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29) 경주 남산 - 아라키 카레

2016. 2. 2. 03:05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29) 경주 남산 - 아라키 카레

2015/12/07 10:16 등록   (2015/12/08 10:11 수정)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경주 남산자락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정식 카레식당이 있다는 추천을 받았다.

카레맛도 맛이지만, 식당이 건축학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희소가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딸래미가 어린이집을 땡땡이 친 금요일날 함께 카레집을 찾았다.

위치는 경주시 남산예길 127-13번지. 시내에서 일부러 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주변에 통일전과 칠불암, 서출지 등의 관광지가 모여있어 드라이브 삼아 시간을 내어 가면 좋을것 같다.

식당은 11시에 문을 열고 3시에 닫는다. 11시 15분쯤 도착을 하였다. 머리에 요리용 흰색띠를 두른 일본인 '아라키'상이 어서오라고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 주었다.

피아노 의자 위에는 검은 고양이가 깊 은잠에 취해 손님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라키 준' 씨와 한국인 부인 '강지영'씨가 함께 운영하는 카레식당 '아라키'는 일본인 건축가 '토미이 마사노리'씨가 건축을 도맡았다. 석굴암의 지붕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기와집으로 본채가 16평의 자그마한 건물이다.

대들보가 없는 지붕 시공으로 무거운 기와를 이고 있는 상부와 하부의 균형이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천정을 가로지르는 무거운 보가 없는 탓에 시각적으로 더 트여 보인다.
작은 공간이지만 위가 높고 세로로 긴 탓에 답답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은 2011년부터 식당과 가정집을 겸해 운영을 하고 있다.
메뉴는 아주 단촐하다. 카레라이스와 우동카레 두가지. 수요일과 목요일은 문을 닫는다. 아라키상의 비법으로 만든 일본식 카레로 건물뒤편의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카레를 끓여 숙성시켜 판매한다.




   나는 카레우동과 카레라이스를 주문하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실내에는 식탁이 4개이다. 4인이 앉는 식탁 2개, 2인이 앉는 식탁이 2개. 한번에 총 12명의 손님만 받을 수 있다. 테이블에는 요리에 관한 만화책과 경주에 관한 에세이책이 한권씩 놓여 있었다.

시원하게 트인 창을 내다보며 카레를 기다린다. 냄비뚜껑이 달달거리며 끓는 소리가 들리고 은은한 향이 근사하게 풍겨나온다. 바깥에는 겨울임에도 꽤 따스한 햇살을 받고 백구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백구의 이름은 '유키', 검은 고양이의 이름은 '아메'라고 하였다.


 





   고양이 '아메'가 잠에서 깨어나 딸아이에게로 다가왔다.
이 녀석은 이름을 부르니 '야옹'하며 대답을 한다. 아이를 좋아하는듯 발로 톡톡 치며 먼저 장난을 걸었다. 딸래미는 고양이와의 놀이에 흠뻑 빠져 엄마가 불러도 대꾸는 않는다.




   십여분 뒤 음식들이 나왔다.




   카레우동과 카레라이스이다.

라이스에는 소고기 안심을 두툼하게 몇 조각 썰어넣었고, 양파와 토마토를 볶아넣어 달콤하고 진한 맛이다. 우동은 튀김가루와 토마토, 버섯이 들어있고 카레국물이 매콤하였다. 밥에는 보리가 조금씩 섞여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두 팀의 손님이 들어왔다. 회사작업복을 입은 남자 4명과 등산객 3명. 실내는 금새 손님으로 가득찼고, 저마다 먹는 카레냄새가 고소하게 피어올랐다. 도란도란 손님들의 이야기소리, 마치 일본의 어느 가정에서 소박한 식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는 중에, 아라키상이 딸에게 다음에 고양이 보러 오라고, 밥 안 사먹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마당을 나오는데 고양이가 달려나와 차가 안보일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는 느낌이다.




   카레집 지척에 동서삼층석탑이 있다. 앞에 있는 탑이 동탑, 뒤가 서탑이다. 보물 제 124호로 형식이 다른 쌍탑이 동.서에 마주보고 서 있으며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연상시킨다. 서탑에는 기단에 팔부신중이 조각되어 있다. 9세기경에 건립된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이다.

이날은 바람이 몹시도 불고 까마귀가 어찌나 많이 몰려와있는지 히치콕의 '새'가 연상될 정도였다.
시간이 날때 남산 등산도 하면서 서출지와 칠불암까지 함께 돌아보면 좋을듯하다.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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