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두보의 시 십이 수를 화답하다[和杜詩十二首] [3] 제7권 / 다산시문집

2016. 1. 14. 00:32

 

 

      

시(詩) 두보의 시 십이 수를 화답하다[和杜詩十二首] [3] 제7권 / 다산시문집 

2011.01.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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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채화정을 새로 지었는데 권좌형이 마침 왔으므로, 동파의 시에 차운하여 애오라지 노필을 시험하는 바이다[菜花亭新成 權左衡適至 次韻東坡聊試老筆]
 
채소 꽃의 나비가 봄바람을 즐기는지라 / 菜花蝴蝶嬉春風
이를 좋아한 늙은이 마음 아이들과 똑같네 / 翁性樂此兒更同
개자 송자의 받침은 서로 간격하여 푸르고 / 芥臺菘跗相間綠
매화꽃 복숭아꽃은 제 나름대로 붉구려 / 鐵梅穠桃他自紅
진접암 뒤에선 아이가 나비를 그리는데 / 陳蝶菴後兒畫蝶
섬세하기가 도리어 청고옹을 초월하여라 / 纖細却超靑皐翁
이 정자에 채화라는 편액을 달고서 / 以此亭懸菜花額
나비의 수염 다리를 생초에 잘 묘사하리 / 活描鬚股移綃中
살림살이를 염정 밖에 모두 마련했으니 / 家貲悉辦鹽井外
어찌 자연 바다에서만 고기를 잡으리오 / 漁採何須紫燕海
나물 뿌리를 먹어야만 백사를 할 수 있나니 / 百事要先咬菜根
왕생의 이 말을 주자께서 경계삼았네
/ 汪生此言朱子佩
가련해라 유랑의 삼구는 차치하고라도 / 且置三九庾郞憐
하공의 십천의 돈은 애당초 없었다오 / 本無十千何公錢
채화의 역사 이어져 없는 날이 없어라 / 菜史接續無虛日
오늘 아침에도 오이꽃 핀 것을 기록하였네 / 今朝又記瓜花發
 

 

[주D-001]청고옹(靑皐翁) : 청고는 화가인 윤용(尹愹)의 호인데, 조부인 윤두서(尹斗緖)와 아버지인 윤덕희(尹德熙)도 모두 그림으로 유명하였다.
[주D-002]나물 …… 경계삼았네 : 송(宋) 나라 때 왕혁(汪革)이 일찍이 말하기를,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먹고 살면 온갖 일을 이룰 수 있다.” 하였는데 주자(朱子)가 이에 대하여 논하기를, “내가 보건대 지금 사람들은 나물 뿌리를 먹고 사는 것을 견디지 못함으로 인하여 자기 본심(本心)을 위배하는 지경에 이른 자가 많으니, 경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小學 善行》
[주D-003]유랑(庾郞)의 삼구(三九) : 유랑은 남제(南齊) 때의 유고지(庾杲之)를 말하고, 삼구는 유고지가 매우 청빈(淸貧)하여 부추나물 세 가지[부추김치ㆍ삶은 부추ㆍ생부추]만 먹고 살았던 것을 이루는데, 부추 구[韮]자의 음이 구(九) 자와 같으므로 어떤 이가 이를 전용하여 장난삼아 말하기를, “누가 유랑더러 가난하다고 하는가. 어채(魚菜)를 항상 27종(種)씩이나 먹는다오.” 한 데서 온 말이다. 27은 곧 3×9=27을 의미한 것이다. 《南齊書 卷34》
[주D-004]하공(何公)의 십천의 돈 : 하공은 진 무제(晉武帝) 떄 벼슬이 태위(太尉)에 이른 하증(何曾)을 말하고, 십천(十千)은 곧 천 전(千錢)의 10배인 만 전(萬錢)을 뜻한다. 하증은 본디 의식(衣食)의 사치를 극도로 하여 하루에 1만 전 상당의 성찬을 먹고 지냈던 데서 온 말인데,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젓가락을 댈 데가 없다.”고 말했다 한다.《晉書 卷33》

 
22. 두 번째 차운하다[二疊]
 
