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 조선다완의 거장, 도천 천한봉

2016. 4. 13. 18:59도자 이야기



      

당대 최고, 조선다완의 거장, 도천 천한봉
글쓴이 조선다완연구가 박 윤 일
2015년 04월 14일 [문경시민신문]            

ⓒ 문경시민신문
   일본 주요 도시에서 만약에 특별한 茶會가 있었다고 하자, 그럴 경우 대부분의 茶人들은 차를 마신 후 찻그릇을 두손에 받쳐들고 일반인이 보기에 표면이 우둘투둘하여 투박하기 이를데 없는 찻잔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럴 때 소리를 낮추어 터지는 감탄사가 “고라이 자왕”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고려다완(Korea tea bowl), 즉 조선에서 만들어진 찻잔이라는 뜻이며, 일본의 수많은 차인들에게 神 다음으로 떠받들여지는 대단한 보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황금보다도 더 귀한 보물(treasured above gold)같은 도자기를 오늘날 가장 잘 재현하는 도예가가 문경의 도천 천한봉으로 알려져 있다.

   몇년 전 일본 국영방송인 NHK-TV가 제작한 'Asia's Who's'에 한국의 도예가 도천 천한봉의 일대기가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으로서 당시에만 해도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도예가 천한봉을 소개한 것은 뜻밖이었다. 그러나 도예가 천한봉은 일본에선 도예가하면 한국의 천한봉을 연상할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일본의 유력 언론매체인 마이니치,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NHK,후지TV 등이 이미 앞 다투어 그의 전시회를 열거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로 보도하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 이처럼 유명한 것은 그의 작품인 분청다완이 일본의 국보내지는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소중히 보존되는 고려다완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NHK-TV의 다큐멘터리에서도 천한봉의 작품활동의 전 과정을 소개하면서 "4백년 전의 '고려다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의 도자기 전문가는 도천의 작품은 인위적이고 기교적인 다른 일반예술가의 작품과는 달리 無心無作의 자연스러운 美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마이니치신문에서는 도천 작품을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지를 넘어선 예술”이라고까지 격찬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극찬하는 천한봉이 만드는 분청다완 같은 도자기는 정확히 고증된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의 민가에서 밥그릇, 찻사발으로 사용되던 그릇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유약이 불규칙하게 흘러내리고 표면이 우둘투둘하여 투박해 보이는 그런 찻그릇이 일본으로 건너가 고려다완(高麗茶碗)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국보나 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늘에 전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조선다완이 어느 정도 일본인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는가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용을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수년전 교토에서 열린 고려다완전시회 기존 강연에서 당시 국립박물관장은 “이토록 오랫동안 일본인의 가슴 속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주고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른 물건 가운데 조선의 다완(찻사발) 같은 것이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라고 부르짖었다.

그의 집안은 우리가 막사발이라고 흔히 부르는 고려다완을 400여 년간 가보로 소중히 간직 해 내려온 것이다. 오늘날 유럽 등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일본의 도자기는 조선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임진왜란을 도자기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일본은 한국의 수많은 도공들을 납치해가 도자기를 만들도록 하였고, 그때의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 도자기 산업을 발전시켜 오늘날 일본이 도자기 강국의 하나로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한봉의 작업실이 있는 경북 문경새재의 산자락은 임진왜란으로 도공들이 일본에 잡혀가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민요지(民窯地)였다. 천한봉은 이곳에서 14세 때부터 60여 년간 조선시대의 전통기법 그대로 한국인의 혼이 담긴 막사발을 빚어내고 있다. "일본에서 첫 전시회를 연 73년도의 일을 잊지 못합니다. 전시장 한 가운데 발물레를 설치해 놓고 성형을 하는 것부터 '굽' 만드는 과정까지 직접 실연해 보였죠. 일본인들은 작업 과정을 보면서 숨소리조차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마치 신 앞에 선 경건함이라고나 할까요. 그 사람들 앞에서 도자기의 본향이 한국의 서민들이 즐겨 사용하던 막사발이란 사실을 보여준 탓인지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습니다."

   천한봉의 도자기 굽는 일은 발물레로 '꼬막'을 올리고 재래식 두꺼비집 가마에다 소나무 장작불을 때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은 한겨울이나 무더위를 피해 한 해에 8번쯤 된다. 한 번 구울 때 나오는 작품은 대략 7백여 점. 이 가운데 5% 정도만 세상 빛을 보게 되고, 나머지는 가차 없이 쇠망치에 부서져 나간다. "가마 안의 조화를 인력으론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작품을 깰 때는 당연히 깨야할 것을 깬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담담합니다. 가마에서 꺼내 한번만 척보면 '이놈은 안돼'라는 뇌까림이 들려와요. 그렇지만 선택의 기준은 있습니다. 주로 색상과 운치입니다. 또 가마불 앞쪽에 놓인 도자기는 대체적으로 좋은 작품이 안된다는 게 제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게된 사실입니다."

   천한봉이 만드는 분청사기의 특징은 요변기법에 있다. 청자나 백자가 가마 안으로 바람이 새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데 반해 분청은 가마 안팎에서 요동치는 바람으로 하여금 불의 변화를 구하는 산화염(酸火焰) 방식이 다르다. 흙을 매만져 가마 안에 넣으면 나머지는 불이 할 따름인 것이다. 자연현상에 맡겨두는 셈이다. "불색깔만 봐도 어떤 작품이 나올 것인지 상상이 돼요. 처음에는 그저 시뻘겋던 불길도 때는 이의 정성에 따라 섭씨 1,250도에서 1,300도 사이를 오르내리며 하얗게 혀를 날름거립니다. 이때 가마 안에서는 천변만화의 조화가 일어나는 고비를 맞는 것이지요."

   천한봉의 작품은 일본에서 점당 70만~200만엔씩에 팔려나간다. 일본 왕실에서조차 질박한 그의 찻사발을 보물처럼 떠받들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KBS-TV가 새천년맞이 특집으로 천한봉의 작품세계를 40분짜리 타큐멘터리로 제작, 한민족의 '전통의 혼과 맥'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함은 물론, '조선의 마지막 도공'으로 특집방영하기도 했다. 그의 전통의 혼과 맥은 두 딸인 천명숙과 천경희가 이어가고 있다

   한류의 대스타 욘사마 배용준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떠난 여행' 이란 책에 도천선생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도요지를 방문, 며칠간 숙식을 하며 도자기 체험을 하며 글을 썼으며, 수많은 일본의 욘사마팬들에게 도천선생의 고려다완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황실로부터 황실에 비치할 도자기를 주문받는가 하면, 수년 전에는 일본 차문화 및 한일문화교류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왕으로부터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막사발이라 하고 불가의 제구라고도 불리던 우리의 분청도자기가 일본에 건너가 한 나라의 주요 성(城)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고려다완 신화를 낳은, 시대를 뛰어넘는 그의 장인정신의 세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값진 교훈과 자랑이 되고 있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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