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초해(百聯抄解) 원문과 해석>

2016. 4. 24. 17:56



       백련초해(百聯抄解) 읽고 감상하기-하서 김인후 편 한시 / 문학의 향기

2014.11.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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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초해(百聯抄解) 원문과 해석>

 

花笑檻前聲未聽 화소함전성미청

鳥啼林下漏難看 조제임하루난간

꽃은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는 수풀 아래서 우는데 눈물은 보이지 않네.

 

花含春意無分別 화함춘의무분별

物感人情有淺深 물감인정유천심

꽃은 봄을 맞아 누구에게나 활짝 웃건만

만물은 사람의 느낌에 따라 깊이가 다르구나.

 

花因雨過紅將老 화인우과홍장로

柳被風欺綠漸除 류피풍기녹점제

꽃잎에 비 지나가니 붉은 빛 시들고

버들가지에 바람이 하롱이니 푸른빛 사라지네.

 

花下露垂紅玉軟 화하로수홍옥연

柳中煙鎖碧羅經 류중연쇄벽라경

꽃 아래 이슬은 붉은 구슬을 드리운 듯 부드럽고

버들이 물안개에 잠기니 푸른 비단이 널려 있네.

 

花不送春春自去 화불송춘춘자거

人非迎老老相侵 인비영노노상침

꽃은 봄을 보내지 않아도 봄은 스스로 가고

사람이 늙음을 맞으려 아니해도 늙음이 쳐들어왔네.

 

風吹枯木晴天雨 풍취고목청천우

月照平沙夏夜霜 월조평사하야상

마른 나무에 바람 부니 맑은 날에 비 오는 듯 하고

망망한 모래밭에 달이 비치니 여름밤에 서리가 내린 듯.

風射破窓燈易滅 풍사파창등이멸

月穿疎屋夢難成 월천소옥몽난성

찢어진 창으로 바람 들어오니 등불이 꺼지기 쉽고

달빛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니 잠을 이루기 어렵네.

 

花衰必有重開日 화쇠필유중개일

人老曾無更少年 인로증무갱소년

꽃은 시들어도 다시 필 날이 있거니와

사람은 늙으면 젊은 시절 다시 오지 않네.

 

花色淺深先後發 화색천심선후발

柳行高下古今栽 류행고하고금재

꽃빛이 옅고 짙은 것은 핀 날이 다르기 때문이요

버드나무 키가 높고 낮은 것은 심은 날이 다르기 때문이네

 

花不語言能引蝶 화불어언능인접

雨無門戶解關人 우무문호해관인

꽃은 말이 없어도 나비를 끌어 들이고

비는 문이 없어도 능히 사람을 가둘 줄 아네.

 

花間蝶舞紛紛雪 화간접무분분설

柳上鶯飛片片金 류상앵비편편금

꽃밭에 춤추는 나비는 흰 눈이 흩날리는 듯하고

버들가지 위에 나는 꾀꼬리는 조각조각 황금이로다.

 

花裏着碁紅照局 화리착기홍조국

竹間開酒碧迷樽 죽간개주벽미준

꽃밭에서 바둑을 두니 붉은빛이 바둑판에 어리고

대숲에 술자리를 벌이니 푸른빛이 술동이에 어리네.

 

花落庭前憐不掃 화락정전연불소

月明窓外愛無眠 월명창외애무면

뜰 앞에 꽃 떨어져도 어여뻐 쓸지를 못하고

창 밖에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루네.

花前酌酒呑紅色 화전작주탄홍색

月下烹茶飮白光 월하팽다음백광

 

꽃 앞에서 술을 따르며 붉은 꽃빛 마시고

달 아래서 차를 다리며 흰 달빛 마시네.

花紅小院黃蜂鬧 화홍소원황봉요

草綠長堤白馬嘶 초록장제백마시

꽃이 붉으니 작은 뜰에 누런 벌들 잉잉거리고

풀이 푸르니 긴 둑에 흰 말이 우는구나.

 

花迎暖日粧春色 황영난일장춘색

竹帶淸風掃月光 죽대청풍소월광

꽃은 따스한 날을 맞아 봄빛을 단장하고

대는 맑은 바람을 띠고 달빛을 쓰는구나.

 

 

郊外雨餘生草綠 교외우여생초록

檻前風起落花紅 함전풍기낙화홍

성밖 들녘에 비온 뒤 돋아나는 풀잎이 푸르고

난간 앞에 바람 일어나니 떨어지는 꽃잎이 붉구나.

 

霜着幽林紅葉落 상착유림홍엽락

雨餘深院綠苔生 우여심원녹태생

그윽한 수풀에 서리 내리니 단풍잎 떨어지고

깊은 뜰에 비 내리니 푸른 이끼 돋아나네.

