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에 차 다리기(煎茶)

2013. 5. 28. 08:19차 이야기

 

 

    

 

    몇해 전 홍콩정청에서 주최한 산사태에 대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였을 때,

 

구해 온 티베트 사원에서 쓰던 유등(油燈)에다 차를 다려 보았습니다. 

 

 

    어제 오늘 처럼 봄비가 며칠 계속되어 실내 습도가 높은 때는 유등을

 

켜 놓으면, 실내 습기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고, 쾌적한 거주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등은 유백색 대리석 등의 반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전등이 없을 때에는

 

실내 높은 곳에 매달아 놓으면 은은한 반사광과 투과광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등에 사용되었던 기름은 동백기름, 쪽동백기름, 생강나무 열매 기름,

 

대두유(콩기름), 아주까리(피마자) 기름 등 식물성 기름이 대부분 사용되었고,

 

드물게 쇠기름, 돼지비계 등 동물성 기름도 간혹 사용되었습니다.

 

 

     동백, 쪽동백, 생강나무 열매 기름에는 약간의 정향성분이 들어 있어서,

 

이들 종자유를 쓸 때에는 은은한 방향(芳香)이 실내에 가득차게 되고 그러므로

 

요지음 시도되고 있는 아로마테라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기대치 않은 효과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유등에 사용한 기름은 식용유에 전단향괴 백단향

 

가루와 미량의 침향편을 유침(油沈)시킨 것으로 은은한 단향이 싫지 않았습니다.

 

 

 

      전기나 가스 가열기구가 없던 시절에는 차를 풍로나 화로에 다려 마셨으나,

 

가열기구가 발달한 요지음에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화로나 풍로에 사용하던

 

연료는 대부분 숯이나 드물게 석탄이고, 이 중 숯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사그러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사그러진 잔불에다 차를 오래 다리는 글을 본 적이 있어,

 

화로 잔불 대신에 유등에다 서너시간 차를 다려 보았습니다.

 

 

    유등에 오래 다린 차맛은 그리 싫지 아니하고 마실만 하였습니다.

 

차를 오래 다리면 한약을 오래 다릴 때와 같이 새로운 화합물이 생성되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물질이 합성되기도 하여 차를 충포법(沖泡法)으로 우려 마실 때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이번 유등에다 차다림(煎茶)한 차는 만든지 9년된

 

지리산 야생녹차인 상선암(上禪庵)제 작설차로 두세차례 우려내 차를 마신 후 그

 

찻잎으로 다려 보았습니다.

 

 

 

 

 유등에 煎茶

 

 

 

비가 오는 날에 油燈에 煎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