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文響 - 27 은제 도금 용두자물쇠(銀製鍍金龍頭鍵)

2016. 4. 17. 14:54美學 이야기


      

부릅뜬 눈과 휘날리는 갈기까지 새겨넣었다

김대환의 文響 - 27 은제 도금 용두자물쇠(銀製鍍金龍頭鍵)


2016년 03월 30일 (수) 17:11:04김대환 상명대 석좌교수 문화재평론가  editor@kyosu.net
  

 

사진6 은제도금용두자물쇠

 
 

   현존하는 자물쇠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대표적인 遺物은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南北國時代 신라의 철제자물쇠 3점이다. ‘思正堂北O門’, ‘東宮衙鎰’, ‘含零闡鎰’ 의 銘文이 새겨져 있어서 왕실용 건물에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금동자물쇠(보물 제777호, 삼성문화재단 소유, 출토지 모름)가 있으나 이 금동자물쇠의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사진①). 이 금동자물쇠의 잠글쇠와 바깥경자는 연꽃봉오리 모양으로 고려시대 유행하는 양식이며 전체적인 자물쇠의 형식 또한 고려시대에 제작돼 전해지는 자물쇠와 같기 때문이다(사진②). 이렇게 보면 고려시대 이전에 제작된 자물쇠는 철제자물쇠로 한정되며 다른 재질의 자물쇠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다.



  
   
  
   
 

   고려시대의 자물쇠도 현존하는 유물이 30여점 내외로 희소하지만 이전 시대에 비하면 자물쇠의 재질이 銀製鍍金, 銀, 金銅, 靑銅, 鐵 등으로 화려하고 다양해진다. 경북 예천 寒天寺址에서 출토된 금동자물쇠 3점(보물 제1141호)과 청주 思惱寺址에서 출토된 철제용두자물쇠를 대표적인 사례로 뽑을 수 있다(사진③, 사진④). 이들은 모두 건물지에서 출토된 유물이지만 화려한 彫刻의 한천사지 출토 금동자물쇠는 보물함이나 건축물 벽장의 잠금장치로 사용됐을 것이며 튼튼한 재질의 철로 제작된 사뇌사지 출토 철제자물쇠는 건물에 부속된 중요한 倉庫의 잠금장치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자물쇠의 기본형식은 중앙의 몸통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이며 잠글쇠와 바같경자는 연봉이나 용머리로 장식을 한다. 또한 고려시대에 조성된 石塔이나 부도탑의 塔身部에서도  자물쇠를 조각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어 당시의 자물쇠 양식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사진⑤).



  
   
 

   (사진⑥)은 귀한 금속인 은으로 제작해 자물쇠를 만들고 금으로 도금까지 한 화려한 유물이며 몸통의 길이가 31cm나 된다. 은으로 만든 자물쇠는 제작비용의 문제로 대부분 작게 만드는데 이 유물은 매우 이례적이다. 은으로 몸통을 鑄造하고 연마한 다음에 몸통과 경자의 화려한 문양은 날카로운 정을 사용해 線彫技法으로 조각했다. 바깥경자와 잠글쇠 양쪽 끝부분의 龍頭는 치켜 올려 부릅뜬 눈과 날카로운 이빨, 휘날리는 갈기와 눈썹까지도 섬세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흐트러짐이 없다. 龍의 얼굴은 경북 풍기에서 출토된 龍頭寶幢龍頭와 비슷하며 역동감이 넘친다. 몸통의 조각은 당초문과 꽃문양을 삼각정이나 모정을 사용해 대칭이 되게 새겼으며 화려하면서도 간결하다. 특히 자물쇠 하단의 연꽃과 연밥문양은 透刻으로 뚫려있으며 표면의 불규칙한 曲面에 새겨진 일정한 간격과 깊이의 線彫技法은 현대의 匠人이 재현할 수 없는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사진⑦, 사진⑧).



  
   
 

   몸통의 왼편에는 열쇠구멍이 있으며 남아있는 도금의 상태도 양호하다. 고려시대 왕실의 관청인 掌冶署에서 특별히 제작한 자물쇠로 추정할 수 있으며 유물의 양호한 보존 상태로 보아 출토지는 건물지보다는 古墳의 副葬品으로 볼 수 있다. 비슷한 형식의 유물로는 (사진⑪)의 금동자물쇠를 들 수 있는데, 현존하는 고려시대 자물쇠 중에서 가장 화려하며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이러한 유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경지의 金屬工藝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高麗靑磁와 더불어서 중요한 문화재로 꼽을 수 있다.


  
   
 

   자물쇠는 守護의 기능과 裝飾의 기능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 우리 선조들은 그 용도에 따라 재질과 형식을 적재적소에 알맞게 제작했다. 후대로 넘어가면서 장식적인 측면보다는 실용성이 강조돼 예술성은 다소 떨어지게 되지만, 고려시대 匠人의 기품이 느껴지는 이 작은 유물은 8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가쁜 숨을 잠시 고르게 해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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