 

月作利刀裁樹影 월작이도재수영

春爲神筆畵山形 춘위신필화산형

 

초승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무 그림자를 자르고

봄은 신기한 붓이 되어 산의 모습을 그리는구나.

山外有山山不盡 산외유사산부진

路中多路路無窮 로중다로로무궁

산 밖에 산이 있으니 산은 끝이 없고

길 가운데 길이 많으니 길은 무궁하구나.

 

 

山上白雲山上盖 산상백운산상개

水中明月水中珠 수중명월수중주

산마루에 걸친 흰 구름은 산위의 양산이요

물 속의 밝은 달은 물 속의 구슬이로구나

 

山疊未遮千里夢 산첩미차천리몽

月孤相照兩鄕心 월고상조양향심

산은 첩첩해도 천리를 달려가는 꿈을 막지 못하고

달은 외로워도 고향을 그리는 두 마음 비춰보네.

 

 

山僧計活茶三椀 산승계활다삼완

漁父生涯竹一竿 어부생애죽일간

산중의 생활은 차 석 잔이면 되고

어부의 생애는 낚싯대 하나만 있으면 된다네.

 

竹根迸地龍腰曲 죽근병지용요곡

蕉葉當窓鳳尾長 초엽당창봉미장

*(): 흩어져 달아나다. 솟아나다.

 

대뿌리가 땅에 솟으니 용의 허리인양 구불구불

파초잎이 창에 마주치니 봉황새 꼬리인듯 나풀너풀.

 

耕田野叟埋春色 경전야수매춘색

汲水山僧斗月光 급수산승두월광

밭가는 촌로(村老)는 봄빛을 땅에 묻고

물 긷는 산승(山僧)은 달빛을 떠서 오는구나


 

聲痛杜鵑啼落月 성통두견제락월

態娟籬菊慰殘秋 태연리국위잔추

소리도 서러운 두견새는 지는 달을 보고 울고

어여쁜 울밑 국화는 저무는 가을을 위로하네.

 

 

遲醉客欺先醉客 지취객기선취객

半開花笑未開花 반개화소미개화

더디 취한 손님이 먼저 취한 손님을 기만하고

반만 핀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릴 비웃는구나.

 

紅袖遮容雲裡月 홍수차용운리월

玉顔開笑水中蓮 옥안개소수중련

붉은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니 구름속의 달이요

옥같은 얼굴로 활짝 웃으니 물속의 연꽃이로구나.

 

 

*구름 속에 달빛은 붉은 소매로 얼굴을 가린 듯하고

물에 핀 연꽃은 하얀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 듯하네.

 

靑菰葉上凉風起 청고엽상양풍기

紅蓼花邊白鷺閑 홍료화변백로한

연못의 줄 잎 위에 서늘한 바람이 일고

물가의 붉은 여뀌꽃 옆에 백로가 한가롭게 노는구나.

 

竹筍初生黃犢角 죽순초생황독각

蕨芽已作小兒拳 궐아이작소아권

죽순이 처음 나는데 황송아지의 뿔 같고

고사리가 싹이 트는데 어린아이 손 같구나.

 

 

竹芽似筆難成字 죽아사필난성자

松葉如針未貫絲 송엽여침미관사

죽순이 붓과 같으나 글씨는 쓰지 못하고

솔잎이 바늘 같으나 실을 꿰지 못하는구나.

山影入門推不出 산영입문추

月光鋪地掃還生 월광포지소환생

산 그림자가 문에 들어와 밀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이 땅에 퍼져 쓸어도 쓸리지 않네.

 

更深嶺外靑猿嘯 경심영외청원소

煙淡沙頭白鷺眠 연담사두백로면

밤 깊은 고개 너머엔 원숭이 울어대고

안개 옅은 백사장에는 흰 해오라기 졸고 있네.

 

江樓燕舞知春暮 강루연무지춘모

壟樹鶯歌想夏天 농수앵가상하천

강변 누각에 제비가 춤을 추니 봄이 가는 줄 알겠고

밭두둑 나무에 꾀꼬리 노래하니 여름이 오는 줄 알겠구나.

 

水鳥有情啼向我 수조유정제향아

野花無語笑征人 야화무어소정인

물새는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고

들꽃은 말이 없이 웃으면서 길손을 보내는구나.

 

地邊洗硯漁呑墨 지변세연어탄묵

松下烹茶鶴避煙 송하팽다학피연

연못가에서 벼루를 씻으니 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소나무 아래서 차를 다리니 학이 연기를 피하는구나.

