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망우대 잔받침

2016. 3. 12. 09:35도자 이야기



       백자 망우대 잔받침| 교양

yyii | 조회 14 |추천 0 | 2010.02.18. 08:36


  
   설에 지내는 차례를 비롯하여 제의(祭儀)의 기본은 술을 한 잔 올리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술잔의 형태는 연회석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세종대왕 때 편찬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나오는 잔을 보면 한 쌍의 가느다란 손잡이가 단정하게 달려 있어 흔히 귀잔이라고 불린다. 잔에는 잔받침이 따로 있어 공손히 받들게 되어 있다. 흔히 전접시라고 불리는 이 잔받침에는 가는 전이 둘려 있어 자못 진중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유교적 절제미와 제의적 엄숙성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로부터 100년이 지나 중종 연간에 만든 낭만의 술잔에는 조선적인 멋이 한껏 살아나 있다. 16세기 중엽에 광주 번천리 가마에서 구워 낸 '청화백자 망우대(忘憂臺) 잔받침'(리움 소장)은 백자 자체가 청순한 백색인데다 밝은 코발트빛 청화(靑花)로 들국화 다섯 송이와 그 위로 날고 있는 벌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스스럼없는 필치로 가을날의 스산한 시정을 남김없이 담아냈다. 마치 신사임당의 '초충도'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대담한 여백의 미와 받침 가장자리에 성글게 돌린 동그라미 무늬에는 한국미의 중요한 특질로 꼽히는 무작위성(無作爲性)이 은연중 배어 있다. 이 시기는 바야흐로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조선 성리학이 꽃피고 송강 정철, 면앙정 송순의 가사문학이 등장하던 때이다. 그런 국풍화(國風化)된 문화적 성숙이 있었던 것이다.

이 잔받침이 소품(지름 16㎝)임에도 보물 1057호로 지정된 것은 한가운데 쓰여 있는 '망우대'라는 세 글자 때문이다. 잔받침 위에 올려져 있는 술잔을 드는 순간 '근심을 잊는 받침'이라는 글자가 나타나게끔 디자인된 것이다. 이런 멋과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저것이야말로 조선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그래서 이 잔받침을 보고 있자면 송강의 '장진주사(將進酒辭)'가 절로 떠오른다.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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