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감청자 하나만 있어면 나도 신선이 되겠다.

2016. 3. 5. 10:47도자 이야기

이런 상감청자 하나만 있어면 나도 신선이 되겠다.

처리 2009.02.20 23:08

http://blog.daum.net/shinbcl/80               

     

   상감청자는 보통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었던 그릇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상감'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그릇일까? 그래서 상감청자인가?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화려하고 멋있다. 꽃병 모양이 순수청자의 그것보다 더 귀티가 난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조그만 입이 귀엽게 오므리고 있다. 주둥이에서 어깨를 지나 아래로 내려오는 곡선이 유려하기 짝이 없다.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무늬가 빼곡 청자 전면을 채우고 있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무늬는 구름과 학, 그리고 동근 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무늬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데, 무엇일까?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상감법을 이용하여 구름과 학의 무늬를 새긴 매병이다. 부드럽고 아슬아슬한 선에다 비상한 구름과 고상한 학이 병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어 귀티의 극을 달린다.
ⓒ 청자화보집



   구름도 예사 구름이 아니다. 영롱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학은 새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새다. 아랫부분에 일정한 단을 만들고 그 위에 구름과 학이 날아다니고 있으니, 그 세계는 평범한 세상이 아니다. 절대지고의 이상세계를 추상적으로 펼치고 있다. 학과 구름이 그릇 표면 가득 차 있어 혼잡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원을 표시하고 원안의 학은 위로 향하여 날고 있고, 원 밖의 학은 아래로 향하게 하는 일정한 틀을 만들었나 보다. 순수청자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신선계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런 상감청자 하나만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




▲ 청자상감찻잔, 안과 밖에 신선세상의 구름과 학과 화초가 새겨져 있다. 잔을 드는 순간 이미 선계에 들어갔고,차를 마신 후 내부를 들여다 보는 순간 이미 절대 지고의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 청자화보집



   상감청자 중에 찻잔이 제법 많다. 고려 귀족들은 차를 즐겨 마셨나 보다. 불교의 진리가 차의 맛과 향기로 표출된다고 느꼈다. 이런 찻잔을 가만히 두었을 리 없다. 찻잔 내부의 세계 역시 선계로 만들었다. 구름과 학이 날아다니고 국화와 연꽃이 고상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찻잔 외부 역시 고매한 품격이 느껴지는 틀 안에 학과 구름, 신비스럽고 이상화된 풀과 꽃으로 치장했다. 겉모습 보고 내부의 차가 예사로운 차가 아님을 일단 느낀다. 조심스럽게 한 잔을 마셨다.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내부의 학과 꽃을 보고 선계에 자신도 모르게 홀딱 빠져버리고 만다.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 상감법으로 구름과 학과 국화꽃을 무늬로 새겨넣은 병으로 이상화시킬 수 있는 온갖 문양을 총동원하였다. 화려의 도가 점점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청자화보집



   상감청자는 자세한 표현법으로 순수청자보다 매우 구체적으로 신선계를 표현할 수 있었다. 상감청자가 가장 유행한 시기는 무신정변 직전부터 무신정변 이후 무인집권 시기였다. 무신들은 문신과 왕족의 비인간적 비현실적 고상함과 사치에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그 불만을 모아 정변을 일으켜, 그들을 타도하고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개혁은 없었다. 문신들의 재산과 권력을 가로채고 결국 그들의 비현실성까지 가로챘던 것이다. 사치와 고상의 취향을 변혁시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도를 더해갔음을 이런 상감청자의 지향점으로 우리는 알 수 있다. 조선을 세운 사대부들이 고려청자와 그 추상적 비현실성을 내던지고 현실적이고 소박하면서 천진스러운 분청사기의 세상을 구축해갔음과 비교해 보면 무신정변의 역사적 한계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분청사기박지모란문호, 청자에 흰색 분으로 장식하고 칼로 모란꽃을 무늬로 새긴 항아리. 청자가 지닌 고려 귀족의 세련된 고귀성은 사라졌다. 대신 천진난만하면서도 소박한 조선 사대부의 현실주의적 경향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 분청사기화보집



