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만약 시(詩)나 읊조리고 바둑이나 두면서 ...

2016. 3. 20. 22:37다산의 향기



      [46]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만약 시(詩)나 읊조리고 바둑이나 두면서 정사를 아래 아전들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하다. 목민심서 / 일표이서

2015.02.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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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종조(成宗朝)에 뇌계(㵢溪) 유호인(兪好仁)이 부모 봉양하기를 청하여 산음 현감(山陰縣監)이 되었다. 영남(嶺南)의 방백(方伯)이 임금에게 하직을 고하니 임금이 인견(引見)하고는,

“나의 친구 유호인이 산음 현감으로 임명되었으니 경(卿)은 그를 두둔(斗頓) - 부호(扶護)해 준다는 뜻이다. - 해 주도록 하라.”

하였다. 그러나 그 방백은 마침내 그가 백성의 괴로움은 돌보지 않고 시만 읊조리고 있다 하여 파면시켰다.
남창(南牕) 김현성(金玄成)이 여러 차례 주군(州郡)을 맡아 다스렸는데, 깨끗하게 직무에 봉사하여 청렴한 명성이 세상에 드러 났다. 그러나 성품이 매우 소탈하고 담백하여 사무 처리에 익숙하지 못하고 죄인 다스리는 것을 일삼지 않고서 담담하게 관아에 앉아서 종일토록 시만 읊조렸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자들이 그를 두고 말하기를,

“남창(南牕)은 백성 아끼기를 자신 같이 하는데도 온 경내가 원망하고, 털끝만큼도 범하는 일이 없는데도 관고(官庫)는 바닥이 났다.”

하여 한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도간(陶侃)이 광주 자사(廣州刺史)로 있을 적에 종일토록 무릎을 모으고 꿇어앉아서 군부(軍府)의 모든 일을 빠뜨림 없이 점검, 처리하며 조금도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 여러 참모ㆍ보좌들이 혹 이야기나 장난을 하면서 일을 폐하는 자가 있으면 그 술그릇과 쌍륙(雙六)ㆍ장기 기구 등을 갖다가 모조리 강물에 던져 버리도록 명하고 그런 일을 일삼는 장리(將吏)들은 매를 때리면서,

“쌍륙ㆍ장기 놀이는 돼지 기르는 종들이나 하는 짓이다.”

하였다.
영호도(令狐綯)이원(李遠)을 항주 자사(杭州刺史)로 주의(注擬)하려고 하니 선종(宣宗)이,

“내가 듣건대 이원(李遠)의 시에,
긴 날을 한 판의 바둑으로 소일하네 / 長日惟消一局棊
하였다니 어떻게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하므로, 영호도가,

“시인이 흥에 붙여서 그런 것이요, 실지로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고 아뢰니, 선종이,

“우선 보내어 시험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바둑은 그래도 아취가 있는 것이다. 근래 수령들 중에는 정당(政堂)에서 저리(邸吏)ㆍ읍자(邑子)ㆍ하인들을 데리고 마조강패(馬弔江牌) 놀이로 날을 보내고 밤을 지새우니, 체모의 손상이 이에 이르러 극도에 달하였다. 슬프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할 것인가.




[주B-001]칙궁(飭躬) : 자기의 몸가짐을 단속하는 일이다.
[주D-001]유호인(兪好仁) : 1445~1494. 조선 문신. 자는 극기(克己), 호는 임계(林溪)ㆍ뇌계(㵢溪), 본관은 고령(高靈)이다. 벼슬은 의성현령(義城縣令)ㆍ산음 현감 등을 지냈다. 시명(詩名)이 높았고 또 문(文)과 글씨에도 뛰어나 당대의 삼절(三絶)로 일컬어졌으며, 특히 성종의 총애가 지극하였다. 《임계유고(林溪遺稿)》가 전한다.
[주D-002]방백(方伯) : 한 지방 제후(諸侯)의 우두머리란 뜻으로 조선조 때에는 관찰사(觀察使)의 별칭으로 쓰였다.
[주D-003]김현성(金玄成) : 1542~1621. 조선 문신. 자는 여경(餘慶), 호는 남창(南牕), 본관은 김해(金海)이다. 벼슬은 양주 목사(楊州牧使)ㆍ사재감 정(司宰監正) 등을 지냈다. 시(詩)ㆍ서(書)ㆍ화(畫)에 능하였다. 저서에는 《남창잡고(南牕雜稿)》가 있다.
[주D-004]도간(陶侃) : 진(晉)나라 민제(愍帝)ㆍ원제(元帝)ㆍ성제(成帝) 때 무신(武臣)으로, 자는 사행(士行), 시호는 환(桓)이다. 벼슬은 광주(廣州)ㆍ형주(荊州)의 자사(刺史)를 지내고 시중(侍中)ㆍ태위(太尉)ㆍ도독교광녕칠주제군사(都督交廣寧七州諸郡事)를 거쳐 대장군(大將軍)에 이르렀다. 전공이 많았다. 인용문 ‘쌍륙……짓이다’는 《소학(小學)》과 《진서(晉書)》 〈도간전(陶侃傳)〉에서는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의 일로 나오는데, 정약용(丁若鏞)은 광주 자사(廣州刺史)로 있을 때의 일로 인용하였다. 《晉書 卷66 陶侃列傳》 《小學 善行》
[주D-005]영호도(令狐綯) : 당(唐)나라 문종(文宗)ㆍ무종(武宗)ㆍ선종(宣宗)ㆍ의종(懿宗) 때 사람으로 자는 자직(子直)이다. 벼슬은 이부 상서(吏部尙書)ㆍ우복야(右僕射)를 지내고 태자태보(太子太保)에 이르렀다. 《唐書 卷166 令狐楚列傳 令狐綯》 《舊唐書 卷172 令狐楚列傳 令狐綯》
[주D-006]이원(李遠) : 당(唐)나라 선종(宣宗) 때 사람으로 자는 구고(求古)이다. 벼슬은 항주 자사(杭州刺史)ㆍ건주 자사(建州刺史)를 지냈다. 《唐詩紀事 卷56 李遠》
[주D-007]읍자(邑子) : 고을 사람의 자제를 가리킨다.
[주D-008]마조강패(馬弔江牌) : 투전(闘牋) 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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