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부안유천 상감청자는 국보 - (8회)부안청자와 매장문화-무덤

2016. 3. 2. 18:31도자 이야기



      

문화기획
<1부>부안유천 상감청자는 국보 - (8회)부안청자와 매장문화-무덤
승인 2008.01.09  



 


  
   전라북도 지역은 최고 품질의 청자를 제작하였던 부안이 주변에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풍요로운 청자문화를 만끽했다.
이는 또 다른 양질 청자 생산지인 전남 강진 주변의 장흥과 영암지역 등의 도자문화 전개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전북지역은 삶의 공간뿐 아니라 죽음의 안식처에도 아름다운 청자 문화가 적절하게 매납되어 후손들에게 자랑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은 시간의 길고 짧음은 있으나 반드시 죽음의 세계에 이른다. 사후 세계를 위한 장법(葬法) 은 지역과 종교, 문화 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매장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 경우 살아 있을 때와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일상 생활용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장품을 함께 매장한다.
생전 가장 아끼던 물건과 지신(地神)에게 자신이 묻힌 자리를 사고, 하늘까지 가기 위한 노자로 쓰이는 화폐, 그리고 일상 생활용기인 대접과 접시, 숟가락, 젓가락이 기본적으로 매장된다. 이외에 병 또는 주자 등이 있으며, 청동기와 칠기 등도 부장되는데 신분과 재력에 따라 그 질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양질의 고급청자로 모든 것을 갖춘 유형, 대접과 접시 등 소형 기종은 양질 청자를 사용하고 병과 주자 등 대형 기종은 조질청자로 갖춘 유형, 대접과 접시는 조질청자를 사용하고. 병과 주자 등은 도기로 갖춘 유형, 조질청자로 모든 것을 갖춘 유형, 발과 병 등을 필요에 따라 금속으로 부장한 경우 등이 있는데, 이들은 무덤의 규모와 축조 재료 등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난다.


## 매장품은 신분과 재력 결정

   고려는 부장품뿐만 아니라 신분에 의해 무덤의 규모와 봉분의 크기를 제한하고 있어 신분에 따라 무덤은 대체로 일정한 양식이 있다.
왕과 왕비의 무덤인 능(陵)과 귀족층의 무덤은 대부분 석실분으로 축조하여 벽화를 그리고 있다. 이외의 일반 하층 관리와 서민들의 무덤은 소규모의 석곽묘와 토광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무덤 구조는 도굴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적 결함이 있어 대부분 도굴된 상태에서 조사되어 출토유물이 매우 빈약하다.

   무덤에 부장된 유물은 당대의 매장풍습과 문화양상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특히, 고려청자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 조형이 변화하고 있어 이의 연구는 고려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하다. 한편, 죽은 사람의 삶을 기록한 묘지가 있는 완전한 고분은 최고의 가치를 갖는 유적으로 고고학자들의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전라북도의 고려 고분은 용담댐 공사로 발굴 조사가 실시되어 널리 알려진 ‘진안 수천리 고분군’을 비롯하여 군산 여방리익산 부송동, 익산 광암리 고분군 등이 있다.
대단위로 조사되어 가장 널리 알려진 진안 수천리 고분은 11∼12세기에 축조된 유적으로 진안군 용담면 수천리 산 79-2번지 일대에 위치한다. 이곳은 예로부터 명당(明堂)이라고 불리고 있을 만큼 풍수적으로 매우 좋은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려장으로 알려져 있어 오래전부터 도굴이 이루어져 왔던 곳이다.
조사결과, 고려시대 석곽묘 53기, 고려·조선시대 토광묘 37기, 조선시대 석관묘 5기, 회곽묘 3기 등 모두 98기의 무덤이 확인됐다.

   이들 고분은 대체로 남사면 능선의 서편에 집중되어 있으며, 2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북 방향으로 머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고분들은 구릉의 위쪽에 독립적으로 분포하지만,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무덤들간의 중복이 심하다. 묘실은 대부분 매우 단순한 구조로 시신 안치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확보하고 있다. 바닥 시설은 석재를 이용한 것과 생토면을 다듬어 사용한 것으로 구분된다.


