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승랑-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 김성철 교수 저

2016. 2. 19. 12:21경전 이야기



       김성철 교수 僧郞이 왜 동아시아 最高·最古의 인물인가? | 좋은 글

道門 최일수 |  2015.03.09. 10:05


“다시는 이런 작업을 못할 것 같다”
김성철 교수 ‘7년 승랑 연구’ 책으로


<승랑-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역저 출간
승랑이 왜 동아시아 最高·最古의 인물인가? ‘입증’
기사등록 : 11-07-14 12:10 미디어붓다이학종기자 urubella@naver.com
기사등록 : 11-07-14 12:10
     
 글쓴이 : 이학종기자


   고구려 출신으로 동아시아 불교의 초석을 놓은 승랑(僧朗: 450~530년경) 스님의 행적과 사상에 대한 연구서 <승랑-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지식산업사)가 출간됐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김성철(金星喆) 교수가 7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한 노작(勞作)이다.

 

한국의 고대사상가 가운데 동아시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신라의 원효(元曉: 617~686)를 들지만, 승랑은 원효보다 약 170여 년 전에 탄생하였으며 그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동아시아 불교 전체가 대승불교로 선회(旋回)하였다는 점에서 단연 최고(最高)이면서 최고(最古)의 인물이라고 평할 수 있다.



 


                                                7년 여에 걸친 승랑연구를 끝낸 동국대 경주캠 김성철 교수.


   승랑은 지금부터 천오백여년 전 중국 남조(南朝)의 수도인 건강(健康), 즉 현재의 난징(南京) 부근에서 교화활동을 하였는데 그 가르침은 사자상승(師資相承)의 방식으로 제자 승전(僧詮)에게 전수되었고 손제자인 법랑(法朗: 507~581) 대에 이르러 하나의 학파를 형성한 후 증손제자인 길장(吉藏: 549~623)과 혜균(慧均)의 저술을 통해서 삼론학(三論學)으로 집대성되었다. 삼론학의 사상적 토대 위에서 천태(天台)의 교학과 남종선(南宗禪)의 수행론이 창출되었으며 남조(南朝)의 화엄학(華嚴學) 역시 그 연원이 승랑에게 있다.


   근대 불교학 탄생 이후 국내외의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승랑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국내의 경우 1918년 <조선불교통사>를 통해 승랑을 소개한 이능화를 시작으로 최남선, 정인보, 김동화, 김잉석, 박종홍, 이민용, 유병덕, 최동희, 김항배, 김인덕, 이중표, 고익진, 박성배, 강건기, 남무희, 김영태, 박선영, 박상수, 이현옥 등의 연구가 이어졌고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연구자로 사카이노코요(境野黃洋), 사토타이슌(佐藤泰舜), 히라이슌에이(平井俊榮), 이토타카토시(伊藤隆壽)를 들 수 있으며, 중국의 탕용통(湯用彤)과 독일의 요르크 플라센(Joerg Plassen) 역시 승랑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그런데 승랑과 관련한 현대학자들의 주장을 서로 비교해 보면 불일치한 내용들이 너무나 많았다. 일본의 사카이노코요가 1907년 <지나불교사강(支那佛敎史綱)>에서 처음으로 승랑에 대해 소개한 이후 근 100여년 이상 지났지만 승랑의 본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승랑에게 삼론을 가르친 스승이 누구였는지, 승랑이 고구려 요동을 떠나서 중국의 장강(長江) 이남으로 내려온 시기가 언제였는지, 승랑이 남조 불교계에 전했거나 창안했던 신(新)삼론 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승랑에 대한 연구 자료가 너무나 빈약하고 그 가운데 상충된 내용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승랑 관련 자료들을 모두 취합하고 과거의 연구 성과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후 가장 타당한 학설을 가려내어 승랑의 생애와 사상을 재구성하는 등 승랑 연구를 진일보시키는 기념비적 책이다. 흩어진 자료와 기록들을 일일이 찾아내어 작업가설을 세우고, 그런 가설들을 반증하는 사례가 있는지 검토하면서 정설을 확정해야 하며, 그렇게 채택한 정설들을 논리정연하게 엮어내는 참으로 지난한 작업의 결실인 것이다.


