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귀전시초(歸田詩草) [3] 제7권 / 다산시문집

2016. 1. 10. 23:58

 

 

 

       시(詩) 귀전시초(歸田詩草) [3] 제7권 / 다산시문집

2011.01.1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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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사곡 친구 윤양겸에게 적어 부치다[簡寄沙谷尹友 養謙]
 
사휴정가의 물빛은 연기와도 같아라 / 四休亭畔水如煙
어제 협곡 내려가는 배 함께 탄 게 생각나네 / 憶昨同登下峽船
붉은 살구꽃 푸른 시내를 찾을 곳이 없어 / 紅杏碧谿無覓處
동천서 동쪽 바라보며 거듭 눈물 흘리노라 / 東川東望重汪然

회갑을 맞아서 축수의 자리 베풀었는데 / 重回甲子設芳筵
신령한 약초 새로 심어 신선 되기 꼭 알맞네 / 靈藥新栽恰做仙
모두들 궁함과 통함이 이제 일변했다 하나니 / 摠道窮通今一變
후원년이라 부르는 것도 해롭지 않겠구려 / 不妨喚作後元年
 

 

[주D-001]후원년(後元年) : 여기서는 인생의 한 세대가 새로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22. 서쪽 이웃의 이씨 노인에게 장난삼아 바치다[戲呈西隣李叟]
 
백발로 즐거움 없어 자다 말고 길이 탄식하노니 / 白髮無歡寤歎長
서쪽 이웃 작은 모임에 좋은 자리 부러워라 / 西隣小集羨淸芳
느릅나무 잎새 떨어져 산집은 고요하고 / 枌楡葉脫山齋靜
무를 쪄서 만든 사일의 떡이 향기롭네 / 蘿菔蒸成社餠香
좋은 모임은 오늘 밤 달만큼 푸짐할 수 없고 / 嘉會莫饒今夜月
덧없는 인생은 흥취가 소년에게만 있다오 / 浮生只在少年場
아래께 비바람이 거듭 머리를 돌리어 / 向來風雨重回首
수척한 국화꽃이 이미 절반이나 상하였네 / 瘦損黃花半已傷
 
 
23. 시월 십삼일 밤에 읊다[十月十三日夜]
 
사경이 될 때까지 산집에서 배회하노니 / 山閣徘徊欲四更
마당 가운데 물풀에서 가는 무늬 생기누나 / 中庭藻荇細紋生
달은 이렇게 밝아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 月如此白無人見
여울은 무슨 원한이 있어 밤새껏 울어대는고 / 灘有何冤竟夜鳴
예악은 이천 년 동안을 어두워져 왔고 / 禮樂二千年晦昧
풍파는 삼만 리를 종횡무진하였어라 / 風濤三萬里縱橫
이 끝없는 심사를 누구에게 말하리오 / 悠悠心事從誰說
홀로 심지 후비며 짧은 등경 마주하노라 / 獨剪寒燈對短檠
 
 
24. 강촌에서 눈을 감상하면서 신 학사 형제를 생각하여 급히 적어서 부쳐 올리다[江村賞雪 懷申學士兄弟 走筆寄呈]
 
고씨 집 화보에 편집된 삼백 본 가운데 / 顧家畫譜三百本
범관의 설경 작품이 화단을 울리었는데 / 范寬雪景鳴藝苑
묵의 묘는 굳이 혼자 유달리 할 것 없거니와 / 墨玅未必獨超越
눈의 경치는 원래 특별히 맑고 심원하다오 / 雪景元來特淸遠
아이 적엔 강촌에서 눈 감상하기 좋아하여 / 兒時江村樂賞雪
언덕을 두루 뛰어다니며 불러도 안 돌아왔지 / 走徧陵阿召不反
중간에 사십 년이나 그런 구경을 못 하다가 / 中間不見四十年
낭패하여 돌아오니 이젠 쇠한 늙은이로세 / 狼狽歸來屬衰晩

