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시와 그림] 다시 무의자(진각국사) - 茶詩 無衣子(眞覺國師) 外

2016. 2. 1. 05:32茶詩




     [차, 시와 그림] 다시 무의자(진각국사) - 茶詩  無衣子(眞覺國師)   外 




 담원 김창배님 禪茶수묵화



          茶詩 / 無衣子(眞覺國師) 久坐成勞永夜中 [구좌성로영야중]에 煮茶備感惠無窮 [자차비감혜무궁]이라 一盃卷却昏雲盡 [일배권각혼운진]하고 徹骨淸寒萬慮空 [철골청한만려공]이라 오래토록 앉아 피로하던 긴긴 밤에 차를 달여 갖추니 은혜가 무궁함을 느낀다. 차 한잔에 어두운 구름이 모두 사라지듯 하고 (마음이 맑아진다) 뼈에 사무치듯 淸寒하여 오만 생각이 다 空虛해진다. ※ 券却 :‘卷은 말다, 却은 물러나다’로 두루마리 말듯 사라진다는 의미 淸寒 : (마음이) '맑아져 시리도록 깨끗해 진다'는 표현


       - <무의자 시집>


무의자 진각국사 혜심의 차시, 진각국사 혜심은 보조국사 지눌의 맏제자이며

스승이 떠난 후에도 피폐해진 고려의 불교를 수행가풍으로 계속 진작시킨 분이지요.

아마도 누군가로부터 차를 선물받고 밤새워 참선 후 홀로 차를 다려 마신 듯합니다.


시름이 가득찬 사바의 세계이지만 동지섣달 따스한 차 한잔으로

모든 번뇌를 녹여내시기 바랍니다.






       ▲ 하늘소리 - 無   /   최경수 崔敬壽




<인월대(隣月臺)>

                                                                                  眞覺國師 


  우뚝 솟은 바위산은 몇 길인지 알 수 없고 

 그 위 높다란 누대는 하늘 끝에 닿아 있네
북두로 길은 은하수로 밤차를 달이니

차 연기는 싸늘하게 달 속 계수나무를 감싸네

巖叢屹屹知幾尋(엄총흘흘지기심)

上有高臺接天際(상유고대접천제)
斗酌星河煮夜茶(두작성하자야차)

茶煙冷鎖月中桂 (다연냉쇄월중계)




       ▲ 하늘소리 - 人   /   최경수 崔敬壽 






茶詩 / 유한당 洪氏   


처음 벼루를 열자
밤은 시를 재촉하네.
북두칠성은 하늘에 걸리고
달은 더디 나온다.
높은 누대 위
눈을 보며 차를 달이는
그 즐거움 나는 안다네.

해질 무렵 난간에 기대고 서니
봄기운은 온천하에 가득하다.
돌아 오는 새는 대숲으로 날아들고,
시냇가에 앉아 차를 달인다.

시냇가 푸른 이끼에 앉아
솔잎 모아 차를 다린다.
차 한 잔 마신 뒤 시를 읊으니
꽃 사이로 흰나비가 날아 다닌다.

매화나무 집에서 늦도록 차를 마시니
오동나무 난간에 깃든 새가 운다.
누가 옷피리 소리를 듣는가.
솔숲 사이에서 푸른 샘이 솟는다.

초여름 날은 길고 부드러운 바람은 꽃을 떨구네.
녹음이 우거지니 온 산에 비가 온 듯,
수양버드나무 집집마다 드리웠네.
산관은 늘 맑고 고요한데
오히려 꾀꼬리 노래소리도 번잡하여라.
한가로운 가운데 그윽한 흥이 있어
시를 읊으면서 또 차를 마신다.


* 이름은 홍원주로 조선 순조,헌종 때의 여류시인.
관찰사를 지낸 아버지 인모와 여류시인인
어머니 영수함 서씨의 3남 2녀 가운데 맏딸이며,
해거도인 홍현주의 누나, 심의석의 부인이다.

형제 모두가 당대의 선비요 문장가들이었으며,
청송 심씨 가문에 출가하여서는 현모양처로서도 모범이 되고
시문을 잘 지어서 명성이 더욱 높았다.
그녀의 시는 정서적이고 청신하면서 구구절절이
형제의 우의와 규방의 부덕과 규범 등을 읊고 있다.