정자 몹시 낮고 작으나 먼 바람 받아들여 / 亭絶低小受長風
시원하기는 바로 높은 누각과 마찬가진데 / 爽涼乃與飛樓同
금년에 꽃나무 일백 그루를 심어 놨으니 / 今年種樹一百本
요행히 여생 동안 고운 꽃구경을 누리리라 / 僥幸殘齡享嫣紅
이미 노래 비파는 자식에게 나눠 줄 것 없고 / 旣無歌瑟堪析子
오직 어리석고 귀먹어 늙은이 될 줄만 아네 / 唯有癡聾解作翁
이 정자에 깊이 앉아 주역이나 연구한다면 / 深居玩易此亭裏
어찌 소하의 한중 생활만 같지 못하리오 / 何渠不若蕭漢中
옛날엔 초막집이 남쪽 교외에 있었기에 / 草庵昔在南徼外
아이들이 울면서 청해를 바라보았었지 / 兒曹日泣瞻淸海
이 정자에선 거문고 타고 또 글도 읽나니 / 此亭彈琴復讀書
이제는 상이 끝나 차지 않는 것 없다오 / 如今去喪無不佩
채화정의 이름을 하늘도 어여쁘게 보아 / 菜花之名天見憐
온갖 채소 무성하여 돈 될 것도 많은데 / 百菜蕃廡多算錢
그대가 마침 단오일에 여기를 왔으니 / 君來適値天中日
날 위해 맑은 노래 불러서 잘 기도해 주게 / 爲我善禱淸歌發
 

 

[주D-001]노래 …… 없고 : 한(漢) 나라 때 육가(陸賈)가 일찍이 남월(南越)에 사신 가서 얻은 천금(千金)을 나누어 다섯 아들에게 각각 이백 금(二百金)씩을 주어 분가시키고, 자신은 안거 사마(安車駟馬)에 가무 고슬(歌舞鼓瑟)하는 시종(侍從) 10인과 보검(寶劍) 한 자루만 소지하면서 자식들에게 이르기를, “내가 너희들 집에 찾아갔을 적에는 대접을 극진히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죽는 집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수레와 보검과 가무 고슬하는 시종들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 고사에서 온 말이다.《史記 卷17》
[주D-002]어리석고 …… 아네 : 사람이 때로는 어리석은 체, 귀먹은 체하여 자녀(子女)들의 과오를 하나하나 책망하지 않음으로써 가정을 화목하게 한다는 뜻으로, 당 대종(唐代宗)이 일찍이 곽자의(郭子儀)에게 이르기를, “어리석지 않고 귀먹지 않으면 가장(家長) 노릇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소하(蕭何)의 한중 생활 : 소하는 한 고조(漢高祖)의 명상(名相)으로, 그는 만년에 전택(田宅)을 반드시 궁벽한 곳에 마련하고 집에 담장도 치지 않으면서 말하기를 “후손이 어질면 나의 검소함을 본받을 것이고, 어질지 못하더라도 세가(勢家)들에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였다. 《史記 卷53》
[주D-004]상(喪)이 …… 없다오 : 군자(君子)가 평상시에는 옥(玉)이나 송곳 등속을 반드시 몸에 휴대한다는 데서 온 말이다.《논어(論語)》 향당(鄕黨)에 “상을 마치고는 차지 않는 것이 없다.[去喪無所不佩]”하였다.
 
 

 

23. 세 번째 차운하다[三疊]
 
오월 오일에 정자 가득 바람이 불어라 / 五月五日滿亭風
산에 비 내리려고 구름도 모여드누나 / 山雨欲來雲色同
앵두는 입에 머금고 창포는 머리에 꽂았는데 / 櫻桃含口菖揷髻
향촌의 아녀들 또한 푸르게 붉게 꾸미었네 / 鄕村兒女亦靑紅
교지 받들어 첩자 짓던 그 옛날의 사객이 / 帖子應敎昔詞客
이제는 보리 타작 감독하는 늙은이라오 / 麥穗監打今田翁
그대 위해 이 정자에서 실컷 마시게 하나니 / 爲君轟飮此亭上
가슴속에 남은 응어리가 없지 않을 테지 / 不無磈礧餘胸中
그대 이름 나라 밖에 떨친 것 부러워라 / 羨君名字掀域外
나의 발자취는 나라 밖을 못 나가 봤다오 / 足跡如吾限溟海
사신 행차 따른 건 포의의 극치이거니와 / 布衣之極隨星槎
꿈만 같아라 한림에선 하패를 울렸었네 / 翰林如夢鳴霞佩
돌아와 굶주릴 땐 가련히 여기는 이 없어 / 旣歸而餓無人憐
도리어 지붕 머리 삼십 전을 생각했었지 / 反思屋頭三十錢
잘못 벼슬하길 믿었던 지난날이 애석해라 / 枉信九命惜往日
삼함하여 때맞춰 말하라 누가 일렀던고 / 誰謂三含以時發
 