오늘 아침에 눈을 보고 기절하다 외쳤나니 / 今朝起望叫奇絶
하늘의 큰 은혜로 석 자의 눈을 내려 주었네 / 曠恩天賜三尺雪
이운은 나무에 엉겨 번지르르한 꽃이 놀랍고 / 梨雲擁樹愕葩髿
수묵은 봉우리 나뉘어 깨끗함이 기뻐라 / 水墨界峯欣皎潔
물 건너 저 멀리에 생각나는 이 있건마는 / 隔水迢迢有所思
옥같이 고운 그 님은 가까이할 수가 없네 / 玉人嬋媛不可媟
어부의 배 한 척만 차갑게 홀로 떠서 / 漁莊一舸寒獨泛
서루의 卍자 난간과 서로 가지런하구려 / 書樓卍欄還相挈

개인 창 앞에 책 보는 그 맛 다시 좋아라 / 晴窓展卷味更長
고문과 기자들을 털끝까지 분석하나니 / 古文奇字分毫芒
벌레 다리 고기 지느러민 훈고를 참고하고 / 蟲股魚鰭溯詁訓
대그릇 양식 접시 고기는 제도를 고증하네 / 籩糗豆臡考典章
이 낙을 지금 고관대작과 바꿀 수 있다면 / 此樂如今易軒冕
아경인 현제 또한 물러나와 은거할 걸세 / 亞卿賢弟亦退藏
나는 지레 물소를 타고 강물을 건너가서 / 徑欲烏犍渡江去
한 구석 자리 빌려 좋은 시문 내놓고 싶네 / 借席一隅掞芬芳
 

 

[주D-001]고씨 집[顧家] : 고씨 중에는 특히 동진(東晉) 때의 고개지(顧愷之)를 비롯하여 문인화가가 대단히 많은데, 여기서는 누구를 가리키는지 자세하지 않다.

 [주D-002]범관(范寬) : 송(宋) 나라 때의 화가이다.
[주D-003]이운(梨雲) : 본디 많은 배꽃을 백운(白雲)에 비유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눈에 비유하였다.

 
 

 

25. 돌아온 지 수일 뒤에 나의 회포를 추후로 기술하여 신 학사 형제에게 받들어 올리다[旣歸數日追述鄙懷奉呈申學士兄弟]
 
강촌의 눈이 환하게 개고 나니 / 江雪廓已霽
사방의 뭇 산봉우리 깨끗하여라 / 群巒皎四圍
물새는 추워서 일어나지를 않고 / 渚禽寒不起
들집은 고요히 서로 의지해 있네 / 野屋靜相依
절기는 폐색되는 게 마음아프고 / 閉塞傷時令
저문 해는 달려가는 게 애석하여라 / 飛騰惜暮暉
마른 풀뿌리 모두가 묻혀 있으니 / 枯荄摠埋沒
어디에서 천지조화를 증험할거나 / 何處驗天機

산 사람의 조촐한 생계의 수단이 / 山人小經濟
원포의 주변은 썩 잘 다스렸구려 / 園圃靜周遭
창은 외로이 난 대를 마주하고 / 窓對孤生竹
울은 다섯 복숭아나무로 가리었네 / 籬遮五樹桃
지붕 까마귀에서 애호함을 징험하고 / 屋烏徵愛好
토끼 그물에서 어진이임을 알겠네조심스럽게 토끼 그물을 치는 일에서 그 공경심을 잊지 않은 것을 징험할 수 있듯이, 지금 향인(鄕人)들이 학사(學士)더러 원포(園圃)를 가지런하게 잘 다스린다고 칭도하기 때문에 한 말이다. / 罝兎識賢豪
깨끗한 선비끼리 전이 같아야 하니 / 淸士須同傳
천추만세에 자고와 짝하리라 / 千秋配子羔