저서로는 [유한집]이 있으며 정서와 긴장미를 띤 작품집
[유한당 시고]는 아들 심성택이 이대우의 서문을 실어서
편집한 것으로 20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춘야문적] [차운송사제] [몽귀] [송사제]
[차영명] [차두] [유녀] [차두감상] [억향매] 등이 있다.





ⓒ 최경수 - 하늘소리




<연구(聯句)>

                                           유한당 홍씨



비 개인 뒤 갓 돋은 달 밝으니,(족수당)
흐르는 그림자 성긴 발에 어리네(영수합)
먼데서 오신 손님은 흥도 많으셔(영수합)
밝은 빛을 모두 싫어하지 않는구나(석주)


허공은 밝고 하늘은 넓고 넓은데(석주)
이슬은 내려서 옷을 적시네(길주)
누각은 허공 속에 걸려 있고(길주)
달은 산봉우리에 걸려 있네(원주)


구름 안에 들어가면 구름 밖은 고요한데(원주)
나무 사이사이로 별들은 걸려 있네(현주)
밤을 재촉하여 등을 걸었는데(현주)
바람이 노래하니 호각소리 짧아지는구나(족수당)


서로 보고 환소 하며(족수당)
둥글게 모여 앉아 술에 취한다(영수합)

붓을 휘둘러 시를 지으니(영수합)
이루지 못하면 벌주로서 술잔을 기울이네(석주)


빙 돌아 서 있는 아름다운 나무들에게(석주)
반찬과 소금 갖추어 공양한다(길주)
차는 익어 시정에 젖어드니(길주)
거문고 맑은 소리 고운 손에 울린다(원주)


참으로 다정하고 즐거운 이 마음을(원주)
가도 가도 버릴 수 없구려(현주)
머리 들어보니 은하수는 기우는데(현주)
이 기쁨 달님에게 물어 본다(족수당)


                  - 《유한당 시고》 <연구(聯句)> 중 일부




이 시는 정조의 부마사위이며, 초의 스님에게 《동다송을 짓게 한
해거도인 홍현주의 가족들이 둘러앉아
 차회를 즐기며 한 구절씩 읊어 지은 연작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연작시를 짓는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

아버지  : 족수당 홍인모   《족수당집》
어머니 : 영수합 서씨  《영수합고》
큰형 : 연천 홍석주  ‘호문왕(好文王)’ 으로 불리던 대학자
둘째형 : 항해 홍길주  《수여난필》, 《수여방필》
누님 : 유한당 홍원주  유한당시고》
셋째 아들 : 해거도인 홍현주, 부인: 숙선옹주

                                                       - 월간 《차의 세계》2007년 12월호 참조



       ▲ 하늘소리 - 樂
사진 자료 :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최경수 崔敬壽 Choi Kyung Soo
  경북대/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경상북도 김천시  ‘항소재(恒素齋)’에서 작품 활동.






하늘소리


누가 하늘소리를 보았는가?

은하수를 북두의 초두(鐎斗)로 길어

한 사발의 차를 달여야

어루만질 수 있는 하늘소리를


동지섣달 납매(臘梅) 꽃잎을

살포시 연고차 달인 다완에 띄워야

비로소 낮에도 맡아지는

저 유연(幽然)한 하늘소리를



무현금(無弦琴)의 울림은
송뢰(松籟)의 바람소리에 휩쓸려 가고
태현(太玄)의 하늘 보기도 소용 없어질 때
그저 한잔의 다완에 오롯이 담겨 있음을

눈을 뭉쳐 버너 위에 올려 놓음은
조금이라도 하늘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자연스런 몸짓과 사념(思念)일 뿐
 도란도란 둘러 앉아 은하수(漢水)를 바라보네.

                - 을미년 납월 담한초당(曇閒草堂)에서




***** 유연(幽然) : 그윽한 자연(自然), 즉 유현(幽玄)한 우주,
유현(幽玄) : 암흑물질(Black Material)로 가득한 우주.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비어있는 것 처럼 보이는 자연.

송뢰(松籟) : 노송(老松) 그루터기에 썩은 가지 구멍 세개가 있는 천연 퉁소

태현(太玄) : 태현경( 經)  

중국 ()나라 양웅() 지은 술수().

우주 만물 근원주역()》 음양 이원론 대신

(), (), () 삼원()으로써 설명하고,

        여기 역법() 더한 이다. 모두 10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