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익의 의학 파노라마](8) 통계로 보는 암 사망률

2016. 3. 19. 00:47건강 이야기



      

[황상익의 의학 파노라마](8) 통계로 보는 암 사망률

황상익 | 서울대 의대 교수· 

ㆍ암환자 세 명 중 두 명 ‘완치’, 한국선 이제 ‘죽을병’ 아니다


▲ 1990년대부터 암 사망률 지속적 감소 추세… 발병 증가 원인을 현대문명 탓으로 돌리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별로 없어

신뢰할 만한 한국인 ‘암 사망’ 통계는 1983년부터 작성되었다. ‘암 발생’에 관한 전국적인 통계 작성은 그보다도 더 늦은 1999년에야 시작되었다. 따라서 1999년 이전은 한국인의 암 발생 양상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건강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 되었지만 건강과 질병 통계는 선진국에 비해 아주 뒤져있는 것이다.


   한국인 10만명당 연령 표준화 암 발생률은 남녀 합해 1999년의 220명에서 2011년 320명으로 늘어났다. 2011년 통계가 가장 최근 자료이다. 12년 사이에 45% 증가한 셈이다. 남성은 292명에서 343명으로 17%, 여성은 173명에서 317명으로 83%나 늘어났다. 이처럼 여성의 암 발생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에 남녀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 기간에 여성의 암 발생률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갑상샘암 발생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기간에 갑상샘암이 많이 늘어났지만 한국은 특히 예외적으로 급증했다. 한국인의 갑상샘암 발생률은 1999년부터 2011년 사이 남녀 합해 7.2명에서 68.7명으로 거의 10배가 되었다.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암 발생률은 2011년 현재 남성 320명, 여성 203명, 남녀 합해 251명이다. 1999년에 비해 남성은 10%, 여성은 26%, 남녀 합해 18% 늘어났다.



■ 한국 여성 갑상샘암, 남자는 위암 최다


   이번에는 암종별로 발생률을 살펴보자. 2011년 현재 남녀 합해 갑상샘암(인구 10만명당 69명)이 단연 선두이고, 그 다음으로 위암(44명), 대장암(39명), 폐암(29명), 유방암(25명), 간암(23명) 순이다. 남성과 여성은 암 발생률이 사뭇 다르다. 남성은 위암(65명), 대장암(53명), 폐암(47명), 간암(37명), 전립샘암(28명), 갑상샘암(24명) 순인 데 반해, 여성은 갑상샘암(114명), 유방암(50명), 대장암(28명), 위암(27명), 폐암(16명), 자궁경부암(12명) 순이다. 남녀 합해 갑상샘암을 제외하고는 위암이 여전히 1등이지만 추세대로라면 대장암이 몇 해 안에 위암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많다. 위암의 감소는 식품 관리의 개선, 대장암의 증가는 고기류 섭취의 증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간 암 발생자 수를 놓고 보면 1999년 10만1032명에서 2011년 21만8017명으로 116%나 늘어났다. 불과 12년 사이에 한국인 암 발생자 수가 2배 이상이 된 것이다. 암 발생자 수가 이렇게까지 증가한 이유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명의 증가이다. 수명이 늘어남으로써 암의 ‘호발 연령’, 즉 암이 많이 생기는 노년까지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으뜸가는 원인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건강 상태의 개선으로 암 발생자 수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수명 증가 효과를 배제한 연령 표준화 암 발생률을 계산해 보더라도 암 발생은 증가했다. 그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찾아내지 못했던 암이 발견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의학의 발전으로 초음파검사, CT 검사, MRI 검사 등 암 진단 기술이 개선되고 또 실제로 검진을 많이 함으로써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은 다른 대부분의 암과 달리 호발 연령이 노년 이전으로, 수명 증가와는 별로 관계없는 암이다. 또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착한 암’이기도 하다. 지난 10여년 사이 갑상샘암에 대한 초음파검사가 크게 늘어났고 거기에 비례해 갑상샘암으로 진단받은 사람도 급증했다. 최근에는 과다 검사, 과잉 진료 논란까지 있을 정도이다. 갑상샘암 증가에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다른 원인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검사 기술의 발전과 검사 횟수의 증가이다.