    상감청자는 고려에서 개발한 독특한 청자다. 중국에는 상감청자가 없다. 고려 전기 순수청자는 무늬 넣기가 매우 어려웠다.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다. 붓으로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초벌구이한 그릇 표면에 두꺼운 흙으로 그림을 그려 무늬를 넣어 보았다. 철분을 산화시키면 나타나는 산화철의 검은색을 활용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못마땅했다.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아 신선계의 이상세상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각품처럼 모양으로 승부했다. 순수청자의 아름다운 모양은 이런 가운데서 나타났다. 순수청자에 음각이나 양각으로 무늬를 새겨 넣어 보았다. 고상한 무늬임에는 틀림없었지만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 퇴화청자호리병과 주자, 청자에 산화철이나 흰흙을 칠하여 희고 검은색 무늬를 그려넣어 보았다. 무늬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깔끔하지 않아 이상향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소박했다.
ⓒ 청자화보집



   그런데 우리가 누구인가? 불교 제단 앞에 청동으로 만든 완이라는 그릇이 있다. 이 그릇에 우리는 무늬를 새겨 넣고 있었다. 방법은 칼로 청동 그릇의 표면을 긁어내고 그 홈에 은을 실처럼 만들어 쪼아 넣었다. 은사(은으로 만든 실)를 감입해 넣었던 것이다. 맞다. 이 감입법을 청자에 사용해 보자.

초벌구이 청자에 칼로 무늬가 될 부분을 파내고 그 틈에 흰색 흙, 검은 색 흙은 채워 넣었다. 그리고 유약을 발라 재벌구이를 하니 무늬가 감쪽같이 들어갔다. 깔끔하기 짝이 없다. 무늬는 온갖 꽃, 풀, 새, 짐승 등 일정한 형상을 띠었으니, 이른바 형상을 감입해 넣는 방법 즉 상감법이 개발된 것이다. 이래도 상감청자를 상감이 사용한 청자라고 말할까?




▲ 청동은입사용문완, 청동 그릇의 표면을 파내고 은을 실처럼 만들어 쪼아 넣어 범어와 용 무늬를 새겨넣은 부처님 앞에 향을 피우던 완이라는 그릇, 이를 응용하여 청자 상감법이 나타났다.
ⓒ 청자화보집



   관세음보살님이나 아미타여래가 온 세상을 정화시키는 그릇이 정병이다. 청동으로 만든 병에 당시로는 부처님의 진리가 구현된 세상을 상징하는 무늬를 은입사해 넣었다.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병은 부처의 말씀과 법과 진리를 그릇이 온통 다 지니고 있다. 물가에 버드나무 가지가 물 안으로 드리우고 있고, 그 아래에 날짐승, 길짐승이 한적하게 노닐고 있다.

이 부드럽고 적막한 세상이 바로 부처의 진리가 발현되는 세상이라나.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은 청자로 만들고 포류와 수금을 상감해 넣은 정병이다. 청자가 가지는 깔끔한 이미지와 흰색으로 표현된 포류 수금의 무늬가 더욱 적막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은입사청동그릇에서 상감청자가 생겨났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 동일한 모양과 문양을 새긴 청동 정병과 청자 정병, 은입사 기법을 청자에 활용하여 상감청자가 탄생했다.
ⓒ 청자화보집



   이제 상감청자 시대가 되었다. 상감법이 개발됨에 다라 상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고상하고 우아한 모양만 가지고도 기가 질린다. 그기에 파르스름한 색은 신비성과 영롱함을 더한다. 그것도 모자라 흰색과 검은색으로 새겨 넣은 이상화된 온갖 형상들이 어우러져 저 극락의 세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절대 진리의 세상을 추상화하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청자상감운학문매병청자상감국화문장경병, 구름과 학이 드물게 새겨진 상감청자 매병과 귀티가 덕지덕지 묻은 국화꽃이 몸체에 새겨진 목이 긴 청자 술병, 모양과 색깔과 무늬가 품격을 지키면서 고귀한 절대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 청자화보집



   부드럽고 우아하고 가냘픈 호리병 모양에 버드나무 아래 오리가 한가로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저 적막한 세상은 바로 고려 귀족들이 찾은 이상의 세상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고려 시대를 귀족사회라고 부르는 근거는 바로 이런 청자에서 찾아진다. 어떤 말이 청자보다 고려 귀족 사회를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상감청자를 한번만 유심히 보면 고려 지배 세력을 귀족이라고 규정짓지 않을 수 없으리라.