물 위의 누각에 서책을 쌓아 두니 / 水閣貯書史
진기한 얘기가 집 안에 다 있구려 / 奇聞不出家
노시는 공리의 대답을 계승하고 / 魯詩承鯉對
한예는 용이 끄는 걸 이루었네신씨(申氏)의 가전지학(家傳之學)을 이른 말이다. / 漢隷作龍拏
도를 독신하니 부화함이 없어지고 / 篤信浮華落
맑게 닦으니 만년이 아름다워라 / 淸修晩節姱
경치를 완상함에 즐거운 일 많거니와 / 賞心多樂事
그 여가에는 산꽃도 기른다오 / 餘力養山花

동쪽 궐문 밖 규장각에서 / 東闕奎瀛府
한창 나이에 교서한 일 생각나네 / 丁年憶校書
하사품은 호표의 가죽이 뒤섞이고 / 匪頒交虎豹
진수성찬은수거가 뒤섞이었지 / 珍膳錯鱐腒
천보의 남은 영관은 다 흩어지고 / 天寶遺伶散
홍도의 옛 관각은 텅 비어 버렸으니 / 鴻都舊館虛
이제는 연기 물결 이는 가에서 / 如今煙水上
서로 대해 어초나 얘기할 뿐일세 / 相對話樵漁

우 좨주는 주역을 담론하였고 / 談易禹祭酒
맹 정승은 소를 타고 다니었네 / 騎牛孟政丞
선배들에게는 풍류가 있었는데 / 風流有前輩
말세에는 본받을 데가 없구려 / 頹俗鮮師承
깊은 집엔 찬 산의 눈이 쌓이고 / 深屋寒山雪
높은 다리는 골짝 길이 빙판일세 / 危橋澗道氷
쓸쓸히 문자를 담론하는 가운데 / 蕭蕭文字話
쇠한 기운이 갑자기 치밀어 오르네 / 衰氣欻憑陵
 
[주D-001]지붕 …… 징험하고 :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그가 사는 집 위의 까마귀까지 귀엽게 보인다는 뜻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사람 주위의 것에까지 미침을 이른 말이다.
[주D-002]토끼 …… 알겠네 : 주 문왕(周文王)의 덕이 온 나라 안에 미침으로써 비록 토끼를 잡는 천인도 문왕의 덕에 감화되어 조심스럽게 토끼 그물을 친다는 뜻에서, 《시경(詩經)》 주남(周南) 토저(兔罝)에 “조심조심 토끼 그물을, 아홉 거리 한길에 치네.[肅肅兔罝 施于中逵]”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자고(子羔) : 춘추 시대 위(衛) 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인 고시(高柴)를 이름. 자고는 그의 자이다.
[주D-004]노시(魯詩)는 …… 계승하고 : 가전지학(家傳之學)을 이른 말로, 공자가 아들인 공리(孔鯉)에게 《시경》을 읽었느냐고 묻자, 아직 읽지 못했다고 대답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한예(漢隷)는 …… 이루었네 : 한예는 한 나라 때에 성행했던 예서체(隷書體)를 말하고, 용이 끈다는 것은 곧 자획(字劃)의 모양을 형용한 말이다.
[주D-006]수거(鱐腒) : 물고기 말린 것과 새고기 말린 것을 합칭한 말이다.

 

[주D-007]천보(天寶)의 …… 흩어지고 : 천보는 당 현종(唐玄宗)의 연호로 즉 잘 다스려지던 시대를 뜻하고, 영관(伶官)은 곧 악관(樂官)인데 여기서는 바로 태평한 시대에 어진이가 크게 쓰이지 못하고 하찮은 악관의 자리에 있었던 것을 의미한 말로, 자세한 것은 《시경(詩經)》 패풍(邶風) 간혜(簡兮)에 나타나 있다.
[주D-008]홍도(鴻都)의 …… 버렸으니 : 문학을 숭상하던 시대가 이미 지났음을 뜻함. 홍도는 한(漢) 나라 때의 문명(門名)인데, 영제(靈帝)가 맨 처음 홍도문에 서적을 소장하고 또 홍도문 학사(鴻都門學士)를 두어 학문을 숭상하게 되었던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靈帝紀》