   갑상샘암을 제외하더라도 연령 표준화 암 발생률은 지난 12년 사이 1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진단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를 수명 증가 요인처럼 정확하게 계산할 방법은 아직 없지만 대부분이 진단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수명 증가에 의한 것, 진단 기술과 관계있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실제로’ 암 발생이 증가한 몫인데 언뜻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앞의 두 가지에 비해 미미할 따름이다. 현대사회에서 암이 크게 늘어난 현상을 현대문명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있지만 막상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별로 없다. 앞에서 ‘미미’하다고 했지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예컨대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는 환자·사망자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국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 헝가리가 세계에서 암 사망률 가장 높아


   세계보건기구(WHO)는 80여개 국가의 암 관련 기구 등에서 자료를 수집·정리해 ‘암 사망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일본, 서유럽 국가들의 자료는 1950년대부터 있으며, 한국에 관한 것은 훨씬 뒤져 1985년부터 있다. 물론 국가에 따라 자료의 정확도와 신뢰도에 차이가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암 사망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국가 간 비교도 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암종과 성별, 연령에 따른 사망자 수, 단순 사망률(crude rate), 연령 표준화 사망률 등이 수록되어 있다. 연령 표준화를 위한 표준인구로는 일본인 인구보건학자 세키 미쓰오가 고안한 ‘세계표준인구’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남성의 연령 표준화 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10만명당 227명)이고, 그 뒤를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등이 따르고 있다. 상위 10개 국가가 예외 없이 모두 동유럽 국가이다. 한국(144명)은 네덜란드, 쿠바 등과 함께 20~30위권으로 중간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한편 여성도 헝가리(120명)가 1위이고, 그 다음으로 스코틀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체코, 폴란드, 쿠바, 북아일랜드, 라트비아, 잉글랜드 순이다. 남성과 달리 동유럽 국가와 서유럽 국가가 뒤섞여 있다. 한국(62명)은 스페인, 일본 등과 함께 여성의 암 사망이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세계 각국의 2030년대까지의 암 사망 추세를 예측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암 사망 및 인구 구성 등의 자료가 비교적 잘 축적, 정리된 국가들에 한정된 것으로 그렇지 못한 국가들의 상황은 나와 있지 않다.

연령 표준화 사망률로 나타낸 암 사망 추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속적으로 암 사망률이 감소하는 양상과 그렇지 못한 양상이다.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이용해 필자가 만든 그래프 1과 2를 보면 전자의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 일본, 미국 등이다. 이들 국가는 남녀 모두 1990년대 전후부터 암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세 나라 가운데서도 한국의 감소 추세가 가장 뚜렷하다. 특히 남성은 최근까지도 일본, 미국보다 암 사망률이 높지만 곧 순위가 뒤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후자의 예는 쿠바와 불가리아이다. 쿠바와 불가리아는 남녀 모두 2030년대까지 암 사망률이 뚜렷이 감소하지 않는다. 일각에서 보건의료 모범국이라고 일컫는 쿠바도 이 자료를 보면 암 관리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헝가리는 남녀 모두 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지만 2000년 무렵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서 쿠바와는 다른 양상이다.



■ 후진국에선 암의 위협 점점 커질 듯


   한국인의 암 사망 변화 추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래프 3에서 보듯이 연령 표준화를 하기 전의 암 사망률은 남녀 모두 계속 증가한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2030년대까지도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것은 인구 고령화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의 연령 표준화 사망률은 2014년(2012~2016년) 124명에서 2034년(2032~2036년) 71명으로 43% 감소하며, 같은 기간 여성은 56명에서 38명으로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어째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암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을까? 보통 ‘5년 생존율’로 나타내는 암의 치료 성적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993~1995년에는 41%였다.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5년 이상 산 사람은 41%이고 59%는 그 이전에 사망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07~2011년에는 이것이 역전되어 66%가 생존하고 34%가 사망했다. 세 명 중 두 명은 살고 한 명만 죽는다는 뜻이다. 1940년대 콜레라 치사율 60%와 비교하면 의미가 더 생생할 것이다. 요컨대 암은 이제 ‘죽을병’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선진국의 경우이지 나머지 국가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후진국에서는 적어도 당분간 암의 위협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