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품위 外 - 고반여사 중 다전(茶箋)에서

2013. 7. 10. 17:34차 이야기

 

 

 

    차를 마시는 것은 행실이 바르고 덕을 닦은 사람에게 가장 알맞는 것이다.

 아울러 흰 돌과 맑은 샘물로 법도대로 달이며, 때 없이 마시기를 폐지하지 않고, 혹은 익숙하게 잘 익혀서 깊이 맛보면 흥겹기도 하려니와 정신이 명랑하고 마음이 쏠리어 열중하게 되며, 제호나 감로와 저울대를 겨루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차를 잘 감상하는 사람이다.

 

     모처럼의 좋은 차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에게 마시게 하는 것은 마치 젖샘을 길어서 쑥이나 명아주풀에 붓는 것과 같으니, 죄가 더할 수 없이 크다. 그리고 차의 멋도 미처 모르는 사람이 단숨에 마서 없애어 맛을 분간할 겨를이 없다면 저속하기가 막심하다.

 

     사마은공과 소자첨이 차와 먹을 좋아하였는데, 공이 이르기를, '차와 먹은 참으로 상반되오. 차는 흰것이 좋고 먹은 검은 것이 좋으며, 차는 무거운 것이 좋고 먹은 가벼운 것이 좋으며, 차는 새 것이 좋고 먹은 묵은 것이 좋소이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소씨가 이르기를, '뛰어난 차와 신기로운 먹은 모두가 향기롭소이다.'라고 하니, 공도 그렇다고 하였다. 당나라의 측천무후는 학문이 넓어서 저술에 재능이 있었는데, 타고난 천성이 차를 싫어하여 이를 비난하였다.

 

    그것을 간추린다면, '차가 막힌 것을 풀어주고 메인 것을 녹여 없애는 것은 하루의 이로움이니, 잠시는 좋아도 기운을 줄이고 정기를 침노하는 것은 종신(終身)의 해로움이라. 곧 크게 그르치는 것이다. 곧 크게 그르치는 것이다. 이득이 되는 것이 차의 효험이라고 공치사를 떠맡으면서 근심을 끼치는 것을 차의 재앙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어찌 가까운 복은 알기 쉬워도 먼 화는 보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겠는가'라고 하였다.(세설신어에서)

 

     이덕유는 지나친 사치를 하였다. 중서로 있을 때 서울의 물은 마시지 않고 모두 혜산의 샘물만을 사용하였는데, 당시 이것을 물전하기라고 하였다. 맑은 운치는 좋다고 칭찬할 만하지만 천지의 왕성한 기운이 손상된다.

 전기에 이르기를, 육우는 문을 닫고 책을 짓거나 시를 외고 나무를 두드리기도 하였다. 타고난 천성이 차를 즐겼는데, 치수와 승수의 맛을 분간하였고, 청아한 품격과 아담한 정취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널리 사람들에칭찬을 받았다.

 차를 파는 사람들은 그 형상을 질그릇으로 만들기에 이르렀고, 불을 때는 굴뚝 사이에 놓고 차의 신령으로 제사 지냈다. 존경과 숭배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찌기 살펴본 '만구지'에 이르기를, '육우가 철강의 차를 따다가 작은 종으로 하여금 불에 쬐어 말리는 것을 지켜 보도록 하였는데, 종이 실수로 졸아서 차가 그을리고 타서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육우는 성내어 철사를 꽁아서 만든 줄로 종을 묶어서 불 속에 던져 버렸다.'고 하였다. 잔인하기가 이와 같았으니 그 이외의 것은 볼 나위도 없을 것이다.

 

     차마시기는 손님이 적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 손님이 많으면 떠들썩하고, 떠들썩하면 아취가 모자란다. 혼자 마시는 것을 그윽하다고 한다. 두 손님을 뛰어난 것이라고 한다. 셋 넷을 멋이라고 한다. 대여섯을 넓다고 한다. 일곱 어덟을 베풀기라고 한다.

 

                                                                                                                    - 동원의 시다록에서


차 따기

    너무 가늘 필요도 없다. 가는 것은 싹이 처음 트는 것이어서 맛이 모자란다.

 너무 푸를 필요도 없다. 푸른 것은 이미 쇤 것이어서 엷은 맛이 모자란다.

    곡우절의 전후를 기다렸다가, 아름다운 녹색의 잎이 달린 줄거리가 이루어진 것을 구하여 찾는데, 둥글고도 두터운 것을 으뜸으로 삼는다.

 

     또 반드시 하늘빛이 개고 맑을 때 따는 것이 가지런하고 교묘하다.

 민(복건) 광(광주) 영남처럼 장려(산천의 나쁜 기운을 마셔서 일어나는 열병)의 기운이 많은 곳에서는 반드시 해가 나서 산이 개고 안개나 가로막힌 남기(산에 가득한 산기운)가 깨끗이 걷히기를 기다렸다가 따는 것이 좋다.

 

 곡우날 개고 맑을 때 딴 것은 능히 담수를 낫게 하며, 백 가지의 질병을 고친다.

 

 o   햇볕에 쬐어 말린 차 - 차에는 햇볕에 쬐어 말림으로써 알맞는 것이 있다. 짙푸르고 향기가 깨끗하여 불에 덖은 것보다 뛰어나다.

 o   덖음 차 - 차를 딸 때에는 먼저 노구솥과 부뚜막을 몸소 지니고 산에 들어간다. 따로 방 하나를 세낸다.

차 장인은 뛰어나서 훌륭한 사람을 가려 뽑아서 그 품삯을 갑절이나 준다.

 

     그리고 비비기와 문지르기를 타이르고 설어서 굳세게 하여서도 안되며, 지나치게 그을려서도 안된다.

자세하게  덖어 말리고 부채질로 식힌 다음 바로 양병 속에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