표주박모양의 청자상감들, 표주박 모양으로 귀티를 극대화시키고, 문양으로 절대 지고의 세상을 나타내고 있다.
ⓒ 청자화보집



   고려 무신정권은 그들이 축출한 문신정권의 귀족적 경향을 계승했다. 더 고상해짐으로써 집권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고귀성은 더 심화되었다. 끝내는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경향마저 띠었다. 귀족들이 가는 마지막 길이기도 했다.

13세기에 산화구리를 사용하여 붉은 색으로 무늬를 새겨 넣었다. 훨씬 더 화려해졌다. 자신들의 호화로운 삶이 자식들에게 계속 이어지기를 원했다. 호리병 모양이 가장 고상한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연꽃 송이에 동자가 끼워들기도 했다. 포도송이에 포도알과 함께 동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기도 했다.




청자진사표주박형주자들, 산화구리를 이용하여 붉은 색으로 무늬를 새겨 더욱 화려해졌다. 연꽃과 동자를 새겨넣기도 했고, 포도송이에 매달린 동자를 표현하기도 했다. 귀족적 경향에 화려한 취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 신병철



   13세기 중엽을 지나면서 고려는 몽고의 침입을 받았고, 몽고와 전쟁을 치렀다. 뒤이어 몽고에 항복하고 간섭을 받았다. 14세기 중엽부터 자주성 회복 운동이 전개되었고, 마침내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배세력은 귀족적인 권문세족으로부터 현실적인 사대부로 변화되어 갔다. 귀족 사회의 대명사였던 상감청자도 그 역사적 역할을 마치고 점차 사라져갔다. 이상을 극대화한 상감청자는 같은 청자이면서도 건실한 현실성을 지향하는 분청사기에게 바통을 넘겼다. 고려가 조선으로 바뀐 것이다.

 
상감청자는 보통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었던 그릇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상감'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그릇일까? 그래서 상감청자인가?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화려하고 멋있다. 꽃병 모양이 순수청자의 그것보다 더 귀티가 난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조그만 입이 귀엽게 오므리고 있다. 주둥이에서 어깨를 지나 아래로 내려오는 곡선이 유려하기 짝이 없다.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무늬가 빼곡 청자 전면을 채우고 있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무늬는 구름과 학, 그리고 동근 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무늬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데, 무엇일까?


 
 
▲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상감법을 이용하여 구름과 학의 무늬를 새긴 매병이다. 부드럽고 아슬아슬한 선에다 비상한 구름과 고상한 학이 병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어 귀티의 극을 달린다. 
 
ⓒ 청자화보집
 
구름도 예사 구름이 아니다. 영롱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학은 새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새다. 아랫부분에 일정한 단을 만들고 그 위에 구름과 학이 날아다니고 있으니, 그 세계는 평범한 세상이 아니다. 절대지고의 이상세계를 추상적으로 펼치고 있다. 학과 구름이 그릇 표면 가득 차 있어 혼잡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원을 표시하고 원안의 학은 위로 향하여 날고 있고, 원 밖의 학은 아래로 향하게 하는 일정한 틀을 만들었나 보다. 순수청자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신선계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런 상감청자 하나만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


 
 
▲ 청자상감찻잔, 안과 밖에 신선세상의 구름과 학과 화초가 새겨져 있다. 잔을 드는 순간 이미 선계에 들어갔고,차를 마신 후 내부를 들여다 보는 순간 이미 절대 지고의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 청자화보집
 
상감청자 중에 찻잔이 제법 많다. 고려 귀족들은 차를 즐겨 마셨나 보다. 불교의 진리가 차의 맛과 향기로 표출된다고 느꼈다. 이런 찻잔을 가만히 두었을 리 없다. 찻잔 내부의 세계 역시 선계로 만들었다. 구름과 학이 날아다니고 국화와 연꽃이 고상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찻잔 외부 역시 고매한 품격이 느껴지는 틀 안에 학과 구름, 신비스럽고 이상화된 풀과 꽃으로 치장했다. 겉모습 보고 내부의 차가 예사로운 차가 아님을 일단 느낀다. 조심스럽게 한 잔을 마셨다.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내부의 학과 꽃을 보고 선계에 자신도 모르게 홀딱 빠져버리고 만다.


