誅(간이피기주) : 간하다가 그에게 죽임을 당하였으니,

是死得其所而成其仁也(시사득기소이성기인야) : 이는 죽을 데 죽어서 그 인(仁)을 이룬 것이다.

 

虎王伐紂(호왕벌주) : 무왕(武王)이 주(紂)를 침에도

猶有慙德(유유참덕) : 오히려 참덕(慙德 : 덕화(德化)가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함 혹은, 임금이 저지른 잘못)이 있었으니,

凡在義士(범재의사) : 의사(義士)로서는

不可忍視(부가인시) : 차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故孤竹二子(고고죽이자) : 그러므로 고죽군(孤竹君; 백이ㆍ숙제의 아버지를 가리킨다)의 두 아들이

扣馬而諫(구마이간) : 말고삐를 붙잡고 간하였으며,

諫而不見聽(간이부견청) : 간하여도 듣지 않자,

恥食其粟而死(치식기속이사) : 그의 곡식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어 죽었으니,

是亦死得其所而成其節也(시역사득기소이성기절야) : 이도 역시 죽을 데 죽어서 그 절의를 이룬 것이다.

 

 

若楚之屈原擧異於是(약초지굴원거이어시) : 그런데 초(楚) 나라의 굴원이 취한 태도는 이와 달라서,

死不得其所(사부득기소) : 죽을 데 죽지 못하고

祇以顯君之惡耳(기이현군지악이) : 그 임금의 악만 드러냈을 뿐이다.

夫讒說之蔽明(부참설지폐명) : 대저 참소한 말이 임금의 총명을 가리는 것과

邪諂之害正(사첨지해정) : 간사하고 아첨함이 올바른 사람을 해치는 일은

自古而然(자고이연) : 자고로 그런 것이요,

非楚國君臣而已(비초국군신이이) : 초 나라의 군신(君臣)만 그런 것이 아니다.

 

原以方正端直之志(원이방정단직지지) : 굴원은 방정(方正)ㆍ단직(端直)한 뜻을 가지고

爲王寵遇(위왕총우) : 임금의 총애를 받아

專任國政(전임국정) : 국정을 오로지 도맡았으니,

宜乎見同列之妬嫉也(의호견동열지투질야) : 동료들의 질시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故爲上官大夫所譖(고위상관대부소참) : 그러므로 상관대부(上官大夫)의 참소를 입어

見疏於王(견소어왕) : 왕에게 소외당하였으니,

此固常理而不足以爲恨者也(차고상리이부족이위한자야) : 이것은 예사로 있을 수 있는 것이요, 족히 유감으로 여길 것이 못 된다.

 

 

原於此時(원어차시) : 굴원으로서는 이때에

宜度王之不寤(의도왕지불오) : 마땅히 왕이 깨우치지 못할 것을 알아차리고

滅迹遠遁(멸적원둔) : 종적을 감추고 멀리 숨어서

混于常流(혼우상류) :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庶使其王之惡(서사기왕지악) : 왕의 잘못이 

漸久而稍滅也(점구이초멸야) : 차차로 없어지게 했어야 할 것이다.

 

原不然(원부연) : 그런데 굴원은 그렇게 하지 않고

復欲見容於襄王(부욕견용어양왕) : 다시 양왕(襄王)에게 등용되려고 하다가

反爲令尹子蘭所讒(반위령윤자란소참) : 도리어 영윤(令尹)인 자란(子蘭)에게 참소를 당하여

放逐江潭(방축강담) : 강담(江潭)에 추방되어

作湘之纍囚(작상지류수) : 상강(湘江)의 죄수가 되었으니,

至是雖欲遁去(지시수욕둔거) : 이때에 와서는 비록 도망가려 한들

其可得乎(기가득호) : 될 수 있었겠는가?

 

 

是故(시고) : 이런 때문에

憔悴其容(초췌기용) : 수척한 얼굴로

行吟澤畔(행음택반) : 못가에 다니면서

作爲離騷(작위리소) : 시를 읊어 이소(離騷)를 지었는데,

多有怨曠譏刺之辭(다유원광기자지사) : 거기에는 원망하고 풍자한 말들이 많으니,

則是亦足以顯君之惡(칙시역족이현군지악) : 이것은 또한 임금의 잘못을 족히 드러낸 것이었는데,

而乃復投水而死(이내부투수이사) : 다시 물에 몸을 던져 죽어서

使天下之人(사천하지인) : 천하 사람으로 하여금

深咎其君(심구기군) : 길이 그의 임금을 나쁘게 여기도록 하였으며,

乃至楚俗爲競渡之曲(내지초속위경도지곡) : 심지어 초 나라의 풍속은 그를 위하여 경도곡(競渡曲)을 만들어

以慰其溺(이위기익) : 그의 익사(溺死)를 위로하기까지 하였으며,

賈誼作投水之文(가의작투수지문) : 가의(賈誼)는 글을 지어서

以弔其冤(이조기원) : 물에 던져 그의 억울함을 조상하여

益使王之惡(익사왕지악) : 더욱 임금의 잘못을 

大暴於萬世矣(대폭어만세의) : 크게 만세에 드러나게 하였으니,

湘水有盡(상수유진) : 상강의 물은 마르는 한이 있을지라도

此惡何滅(차악하멸) : 이 임금의 악이야 어찌 없어지겠는가?