 

[주D-001]하패(霞佩) : 신선(神仙)이 차는 옥을 말하는데, 전하여 패옥을 고상하게 이르는 말이다.
 [주D-002]지붕 …… 전 : 출처(出處)가 있는 말인 듯하나 자세하지는 않다.

 

[주D-003]삼함(三含)하여 …… 일렀던고 : 삼함은 입을 세 겹으로 봉한다는 뜻으로 말조심하는 것을 뜻한다. 공자(孔子)가 주(周) 나라에 가서 후직(后稷)의 사당에 들어가면서 보니, 사당 우측계단에 금인(金人)이 서 있는데 그 금인의 입은 세 겹으로 봉해졌고 그 등에는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고 새겨져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孔子家語 觀周》

 
24. 네 번째 차운하다[四疊]
 
옛날에 연주래가 상국 국풍을 구경했는데 / 昔延州來觀國風
그대가 연경에 간 일이 그와 서로 같구려 / 吾子遊燕事相同
용촌과 어양은 퍽 광채를 발휘했는데 / 榕村漁洋頗煜霅
초피모와 양홍에 관계된 것이 아니로세 / 非關額上貂鑲紅
예부의 문필로는 먼저 기균을 꼽게 되고 / 秩宗翰墨先數紀
보소의 금석문은 모두 옹방강을 일컫네 / 寶蘇金石皆稱翁
필동의 경문 해설은 누가 전해 익힐런고 / 筆洞經說誰傳習
격물치지가 도시 대학 첫째 장에 있다오 / 格致都在首章中
나는 아득히 구주의 밖에서 태어나 / 我生茫茫九州外
진한 변한 사이에 바다 동물이 되어 / 鱅魚水豹辰弁海
사고의 이름 들으니 망양지탄이 나오고 / 聞四庫名望洋若
이유에 쟁여진 것은 겨우 연패뿐이로세 / 駕二酉者纔淵佩
돈 싸들고 서점에 가는 것도 가련하거늘 / 苞銀走鋪尙可憐
더구나 내 책을 팔아 술값에 충당함이랴 / 況我賣書當酒錢
술 사 먹고 오늘 더 지체하길 사양치 마소 / 莫辭沽酒遲今日
서풍이 몹시 불어 배가 출발 못한다오 / 西風打頭船不發
 

 

[주D-001]연주래(延州來)가 …… 구경했는데 : 연주래는 춘추 시대 오(吳) 나라의 계찰(季札)을 이름. 그가 처음엔 연릉(延陵)에 봉해졌다가 뒤에 주래(州來)에 봉해졌으므로 이른 말인데, 그는 중원(中原)의 여러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국풍들을 구경했었다.《左傳 昭公 27年》
[주D-002]용촌(榕村)과 어양(漁洋) : 용촌은 청(淸) 나라 이광지(李光地)의 호이고, 어양은 역시 청 나라 왕사정(王士禎)의 호인데, 이들은 다 학문의 대가로 이름이 높았다.

 

[주D-003]초피모(貂皮帽)와 양홍(鑲紅) : 초피모는 청(淸) 나라 제도에서 문관(文官)으로 4품 이상에게 쓰도록 했던 모자이고, 양흥은 청 태조(淸太祖)가 창업(創業)하던 당시에 공로가 있었던 사람의 자손들로 조직한 병제(兵制)로서 팔기병(八旗兵)의 하나이다.
[주D-004]예부(禮部)의 …… 되고 : 기균(紀昀)은 청 고종(淸高宗) 때 진사에 급제한 후 시독 학사(侍讀學士)ㆍ대학사(大學士) 등 수많은 관직을 역임하고 태자태보(太子太保)에 이르렀는데, 그는 경서(經書)를 비롯하여 백가(百家)에 정통한 학자로서, 특히 《사고전서(四庫全書)》의 총찬(總纂)의 직임을 맡아 이를 교정 정리(校訂整理)하기까지 하였다.

