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두보의 시 십이 수를 화답하다[和杜詩十二首] [1] 제7권 / 다산시문집

2016. 1. 12. 01:27

 

 

      

시(詩) 두보의 시 십이 수를 화답하다[和杜詩十二首] [1] 제7권 / 다산시문집

2011.01.1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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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서(小序)
 
옛날 두보가 촉(蜀)에 들어가서 고시(古詩) 십이 수를 지었다. 춘주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성도(成都)와 같은 곳이다. 산의 험준함과 강물의 파도가 마치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차운하여 화답하는 바이다.
 
 
2. 아침 일찍 남일원을 출발하면서 두보의 동곡현시에 화답하다[早發南一原和同谷縣]
 
바람 안 불면 닻줄 끌어맸다가 / 不風且曳纜
바람이 불면 이에 돛을 걸어라 / 得風斯掛席
매양 연파 늙은이를 생각하나니 / 每懷煙波叟
초계 삽계에 그 집을 띄웠었지
/ 苕霅泛其宅
동쪽으로 수석 마을을 지나니 / 東過水石村
벽계의 후미진 곳이 생각나누나 벽계는 곧 삼연(三淵) 김공 창흡(金公昌翕)이 일찍이 살던 곳이다. / 尙想檗溪僻
철인은 심신수양을 중히 여겨 / 哲人重神養
형체의 부림 받길 부끄러워한다오 / 恥爲形所役
우리 국토가 비록 좁긴 하지만 / 國境縱褊小
뜻만 흥겨우면 갈 곳도 많아라 / 竟逸多可適
설령엔 해 지난 가지에 잎 피고 / 雪嶺舒經枝
기괴한 천석을 저장하고 있기에 / 蓄藏奇泉石
그리운 마음에 목이 타는 듯하여 / 戀結似焦渴
한 방울 물이나마 축이고파라 / 志欲沾一滴
운수 비색하여 얻은 건 없으나 / 阨窮無所得
기쁨과 슬픔은 떠날 수가 있건만 / 尙能外欣慼
애석한 건 이 몸뚱이가 둔하여 / 惜此軀殼鈍
사방을 두루 다닐 수 없음이니 / 無由徧行跡
힘써 물에 뜬 오리가 되어서 / 勉爲水中鳧
구름 새에 날기를 바랄 뿐일세 / 仰冀雲間翮
 
[주D-001]연파(煙波) …… 띄웠었지 : 연파는 당(唐) 나라 때의 은사 장지화(張志和)의 자호인 연파조도(煙波釣徒)의 준말이다. 당시 안진경(顔眞卿)이 호주 자사(湖州刺史)가 되었을 때 장지화가 찾아가 알현하자 안진경이 그의 부서진 배를 고치기를 청하니,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가택(家宅)을 물에 띄우고 초계(苕溪)ㆍ삽계(霅溪) 사이를 왕래하고 싶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唐書 卷196》
 
 
3. 호후판에서 두보의 목피령시에 화답하다[虎吼阪和木皮嶺] 황공탄(惶恐灘)ㆍ청평천(淸平川)의 동쪽에 있다.
 
첫머리 굴운의 북쪽에는 / 開頭屈雲北
골짝이 깊어 이룬 마을 없는데 / 峽深無成村
황공탄이라는 사나운 여울이 / 惡灘號惶恐
산 어귀에 당하여 포효하나니 / 哮怒當山門
이것은 바로 폭포의 부류이지 / 玆是瀑布類
여울이라고 논할 수 없으리라 / 不可湍瀨論
고요한 하늘에 거센 바람 일어나 / 靜天生疾飆
소슬함이 따스한 봄 잊게 하누나 / 瀟瀟忘春暄
눈이 어지럽고 심장이 놀래어라 / 目眩心腎駭
산악도 같이 치달을까 걱정일세 / 山嶽愁同奔
신기한 위엄은 뱃길을 진동시키고 / 神威震木道
명성은 특별히 가장 높구려 / 聲聞特最尊
어렵스레 험난한 곳을 지나서 / 艱崎度絶險
다시 하늘과 땅이 바로잡히니 / 復得整乾坤
숲의 나무빛은 밝기만 하고 / 林木色昭明
파도의 사나움도 잔잔하여졌네 / 波濤霽狂昏
예전에 배 만든 게 가증스러워 / 曩也咎作舟
곧장 헌원씨를 책망하고 싶어라
/ 直欲誶軒轅
숨이 하도 가빠서 조금 쉬려고 / 喘息思小憩
닻줄 매고 산기슭 의지해 있노니 / 繫纜依山根
누런 꾀꼬리 녹음으로 날아들어라 / 黃黧赴綠陰
푸르른 계절 풍경 무성도 하구려 / 蔥然時景繁
날이 막 개자 물은 다시 불고 / 新晴水更肥
풀이 뒤덮여 모래톱은 흔적 없네 / 草沒沙無㾗
호후판이 무서운 곳이란 말을 / 虎吼差可怕
일찍이 들은 자가 배 안에 있어 / 船中聞者存
술 불러 마른 고기로 안주하면서 / 命酒嚼乾肉
몹시 놀란 마음을 수습하노라 / 且以收飛魂
 
