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한 멋이 묻어나는 해주항아리

2016. 4. 18. 16:59도자 이야기



      


소탈한 멋이 묻어나는 해주항아리 

         

24일까지 스페이스몸미술관 ‘장소를 품다-해주’展
조선후기 거칠고 활달함 가득한 청화백자 65점 선봬
2013년 08월 06일 (화) 20:13:26김민정 기자 lifetree81@hanmail.net
  


   보통 백자라고 하면 깨끗한 순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민가에서는 큼지막한 항아리를 캔버스 삼아 거침없이 그림을 그리는 장인들도 많았다.

조선후기에 들어서면서 조선 왕조의 공식 자기제작소인 광주 분원이 해체된다. 당시 분원 자기를 모방한 도자기들이 지방 민간 가마에서 다수 제작된다.


   하지만 B급 유물로 여겨지며 이들에 대한 연구는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인 해주가마 백자를 조명한 전시가 청주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1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1전시장에서 ‘장소를 품다-해주’전으로 해주항아리 65점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에 경험이 투영되고 특정 의미가 부여된 장소의 정체성을 품은 전시품을 통해 사람과 환경이 상호 교류하고 변화하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장소성을 주제로 한다. 이에 풍토와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해주항아리를 통해 미감을 살펴본다.


   해주항아리는 조선의 분원이 폐지된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황해도 해주일대의 민간 가마에서 생산되어 유통이 된 청화백자다. 해주에서는 좋은 품질의 백토 등 풍부한 자원과 해상교통이 발달해 옛부터 중국과 교역도 잦아 도자기 생산이 활발했다.

푸른색의 안료로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품고 있는 해주항아리는 옹기의 기형을 많이 따르고 있다. 이는 실용의 목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어깨가 불룩하고 키가 큰 항아리, 옆으로 퍼진 둥근 항아리, 작은 단지, 바닥이 넓은 병은 곡식, 열매, 건어물, 술 등을 담기에 유용하다. 백자의 표면에 코발트의 청색으로 그림이 그려진 해주항아리의 장식성은 다른 옹기들에 비해 값이 비쌌음에도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대청마루나 방안에 놓아져 당시 상류층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분원 도자기가 정해진 도안을 빼어나게 그려냈다면, 해주가마 백자에는 거침없는 활달함이 돋보인다.


   백자로 만든 기형 위에 그려진 푸른색의 문양들은 모란, 물고기, 국화, 파초, 소나무 등이 나오는데, 부귀와 다산, 장생을 염원하는 상징적 문양이 그려졌다. 사물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개략적이고 단순화된 형태로 거리낌 없이 그린 표현은 당당하고 호쾌하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했던 북방계의 진취적이고 강렬한 기질이 드러나는 동시에 대중적 특징으로 느껴진다.

또 새롭게 보이는 면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앞면과 뒷면의 연관성 없는 이미지가 반전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표면에 그려져 있는 무늬를 살펴보면 붓이 지나간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금방 튀어오를 것 같은 물고기나 생생한 소나무의 이미지들도 많지만 간단한 선만으로 그려진 것도 상당하다. 과감한 붓 터치로 풍만한 꽃잎을 재현하는가하면, 아래에서 위로 쭉쭉 올린 선들은 격식에 맞추지 않은 듯 난을 형상화하고, 형상을 갖지 않은 가는 선들은 유선형의 포물선을 그리며 자유롭게 병의 기면을 타고 마치 추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용감하게 보일 정도로 일필휘지의 호방한 필치와 천진하게 그려낸 부분들은 현대적 미감으로도 충분하며 기운과 기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043-236-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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