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경의 뜻을 읊은 시[經義詩] [2] 제7권 / 다산시문집

2016. 1. 18. 22:03

 

 

      시(詩) 경의 뜻을 읊은 시[經義詩] [2] 제7권 / 다산시문집

 

2011.01.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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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육촌 아우 건의 산거에 대하여[第六弟鍵山居]
 
너는 늙어 생활할 계책이 없고 / 爾老無生計
나는 돌아와 서인이 되었는데 / 吾歸作庶人
돌더렁밭은 모두 빌린 것이요 / 石田皆假借
썰렁한 오두막은 이웃도 적구려 / 寒屋少比隣
아내는 아파도 약 한 첩 못 먹이고 / 妻病爐無藥
아이는 일하느라 책상엔 먼지뿐일세 / 兒勤案有塵
한창때엔 오기가 썩 많았더니 / 英年傑鷔氣
늘그막엔 인척 집에 의탁했구려 / 歲暮託朱陳
 
 
12. 민백선의 산거에 대하여 장난삼아 제하다[閔伯善山居戲題]
 

스스로 키가 작은 것을 혐의하여 / 自應嫌短小
높은 곳에 오두막집을 지었구려 / 高處結衡芧
자식들은 벌처럼 흩어 분가시키고  / 析子如蜂桶    유성의(劉誠意 성의는 명나라 유기〈劉基〉의 봉호)의 시에

                                                                        “흩어지는 건 통을 나간 벌과 같다[散如蜂辭桶]” 하였다.
낭떠러지엔 제비집처럼 의탁했네  / 懸厓託鷰巢     풍수가(風水家)의 설에 제비집 형국[鷰巢形]이란 말이 있다.
사람 소리는 구름 속에 시끄럽고 / 人語喧雲裏
소 오줌은 나무 끝에 떨어져라 / 牛溲落木梢
시내 남쪽은 경치도 좋은데다 / 谿南好煙景
붉은 과실이 평야에 널렸데그려 / 朱實散平郊

 

민백선 친구가 시내 남쪽에 좋은 집터가 있는데도 이를 버리고 사용하지 않고서 산 중턱에다 집을 지었다.

 

 

13. 숙부를 모시고 용문사에서 노닐다[陪叔父遊龍門寺]
 
소가 경쾌히 못 간다고 소를 때리지 말라 / 牛不輕行莫打牛
청산 그림자 속에 두 사람이 한가로워라 / 靑山影裏兩悠悠
두어 가호 마을 뒤의 붉은 단풍나무는 / 數家村後紅楓樹
용문산 일대에 가장 먼저 가을이 되었네 / 先作龍門一路秋

산구경만이 아니라 바로 산을 사랑함인데 / 不獨看山是愛山
산구경은 대저 하나의 한가로운 행사로세 / 看山大抵一行閒
시냇가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피우며 / 臨谿且爇金絲袋
푸른 두어 산봉우리를 멀리 마주하노라 / 遙對靑螺數點鬟

세속 밖에 노니는 건 지자의 광영이거니와 / 物外游身智者榮
기산의 영수는 예로부터 맑았었다오 / 箕山潁水古來淸
시내 가운데서 황우의 등에 편안히 앉아 / 溪中穩坐黃牛背
소의 물 마시는 소리를 한가로이 듣노라 / 閒聽微流赴吻聲

동구는 쓸쓸하고 지붕은 다락 같은데 / 洞口蕭寥屋似橧
백발의 영감 할멈이 마치 산승과 같구려 / 白頭翁媼倚山僧
찬 바위 측면으로 청기와가 보이는데 / 寒巖側面窺靑瓦
가을 나무는 전신이 붉은 등넝쿨에 싸였네 / 秋樹全身裹紫蕂

산악이 존엄하게 나그네를 굽어보아라 / 山嶽尊嚴頫客人
띠 드리운 채 나도 몰래 공손히 향하나니 / 恭趨不覺委垂紳
붉은 숲 속의 중천에 솟은 높은 누각에 / 半天樓闕紅林裏
서방의 장륙신을 앉혀 놓은 게 애석하구려 / 惜坐西方丈六身
 

 

[주D-001]장륙신(丈六身) : 불상(佛像)을 이름. 보통 사람의 키가 8척이므로, 부처를 존경하는 뜻에서 보통 사람의 키의 배가 되는 1장 6척으로 불상을 주조한 데서 온 말이다.
 