[주D-001]명성은 …… 높구려 : 여울 이름이 황공탄인데, 황공이란 말은 본디 임금에게나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2]예전에 …… 싶어라 : 옛날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가 맨 처음 배와 수레를 만들었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4. 입천 나루에서 두보의 백사도시에 화답하다[笠川渡和白沙渡]
 
입천을 방언으로는 ‘간내골[竿奈兀]’이라 하는데, 바로 홍천의 물과 춘천의 물이 합류(合流)하는 곳이다
 
녹효의 물이 산수로 붙따라라 / 綠驍赴汕水
깎아지른 두 언덕이 마주했는데 / 對立雙斷岸
잔잔한 물결 조용하게 흘러서 / 細流靜相過
강한의 물엔 비유할 수 없거니와 / 未足方江漢
우리 문 앞의 물에 비유하여도 / 視我門前水
반의 반밖에 되지를 않누나 산수(汕水)와 습수(濕水) 두 물이 마현(馬峴) 동쪽에서 서로 만난다. / 且爲半之半
그러나마 여기에 일엽선을 띄우고 / 猶浮一葉船
나무꾼이 부를 때를 기다리고 있구나 / 樵蘇備呼喚
푸른 봉우리엔 저녁 안개 뿌옇고 / 夕靄澹靑㟽
남은 놀 다시 곱게 펼치었는데 / 餘霞復靡慢
배 멈추고 고기떼를 내려다보니 / 停舟頫魚隊
온갖 생각이 맑고 조용하여라 / 百慮淨蕭散
도원은 본디 절로 좋은 곳인데 / 桃源本自好
하필 진 나라의 난리를 기다리랴
/ 何必須秦亂
내 행장을 함께 의논할 사람 없어 / 無人議行藏
물을 임해 홀로 깊이 탄식하노라 / 臨流獨永歎
 
[주D-001]도원(桃源)은 …… 기다리랴 : 도원은 진(晉) 나라 때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말하는데, 그 〈도화원기〉에 의하면 어부(漁父)가 뜻밖에 가게 된 별경(別境), 즉 도화원에는 옛날 진(秦) 나라 때의 난리를 피하여 온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陶淵明集 卷6》
 
 
5. 초연각에서 두보의 비선각시에 화답하다[超然閣和飛仙閣]
 
언덕 곁으로 긴 바람 불어 오니 / 側岸吹長風
보리 모개들 모조리 드러누워라 / 麥芒偃衆毫
사람과 범이 서로 가까이 살기에 / 人虎相與居
울타리를 견고하게 얽어매었네 / 籬柵締縛牢
높은 잔도는 무너진 비탈길을 잇고 / 飛棧接崩磴
푸른 못은 하얀 파도를 튕겨 내는데 / 黝潭蹴素濤
마소가 다니는 건 보이지 않고 / 不見牛馬行
노루들의 우는 소리만 들리어라 / 唯聞麏麚號
첩첩의 산이 이렇게 단단히 막혀 / 關鎖此重疊
예맥 나라가 하늘 위에 높았는데 / 貊國天上高
팽오는 황제의 명을 받들고 와서 / 彭吳攀帝命
길 뚫느라 어이 그리 수고했던고 / 鑿通何太勞
가파른 데서 돌덩이가 떨어진다면 / 危峭下礌石
이 목숨을 어떻게 보전하리오 / 性命將焉逃
고기잡이 배는 중류에 떠 있어라 / 罾船泛中流
이틀 밤을 묵는 너희들이 부럽구려 / 信宿羨汝曹
 
 
6. 삼악에서 두보의 오반시에 화답하다[三嶽和五盤]
 