## 진안 수천리고분 청자류 발굴

   수천리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은 크게 토기류, 청자류, 금속류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도굴된 상태에서 출토되어 정확한 부장양상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토기는 발, 합, 병, 소호, 향완 등으로 대부분 회색 경질토기이다.
이들 토기는 청동기와 함께 부장되는 경우가 많으며, 청자와 공반되는 예도 일부 확인된다. 청자의 기종은 발, 완, 대접, 접시, 병 등이 확인됐다. 접시의 문양은 무문과 양각연판문, 양각모란당초문 등이다.

   병은 대부분 입술이 직립한 광구형으로 조질이며, 음각연판문과 철화초화문 등을 시문하였다. 병과 향로 등은 몸체와 뚜껑이 조합을 이루지 않고 분리된 채 매납되거나 구연부를 깨뜨린 후 매장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고분에서도 확인되는 일반적인 매장풍습이다. 금속품은 청동제품과 철제품으로 구분된다.
청동제품은 발, 접시, 합, 수저, 젓가락, 동곳, 교구, 장신구, 인장, 거울 등이 있으며, 철제품은 가위와 철도자 등이 있다. 한편 상당수의 석곽묘나 토광묘에서 관못과 관고리가 출토되는 것으로 미루어 목관사용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 옥제품과 벼루도 확인되며, 희녕중보(熙寧重寶·1071년)와 숭녕중보(崇寧重寶·1102~1106년)가 지표에서 출토되었다.
이렇듯 출토품을 비교하면 부장품 가운데 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대신 청동기류와 청자가 중심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라남도의 경우 탐진댐 공사로 조사가 실시된 강진 인접 지역의 장흥 대리신월리 고려 고분은 금속기의 양이 매우 적고 청자의 비중이 많아 대조적이다. 따라서 전라북도 지역도 부안과 인접한 지역을 조사한다면 청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즉, 도자 생산지와 가까운 지역과 먼 지역의 지리적 여건에 의해 청자 공급과 소비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금속기는 이전 시기에 보이지 않던 청동 거울과 청동인장, 은제 장신구 등 장식성이 높은 유물들이 출토되며, 청자의 경우 광구병의 출토비율이 높아지며 기종이 다양해진다. 또한 문양의 시문은 음각과 양각, 상감 등 다양한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를 다시 용도별로 분류하면, 식기류와 생활용품, 장신구, 무기 등으로 구분된다. 출토량이 가장 많은 식기류는 발, 대접, 접시, 잔, 합, 병, 호, 주자 등인데 대부분 시신의 발치에서 확인되고 있다. 생활용구는 동전, 청동 거울, 청동인장, 청동집게, 벼루 등이 있다.


## 부안지역 일대는 미발굴지

   진안 수천리를 비롯한 전북지역의 고려 고분에서는 청자 발생기의 표식적 자료인 해무리굽 완을 비롯하여 시대의 변천을 반영하듯 각 시기별 청자들이 출토되고 있다. 그러나 부안 청자가 제작되던 시기인 12~13세기대의 청자는 그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이는 그동안 전라북도 지역에서 고려 고분에 대한 발굴조사가 매우 적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앞으로 학술적 발굴 조사가 실시되어 부족한 면을 메울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많다고 할 수 있다.
전라북도의 고려 고분을 대표하는 수천리 고분에서 출토된 청자의 양상을 살펴보면 전성기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청자들은 출토되지 않고 있으나 소박하면서 단아한 초화문을 시문한 청자상감주자를 비롯하여 압출양각기법으로 모란문을 시문한 청자대접, 외면에 간략한 음각 연판문을 시문한 대접 등이 확인되고 있다.
초화문주자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조형성이 유천리에서 제작된 청자 주자들과 유사하여 유천리의 초기청자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모란문대접과 연판문 대접은 부안에서 제작한 후 유통과정에 매몰된 군산 비안도 해저유적 출토품들과 유사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어 유천리 청자의 유통이 육로와 해로 모두에서 발전하였음을 확인케 했다.

   따라서, 전라북도는 고려 고분에 대한 조사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고분 출토 청자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더 많은 조사가 실시되어 보다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하겠다.
특히, 핵심지역인 부안과 그 인근지역에 대한 조사가 현재까지 전무하므로 앞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조사가 강화된다면 ‘부안유천도요지를 중심으로 한 부안도자문화’의 깊이를 보다 깊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 취재팀은 확신한다.
사람에게 삶 못지 않게 중요한 공간이 사후 안식처이니 만큼 이에 대한 관심과 학술적 조사 및 연구가 확대되어야 하겠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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