 

[주D-005]보소(寶蘇)의 …… 일컫네 : 보소는 청 나라 때 금석학자(金石學者)의 옹방강(翁方綱)의 실명(室名)인데, 옹방강은 고종(高宗)때 진사 급제한 후 벼슬은 내각 학사(內閣學士)에 이르렀다. 그는 특히 금석(金石)ㆍ보록(譜錄)ㆍ서화(書畫)ㆍ사장(詞章)의 학에 정진하였으며, 그의 서법(書法)은 당시 천하제일이었다고 한다.
[주D-006]필동(筆洞) : 어느 경학자(經學者)를 가리킨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07]사고(四庫)의 …… 망양지탄(望洋之嘆) : 사고는 청(淸) 나라에서 출간한 《사고전서(四庫全書)》를 말하고, 망양지탄은 곧 심원(深遠)한 학문에 대하여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함을 탄식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8]이유(二酉)에 …… 연패(淵佩) : 이유는 호남성(湖南省)에 있는 대유(大酉)ㆍ소유(小酉) 두산을 이르는데, 이 두 산의 동혈(洞穴)에는 고서(古書)가 많이 소장되어 있었으므로 전하여 장서(藏書)의 뜻으로 쓰이고, 연패는 곧 청 나라에서 간행한《연감류함(淵鑑類函)》과 《패문운부(佩文韻府)》를 합칭한 말이다.
 
 
25. 다섯 번째 차운하다[五疊]
 
작별 이후 내 서재엔 구슬픈 바람만 불었는데 / 別來門館多悲風
이제 이십이 년 만에야 비로소 함께 모였네 / 二十二年今始同
이 좋은 계절 아름다운 경치를 만났어라 / 適此良辰煙景美
파초잎 푸르러지고 석류꽃도 터뜨리누나 / 蕉尾舒綠榴綻紅
나는 늙은 누에처럼 곧 고치로 들어갈 게고 / 我如老蠶將就繭
자네도 얼마 안 가서 늙은이가 될 거로세 / 子亦未幾終成翁
장구에 매달리거나 시에 치우치는 버릇은 / 章句之腐詩之癖
둘이 서로 다르나 모두가 부당한 일이라오 / 二者不類皆不中
흑수의 서쪽 시내는 모두 지경 밖이요 / 黑水西溪摠方外
자란의 회오리바람은 역시 고해로구려 / 紫瀾回風亦苦海
비록 예착처럼 둘이 서로 어긋나진 않지만 / 雖非枘鑿兩相違
참으로 현위를 각각 스스로 차야만 하리 / 眞可弦韋各自佩
이웃해 사는 건 현기의 부러움 얻기 위함인데 / 接隣要受蚿夔憐
산을 옮기려 해도 아, 산 살 돈이 없네그려 / 徙山嗟無買山錢
겉치레 거두어 응당 만년에 보답을 해야 하리 / 斂華須報桑楡日
늙은이 이 말은 충심에서 나온 거라오 / 老夫此語由衷發
 
[주D-001]예착(枘鑿) : 예는 둥근 장부를 말하고 착은 네모진 구멍을 뜻한 것으로, 둥근 장부를 네모진 구멍에 넣으면 맞지 않듯이 쌍방(雙方)이 서로 맞지 않음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현위(弦韋)를 …… 하리 : 각각 자신의 단점을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은 활시위이고 위는 다룬 가죽인데 활시위는 팽팽하고 다룬 가죽은 느슨한 것이므로, 전국 시대 위(魏) 나라 서문표(西門豹)는 본디 성미가 급한 때문에 느슨한 가죽을 몸에 찼고, 춘추 시대 진(晉) 나라 동안우(董安于)는 본디 성미가 느슨한 때문에 팽팽한 활시위를 몸에 차고서 각각 자신을 반성했던 데서 온 말이다.《韓非子 觀行》

 

[주D-003]현기(蚿夔)의 …… 위함인데 : 가까이 지내며 서로 돕는 것을 비유한 말. 현은 발이 백여개나 달린 벌레의 이름이고, 기는 발이 하나만 달린 짐승의 이름으로,《장자(莊子)》 추수(秋水)에 “기는 현을 부러워한다.[夔憐蚿]” 한 데서 온 말이다.
 