높고도 큰 저 석파령은 / 崔崔席破嶺
대체로 삼악산의 줄기인데 / 是蓋三嶽餘
비록 아름다운 봉우리는 없지만 / 雖無娟妙峯
국경의 방비는 꽤 튼튼하겠네 / 捍禦頗不疎
왕조란 자와 최리란 자가 / 王調與崔理
공연히 솥 안의 고기가 됨으로써 / 浪作釜中魚
한 나라 관리가 바다를 건너오니 / 漢吏空越海
답답하여라 어떻게 살 수 있으랴 / 鬱鬱安能居
아득한 저 청류관에는 / 漠漠淸流關
초목의 새싹이 막 어우러졌고 / 草木嫩初舒
역참 또한 아득히 바라보이는데 / 亭郵杳相望
우거진 잡초를 누가 제거할거나 / 榛莽誰能除
옛 성은 끊어진 가퀴만 남았고 / 古城餘斷堞
부서진 절은 빈터에 부쳐 있어라 / 破寺寄空墟
이것을 인하여 인간 세상살이가 / 因知人世間
곳곳마다 여관에 붙여짐을 알겠네 / 處處委蘧廬
왕조와 최리는 모두 한 광무제(漢光武帝) 때 낙랑(樂浪)의 토추(土酋)인데, 왕조는 태수(太守) 왕준(王遵)에게 죽임을 당하였고, 최리는 고구려로부터 침살(侵殺)되었으며 여자들은 나가서 항복하였다. ○ 삼악산(三嶽山)의 동쪽 봉우리 밑에 옛 성(城)의 유지(遺址)가 있고, 그 성 아래에는 옛 절이 있으나, 낙랑의 고적(古跡)은 지금 상고할 수가 없다.
 
 
7. 현등협에서 두보의 용문각시에 화답하다[懸燈峽和龍門閣]
 
현등은 곧 등달(燈達)이다. 방언에 현(懸)을 달다[達]라고 한다. 등달은 곧 배달(背達)이다. 방언에 배(背)를 등(燈)이라 한다
 
현등산은 바로 옛 난산인데 / 懸燈古蘭山
절벽이 검은 흙을 이고 있고 / 絶壁戴焦土
양쪽 절벽이 서로 맞닿을 듯하여 / 兩厓欲相撞
좁은 골짝이 사시장철 어두워라 / 束峽昏萬古
사람 어깨 부딪칠까 걱정스럽고 / 直愁礙人肩
강물은 한 실오라기처럼 통하누나 / 江流通一縷
높은 나뭇잎은 하늘 바람에 흔들리고 / 高葉搖天風
거센 여울은 땅 기둥을 흔드는데 / 崩湍掀地柱
뭇 산봉우리가 태양을 삼키어 / 攢峯蝕太陽
맑은 낮에도 흙비가 날리누나 / 淸晝騰霾雨
도깨비 구덕에 빠질 것만 같은데 / 決知陷鬼門
돌아갈 길을 어디서 찾을거나 / 歸路將焉取
산등성이는 약간 활처럼 동그랗고 / 山脊稍彎環
물 형세는 협유를 열어 논 듯하여라 《고공기(考工記)》의 주석에 이르기를 “협유(夾庾)의 활은 다섯이 합하여 규격을 이룬다.” 하였다. / 水勢開夾庾
점차 닭 울고 개 짖는 소리 들리고 / 漸聞鷄犬聲
멀리 인가의 울타리가 보이누나 / 籬落遠可數
 
 
8. 석문에서 두보의 검문시에 화답하다[石門和劍門]
 
하늘과 땅이 갑자기 확 트여라 / 二儀忽昭廓
아, 들빛이 어이 그리 웅장한고 / 野色噫何壯
두려워 숨죽이다 이내 맘 풀렸는데 / 悚息俄縱弛
하도 산랑하여 향할 곳을 모르겠네 / 散朗疑所向
작기는 하나 나라는 나라였기에 / 蕞爾曾亦國
천연의 지형이 특수함이 있구려 / 天作有殊狀
석문은 또 더욱이나 기괴한데 / 石門復奇譎
어부가 밤이면 늘 그 곁에 있다오 / 漁人常夜傍
멀리 흥망성쇠의 자취를 생각하니 / 緬思興廢跡
천 년 후인으로 비애를 느끼어라 / 千載動哀愴
금성탕지의 수호를 잃음으로써 / 金湯旣失守
토인이 제멋대로 죽이고 내쳐서 / 土人恣誅放
조선과 중국이 서로 힘을 겨루어 / 韓漢競奕棋
불일간에 득실이 수다하였는데 / 蚤莫紛得喪
염치는 간사한 지혜를 부렸지만 / 廉鑡逞智詐
낙랑에서 끝내 왕 노릇을 못 했구려 / 樂浪竟不王
《위략(魏略)》에 이르기를 “왕망(王莽) 때에 염사착(廉斯鑡)이 진한 우거 수(辰韓右渠帥)로 있으면서 낙랑의 토지가 비옥하고 인민이 풍요하고 윗사람을 잘 따른다는 소문을 듣고, 금중(芩中)에서 큰 배를 타고 진한에 들어 와 민중을 거느리고 항복하였다.” 하였는데, 그 ‘큰 배를 타고 진한에 들어왔다.’는 것이 곧 충주(忠州)가 신라(新羅)의 소경이었던 때이니, 염사착이 남강(南江)을 따라 배를 타고 민중을 거느리고서 북강(北江)을 경유하여 춘천에 와서 항복한 것이다. 이때에 춘천은 토추(土酋)가 차지함으로 인하여 한(漢) 나라의 관리가 와서 영관하고 있었으므로, 염사착이 낙랑에 항복하고서 한 나라에 항복했다고 자칭했던 것이다.
책서는 비록 갖춰 있지 못하지만 / 策書雖未具
영준함은 서로 내리지 않았으리 / 英俊莫相讓
흐르는 물 따라 모두 쇠멸하고 / 微滅隨流水
푸른 산만이 묵묵히 서 있나니 / 寂黙餘靑嶂
슬프기도 해라 이맥의 일이여 / 哀哉夷貊事
굽어보고 쳐다보며 한번 탄식하노라 / 俛仰一惆悵
 