 

風飜白浪花千片 풍번백랑화천편

雁點靑天字一行 안점청천자일항

바람이 흰 물결을 뒤척이니 꽃이 천 떨기요

기러기가 푸른 하늘에 점점이 날아가니 한일자 줄이로구나.

 

龍歸曉洞雲猶濕 용귀효동운유습

麝過春山草自香 사과춘산초자향

용이 새벽 골짜기에 돌아드니 구름이 아직도 축축하고

사향노루가 봄 동산을 지나가니 풀이 저절로 향기롭구나.

 

山含落照屛間畵 산함락조병간화

水泛殘花鏡裏春 수범잔화경리춘

산이 지는 노을 머금으니 병풍 속의 그림이요

강에 꽃잎들이 두둥실 떠가니 거울 속의 봄일러라.

春前有雨花開早 춘전유우화개조

秋後無霜葉落遲 추후무상엽락지

봄이 오기 전에 비가 내리니 꽃이 일찍 피고

가을이 지나도 서리가 없으니 낙엽이 아직 지지 않는구나.

野色靑黃禾半熟 야색청황화반숙

雲容黑白雨初晴 운용흑백우초청

들 빛이 푸르고 누른 것은 벼가 반만 익었기 때문이요

구름 빛이 검고 흰 것은 이제 막 비가 그쳤기 때문이네

柳爲翠幕鶯爲客 유위취막앵위객

花作紅房蝶作郞 화작홍방접작랑

버들잎이 푸른 장막을 이루니 꾀꼬리는 손님으로 오고

꽃이 신방을 이루니 나비가 신랑으로 오도다.

 

白鷺下田千點雪 백로하전천점설

黃鶯上樹一枝金 황앵상수일지금

흰 해오라기 떼지어 밭에 내려앉으니 수 천 점의 눈송이요

노오란 꾀꼬리가 나무 위에서 나니 나뭇가지에 달린 한 개의 금덩이로다

 

千竿碧立依林竹 천간벽립의림죽

一點黃飛透樹鶯 일점황비투수앵

수없이 푸르게 서 있는 것은 수풀을 의지한 대나무요

한 점 노랗게 날아다니는 것은 나무사이의 꾀꼬리다

白雲斷處見明月 백운단처견명월

黃葉落時聞擣衣 황엽락시문도의


흰 구름이 사라지니 하늘에는 밝은 달이 보이고

노오란 단풍잎이 떨어지니 마을에선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네.

白躑躅交紅躑躅 백척촉교홍척촉

黃薔薇對紫薔薇 황장미대자장미

흰철쭉은 붉은 철쭉과 섞여있고

노란 장미는 붉은 장미와 마주보고 피었구나


紅顔淚濕花含露 홍안누습화함로

素面愁生月帶雲 소면수생월대운

고운 얼굴에 눈물이 지니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고

흰 얼굴에 수심이 어리니 밝은 달이 구름을 두른 듯하네.


風驅江上群飛雁 풍구강상군비안

月送天涯獨去舟 월송천애독거주

바람은 강위에 나는 기러기 떼를 몰아오고

달은 하늘 끝에서 외로운 배를 떠나보내는 구나

 

月鉤蘸水魚驚釣 월구잠수어경조

煙帳橫山鳥畏羅 연장횡산조외라 (): 잠기다.

초승달이 물에 잠기니 고기가 낚시 바늘인가 놀라고

연기가 산을 가로질러 장막을 치니 새가 그물인가 두려워하네

 

地中荷葉魚兒傘 지중하엽어아산

梁上蛛絲燕子簾 양상주사연자렴

못 가운데 연잎은 고기들의 양산이요

대들보 위의 거미줄은 제비들의 주렴이로다.

 

修竹映波魚怯釣 수죽영파어겁조

垂楊俠道馬驚鞭 수양협도마경편

긴 대나무가 물결에 드리우니 고기가 낚싯대로 알고 겁내고

긴 버들가지가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채찍으로 알고 놀라네.

 

垂柳一村低酒旆 수류일촌저주패 *(): 깃발

平沙兩岸泊魚舟 평사양안박어주

버들가지 드리운 한 마을에는 술집 깃발들이 나즉히 있고

모래 평평한 양쪽 언덕에는 고기배가 잠을 자네



珠簾半捲迎山影 주렴반권영산영

初開納月光 초개납월광 *() 들창

주렴을 반만 걷어 산 그림자를 맞이하고

옥창을 처음 열어 달빛을 끌어들이네.

 

十里松陰濃萬地 십리송음농만지

千重岳色翠浮天 천중악색취부천

십리를 이은 소나무 그림자는 땅에 가득히 짙고

천겹 산빛은 맑은 하늘에 파랗게 떠있구나

 

雨晴海嶠歸雲嫩 우청해교귀운눈 *(): 산길

風亂山溪落葉嬌 풍란산계락엽교

바다에 비가 개니 산길에 돌아오는 구름이 아름답구나.

