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전례(前例)에 따라 일을 줄이고 대체(大體)를 힘써 지키는 ...

2016. 3. 20. 22:49다산의 향기



       [47]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전례(前例)에 따라 일을 줄이고 대체(大體)를 힘써 지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기는 하지만, 시대의 풍속이 맑고 순후하며 지위도 높고 명망도 두터운 사람이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 목민심서 / 일표이서

2015.02.04. 17:23

           http://sambolove.blog.me/220262785943

번역하기 전용뷰어 보기


 



육가(陸賈)말하였다.

“군자가 다스리는 것은 혼연히 일이 없고 적연히 소리가 없다. 관부(官府)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촌락에는 아전들이 없는 것 같다. 역(驛)에는 밤길을 가는 역졸이 없고 향(鄕)에는 밤중에 소집되는 군사가 없다. 노인들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장정은 들에서 밭갈이를 하게 된다.”

생각하건대, 한(漢)나라 초기에는 진(秦)나라의 가혹한 정치를 이어받아서, 백성들과 함께 휴식하려 했기 때문에 그 논의가 대부분 이와 같았지만, 평범한 사람이 이를 본받아 팔짱끼고 앉아서 침묵만 지킨다면 만사는 다 그릇되고 말 것이다.
급암(汲黯)이 동해 태수(東海太守)로 있을 적에 백성을 다스리되 맑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승사(丞史)를 골라 일을 맡기고 다스림은 대체만을 살필 뿐이요 조금도 까다롭게 하지 않았다. 급암은 병이 잦아서 내아(內衙)에 누워 나가지를 않았다. 한 해 남짓하여 동해는 잘 다스려졌다.
생각하건대, 급암은 위엄과 신망이 본래 중하였고, 또 사람됨을 알아서 맡겼기 때문에 이와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니, 평범한 사람이 함부로 이 방법을 본뜨면 온 고을에 수심과 한탄 소리가 날 것이다.
당(唐)나라 육상선(陸象先)이 포주(蒲州)를 다스리게 되었는데, 일찍이 말하기를,

“천하는 본래 일이 없는데 용렬한 사람이 요란스럽게 만들 따름이다. 진실로 그 근원을 맑게 하면 일이 간략하게 되지 않음을 어찌 걱정하랴.”

하였다.
남조(南朝) 송(宋)의 사비(謝朏)가 의흥 태수(義興太守)로 있을 적에 잡사(雜事)는 돌보지 않고 모두 강기(綱紀)에게 맡기면서,

“나는 태수(太守) 구실만 하면 될 뿐이다.”

하였다.
생각하건대, 이는 이른바 대체(大體)를 지킨다는 것이다. 위엄과 명망이 본래 드러나야 이처럼 할 수 있는 것이요, 못난 사람이 이를 본받으면 모든 일이 잘못될 것이다.



[주B-001]칙궁(飭躬) : 자기의 몸가짐을 단속하는 일이다.
[주D-001]육가(陸賈) : 한(漢)나라 고조(高祖)ㆍ혜제(惠帝)ㆍ문제(文帝) 때 사람으로 한 고조(漢高祖) 때에 남월(南越)에 사신으로 가서 위타(尉佗)를 유세하여 칭신(稱臣)하게 하고 돌아와서 태중대부(太中大夫)가 되었다. 때때로 한 고조에게 시서(詩書)를 말하여 문치(文治)를 권하였다. 뒤에 승상(丞相) 진평(陳平) 등과 교유하여 여후(呂侯)의 친정 일가들을 제거하는 데 공을 세웠다. 저서에는 《신서(新書)》가 있다. 《史記 卷97 酈生陸賈列傳 陸賈》 《漢書 卷43 酈陸朱劉叔孫傳 陸賈》
[주D-002]급암(汲黯) : 한(漢)나라 경제(景帝)ㆍ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자는 장유(長孺)이다. 의협을 좋아하고 기절(氣節)을 숭상하였다. 벼슬은 동해(東海)ㆍ회양(淮陽)의 태수(太守)를 지냈는데 치적이 있었고, 내직은 주작도위(主爵都尉)를 역임하였다. 직간(直諫)하기로 유명하였다. 《史記 卷120 汲黯列傳》 《漢書 卷50 張馮汲鄭傳 汲黯》
[주D-003]승사(丞史) : 승(丞)과 사(史)로 모두 속관(屬官)이다.
[주D-004]육상선(陸象先) : 당(唐)나라 예종(睿宗)ㆍ현종(玄宗) 때 사람으로 본명은 경초(景初)였는데, 예종(睿宗)이 상선(象先)으로 사명(賜名)하였다. 자는 숭현(崇賢),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벼슬은 예종 때 동중서문하평장사(同中書門下平章事)를 지내고, 현종 때 검남 안찰사(劍南按察使), 포주 자사(蒲州刺史)에 하동 안찰사(河東按察使)를 겸임하였다. 지이부선사(知吏部選事)ㆍ태자소보(太子少保)에 이르렀다. 인용문 ‘천하는……걱정하랴’는 《당서(唐書)》 및 《구당서(舊唐書)》와는 가감(加減)이 많다. 《唐書 卷116 陸元方傳 陸象先》 《舊唐書 卷88 陸象先列傳》
[주D-005]사비(謝朏) : 남조(南朝) 송(宋)ㆍ제(齊)ㆍ양(梁) 삼조(三朝) 때 사람으로 자는 경충(敬冲), 시호는 정효(靖孝)이다. 벼슬은 제 무제(齊武帝) 때 의흥 태수(義興太守)를 거쳐 중서령(中書令)을 지내고, 양 무제(梁武帝) 때 사도(司徒)에 이르렀다. 《梁書 卷15 謝朏列傳》
[주D-006]강기(綱紀) : 관명으로 주부(主簿)의 이칭(異名)이다. 한 고을의 사무를 맡았다. 후세에서는 한 집안의 사무를 맡은 가복(家僕)을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