 
14. 용문사(龍門寺)
 
용문의 보찰이 폐허에 버려져 있어라 / 龍門寶刹委殘墟
객이 이르니 빈 산에 목탁 소리만 들리네 / 客到山空響木魚
옛 전각엔 평중의 잎새가 누렇게 비추고 / 古殿照黃平仲葉
황량한 대엔 무후의 채소가 새파랗구려 / 荒臺寒碧武侯蔬
세조가 하사한 것은 은주발이 남아 있고 / 光陵內賜餘銀盌
고려의 불교 문화는 옥섬돌에 보이누나 / 麗代宗風見玉除
어찌하면 처자식의 거리낌을 털어 버리고 / 安得擺開妻子戀
설천에 눌러앉아 성인의 글을 읽을거나 / 雪天留讀聖人書
 

 

[주D-001]평중(平仲)의 잎새 : 은행나무잎을 이름. 평중은 은행나무의 별칭이다.
[주D-002]무후(武侯)의 채소 : 무를 이름. 촉한(蜀漢)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이 군사들에게 항상 무만을 심어서 먹게 한 데서 이를 원래 제갈채(諸葛菜)라 한 것인데, 여기서는 제갈량의 시호로 전용한 것이다.
 
 
15. 한촌 조씨 어른이 나에게 봉황대를 먼저 가서 노닐자고 요청하므로 중로에서 불렀으나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鷳村趙丈 要余先遊鳳凰臺 中路相招 待之不至]
 
나무 끝에서 불러라 해가 이미 기울어 / 木末招呼日已斜
선룡 후봉의 계획이 도리어 어긋나 버렸네  / 先龍後鳳計還差

뒤로 날아라 마치 바람 거스른 메추리 같고 / 却飛要似衝風鷃
꺾을 수 없어라 구렁을 달리는 뱀과 같구려 / 不拔其如赴壑蛇
아, 붉은 나무 만 봉우리 이 별천지에 / 紅樹萬峯嗟別界
한 조각 흰구름은 뉘 집에 머무를런고 / 白雲一片住誰家
선루에 종소리 울려도 아무 소식이 없어 / 禪樓鐘動無消息
홀로 긴 소나무 기대어 저녁놀을 보노라 / 獨倚長松見落霞 

 

先龍後鳳計還差 :  내가 조씨 어른에게 글을 보내어  “나는 용문사 먼저 구경하고 봉황대를 나중에 갈 것이다.”고 하였다

却飛要似衝風鷃 : 안람퇴(鷃濫堆 메추리)는 바람을 거슬러서 날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후퇴하여 나는데, 소동파(蘇東坡)의 시에 나타나 있다.

 
16. 조씨 어른이 왔으므로 지난해에 사천에서 노닐던 일을 추후하여 이야기하다[趙丈至追話前年斜川之遊]
 
찬 시내는 맑아서 더럽히기 어렵고 / 寒澗澄難褻
가을 산봉은 묘하여 만지고 싶어라 / 秋峯妙欲捫
깊은 즐거움이 진정 여기에 있는데 / 幽歡良在此
덕 있는 어른이 끝내 길을 같이했네 / 耆德竟同門
달은 차고 비는 교차점에 있고  / 月在盈虛際          이날 저녁이 바로 보름날 밤이다.
산은 지금 겉과 속이 나누어졌네  / 山今表裏翻       용문사는 산 안에 있고 사천사는 산 밖에 있다
사천사는 아득히 어디에 있느뇨 / 斜川杳何許
이생의 술동이가 거듭 생각나누나 / 重憶李生樽
 
 
17. 절에서 밤에 두부국을 끓이다[寺夜鬻菽乳]
 
다섯 집에서 닭 한 마리씩을 추렴하고 / 五家之醵家一鷄
콩 갈아 두부 만들어 바구니에 담아라 / 壓菽爲乳筠籠提
주사위처럼 두부 끊으니 네모가 반듯한데 / 切乳如骰方中矩
띠싹을 꿰어라 긴 손가락 길이만 하게 / 串用茅鍼長指齊
뽕나무 버섯 소나무 버섯을 섞어 넣고 / 桑鵞松簟錯相入
호초와 석이를 넣어 향기롭게 무치어라 / 胡椒石耳芬作虀
중은 살생을 경계해 손대려고 않는지라 / 苾蒭戒殺不肯執
젊은이들이 소매 걷고 친히 고기를 썰어 / 諸郞帣韝親聶刲
다리 없는 솥에 담고 장작불을 지피니 / 折脚鐺底榾柮火
거품이 높고 낮게 수다히 끓어오르네 / 沫餑沸起紛高低
큰 주발로 하나씩 먹으니 각기 만족하여라 / 大碗一飽各滿志
두더지 배는 계학이 아니라 채우기가 쉽다오 / 鼴腹易充非壑谿
연포라는 이름은 지방 풍속을 따르더라도 / 軟炮之名因土俗
한사의 풍류로 품제를 높여 하노니 / 寒士風流高品題 

지난해엔 절에 자면서 포새를 먹으며 / 他年宿寺食蒲塞
제일 향취 좋은 나물을 마제라 칭했었네 / 第一香蔬稱馬蹄
제공들이 내가 멀리서 온 걸 고맙게 여겨 / 諸公憐我自遠至
때아닌 성찬을 부인들께 차리게 하고 / 不時珍異謀山妻
좋은 회와 국이 또 없느냐고 재촉을 해라 / 金虀玉糝復何有
이 뜻의 진중함이 제포를 준 것 같구려 / 此意珍重如贈綈
부호가들은 한 번 모임에 많은 돈을 쓰는데 / 豪家一會破百貫
권세가 언뜻 기울면 서로 다퉈 배제한다오 / 勢利乍遷爭推擠
철마산은 골짝 얕고 강물은 넓기도 해라 / 鐵馬山淺江水闊
속히 그대 따라 이곳에 은거하고 싶네 / 徑欲隨君卜巖棲