산에 바람이 어지러우니 시냇가에 떨어지는 잎이 아름답도다.

 

春鳥弄春春不怒 춘조농춘춘불노

曉鷄唱曉曉無言 효계창효효무언

봄새가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새벽닭이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구나.

 

春庭亂舞尋花蝶 춘정난무심화접

夏院狂歌選柳鶯 하원광가선유앵

봄 뜰에 어지러이 춤추는 것은 꽃을 찿는 나비

여름 뜰에서 미친 듯 노래하는 것은 버들을 찿는 꾀꼬리로구나 

 

松作洞門迎客盖 송작동문영객개

月爲山室讀書燈 월위산실독서등

소나무로 마을의 문을 만드니 손님을 맞는 양산이요

달이 산위의 집을 비치니 글방의 등이로구나.

 

松含雪裏靑春色 송함설리청춘색

竹帶風前細雨聲 죽대풍전세우성

소나무는 눈 속에서도 푸른 봄 빛을 머금고

대나무는 바람 때문에 가는 비 소리를 내는구나

 

石床潤極琴絃緩 석상윤극금현완

水閣寒多酒力微 수각한다주력미

돌 책상이 축축하니 거문고 줄이 늘어지고

강가의 누각이 몹시 추우니 술기운이 약해진다

 

露凝垂柳千絲玉 / 日映長江萬頃金

이슬비 버들가지에 드리우니 천 가닥 실에 구슬이 맺혔고

햇살이 긴 강물에 비치니 만 이랑이 금빛이로다

 

花塢題詩香惹筆 화오제시향야필

月庭彈瑟冷侵鉉 월정탄슬냉침현

꽃핀 언덕에서 시를 지으니 꽃향기가 붓끝에 머물고

달 밝은 뜰에서 거문고를 타니 달의 냉기가 거문고 줄에 스미네.


風引鐘聲來遠洞 풍인종성래원동

月驅詩興上高樓 월구시흥상고루

바람은 종소리를 이끌고 먼 마을에서 오고

달빛은 시흥을 몰고 높은 다락으로 오르네

 

拂石坐來衫袖冷 불석좌래삼수냉

踏花歸去馬蹄香 답화귀거마제향

돌을 쓸고 앉으니 옷소매에 냉기가 스며오고

꽃잎을 밟고 집으로 돌아가니 말발굽이 향기롭구나.


村逕繞山松葉滑 촌경요산송엽활

柴門臨水稻花香 시문임수도화향

마을길이 산을 빙 둘렀으니 떨어진 솔잎 위에 발이 미끄럽고

사립문이 논물을 향해 열려있으니 벼꽃 내음이 향기롭구나.


山月入松金破碎 산월입송금파쇄

江風吹水雪崩騰 강풍취수설붕등 *():오르다.

산위의 달빛이 솔밭에 들어오니 찬란한 금빛이 부서지고

바람이 강물 위에 불어오니 하얀 눈이 흩날리네(*오르락 내리락).


靑山繞屋雲生榻 청산요옥운생탑

碧樹低窓露滴簾 벽수저창로적렴

푸른 산이 집을 빙 두른 속에 구름이 평상에서 일어나고

푸른 나무가 창 아래까지 올라오자 이슬이 주렴을 적시는구나.


粧閣美人雙장각미인쌍

詠花公子一脣香 영화공자일순향

나이 어린 미인은 양쪽 귀밑이 파랗고

꽃을 노래하는 귀공자는 한 일자 입술이 향기롭구나. 

 

香入珠簾花滿院 향입주렴화만원

色當金壁月生雲 색당금벽월생운

꽃향기가 주렴 안으로 들어온 것은 꽃이 뜰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고

벽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은 달이 구름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네 

 

庭畔修篁篩月影 정반수황사월영

門前細柳帶霜痕 문전세류대상흔

뜰 가의 긴 대나무 가지는 달그림자를 체질하고

문 앞의 실버들 가지에는 하얀 서리가 앉았네.


輕揭畵簾容乳燕 경게화렴용유연

暗垂珠淚送情人 암수주루송정인

멋진 주렴을 살짝 들어 제비가 새끼 치게 하고

남 몰래 구슬 같은 눈물 흘리며 정든 임을 보내는구나

 

揷玉梳新月曲 삽옥소신월곡

眼含珠淚曉花濃 안함주루효화농

미인의 쪽진 머리에 옥비녀를 꽂으니 초승달이 머리에 걸린 듯하고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을 머금으니 새벽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구나.

