持滿戒盈 / 정민의 說設新語

2013. 7. 18. 11:57우리 역사 바로알기

 

 

 

    공자께서 노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구경했다. 사당 안에 의기(欹器), 즉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그릇이 놓여 있었다. 묘지기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그릇인가?" "자리 곁에 놓아두었던 그릇(宥坐之器)입니다. 비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집니다. 이것으로 경계를 삼으셨습니다." "그렇구려." 제자에게 물을 붓게 하니 과연 그 말과 꼭 같았다. 공자께서 탄식하셨다. "아!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어디 있겠느냐?"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다. "지만(持滿), 즉 가득 참을 유지하는 데 방법이 있습니까?" "따라내어 덜면 된다." "더는 방법은요?" "높아지면 내려오고 가득 차면 비우며 부유하면 검약하고 귀해지면 낮추는 것이지. 지혜로워도 어리석은 듯이 굴고 용감하나 겁먹은 듯이 한다. 말을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많이 알더라도 조금밖에 모르는 듯이 해야지. 이를 두고 덜어내어 끝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지덕(至德)을 갖춘 사람뿐이다."

    지만계영(持滿戒盈)! 가득 찬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가(持滿)?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戒盈). 더 채우려 들지 말고 더 덜어내라. 의기(欹器)에 관한 얘기는 '순자(荀子)' '유좌(宥坐)'편에 처음 보인다. 한영(韓嬰)의 '한시외전(韓詩外傳)'에도 나온다. 이 그릇의 실체를 두고 역대로 많은 학설이 있었다. 그릇을 복원하려는 시도도 계속되었다. 원래 이 그릇은 농사에 쓰는 관개용(灌漑用) 도구였다. 약간 비스듬하게 앞쪽으로 기울어 물을 받기 좋게 되어 있다. 물을 받아 묵직해지면 기울었던 그릇이 똑바로 선다. 그러다가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훌렁 뒤집어지면서 받았던 물을 반대편으로 쏟아낸다. 마치 물레방아의 원리와 비슷하다.

    환공은 이 그릇을 좌우(座右)에 두고 그것이 주는 교훈을 곱씹었다. 고개를 숙여 받을 준비를 하고, 알맞게 받으면 똑바로 섰다가, 정도에 넘치면 엎어진다. 바로 여기서 중도에 맞게 똑바로 서서 바른 판단을 내리라는 상징을 읽었다. 가득 차 엎어지기 직전인데도 사람들은 욕심 사납게 퍼담기만 한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뒤집어져 몰락한다. 가득 참을 경계하라. 차면 덜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