   김성철 교수는 이 책에서 승랑의 사상을 ‘①이원적 범주론(二元的 範疇論), ②방편적 교화론(方便的 敎化論), ③상즉(相卽)의 실상론(實相論), ④무득(無得)의 오도론(悟道論)’의 네 가지로 요약한다.

중도(中道)와 가명(假名), 체(體)와 용(用), 단(單)과 복(複) 등 서로 짝이 되는 두 가지[二元] ‘이론 틀[範疇]’을 이용하여 신삼론(新三論) 사상을 개진하였다는 점에서 ‘이원적 범주론’이고, 승랑이 제시하는 그 어떤 이론이든 ‘주장’이 아니라 응병여약(應病與藥)과 같은 방식[方便]으로 상대의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제시되는 것[敎化]일 뿐이기에 ‘방편적 교화론’이며, 모든 법들의 참모습[實相]은 원래 가명과 공, 즉 유와 무의 두 가지를 갖추고 있는 유무상즉[相卽]한 것이기에 ‘상즉의 실상론’이고, 승랑의 삼론학에서 지향하는 중도불성[悟道]은 어떤 내용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만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과정[無得]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기에 ‘무득의 오도론’이라는 것이다.


   ‘이원적 범주’로 ‘상즉의 실상’을 깨닫지만[悟道] 깨달음에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無得] ‘무득의 오도’이며, ‘상즉의 실상’을 ‘이원적 범주’로 가르치지만[敎法] 교화 시기와 대상에 맞추어 교설을 베풀기에[方便] ‘방편적 교화’다. 김 교수는 이들 네 가지 이론의 관계를 다음과 같은 도시로 정리했다.


상즉의 실상

이원적 범주


   김성철 교수는 또한 이 책에서 승랑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하여 그 생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450년경 - 고구려 요동성에서 탄생
470년경 - 고구려 요동에서 출가. 이후 온갖 불전을 학습함.
476년 이후 - 요동을 떠나 중국의 화북지역으로 향함. 이후 돈황과 장안 그리고 북위의 수도인 평성 등을 방문하면서 불전을 학습함.
479년 - ①법도와 함께 강남의 건강 지역으로 내려옴. ②건강 북동쪽의 종산 초당사에 머물면서 제의 관리 주옹(周顒)에게 가르침을 주어 ?삼종론(三宗論)?을 짓게 함.
479~482년 - 제(齊)를 건국한 고제(高帝: 479~482년 재위) 소도성(蕭道成: 427~482)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후 8회에 걸쳐 '화엄경'을 강의하고 '화엄의소'를 저술함.
482년 직후 - 섭산 서하사의 전신인 오(등)산사에서 경릉왕(竟陵王: 460~494)이 개최한 법회에서 강의.
482년 이후 - 회계(會稽) 산음현(山陰縣)의 영(令)이 된 주옹과 함께 산음현으로 이동하여 은둔함(嘉祥寺에 머묾?)
494~498년 - 주옹이 사망한 후 법사들의 초청으로 섭산(攝山)의 지관사(止觀寺)로 귀환하여 가르침을 베풂.
512년 - ①승랑의 명성을 들은 양무제가 황실로 초청하나 이에 응하지 않음. 양무제가 보낸 10인의 학승들에게 가르침을 주었고 이들 가운데 승전이 제자가 됨. 지관사에서 서하사로 거처를 옮김. ②소명태자에게 이제에 대한 가르침을 베풂.
530년경 - 서하사에서 천화하여 섭산에 묻힘.

   “두 번 다시는 이런 작업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너무나 힘들었던 연구였다”는 김 교수의 술회에서 보듯, 이 책<승랑-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는 그가 그동안 쌓아오고 벼려왔던 지혜의 농축인 셈이다. 이것이 공부하는 이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이유이기도 하다. 568쪽 3만원.



*저자 김성철 교수는?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교수 겸 티벳장경연구소 소장.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 <역설과 중관논리> 등 60여 편의 논문과 <중론>, <중관사상> 등 10여 권의 저·역서를 냈다. 저서 가운데 <원효의 관비량론 기초 연구>와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이 대한민국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1996년 제6회 가산학술상(가산불교문화원), 2004년 제19회 불이상(불이회), 2007년 제1회 올해의 논문상(만해사상선양실천회)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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