*(): 쪽진 머리

 

垂柳綠均鶯返囀 수류녹균앵반전

群林紅盡雁廻聲 군림홍진안회성

휘늘어진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짙은데 꾀꼬리가 돌아와 노래하고

빽빽한 수풀에 붉은 빛이 걷히자 돌아오는 기러기 소리 구성지구나.


逕楊花鋪白氈 경양화포백전 *(): 나물죽 *(): 양탄자

點溪荷葉疊靑錢 점계하엽첩청전

길가에 버들 꽃이 떨어지니 흰 융단을 깐 듯하고

다문다문 물위의 연꽃잎은 푸른 동전을 쌓은 듯하네.

 

春色每留階下竹 춘색매류계하죽

雨聲長在檻前松 우성장재함전송

봄빛은 섬돌 아래 대나무에 마냥 머물고

빗소리는 난간 앞 푸른 소나무에 오랫동안 나는구나.

 

雪裏高松含素月 설리고송함소월

廷前修竹帶淸風 정전수죽대청풍

 

눈 속의 늙은 소나무는 흰 달빛을 머금고

뜰 앞의 높은 대나무는 맑은 바람을 띠었구나

 

軒竹帶風輕헌죽대풍경

山泉遇石競噴珠 산천우석경분주

추녀 끝 대나무에 바람이 부니 가벼이 옥을 흔드는 듯하고

산속 옹달샘물이 돌에 부딪치니 다투어 구슬을 뿜어 토하듯 하구나. *(): 흔들다

 

前澗飛流噴白玉 전간비류분백옥

西峰落日掛紅輪 서봉낙일괘홍륜

앞 시내에 흐르는 물은 흰 옥구슬을 뿜는 듯하고

서산 봉우리에 떨어지는 해는 붉은 바퀴를 걸어놓은 듯하네

 

閉門野寺松陰轉 폐문야사송음전

欹枕風軒客夢長 의침풍헌객몽장 *() : 기울다. 한쪽을 높이 세우다.

문 닫힌 고요한 절간에 소나무 그늘이 옮겨가고

바람 부는 난간에 베개를 베고 누우니 나그네 꿈이 길구나


春日鶯啼修竹裏 춘일앵제수죽리

仙家犬吠白雲間 선가견폐백운간

봄날의 꾀꼬리는 무성한 대숲에서 울고

신선집 개는 흰 구름 사이에서 짖는구나.


春光不老靑松院 춘광불노청송원

秋氣長留翠竹亭 추기장류취죽정

봄빛은 푸른 소나무 뜰에서 늙지 않고

가을은 푸른 대나무 정자에서 오래 머무는구나.

 

身立風端細柳態 신립풍단세류태

眉臨鏡面遠山容 미림경면원산용

미인의 고운 몸매 바람결에 날리니 실버들 같고

아리따운 그 눈매 거울에 비치니 먼 산의 모습이로구나

 

獨鞭山影騎驢客 독편산영기려객

閑枕松聲伴鶴僧 한침송성반학승

홀로 산 그림자를 밟으며 채찍질하는 이는 나귀 탄 나그네요

한가로이 솔바람소리를 베고 누운이는 학을 벗하며 사는 늙은 중이로구나.

 

螢火不燒籬下草 형화불소리하초

月鉤難卦殿中簾 월구난괘전중렴

반딧불로는 울타리 아래 풀잎을 불사르지 못하고

낚시같은 초승달로는 집안의 주렴은 걸기가 어렵구나.


山頭夜戴孤輪月 산두야대고윤월

洞口朝噴一片雲 동구조분일편운

산봉우리는 밤새 외로운 달을 이었고

마을 앞 동구는 아침에 한 조각구름을 뿜는구나.


山影倒江魚躍岫 산영도강어약수 *() 산굴

樹陰斜路馬行枝 수음사로마행지

산 그림자 강물에 비치니 고기가 산 속에서 뛰노는 듯하고

나무그림자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나뭇가지 위로 걸어가는구나.

 

山靑山白雲來去 산청산백운래거

人樂人愁酒有無 인락인수주유무

산이 푸르고 흰 것은 구름이 오고가기 때문이요

사람이 즐겁고 시름하는 것은 술이 있고 없는 탓이로다.


月掛靑空無柄扇 월괘청공무병선

星排碧落絶珠纓 성배벽락절주영

달이 푸른 하늘에 걸린 모습은 자루 없는 부채요

별들이 하늘에 깔려 있는 모습은 실 끊어진 구슬이로구나.


