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홍준의 <국보순례> 백자·불상·와당… 걸작 문화재와 감칠맛 해설이 만났을 때

2016. 1. 7. 20:46美學 이야기

 

 

      

백자·불상·와당… 걸작 문화재와 감칠맛 해설이 만났을 때

 

허윤희 기자

입력 : 2011.08.13 03:14

 
유홍준의 국보순례
유홍준 지음 | 눌와|264쪽 | 1만6000원

 


   지난해 입적한 법정 스님의 방에는 불두(佛頭) 사진이 걸려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나말여초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사진이다. 그리 유명한 불상은 아니다. 조형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다. 왜 하필 이 철불을 고르셨을까. 저자는 "그러나 누가 찍었는지 사진 속 불상의 모습이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인상과 사뭇 달라 보였다"고 했다.

   아래쪽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 시각으로 포착한 불두는 아주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부처라기보다는 현세적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눈가의 주름을 표현한 필치가 강한 질감으로 나타나 있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철불. 저자는 박물관 3층 전시실에 찾아가 다시 불상을 바라보면서 "인자하면서도 법열(法悅)에 든 편안한 모습"이라며 "스님은 그것을 구도자의 표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리라"고 감탄한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본지에 연재하고 있는 동명 칼럼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우리 문화재를 하나씩 소개하는 명작 해설이다. '국보순례'지만 나라에서 지정된 국보·보물만이 아니라 저자가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유물을 망라했다. 종류에 따라 그림·글씨, 공예·도자, 조각·건축, 해외 한국 문화재로 나눠 실었다. 저자는 "특히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해외 문화재를 소개하는 데 더 마음을 썼다"며 "일본은 아직도 찾아갈 곳이 많지만 미국과 유럽에 있는 국보급 유물들은 미술관별로 대략 일별해본 셈"이라고 했다.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좋다. 지난해 특별전을 통해 깊은 감동을 안겼던 명품 고려 불화들, 백제의 우아한 연꽃무늬 수막새 와당, '잘생긴 부잣집 맏며느리를 보는 듯' 넉넉한 백자 달항아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있는 국보급 금동반가사유상…. 문장은 간결하고 설명은 군더더기가 없다. 저자 특유의 감칠맛 나는 묘사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문화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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