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의 전원별곡] ‘힐링하우스’ 신한옥<7>전통 기와한옥과 서민한옥, 공존의 길을 찾아야

2016. 4. 22. 01:58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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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힐링하우스’ 신한옥<7>전통 기와한옥과 서민한옥, 공존의 길을 찾아야


    기사입력 2012-11-26 11:00
     
       우리 고유의 건축 양식인 전통 한옥의 멋과 맛을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계승, 발전시키고자 나온 게 바로 정부의 신한옥 정책이다. 현대 생활양식에 따른 한옥 공간의 구성방식 등을 개선하고자 한 것. 집의 규모와 평면, 즉 현대생활에 필요한 침실 개수와 욕실, 수납공간 등에 대한 다양한 재해석 및 인식 변화를 수반한다.

    전통 한옥의 맛과 멋을 유지하면서 21세기의 주거환경을 반영하고자 하는 신한옥은 단열 등 성능은 높이고 건축비는 크게 낮춘 대중적 한옥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주거문화 및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건축 한류’ 붐 조성을 통해 한옥의 세계화 및 관광·문화 자원화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건축 한류’와 ‘반값 한옥’

       신한옥 주관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한옥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완화에 팔을 걷어 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한옥체험 프로그램 등 실생활 적용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부와 문화부는 지난 7월 ‘한옥 활성화 및 한국적 공간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민간 건축업체의 신한옥 개발 열기 또한 고조되고 있다. 그 결과, 요즘 부동산 개발시장에서는 ‘한옥 테마’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전통 기와한옥을 계승한 ‘신한옥’과 초가집 귀틀집 너와집 등을 계승한 ‘서민 신한옥’은 함께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진은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안동 하회마을 전경.

       국토부는 한옥건축 활성화를 위한 건축법 등 제도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한옥의 산업화 및 저변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한옥 건축 지원, 한옥 전문인력 양성, 한옥 기술 개발 등도 추진 중이다. 문화부는 주로 오래된 한옥과 종택 스테이(체류) 지원을 통한 한옥 체험기회 확대와 해당 프로그램 개발, 한옥 서포터스 운영 등 한옥의 관광자원화에 중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두 부처는 한옥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옥 모델 가이드라인 제시, 대표 한옥 선정 및 시상식 같은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각종 포럼, 전시회, 공모전을 열고 예산·인력 등을 활용한 정책 연계 및 정보 공유에도 나설 방침이다. 담장 도로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시범마을 조성 사업지는 2013년 공모를 통해 정해진다.

    아울러 국토부는 내·외국인이 한국적인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세종시 한문화마을을 조성하기로 했다. 세종시 중앙공원 인근 30만㎡ 규모에 한국의 얼·미·흥·맛 등을 주제로 한 한문화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2013년에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모듈화·신소재 적용 3.3㎡당 600만~700만 원대로

       이미 한옥의 건축비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연구 등은 상당한 궤도에 올라 있다. 국토부의 용역을 받은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은 2013년 상반기까지 현재 3.3㎡(1평)당 1200만~1400만 원대인 한옥 건축비를 600만~700만 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른바 ‘반값 한옥’을 구현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에 4개동의 ‘실험 한옥(mock-up)’을 짓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전통한옥과 도시형 한옥(신한옥)의 형태를 갖춘 가운데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이 개발한 모듈러 시스템을 적용, 원가 절감 방안을 연구 중이다.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용인캠퍼스에 지은 한옥 4동은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에 맞게 개량한 실험용 주택들이다. 측면에는 반듯하게 다듬은 전통 나무 창살이, 뒤뜰로 난 창은 갈색 알루미늄 섀시 창이 설치됐다. 한옥에 어떤 창호를 끼웠을 때 단열·외관·방음이 가장 나은지 비교 실험하기 위해서다.

     
    홍천군 내면에 있는 살둔산장은 사찰,일본집,귀틀집이 혼합된 주거형태로, 국산 나무와 황토를 사용해 자연미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실험용 한옥은 공장에서 기둥·대들보·서까래 등 자재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 공법을 적용했다. 한옥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인 비싼 건축비, 그리고 낮은 냉·난방 효율, 소음 등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설계가 결정되면 대들보·서까래·기둥·문·바닥·벽까지 대부분의 건축 자재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다. 이후 현장에서는 자재를 옮겨와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모듈 공법을 적용하면 건축기간도 기존 8~10개월에서 1개월로 대폭 단축된다.