朝愛靑山蹇箔早 조애청산건박조

夜憐明月閉窓遲 야련명월폐창지

아침엔 청산을 사랑하여 일찍 일어나 주렴을 걷고

밤에는 밝은 달빛이 아까워 창문을 더디 닫네

 

鳥去鳥來山色裏 조거조래산색리

人歌人哭水聲中 인가인곡수성중

새들은 푸른 산의 짙은 색을 누비며 날아가고 날아오는데

사람들은 강물 소리 따라 노래를 부르며 또 울기도 한다네.


螢飛草葉無烟火 형비초엽무연화

花林有翼金 화림유익금

반딧불이 풀잎에서 나는 것은 연기 없는 불이요

꾀꼬리 꽃나무에서 우는 것은 날개 달린 금덩이로구나 

 

庭畔竹枝經雪茂 정반죽지경설무

檻前桐葉望秋零 함전동엽망추령

뜰 가의 대나무 가지는 눈 속에서 무성하고

난간 앞 오동잎은 가을을 맞아 떨어지네 

 

鶯兒蝶斜穿竹 앵아접사천죽

蟻子拖蟲倒上階 의자타충도상계 (): 끌다.

꾀꼬리는 나비 따라 한가로이 대숲 사이를 날고

개미는 벌레를 물고 층계를 거꾸로 오르내리네.

*():좇다. 뒤좇아 따라붙다.

 

綠楊有意簾前舞 녹양유의렴전무

明月多情海上來 명월다정해상래

푸른 실버들 가지는 마음이 있어 주렴 앞에서 춤추고

밝은 달빛은 정이 많아 바다 위로 두둥실 오르누나

 

松間白雪尋巢鶴 송간백설심소학

柳上黃金喚友鶯 유상황금환우앵

소나무 사이의 흰 눈은 둥지 찿는 학이요

버들 위의 황금은 벗 부르는 꾀꼬리로구나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月輪穿海浪無痕 월륜천해랑무흔

대나무 그림자가 층계를 쓰는데 먼지가 나지 않고

둥근 달이 바다를 뚫어도 물결에 흔적이 없구나

 

殘星數點雁橫塞 잔성수점안횡새

長笛一聲人倚樓 장적일성인의루

새벽별 드문드문 보이는데 변방에는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날고

긴 피리 한 소리에 사람들은 누각의 난간을 의지해 조는구나

 

天空絶塞聞邊雁 천공절새문변안

葉盡孤村見夜燈 엽진고촌견야등

하늘 끝 저 변방 하늘에는 기러기 울음소리 쓸쓸하고

낙엽 진 외로운 마을엔 등불만이 가물가물 보이네

 

巷沈人靜晝眠穩 항심인정주면온

稻熟魚肥秋興饒 도숙어비추흥요

마을이 깊고 사람의 소리 고요하니 낮잠 자기 좋고

벼가 누렇게 익고 고기가 쌀지니 가을 흥취 절로난다 

 

纔攲復正荷飜雨 재기부정하번우

乍去還來燕引雛 사거환래연인추

잠깐 기울다 다시 바르게 된 연잎엔 빗방울이 뒹굴고

어느 새 갔다 다시 돌아온 제비는 새끼를 이끌고 오는구나.


<백련초해(百聯抄解) 해제>

  조선 중기의 문신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엮은 한시입문서(漢詩入門書). 중국의 유명한 7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를 뽑아 글자마다 음()과 훈()을 달고, 한 연구 뒤에 한글로 뜻을 새겨 번역한 책이다. 명종 때 판각(板刻)하였으며, 그 판본이 전라남도 장성(長城)의 필암서원(筆岩書院)에 소장되어 있다. 초학자에게 漢詩를 가르치기 위하여 七言古詩 중에서 聯句 100개를 뽑아서 한글로 해석을 덧붙인 책이다. 聯句의 한자마다 "천자문"과 같이 한글로 훈과 음을 단 뒤에 그 구의 번역을 하였는데, 金麟厚의 편찬이라고 전하여진다. 그러나 원간 연대 등이 명확하지 않다.

 

   국내에는 임진란 이후의 중간본이 수 종 전한다. 장성의 筆巖書院, 순천의 송광사에는 아직도 책판이 보관되어 있다. 이들은, 위의 책과는 달리 한자의 새김을 없애고 漢詩 聯句의 순서를 다르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도 聯句의 순서와 번역이 같지 않다. 동경대학본은 1973"국문학연구"(효성여자대학) 4집에 영인되었고, 임진란 이후의 간기 미상의 한 책이 1960년 대구대학에서 영인으로 출판되었다.

