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吏奴)의 무리들은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오직 인욕(人慾)만 있고 천리(天理)는 모른다. 자신이 바야흐로 청렴하려고 애쓰는데 어찌 남을 책하랴. 자신은 예(禮)로써 가다듬고 남에게는 보통 사람으로 기대하는 것이 원망을 사지 않는 길이다. 규정 외에 백성을 침학(侵虐)하는 것은 법으로 엄금해야 하며, 잘못 전해오는 것을 그대로 따라 일정한 봉록(俸祿)으로 알고 있는 것은 다소 너그럽게 보아 주는 것이 좋다. - 색락미(色落米)ㆍ부표채(付標債)와 같은 것이다. - 조극선(趙克善)이 수령으로 있을 때에 소리(小吏)가 관(官)의 매〔鷹〕를 잃어버리고 다른 매 한 마리를 사서 바치니, 공이,
“매가 제 스스로 날아갔을 뿐이니 네게 무슨 죄가 있느냐.” 하고 그것을 물리치고 따지지 않았다. 《상산록(象山錄)》에 이렇게 적었다.
“매양 보면 속된 수령들은 궁한 친구나 가난한 친족들을 만나면, 자기의 봉록에서 떼어 도와주려 하지 않고 별도로 그 사람에게 일거리 하나를 만들게 하여 그 청탁을 들어주니, 이것은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하여 자기 친족을 구하는 것이다. 비록 돌아갈 때의 행장이 얼마 안 되어 칭송하는 소리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주B-001]청심(淸心) : 맑은 마음가짐. 여기서는 수령이 청렴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주D-001]색락미(色落米) : 세곡(稅穀)이나 환곡(還穀)을 받을 때에 간색(看色)이나 마질에서 축나는 것을 채우기 위하여 가외로 더 받는 쌀. 간색은 물품의 좋고 나쁨을 가리기 위하여 본보기로 그 일부를 보는 일이다. [주D-002]부표채(付標債) : 부표(付標)란 문서 가운데 특별히 유념해야 할 사항에 표지(標紙)를 붙이는 것 인데, 혹 수수료의 일종인 듯하나, 미상이다. [주D-003]조극선(趙克善) : 1595~1658. 조선 문신. 자는 유저(有諸), 호는 야곡(冶谷), 본관은 한양(漢陽), 시호는 문목(文穆)이다. 면천(沔川)ㆍ순창(淳昌)ㆍ온양(溫陽)의 군수와 장령(掌令)을 지냈다. 저서에는 《야곡집(冶谷集)》ㆍ《야곡삼관기(冶谷三官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