 

 

26. 권좌형으로 하여금 노필 시험한 운을 따라 짓게 하고 또 동파의 운에 차하다[又令左衡作隨試老筆 次韻東坡]
 
골짝 나와 교목에 옮김도 모두 유랑신세라 / 出谷遷喬摠轉蓬
옥 같은 그대 얼굴 이미 쇠한 게 가련하구려 / 憐君玉貌已龍鍾
집에는 항상 삼구의 채소만 차려 먹지만 / 家常菜食羅三九
시는 파초의 속처럼 여러 겹이 쌓였다오 / 詩似蕉心蘊數重
생활 계책은 이제 두더지를 따르지만 / 活計會從犂地鼠
늘그막이라 책벌레가 되기는 어렵구려 / 晩途難作齮書蟲
이제는 문자를 도무지 쓸 데가 없으니 / 如今文字都無用
참으로 용 잡는 것 배운 주팽이 괴로워라 / 良苦朱泙學宰龍
 

 

[주D-001]골짝 …… 옮김도 : 《시경(詩經)》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나무들 쩡쩡 찍는데, 새가 앵앵 울더니, 깊은 골짝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 가네.[伐木丁丁 鳥鳴嚶嚶 出自幽谷 遷于喬木]” 한 데서 온 말로, 흔히 관위(官位)의 승진에 비유한다.
[주D-002]삼구(三九)의 채소 : 부추로만 만든 세 가지 나물을 말한 것으로, 자세한 것은 앞의 주 417)에 나타나 있다.

 

[주D-003]생활 …… 따르지만 : 두더지는 땅을 마치 쟁기질하듯 뒤지는 것이므로, 전하여 농사지어 먹고 사는 데에 비유한 말이다.
[주D-004]참으로 …… 괴로워라 : 쓸데없는 기예를 배운 것을 비유한 말. 옛날 주팽만(朱泙漫)이란 사람이 천금의 가산(家産)을 기울여 지리익(支離益)이란 사람에게서 용(龍) 잡는 기술을 배운 결과, 3년 만에 그 기술을 습득하였으나 그 기술을 쓸 데가 없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莊子 列禦寇》
 
 

 

27. 두 번째 차운하다
 
한창 시절부터 이곳에 낚시질하며 놀았나니 / 釣游斯地自桑蓬
철마산 길게 뻗어와 수종사에 대었는데 / 鐵馬延緣接水鍾
운산 삼백 굽이를 맡아서 다스리어라 / 管領雲山三百曲
머리 돌리니 풍랑은 일천 겹이로구려 / 回頭風浪一千重
대궐을 바라보는 마음은 가을 제비와 같고 / 觚稜跂望同秋燕
경적은 하 많으나 여름 벌레임에 어찌하랴 / 經卷叢殘奈夏蟲
오늘 그대를 만나 문자를 얘기하노라니 / 今日逢君話文字
마치 감원이 이반룡을 마주한 듯하구려 / 弇園疑對李攀龍
 

 

[주D-001]
여름 벌레 :
견문이 좁아서 사리에 어두움을 비유한 말,《장자(莊子) 추수(秋水)》에 “여름 벌레는 얼음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감원(弇園)이 …… 듯하구려 : 서로 지기(知己)가 만났음을 비유한 말, 감원은 명(明) 나라 때 시문(詩文)으로 이름이 가장 높았던 왕세정(王世貞)을 이르는데, 이반룡(李攀龍) 또한 당시 시문으로 이름이 높았던 사람으로서 오직 왕세정만을 가장 훌륭하게 여겼고, 세상에서도 이들을 ‘왕리(王李)’라고 병칭하였다.
 