 

3. 14대손 김용숙씨, 河西 시문집 백련초해한글 완역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15101560) 선생의 시문집이 500여년 만에 후손에 의해 현대어로 번역돼 널리 보급되게 됐다. 하서 선생의 14대손인 김용숙(金容淑·69)씨는 한문과 옛 한글로 된 하서 선생의 시문집 백련초해(百聯抄解)’를 오늘날의 한글로 쉽게 풀어 쓴 책을 최근 펴냈다.

 

하서 선생은 태극음양론, 사단칠정론, 천명사상에 통달하고 천문 지리 의약 율역에 정통해 조선의 정조대왕이 도학(道學)과 절의(節義), 문장(文章)을 두루 갖춘 사람은 하서 선생뿐이라고 극찬했던 대학자다. 백련초해는 조선 명종 때 하서 선생이 초학자(初學者)들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해 고대 명시 가운데 칠언고시 100수의 한자 아래에 음을 달고 그 옆에 한글로 뜻을 풀이한 문집으로 후손들에 의해 판각(板刻)으로 만들어져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에 보관 중이다.

 

   필암서원 별유사(別有司)를 맡고 있는 김씨는 백련초해가 어려운 한문과 500여년 전의 한글로 인해 쉽게 읽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워 3년간 노력한 끝에 100수의 칠언고시를 완벽하게 번역했다. 김씨는 하서 선생은 언문이라고 한글을 천시하던 당시에 한글을 애용하고 전파했는데도 이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했다국문학자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시에 담겨진 정신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번역했다고 말했다.

 

이돈주(李敦柱) 전남대 명예교수는 백련초해의 470여개 어휘는 16세기 한글의 형태와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뒤늦게나마 후손이 하서 선생의 글을 현대 국어로 옮겨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원문출처 http://blog.naver.com/zerocando/120124127327



blog.naver.com/pwd1798/220190375852   북 돋우고 보듬어 두..






백년초해(하서 김인후 편찬) 한문과 서예

2009.11.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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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초해(百聯抄解)


   백련초해(百聯抄解) (중국의 유명한 7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를 뽑아 글자마다 음(音)과 훈(訓)을 달고, 한글로도 번역한 한시입문서(漢詩入門書)이다. 조선 명종 때의 문신 김인후 편찬 :  조선시대  아동용 교재인 '推句'에 가장 많이 인용됨)


1.   花笑檻前聲未聽   화소함전성미청

    鳥啼林下漏難看   조제림하누난간


     꽃이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가 수풀 아래서 우는데 눈물은 보기 어렵도다. 


2.   花含春意無分別   화함춘의무분별

    物感人情有淺心   물감인정유천심


     꽃은 봄뜻을 머금고 있어도 누구에게나 나누어 다름이 없지만 

     자연에서 느끼는 사람의 정은 옅고 깊음이 있도다.  


3.   花因雨過紅將老   화인우과홍장노

    柳被風欺綠漸除   류피풍기녹점제


     꽃은 비가 지남으로써 붉은 빛이 장차 늙어(쇠하여)지고

     버들은 바람에 업신여김을 입어 푸른빛이 점점 덜하다.


4.   花下露垂紅玉軟   화하로수홍옥연

    柳中煙鎖碧羅輕   류중연쇄벽라경


     꽃 아래 이슬이 맺히니 붉은 구슬이 연하고

     버들 숲 가운데 연기가 잠기니 푸른 비단이 가벼운 듯하다.


5.   花不送春春自去   화불송춘춘자거

    人非迎老老相侵   인비영노노상침


    꽃은 봄을 보내지 않았지만 봄은 스스로 물러가고 

    사람은 늙음을 맞으려 아니해도 늙음이 서로 침노하는구나. 


6.   風吹枯木晴天雨   풍취고목청천우

    月照平沙夏夜霜   월조평사하야상


    바람이 고목에 부니 맑은 하늘에 비 오는 듯 하고 

    평탄한 모래밭에 달이 비치니 여름밤에 서리가 내린 듯하다. 


7.   風射破窓燈易滅   풍사파창등이멸

    月穿疎屋夢難成   월천소옥몽난성


     찢어진 창을 뚫고 바람이 들어오니 등불이 꺼지기 쉽고  

    초가집 지붕을 뚫고 달이 비치니 꿈(잠)을 이루기 어렵도다. 


8.   花衰必有重開日   화쇠필유중개일

    人老曾無更少年   인노증무경소년


     꽃은 시들어도 반드시 다시 필 날이 있거니와  

     사람은 늙으면 일찍이 젊은 시절이 다시 오지 않네.  


9.   花色淺深先後發   화색천심선후발

     柳行高下古今栽   류행고하고금재


     꽃 빛이 옅고 짙은 것은 먼저 피거나 뒤에 핌이요 

     버드나무 키가 높고 낮은 것은 옛날과 지금 심은 탓이로다. 