  

 

[주D-001]두더지 배는 계학(谿壑) : 두더지 배란 곧 양(量)이 적음을 뜻한 것으로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불과하다.” 한 데서 온 말이고, 계학은 큰 골짜기란 뜻으로 끝없이 먹으려고 하는 욕심을 비유한 말이다.

  寒士風流高品題  : 세속에서 두부국을 연포(軟泡)라고 하는데 포(泡)자가 너무 속되므로 지금 포(炮) 자로 고쳤다.


[주D-002]포새(蒲塞) : 중들이 제공한 음식을 말한다.

 

[주D-003]마제(馬蹏) : 향초인 두형(杜衡) 또는 순채[蓴]를 달리 이른 말이다.
[주D-004]제포(綈袍)를 …… 같구려 : 벗을 생각하는 정이 간절함을 비유한 말. 제포는 두꺼운 명주 솜옷을 이름. 전국 시대 위(魏) 나라 수가(須賈)가 진(秦) 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어 보이는 옛 친구 범수(范睢)를 만나서 그를 몹시 애처롭게 여긴 나머지 옛날의 우정(友情)을 생각하여 그에게 제포 한 벌을 주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史記 范睢傳》
 
 
18. 절에서 나오다[出寺]
 

즐거운 곳은 작별하기 용이하여라 / 樂處辭容易
인생은 모두가 부평초 신세라네 / 人生儘轉蓬
절은 가을빛 속에 머물러 있고 / 寺留秋色裏
중은 물소리 가운데 서 있구려 / 僧立水聲中
붉은 잎새는 언제나 늙으려는고 / 紅葉何時老
푸른 산은 또다시 텅 비어 버렸네 / 靑山還復空
의당 책 덮는 맛을 알겠어라 / 要知掩卷味
좋은 시구가 솔바람에 있구려 / 佳句在松風


이자의(李諮議)의 시의(詩意)를 사용하였다

 

이자의(李諮議)가 용문산의 동구를 나오면서 지은 시에,
 
산구경하면서 함께 고인의 글을 읽다가 / 看山同讀古人書
책 덮고야 비로소 유여한 맛을 알았네 / 揜卷方知味有餘
오늘 밤에는 모점 안에 달도 하 밝으니 / 今夜月明茅店裏
소나무 소리 돌빛에 한 꿈이 상쾌하구려 / 松聲石色夢泠如
 
    하였다
 
 
19. 봉황대에 오르다 [登鳳凰臺]
 
잔도를 따라 공중으로 가노니 / 閣道空中去
맑은 물은 땅 밑에 깊어라 / 澄泓地底深
연기 놀이 바로 곁에서 생기니 / 煙霞生偪仄
머리털이 나무숲처럼 일어나누나 / 鬚髮起蕭森
작은 난간은 가을빛을 거둬들이고 / 小檻收秋色
갠 냇물은 나그네 마음 상하여라 / 晴川傷客心
이제는 적막해진 두 문장가의 / 寥寥二詞伯
남긴 시구만 단풍숲에 비치누나 / 留句照霜林
소암(疏菴) 임숙영(任叔英)과 택당(澤堂) 이식(李植)의 제시(題詩)가 있었다.
 
 
20. 봉황대에서 조 일인의 새로 이거한 집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와 함께 가다[鳳凰臺望趙逸人新居 遂與共往]
 
바위 밑의 연기 일어나는 곳에 / 巖根煙起處
초가집이 멀리 눈썹처럼 보이는데 / 草屋遠如眉
몸은 산에 노니는 나그네 되었고 / 身作游山客
집에 진사 아들이 머물러 있네 / 家留進士兒
순식간에 무떡을 차려 내오고 / 咄嗟蘿葍餅
주옥 같은 국화시를 읊어 내누나 / 咳唾菊花詩
다만 보리밭이 좋은 때문이니 / 直爲牟田好
봉래 영주도 먹어야 아는 거로세 / 蓬瀛飯後知

 

조씨 어른이 스스로 말하기를 “이곳으로 이거한 것은 봉황대 주위 계산(溪山)의 경치 때문이었다.”고 하자, 당숙(堂叔)이 농담으로 “본뜻은 보리밭이 좋은 데에 있었던 것이다.”고 하므로, 조씨 어른이 나에게 하소연을 했는데,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출처] 시(詩) 경의 뜻을 읊은 시[經義詩] [2]|작성자 새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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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미 <다산을 찾아서> 새오늘 님의 자료 중에서 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