 
 
▲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 상감법으로 구름과 학과 국화꽃을 무늬로 새겨넣은 병으로 이상화시킬 수 있는 온갖 문양을 총동원하였다. 화려의 도가 점점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청자화보집
 
상감청자는 자세한 표현법으로 순수청자보다 매우 구체적으로 신선계를 표현할 수 있었다. 상감청자가 가장 유행한 시기는 무신정변 직전부터 무신정변 이후 무인집권 시기였다. 무신들은 문신과 왕족의 비인간적 비현실적 고상함과 사치에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그 불만을 모아 정변을 일으켜, 그들을 타도하고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개혁은 없었다. 문신들의 재산과 권력을 가로채고 결국 그들의 비현실성까지 가로챘던 것이다. 사치와 고상의 취향을 변혁시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도를 더해갔음을 이런 상감청자의 지향점으로 우리는 알 수 있다. 조선을 세운 사대부들이 고려청자와 그 추상적 비현실성을 내던지고 현실적이고 소박하면서 천진스러운 분청사기의 세상을 구축해갔음과 비교해 보면 무신정변의 역사적 한계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 분청사기박지모란문호, 청자에 흰색 분으로 장식하고 칼로 모란꽃을 무늬로 새긴 항아리. 청자가 지닌 고려 귀족의 세련된 고귀성은 사라졌다. 대신 천진난만하면서도 소박한 조선 사대부의 현실주의적 경향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 분청사기화보집
 
상감청자는 고려에서 개발한 독특한 청자다. 중국에는 상감청자가 없다. 고려 전기 순수청자는 무늬 넣기가 매우 어려웠다.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다. 붓으로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초벌구이한 그릇 표면에 두꺼운 흙으로 그림을 그려 무늬를 넣어 보았다. 철분을 산화시키면 나타나는 산화철의 검은색을 활용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못마땅했다.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아 신선계의 이상세상을 표현하는 데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각품처럼 모양으로 승부했다. 순수청자의 아름다운 모양은 이런 가운데서 나타났다. 순수청자에 음각이나 양각으로 무늬를 새겨 넣어 보았다. 고상한 무늬임에는 틀림없었지만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 퇴화청자호리병과 주자, 청자에 산화철이나 흰흙을 칠하여 희고 검은색 무늬를 그려넣어 보았다. 무늬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깔끔하지 않아 이상향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소박했다. 
 
ⓒ 청자화보집
 
그런데 우리가 누구인가? 불교 제단 앞에 청동으로 만든 완이라는 그릇이 있다. 이 그릇에 우리는 무늬를 새겨 넣고 있었다. 방법은 칼로 청동 그릇의 표면을 긁어내고 그 홈에 은을 실처럼 만들어 쪼아 넣었다. 은사(은으로 만든 실)를 감입해 넣었던 것이다. 맞다. 이 감입법을 청자에 사용해 보자.

초벌구이 청자에 칼로 무늬가 될 부분을 파내고 그 틈에 흰색 흙, 검은 색 흙은 채워 넣었다. 그리고 유약을 발라 재벌구이를 하니 무늬가 감쪽같이 들어갔다. 깔끔하기 짝이 없다. 무늬는 온갖 꽃, 풀, 새, 짐승 등 일정한 형상을 띠었으니, 이른바 형상을 감입해 넣는 방법 즉 상감법이 개발된 것이다. 이래도 상감청자를 상감이 사용한 청자라고 말할까?


 
 
▲ 청동은입사용문완, 청동 그릇의 표면을 파내고 은을 실처럼 만들어 쪼아 넣어 범어와 용 무늬를 새겨넣은 부처님 앞에 향을 피우던 완이라는 그릇, 이를 응용하여 청자 상감법이 나타났다. 
 