 

[주D-009]우 좨주(禹祭酒)는 주역을 담론하였고 : 우 좨주는 고려 중기의 학자인 우탁(禹倬)을 이름. 그는 특히 《주역》에 정통하였고, 벼슬은 충숙왕 때 성균 좨주(成均祭酒)에 이르렀다.
[주D-010]맹 …… 다니었네 : 맹 정승은 조선 세종(世宗) 때의 명상(名相)인 맹사성(孟思誠)을 이름. 맹사성은 특히 청렴하기로 유명하였고, 고향에 다닐 적에는 흔히 소를 타고 다녔다 한다.
 
 

 

26. 강가에 사는 윤 교리 영희 에게 적어 부치다[簡寄尹 永僖 校理江居]
 
올해도 어느덧 저물어 가는데 / 今歲忽云暮
그윽한 회포를 누구와 담론할꼬 / 幽懷誰與論
저문 해는 다듬이 소릴 재촉하고 / 冷暉催杵響
남은 눈은 울 밑을 의지해 있네 / 殘雪託籬根
몸이 늙으니 친구가 생각나고 / 身老思朋友
집 가난하니 자손에게 부끄러워라 / 家貧愧子孫
사방을 두루 관람한 뒤로부터는 / 自從遊歷後
항상 용문에 은거하고 싶다오 / 常欲隱龍門

멀리 아득한 송파의 나루에 / 眇眇松坡渡
맑고 그윽한 띳집이 썰렁해라 / 瀟瀟草屋寒
여기 불우한 내 친구가 사는데 / 竛竮吾友在
얼음과 눈을 얼마나 보았는고 / 氷雪幾時看
기러기는 구름을 간절히 부르짖고 / 逝雁號雲切
까마귀는 먹이 얻어 기뻐하누나 / 歸鴉得食歡
생활이 궁핍함을 뻔히 알면서 / 熟知生理絶
오히려 스스로 안부를 전하노라 / 猶自報平安

이십 년 동안을 강가에서 늙다가 / 二紀江邊老
금년에야 옥당을 들어가노니 / 今年上玉堂
대궐 구름은 어제와 같고요 / 宮雲如昨日
어구의 버들은 석양을 띠었네 / 溝柳帶殘陽
옛 자취는 문폐에 남아 있고 / 舊迹留文陛
흰 머리는 어탑에 근접하여라 / 華顚近御牀
축하 전문 올리던 때 생각하노니 / 猶思進箋地
하사한 구마가 은덕을 빛냈었지 / 廐馬賁恩光

청해의 검버섯 핀 늙은이들은 / 淸海諸犁老
아직도 학사의 당시를 말하는데 / 猶言學士時
황장목 보니 쉬었던 곳 생각나고 / 黃腸思苃憩
백성에겐 가혹한 정사 없애었어라 / 黔首斷鞭箠
위엄은 장고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 威與張皐竝
명성은 이영과 함께 전해지건만 / 名將李穎垂
애석하다 그 경세제민의 솜씨는 / 可嗟經濟手
펴질 않았으니 누가 다시 알리오 / 囊括復誰知

생각하건대 그 옛날 남주 가에서 / 憶昨藍洲觜
그대 더불고 달빛 아래 거닐 제 / 携君步月華
찬 강물은 높은 언덕을 흔들고 / 寒流搖斷岸
높은 눈은 무너진 모래를 덮었지 / 高雪護崩沙
다시 황봉은 내리지를 아니하고 / 不復黃封降
까닭 없이 백발만 성성하여라 / 無端白髮斜
멀리 건릉의 하고많은 나무에 / 健陵多少樹
밤에 깃들인 까마귀가 부럽네그려 / 遙羨夜棲鴉
 