 
9. 신연도에서 두보의 길백도시에 화답하다[新淵渡和桔柏渡]
 
길백도는 곧 문주(文州)와 가릉(嘉陵)의 두 강물이 합류하는 곳이고, 신연도는 곧 낭천(狼川)과 소양(昭陽)의 두 강물이 합류하는 곳이다
 
사랑스러워라 이 선원의 물은 / 愛此仙源水
본디 장안교에서 나온 것인데 금강산에 장안사가 있다. / 本出長安橋
평소 명산을 구경하고픈 소원을 / 夙昔名山願
늘그막에도 끝내 이루지 못했다가 / 到老竟蕭蕭
이번 길에야 다 구경하게 되니 / 今行可窮覽
허리띠가 멀리 바람에 나부끼네 / 衣帶遠飄颻
내가 들으니 성수협의 물은 / 吾聞狌首峽
여울이 더욱 위세를 부린다기에 성수는 바로 낭천(狼川)이다. / 灘瀨益宣驕
서운하게 중도에 길을 바꾸어라 / 悵然中改路
후일의 기약은 바랄 수도 없구려 / 後期不可要
처자식이 한가한 몸 구속을 하니 / 妻孥絆閒身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지네 / 愧赧顔發潮
머나먼 저 길백 나루와 / 遙遙桔柏渡
두보의 시구는 다 적적하기만 하니 / 詩句兩寂寥
공연히 부러운 건 그 장삿배에 / 空羨賈客船
촉강과 해초가 섞여 있는 거로세 하손(何遜)의 칠소(七召)에 해초(海椒)ㆍ노시(魯豉)ㆍ하염(河鹽)ㆍ촉강(蜀薑)을 말하였다. / 蜀薑交海椒
 
 
10. 소양도에서 두보의 수회도시에 화답하다[昭陽渡和水廻渡]
 
소와 말들은 나룻가에 서 있는데 / 牛馬立渡頭
백사장 흐르는 물 또한 평온하여라 / 沙水復平安
풍경이 점차 도읍에 가까워지니 / 氣色近都邑
넓게 트이어 험난한 곳 없구려 / 曠莽無險難
강이 둘러라 화려한 누각 성대하고 / 江繞朱樓鬯
산이 머니 편평한 들 너르어라 / 山遠平蕪寬
예쁜 건 부드러운 자태가 있었고 / 便娟有柔態
추악한 건 미친 파도가 부끄럽네 / 麤惡羞狂瀾
흙의 성질은 벼와 목면에 알맞아 / 土性利稻棉
예부터 의식은 궁하지 않았다오 / 終古無饑寒
이 물 근원이 설악에 이르렀다가 / 仙源抵雪嶽
여기까지 아홉 번을 굽어 돌았네 / 到此九折盤
내가 들으니 산삼을 씻은 물은 / 吾聞洗蔘水
진액이 마르지 않게 한다던데 / 不令津液乾
자나깨나 바라나니 오색천의 물을 / 寤寐五色泉
어떻게 해서 한번 마셔 볼거나 / 何由得一餐
설악산 동쪽이 곧 양양(襄陽)의 오색령(五色嶺)인데 여기에 영천(靈泉)이 있다.
 
[주C-001]수회도 : 수회도(水廻渡)가 《두소릉시집》에는 수회도(水會渡)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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