ⓒ 청자화보집
 
관세음보살님이나 아미타여래가 온 세상을 정화시키는 그릇이 정병이다. 청동으로 만든 병에 당시로는 부처님의 진리가 구현된 세상을 상징하는 무늬를 은입사해 넣었다.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이 병은 부처의 말씀과 법과 진리를 그릇이 온통 다 지니고 있다. 물가에 버드나무 가지가 물 안으로 드리우고 있고, 그 아래에 날짐승, 길짐승이 한적하게 노닐고 있다.

이 부드럽고 적막한 세상이 바로 부처의 진리가 발현되는 세상이라나.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은 청자로 만들고 포류와 수금을 상감해 넣은 정병이다. 청자가 가지는 깔끔한 이미지와 흰색으로 표현된 포류 수금의 무늬가 더욱 적막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은입사청동그릇에서 상감청자가 생겨났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청동은입사포류수금문정병과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 동일한 모양과 문양을 새긴 청동 정병과 청자 정병, 은입사 기법을 청자에 활용하여 상감청자가 탄생했다. 
 
ⓒ 청자화보집
 
이제 상감청자 시대가 되었다. 상감법이 개발됨에 다라 상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고상하고 우아한 모양만 가지고도 기가 질린다. 그기에 파르스름한 색은 신비성과 영롱함을 더한다. 그것도 모자라 흰색과 검은색으로 새겨 넣은 이상화된 온갖 형상들이 어우러져 저 극락의 세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절대 진리의 세상을 추상화하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청자상감국화문장경병, 구름과 학이 드물게 새겨진 상감청자 매병과 귀티가 덕지덕지 묻은 국화꽃이 몸체에 새겨진 목이 긴 청자 술병, 모양과 색깔과 무늬가 품격을 지키면서 고귀한 절대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 청자화보집
 
부드럽고 우아하고 가냘픈 호리병 모양에 버드나무 아래 오리가 한가로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저 적막한 세상은 바로 고려 귀족들이 찾은 이상의 세상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고려 시대를 귀족사회라고 부르는 근거는 바로 이런 청자에서 찾아진다. 어떤 말이 청자보다 고려 귀족 사회를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상감청자를 한번만 유심히 보면 고려 지배 세력을 귀족이라고 규정짓지 않을 수 없으리라.


 
 
▲ 표주박모양의청자상감들, 표주박 모양으로 귀티를 극대화시키고, 문양으로 절대 지고의 세상을 나타내고 있다. 
 
ⓒ 청자화보집
 
고려 무신정권은 그들이 축출한 문신정권의 귀족적 경향을 계승했다. 더 고상해짐으로써 집권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고귀성은 더 심화되었다. 끝내는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경향마저 띠었다. 귀족들이 가는 마지막 길이기도 했다.

13세기에 산화구리를 사용하여 붉은 색으로 무늬를 새겨 넣었다. 훨씬 더 화려해졌다. 자신들의 호화로운 삶이 자식들에게 계속 이어지기를 원했다. 호리병 모양이 가장 고상한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연꽃 송이에 동자가 끼워들기도 했다. 포도송이에 포도알과 함께 동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기도 했다.


 
 
▲ 청자진사표주박형주자들, 산화구리를 이용하여 붉은 색으로 무늬를 새겨 더욱 화려해졌다. 연꽃과 동자를 새겨넣기도 했고, 포도송이에 매달린 동자를 표현하기도 했다. 귀족적 경향에 화려한 취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 신병철
 
13세기 중엽을 지나면서 고려는 몽고의 침입을 받았고, 몽고와 전쟁을 치렀다. 뒤이어 몽고에 항복하고 간섭을 받았다. 14세기 중엽부터 자주성 회복 운동이 전개되었고, 마침내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배세력은 귀족적인 권문세족으로부터 현실적인 사대부로 변화되어 갔다. 귀족 사회의 대명사였던 상감청자도 그 역사적 역할을 마치고 점차 사라져갔다. 이상을 극대화한 상감청자는 같은 청자이면서도 건실한 현실성을 지향하는 분청사기에게 바통을 넘겼다. 고려가 조선으로 바뀐 것이다


출처 : 이런 상감청자 하나만 있으면 나도 신선이 되겠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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