 

[주D-001]문폐(門陛) : 무늬가 화려한 돌로 쌓은 어전(御殿)의 섬돌을 이름.
[주D-002]황장목 …… 생각나고 : 백성들이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앙모(仰慕)함을 비유한 말. 주(周) 나라 소공(召公)의 선정에 감격하여 그 지방 백성들이 그가 일찍이 쉬었던 감당(甘棠)나무를 소중히 여겼던 데서 온 말이다. 《詩經 召南 甘棠》

 

[주D-003]장고(張皐) : 신라 때의 명장인 장보고(張保皐)를 이름. 장보고는 흥덕왕(興德王) 때 당(唐) 나라에 들어가 무령군 소장(武寧軍小將)을 지내고 본국에 돌아와, 당 나라의 해적(海賊)들을 소탕하기 위해 1만 명의 군사를 얻어 청해(淸海 완도의 고호)에 진(鎭)을 설치하고 청해진 대사(淸海鎭大使)가 되어 해적을 소탕하여 세력을 크게 떨쳤었다.

 

[주D-004]이영(李穎) : 고려 충렬왕(忠烈王) 때의 문신으로 특히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하였고, 벼슬은 보문각 대제(寶文閣待制)ㆍ예부 상서(禮部尙書)ㆍ한림 학사 승지(翰林學士承旨)에 이르렀다.

 

[주D-005]황봉(黃封) : 임금이 하사한 술을 이름.
[주D-006]건릉(健陵) : 조선 정조(正祖)의 능호.
 
 

 

27. 눈을 대하여 신 학사 형제에게 거듭 부치다[對雪重寄申學士兄弟]
 
그윽한 회포 고요히 움직이는데 / 肅肅幽懷動
강산엔 눈이 또 많이 내리었네 / 江山雪又多
아침 햇살은 멀리 붉게 비추고 / 遠紅初旭照
푸른 강물엔 한 배가 지나누나 / 寒碧一船過
우선 기우첩을 열람하고 나서 / 且閱騎牛帖
장차 획리가를 이루려 하는데 / 將成畫鯉歌
수중의 모래톱에 분명 보이니 / 中坻宛在目
세모를 당한 이 마음 어떠하겠나 / 歲暮意如何
 

 

[주D-001]기우첩(騎牛帖) : 소 타는 형상을 그린 화첩(畫帖). 남조 송(南朝宋) 때의 은사인 유응지(劉凝之)가 일찍이 〈기우가(騎牛歌)〉를 지어 부르기를, “내가 소를 탄다고 그대는 비웃지 마소. 세간의 만물은 내 좋은 대로 따른다네.[我騎牛君莫笑 世間萬物從吾好]” 하였는데, 송(宋) 나라 때의 서화가인 이공린(李公麟)이 이 형상을 그림으로 그렸던 데서 온 말인 듯하다. 《宋書 卷93》

 

[주D-002]획리가(畫鯉歌) : 소식(蘇軾)의 〈획어가(畫魚歌)〉를 전용(轉用)한 말이다. 획어는 갈고리로 고기를 끌어올린다는 뜻으로 소식은 당시의 신법(新法)이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은밀히 풍자하여 지은 획어가에서 “날 춥고 물 말라 고기가 진흙 속에 있는데, 쟁기질하듯 짧은 갈고리로 물을 그어대네. 물가의 부들 꺾이고 물풀도 산란해져라, 이 뜻이 어찌 잔고기인들 남겨 둘쏜가.[天寒水落魚在泥 短鉤畫水耕犁 渚蒲披折藻荇亂 此意豈復遺鰍鯢]” 하였다. 《蘇東坡詩集 卷8》

 

[주D-003]수중(水中)의 …… 보이니 :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시경(詩經)》 진풍(秦風) 겸가(蒹葭)에 “ …… 저기 저 사람이 물가에 분명 있도다. 물길 따라 좇아가려 하나 모래톱에 완연히 보이네.[所謂伊人 在水之湄 遡游從之 宛在水中坻]” 한 데서 온 말이다.
 