    새 건축소재도 개발하여 적용한다. 대들보에 비싼 원목 대신 나무 네 겹을 압축해 붙인 집성재를 사용해 안전성을 강화하면서도 자재비는 낮춘다. 진흙을 발라 만드는 벽체는 황토 패널과 단열재로 만들어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공사 기간은 줄인다.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다양한 신한옥 실험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5만5000채이던 한옥은 2011년 8만9000채로 3년 사이에 62%(3만4000채)가 늘었다. 한옥이 관광상품으로만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주택 상품으로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반값 한옥은 건축비는 절반으로 줄이고, 주택성능은 아파트 수준으로 높이자는 한옥 대중화 프로젝트다. 명지대 용인캠퍼스에 지어진 건축기술 검증용 실험 한옥(mock-up)은 이를 이루기 위한 각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 기숙사동 입구 부지에 △시공·성능 테스트동(연면적 126.72㎡) △전통한옥 성능 테스트동(69.12㎡) △부위별 성능 테스트동(34.56㎡) △유닛모델동(35.91㎡) 등 모두 4개 동의 실험 한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4개 동의 신한옥 가운데 학이당(學而堂)은 전통기법 그대로 지었다. 반면에 2층 한옥인 시습당(時習堂) 등은 현대 건축기법을 이용해 설계·시공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설계도면대로 목재를 자동 재단하는 프리컷 공법, 공장에서 부재를 제작해 공사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 기법 등이 적용됐다. 기와와 토벽도 전통적인 습식 방식 대신 건식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방식으로 1층 89㎡, 2층 36㎡ 규모의 시습당 1동을 짓는 데 건축비는 평당 600만~700만 원이 들었다. 명지대 측이 무료로 제공한 땅 값을 제외하고 자재비, 설계·시공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기존 전통 기와한옥의 반값 수준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와 전남도, 전주시 등 지자체의 한옥 보존 및 활성화 사업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신한옥-서민 신한옥, 공존의 길을 찾아야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전통 한옥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신한옥 개발 및 보급에 나서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추진 중인 반값 신한옥은 수입목재(집성목)를 사용한다고 한다. 미국 소를 배로 실어 와서 한국에서 도축해 팔면 한우육이 되는가? 중국산 참깨를 들여와서 한국에서 기름을 짜면 국산 참기름이 되나? 곰씹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한옥의 주재료인 목재를 국산 나무가 아니라 일반 목조주택처럼 수입산 목재를 들여와 짓는다면 진정한 한옥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플라스틱 기와, 석고보드 및 황토 패널 등도 한옥의 진정한 자연미는 제거하고 무늬만 한옥 즉, 인공미 만을 연출할 뿐 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신한옥 역시 전통 기와한옥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초가집 귀틀집 너와집 등을 아우를 수 있도록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 전통 기와한옥의 그림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면, 건축비를 3.3㎡(1평)당 1200만~1400만 원대에서 600만~700만 원대로 낮춘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3.3㎡(1평)당 600만~700만 원대의 건축비 또한 고급 단독주택의 가격 이지 대중적, 서민적 집은 아니다. 이를 3.3㎡(1평)당 300만~400만 원대로 더 낮춰야 한다. 그 길이 없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억지로 외면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른다.

    국산 나무와 황토로 짓는 서민 신한옥은 지난 20여 년간 이 길을 개척해왔다.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현대적 건축 기술을 접목시키면서도, 우리 전통한옥의 두 뼈대인 국산 나무와 황토를 사용해서 자연미를 그대로 살렸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국산 나무와 황토를 활용해 가격 또한 반값 한옥 보다 더 낮은 ‘1/3값 한옥’을 실현했다.

    21세기 우리 한옥이 가야할 방향은 전통 기와한옥을 계승한 신한옥과 전통 초가집 귀틀집 너와집 등을 계승한 서민 신한옥이 함께 공존하는 길이어야 한다. 그게 맞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도움말 주신 분:서경석 신한옥연구소장,부동산학박사>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