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생존 안내서

2013. 7. 25. 06:52산 이야기

 

 

극지 생존 안내서
젖은 옷과 동상 주의해야
 
   영하 60℃ 이하의 극지에서 인공섬유는 견디지 못하고 자연섬유인 솜, 늑대가죽, 곰가죽 등만 견딘다. 순록과 북극곰 가죽은 특히 유용하다. 에스키모인들은 옛날부터 곰가죽으로 방한복을 만들고, 해마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시 베리아의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순록 모피옷을 입는다. 1903년 아문젠은 에스키모인들과 겨울을 보내면서 칼과 바늘을 주고 순록 모피옷을 교환했다. 그는 유럽에서 가장 따뜻한 옷보다 순록 모피옷이 더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다.

고어텍스로 만든 방한복은 극지 탐험에 필수다

   그러나 가죽옷은 너무 무거워 최근에는 첨단 소재인 고어텍스로 만들어진 옷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고어텍스는 외부의 비바람을 막아 체온을 유지해주고, 몸에서 나는 땀은 밖으로 배출해주는 특수한 소재다. 고어텍스는 원래 NASA에서 우주복 재료로 개발된 것이다. 때문에 영하 150℃에서 영상 180℃까지의 극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다.

   흔히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으려고 한다. 그러나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것이 낫다. 두꺼운 옷을 입었다 하더라도 체온이 두꺼운 옷에 전달되고 외부의 찬공기가 옷에 닿아 계속해서 몸의 열을 뺏는다. 그러나 얇은 옷을 여러 개 껴입으면 옷의 층과 층 사이에 공기층이 생겨 열 전달이 어려워진다. 그러면 내부의 체온이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밖의 찬기운도 안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인 극지에서는 시야를 분간하기 어렵다
   극지방에서는 하늘에 먼지가 없고 깨끗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시계가 매우 넓다. 그러나 이것이 눈에 착각을 일으켜 아주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깝게 느낀다. 이때 목표지점이 보인다고 금방 도착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시간을 촉박하게 계획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언뜻 1~2km 거리로 보이던 대상이 실제로는 그보다 3~4배나 멀리 있기 때문이다.

   탐험대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백시(Whiteout)현상이다. 극지에서는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 흰색이기 때문에 그림자나 물체간의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거리 감각을 잃어버린다. 이것을 백시현상이라 한다. 백시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수m 앞도 분간할 수 없고 물체가 구분되지 않아 빙벽 사이의 크레바스에 빠지거나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 쉽다. 크레바스는 깊이가 30~40m에 이르는 얼음층의 큰 균열. 극지를 비행하는 비행사들도 거리분간을 하지 못해 추락사고를 내기도 한다. 심지어 새들도 백시현상에 속아 빙벽이나 눈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물에 빠지면 체온 유지가 관건

   백시현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이동을 멈추고 한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백시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목표지점을 봐놓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길이라고 해서 움직였다가는 십중팔구는 조난을 당하고 만다. 특히 사람은 생리적인 특성상 공간지각이 없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간 감각이 없는 채로 길을 잃었을 경우, 자신은 무조건 한방향으로만 전진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극지에서 물에 빠져 사망한 경우 대부분 ‘익사’가 아닌 ‘동사’다. 체온을 잃으면서 몸은 무력감, 피로, 몸서리가 나타나면서 소위 탈진한 상태가 된다. 졸음이 오고 잠이 들면 그대로 죽음에 이른다. 고산등반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탈진한 동료에게 잠들면 죽는다며 계속해서 동료를 깨우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저체온증 때문에 졸음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체온을 올릴 수 있게 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정신력으로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 경우 그것은 곧바로 동사로 이어진다. 동료가 물에 빠졌을 경우에는 재빨리 건져내서 옷을 벗기고 온몸을 맛사지해서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

   추운 곳을 여행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동상이다. 차가운 상태에서 계속 노출된 부위는 혈관조직이 파괴되고 세포가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 질식사한다. 이것이 동상이다. 추위에 약간 노출됐을 때 혈관은 일시적으로 수축해서 피부가 창백해진다. 그러다가 계속해서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아예 마비되기 때문에 확장되고 붉은 빛을 띤다. 더욱 냉각되면 푸른색으로 울혈이 생기면서 붓는다. 처음에는 가벼운 통증이 있고, 저린 느낌을 받는다. 이때 따뜻하게 해주면 가려움증이 생기고 화끈거린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비교적 약한 1도 동상에 해당된다.

   울혈이 심해지면 혈관이 터져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오고 환부가 저리고 아프며, 큰 수포가 생긴다. 수포가 터지면 염증을 일으킨다. 좀더 진행되면 혈액이 완전히 공급되지 않아 피부가 희게 변하고 감각이 전혀 없어진다. 이것은 피부 괴사로 이어진다. 심한 경우에는 근육, 뼈까지 손상돼 동상부위를 잘라내야 한다.

   동상을 막는 방법은 보온을 철저히 하고 동상 취약부위를 문지르고 움직여서 혈액순환을 잘되게 해줘야 한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귀, 코끝, 뺨 등은 동상에 잘 걸리는 부분이다. 동상을 피하기 위해 신발은 발에 조금 큰 것을 신는다. 또한 신발의 습기를 말리고, 발을 깨끗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용훈의 ‘극지 생존법’ 기사 발췌 및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