 

 

 

且紂之惡(차주지악) : 또 주(紂)의 악은

久已浮於天下(구이부어천하) : 오래 전부터 벌써 천하에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雖比干不死(수비간부사) : 비록 비간이 죽지 않았다 할지라도

未免爲獨夫(미면위독부) : 독부(獨夫)를 면치 못하여

而取刺於萬世矣(이취자어만세의) : 만세에 비난을 받을 것이지만,

虎王擧大義忘小嫌(호왕거대의망소혐) : 무왕은 대의(大義)를 들고 나섰고 조그마한 혐의는 문제로 삼지 아니하여

卒王天下(졸왕천하) : 마침내 천하의 왕이 되었으며

功業施于萬世矣(공업시우만세의) : 공업(功業)이 만세에 베풀어졌으니,

則其德不以二子之死大損也(칙기덕부이이자지사대손야) : 그의 덕은 두 사람의 죽음 때문에 크게 덜어질 것이 없다.

 

況二子非虎王之臣也(황이자비호왕지신야) : 하물며 두 사람은 무왕의 신하가 아니며

乃紂之臣(내주지신) : 곧 주(紂)의 신하였으므로

諫伐其君而死(간벌기군이사) : 자기의 임금을 치는 것을 간하다가 죽어서

以成其節也(이성기절야) : 그의 절의를 이룬 것이니,

何與於虎王哉(하여어호왕재) : 어찌 무왕과 관계가 있겠는가?

若懷王則聽讒疏賢而已(약회왕칙청참소현이이) : 회왕(懷王)으로 말하면, 참소를 받아들여 어진 사람을 소원하였을 뿐이다.

 

 

 

當時此事(당시차사) : 이때에는 이런 정도의 일은

無國無之(무국무지) : 어느 나라고 다 있었으니,

原若不死(원약부사) : 굴원이 만일 죽지 않았더라면

則王之惡(칙왕지악) : 임금의 악은

想不至大甚(상부지대심) : 아마 매우 큰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吾故曰(오고왈) : 그러므로 나는

原死非其所(원사비기소) : ‘굴원은 죽지 않을 데 죽어서

以顯其君之惡耳(이현기군지악이) : 그 임금의 악만 드러냈을 뿐이다’라고 한 것이다.

 

予之此論(여지차론) : 그러나 나의 이 논은

乃所以雪原之冤(내소이설원지원) : 곧 굴원의 억울함을 씻어 주고

而益貶其君之惡(이익폄기군지악) : 더욱 그 임금의 악을 비난하여,

庶以諷後之信讒斥賢耳(서이풍후지신참척현이) : 후세에 참소를 믿고 어진 사람을 배척하는 임금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요,

非固譏原也(비고기원야) : 본시 굴원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惜也其死之非其所宜也(석야기사지비기소의야) : 애석하다, 그의 죽을 데 죽지 않음이여!

嗚戲(오희) : 슬프다

 

 

 

 굴원(屈原) : 전국 시대(戰國時代) 초(楚)의 대부로 문인(文人). 초 회왕(楚懷王) 때에 삼려대부(三閭大夫)가 되었으나, 참소하는 말을 듣고 그를 멀리하였으므로 그는 《이소(離騷)》라는 장편 서정시를 지었고, 양왕(襄王) 때에 다시 참소를 당하여 그를 강남(江南)으로 추방하므로, 굴원은 근심하던 나머지 마침내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었다. 
비간(比干) : 은(殷)의 끝 임금인 주(紂)의 숙부. 주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바른 말로 간하다가 주의 노여움을 받아 살해당하였다.

 

 

 

이해와 감상

 

 이규보는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굴원의 죽음을 평가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굴원이야말로 충신 중에 충신이라고 칭송할 때, 이규보는 도리어 굴원이야말로 임금을 욕보인 신하에 지나지 않으며, 그의 죽음은 마땅함을 얻지 못한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 이규보의 새로운 발상으로 쓰여진 글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글이 새롭다는 관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임금의 잘못을 드러나게 한 것은 잘못이라는 그의 지적은 굴원에 대한 평가가 편견일 수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신하이지만, 그의 주군의 잘못을 감추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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