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9. 18:07ㆍ다산의 향기
[43]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치적(治績)이 이미 이루어지고 뭇사람의 마음도 이미 즐거워하면 풍류(風流)를 꾸며서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선배들의 성대한 일이었다. 목민심서 / 일표이서
2015.02.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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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蘇東坡)가 여항(餘杭)을 맡아 다스릴 때에 서호(西湖)에서 놀이를 하게 되면 흔히 깃발과 수종(隨從)들을 전당문(錢塘門)으로 나오게 하고, 동파는 용금문(湧金門)으로부터 한두 명의 노병(老兵)을 따라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건너왔다. 보안원(普安院)에서 식사를 하고 영은(靈隱)ㆍ천축(天竺) 사이에서 노닐다가, 공문서를 가지고 뒤따르게 한 후 냉천정(冷泉亭)에 이르러 책상에 앉아 처결을 하되 붓을 휘두르는 것이 비바람처럼 빨랐고 싸움과 소송을 분별하는 데도 담소(談笑)하면서 처리하였다. 그러고서는 막료(幕僚)들과 함께 실컷 술 마시고 땅거미가 지면 말을 타고 돌아오는데 길 양쪽에 등불을 밝혀 놓고 백성들이 마음대로 태수(太守)를 구경하게 하였다. 소흥(紹興) 말년에 90여 세 된 늙은 중이 있었는데 그가 어려서 보안원의 노복으로 있으면서 그 당시 본 일을 말한 것으로 그때 동파의 호방(豪放)한 기상과 뛰어난 운치를 상상할 수 있다. “이 늙은 사람이 온 것은 온 고을의 생령(生靈)을 위해 감사드리려 함이지 태수께서 주시는 것을 바라서가 아닙니다.” 하고는 받지 않고 돌아갔다. “해마다 등불놀이에 소용되는 기름이 매우 많기 때문에 임시에 계획해서는 결코 마련해 낼 수 없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채경은 비성고(備城庫)에 저장해 둔 기름을 갖다 쓰게 하였는데, 이 때문에 전운사(轉運使)의 탄핵을 받았다. 부잣집 한 등잔은 큰 창고 속 한 알 좁쌀이요 / 富家一盞燈太倉一粒粟 가난한 집 한 등잔은 심장의 살을 도려낸 것이네 / 貧家一盞燈摳卻心頭肉 풍류 태수는 아는가 모르는가 / 風流太守知不知 오히려 생황(笙簧) 노래에 묘곡 없음을 서운해 하리 / 猶憾笙歌無妙曲 강진(康津)의 수령에게 사랑하는 기생이 있었는데, 관등(觀燈)놀이를 보고 싶어 하므로 4월 초파일에 성중(城中)에 영을 내려 등불을 켜도록 하되, 등의 막대 길이가 높은 자에게 상을 주기로 하였다. 이에 이속(吏屬)과 군교(軍校)들이 포구(浦口)로 나가서 배 안의 돛대를 모조리 빼앗았다. 먼 섬 백성들이 어장(漁場)으로 나가려면 잠시도 지체할 수 없으므로 돈으로 이를 대납(代納)하였다. 그리하여 배 1척에 모두 2백 전(錢)씩을 내놓게 되니 원성(怨聲)이 바다에 가득하였다. 그러므로 수령의 한 번 움직임이란 어려운 것이다. “몇 사람의 관인(官人)이 휴가를 얻어 노래하고 춤추는 자들을 데리고 승방(僧房)에 가서 놀았는데, 술이 얼근해지자 예전 사람의, 죽원(竹院)을 지날 때 중 만나 얘기하니 / 因過竹院逢僧話 부생(浮生)의 한나절 한가로움 얻었어라 / 又得浮生半日閒 라고 한 시를 외었더니, 중이 듣고 웃으면서 ‘존관(尊官)은 한나절 한가로움을 얻지만, 노승은 도리어 사흘 동안 바쁘게 되었습니다.’ 하였으니, 하루는 장막을 치고 하루는 모여서 놀고 하루는 청소를 해야 함을 말한다.” 현령이 절에서 한 번 놀면 중이 평소 소비하는 비용의 거의 반 년분을 쓴다. 일행들이 술ㆍ밥ㆍ담배ㆍ신 등을 으레 토색질하고, 또 만약 기생을 데리고 풍악을 연주하며 창우(倡優)들을 시켜서 잡희(雜戱) 놀음을 벌이면 구경 온 남녀들이 모두 중에게 밥을 요구하게 되니 중들이 견뎌내겠는가. 혹시 돈과 쌀을 주어 그 비용을 갚기도 하지만, 그것이 비록 현령의 면전에서 친히 준다고 하더라도 현령이 문 밖만 나서면 이속과 관노(官奴)들이 빼앗아 가버린다. 혹 세미자문(稅米尺文) - 쌀을 받으라는 것을 적은 문권(文券) - 을 주는데, 그래야만 겨우 받게 된다. “지난해 봄에 내가 작은 배를 타고 가우도(駕牛島) 어촌에 놀러갔는데 마침 현감(縣監)도 배를 타고 만덕사(萬德寺)에 와서 잔치를 베풀고 있었다. 내가 어촌에 와서 어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바다에 있던 배가 항구로 들어오면 이속과 군교들이 배 한 척마다 2백 전씩 토색질 해 가고, 고기잡이 통발이 바다 가운데에 수십 군데 있는데 밀물 썰물에 잡히는 고기를 깡그리 빼앗아가되, 모두 현령의 놀이를 핑계로 삼는다고 하였다. 아, 현령이 어찌 알겠는가. 내가 석양에 작은 노를 저어 갈대와 버들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산 중턱의 절간을 바라다보니 붉고 푸른 옷이 어울려 있고, 피리ㆍ장구 소리가 한창 울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어촌 백성들이 눈을 흘겨 저주하며 욕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아, 백성들의 윗사람 되기란 또한 어렵지 아니한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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