 

 

28. 세 번째 차운하다[三疊]
 
짧고 쇠잔한 머리털 흐트러지게 내버려 두고 / 短發殘莖一任蓬
기울어진 약 화로 곁에 찻잔을 겸했나니 / 藥爐欹側傍茶鍾
앵로 술잔은 삼백 배를 기울여야 하거니와 / 鸚鸕酒算須三百
호표가 있는 천문은 본디 아홉 겹이라오 / 虎豹天門本九重
말로의 생애는 다급해진 사슴과 같고 / 末路生涯同鋌鹿
노년의 참회는 잗단 기예에 있도다 / 老年懺悔在雕蟲
올 가을엔 금산에 갈 계획이 꼭 있으니 / 今秋大有金山計
가서 구슬물을 떠다가 폭포에 제사지내리 / 逝挹瓊漿酹瀑龍
 

 

[주D-001]앵로(鸚鸕) …… 하거니와 : 앵로는 술잔 이름인 앵무배(鸚鵡杯)와 노자표(鸕鶿杓)를 합칭한 말로, 당(唐) 나라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 “노자표여 앵무배여, 백 년 삼만육천 일에, 하루에 삼백 배씩 기울여야지. [鸕鶿杓鸚鵡杯 百年三萬六千日 一日須傾三百杯]”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호표(虎豹)가 …… 겹이라오 : 임금 곁에 강포한 자들이 있음을 비유한 말.《초사(楚辭)》 초혼(招魂)에 “호표들이 천제(天帝)의 궁중문을 지키면서 아랫사람들을 물어 죽인다.[虎豹九關 啄害下人些]”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말로의 …… 같고 : 사슴이 죽음에 임박하면 아늑한 곳을 가릴 겨를이 없어 험난한 곳을 허겁지겁 달려간다는 데서 온 말이다.《左傳 文公 十七》
 
 

 

29. 네 번째 차운하다
 
들 밖에 깊이 명아주와 쑥을 의탁해 사니 / 野外深棲託藋蓬
돌아와선 장락궁 종소리를 듣지 못하네 / 歸來長樂不聞鍾
꽃이 고와서 저녁엔 세 바퀴를 돌아 거닐고 / 花濃夕步巡三帀
산이 다스워서 봄 옷 한 겹을 벗었노라 / 山暖春衣去一重
죽은 뒤의 문장은 오적묵으로 기록하고 / 身後文章書墨鰂
세상 사람의 위장은 황충을 먹는다오 / 世間腸胃食黃蟲
여생은 점차 편히 보존할 계책을 익히나니 / 殘年漸熟溫存計
개미가 이제는 용을 제압하기에 익숙하네 / 螻蟻如今慣制龍
 

 

[주D-001]죽은 …… 기록하고 : 생전에 저술한 글들을 오랜 후세에까지 전하지 않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오적어(烏賊魚)에서 나오는 묵즙(墨汁)으로 글씨를 써 놓을 경우, 오래지 않아서 묵즙이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리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2]황충(黃蟲) : 무엇을 가리킨 말인지 자세하지 않다.
[주D-003]개미가 …… 익숙하네 : 개미는 소인(小人)을 비유한 것으로, 정직한 사람이 소인들로부터 참해[讒害]를 입는 것을 이른 말이다.
 
 
30. 다섯 번째 차운하다
 
부자의 마음은 아직도 막힘이 있으니 / 夫子之心猶有蓬
흐르는 물로 아종이 만났다고 말을 마소 / 莫云流水會牙鍾
고금에 시름하는 머리털은 삼천 길이요 / 古今愁髮三千丈
지척에 시의 성벽은 수없이 겹치었어라 / 只尺詩城百二重
이미 중원의 사대부와 사귈 것을 말했는데 / 已道中原交鴈雉
고작 조선의 문자 하는 사람만 되고 말았네 / 不過窮海註魚蟲
지난번 마자수에 서적을 빠뜨린 것은 / 向來馬訾沈篇翰
응당 강구경하며 성낸 용에게 폐백 줌일세 / 應是觀江賄怒龍

 

 

[주D-001]부자(夫子)의 …… 있으니 : 장자(莊子)가 자기 친구인 혜자(惠子)에게 말하기를 “부자(夫子 자네의 뜻임)에게는 아직도 막힌 마음이 있구려[夫子猶有蓬之心也夫]” 한 데서 온 말이다.《莊子 逍遙遊》
[주D-002]흐르는 …… 만났다 :
지기지우(知己之友)가 서로 만난 것을 뜻함. 아종(牙鍾)은 옛날 거문고를 잘 타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를 합칭한 말인데, 백아가 일찍이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곁에서 듣고 있던 종자기가 말하기를, “훌륭하다, 양양하여 마치 강하와 같도다.[善哉 洋洋兮若江河]”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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