 

 

28. 밤[夜]
 
강마을 어둑어둑 저물어 가니 / 黯黯江村暮
성긴 울에 개 짖는 소리 띠어라 / 疏籬帶犬聲
물결 이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고 / 水寒星不靜
산이 머니 눈빛은 오히려 밝아라 / 山遠雪猶明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 없고 / 謀食無長策
책을 가까이함엔 짧은 등잔이 있다오 / 親書有短檠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 幽憂耿未已
어떻게 하여 일평생을 마칠거나 / 何以了平生
 
 
29. 정 정언 원선 에게 적어 부치다[簡寄鄭 元善 正言]
 
고밀은 경학 연구하며 곡구에서 살았는데 / 高密硏經谷口居
간관은 넉넉한 학문으로 띳집에서 살도다 / 諫官優學在茅廬
푸른 등라 후미진 길에 거듭 은사를 부르고 / 蒼藤路僻重招隱
단풍잎새 깊은 마을에 홀로 글을 짓도다 / 黃葉村深獨著書
거위 떼와 함께 농 속에 부쳐 있고자 하고 / 肯與鵞群籠裏寄
홍보를 가져다 베개 속에 쌓으려 하네 / 且將鴻寶枕中儲
벗님네야 나의 생활 방도를 묻지 말게나 / 故人生理休相問
눈 가득한 찬 강에 고기 낚는 게 업이라네 / 雪滿寒江業釣魚
 

 

[주D-001]고밀(高密) : 후한(後漢) 때의 경학자(經學者)인 정현(鄭玄)을 이름. 고밀은 바로 그의 고향이다.
[주D-002]거위 …… 하고 : 옛날 허언(許彦)이란 사람이 길에서 한 서생(書生)을 만났는데, 그가 다리가 아프다면서 거위 농[鵞籠] 속에 들어가 거위와 함께 있기를 요구하므로, 허언이 장난삼아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자, 그 서생이 농 속으로 들어가 거위들과 함께 앉아 놀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續齊諧記》

 

[주D-003]홍보(鴻寶)를 …… 하네 : 홍보는 한(韓) 나라 때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베개 속에 비장(祕藏)했다는 도술서(道術書), 즉 《홍보원비서(鴻寶苑祕書)》를 말한다.
 
 
30. 여 지현 동근 의 정읍 관사에 적어 부치다[簡寄呂知縣 東根 井邑官居]
 
초구 현장이 임지로 훌쩍 떠나가더니 / 楚丘縣長去翩然
멀리 이 열천에까지 봉서를 부쳐 왔네 / 遠寄封緘到洌川
누각의 방에 매화 길러라 공무는 한가하고 / 煖閣藏梅官少事
찬 산에 상수리 주워라 벗이 서로 연민하네 / 寒山拾橡友相憐
노관에 눈이 막히면 말 매기가 걱정이니 / 蘆關雪塞愁維馬
잠수에 봄이 오거든 뱃놀이하길 약속하세 / 梣水春回約泛船
영제는 매양 사냥하고픈 생각을 가졌기에 / 令弟每存游獵想
매 길들여 수시로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오 / 調鷹時復望西天
 

 

[주D-001]
초구 현장(楚丘縣長) :
정읍(井邑)의 고호가 초산(楚山)이므로 정읍 현감을 이른 말인데, 후한(後漢) 때 두 아들과 함께 당세에 학덕(學德)으로 명성이 높았던 진식(陳寔)이 태구 현장(太丘縣長)을 지냈으므로, 여기서는 남의 부형을 높이는 뜻으로 한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