10.  花不語言能引蝶   화불어언능인접

     雨無門戶解關人   우무문호해관인


     꽃은 말을 하지 않고도 나비를 잘 끌어 들이고  

     비는 문이 없어도 사람 닫기(통행끊기)를 아는구나.  




11.  花間蝶舞紛紛雪   화간접무분분설

     柳上鶯飛片片金   류상앵비편편금


     꽃 사이에서 나비가 춤을 추니 눈이 흩날리는 듯하고 

     버들 위에 꾀꼬리 날아가니 한 마리 한 마리 금색이로다.


12.  花裏着碁紅照局   화리착기홍조국

     竹間開酒碧迷樽   죽간개주벽미준


     꽃 속에서 바둑을 두니 붉은 빛이 바둑판에 비추고 

     대숲에 술자리를 여니 푸른빛이 술동이에 어리네. 


13.  花落庭前憐不掃   화락정전련불소

     月明窓外愛無眠   월명창외애무면


     뜰 앞에 꽃이 떨어지니 너무도 어여뻐 쓸기가 가련하고  

     창밖에 달이 밝으니 너무도 사랑스러워 잠을 이룰 수 없네. 


14.  花前酌酒呑紅色   화전작주탄홍색

     月下烹茶飮白光   월하팽다음백광


     꽃 앞에서 술을 따르며 붉은 꽃빛을 마시고 

     달 아래서 차를 다리며 흰 달빛을 마시네.  


15.  花紅小院黃蜂鬧   화홍소원황봉료

     草綠長堤白馬嘶   초록장제백마식


     꽃이 작은 뜰에 붉게 피자 황금빛 벌들이 모이고  

     풀이 긴 언덕에 푸르니 흰말이 우렁차게 우는구나.  


16.  花迎暖日粧春色   화영난일장춘색

     竹帶淸風掃月光   죽대청풍소월광


     꽃은 따스한 날을 맞아 봄빛을 단장하고  

     대는 맑은 바람을 맞아 달빛을 쓰는구나.  


17.  郊外雨餘生草綠   교외우여생초록

     檻前風起落花紅   함전풍기락화홍


     뜰 밖에 비가 흠신 적시자 자라나는 풀잎이 푸르고  

     난간 앞에 바람이 불자 떨어지는 꽃잎이 붉구나. 




18.  霜着幽林紅葉落   상착유림홍엽락

     雨餘沈院綠苔生   우여침원록태생


     그윽한 수풀에 서리가 내리더니 단풍잎이 떨어지고 

     깊은 뜰에 비가 흠씬 적시니 푸름 이끼가 자라는구나. 


19.  月作利刀栽樹影   월작리도재수영

     春爲神筆畵山形   춘위신필화산형


     초승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무 그림자를 자르고  

     봄은 신기한 붓이 되어 산 빛을 곱게 그리는구나. 


20.  山外有山山不盡  산외유산산부진

     路中多路路無窮  로중다로로무궁


     산 밖에 산이 있으니 산은 끝이 없고  

     길 가운데 길이 많으니 길은 무궁하구나. 


21.  山上白雲山上盖   산상백운산상개

     水中明月水中珠   수중명월수중주


     산마루에 걸친 흰 구름은 산위의 양산이요 

     물속의 밝은 달은 물속의 구슬이로구나.  


22.  山疊未遮千里夢   산첩미차천리몽

     月孤相照兩鄕心   월고상조량향심


     산은 첩첩하여도 천리의 꿈을 가리지 못하고  

     달은 외로워도 두 고향 마음에 서로 비추는구나.  


23.  山僧計活茶三椀   산승계활다삼완

     漁父生涯竹一竿   어부생애죽일간


     산 스님의 생활은 차 세 사발이오, 

     어부의 생애는 낚싯대 하나로다.


24.  竹根迸地腰曲  죽근병지용요곡

     蕉葉窓鳳尾長  초엽당창봉미장


     대 뿌리가 땅위로 솟으니 용의 허리가 굽은 듯 하고  

     파초 잎이 창에 마주치니 봉황새 꼬리처럼 길도다.  




25.  耕田野叟埋春色  경전야수매춘색

    汲水山僧斗月光  급수산승두월광


     들에서 밭가는 노인은 봄빛을 땅에 묻고  

     산에서 물 긷는 중은 달빛을 되질하는구나.  


26.  聲痛杜鵑啼落月  성통두견제락월

     態娟籬菊慰殘秋  태연리국위잔추


     통곡하는 두견새는 지는 달빛을 보고 서러워 울고

     울밑의 어여쁜 국화는 저무는 가을을 위로하네.  


27.  遲醉客欺先醉客   지취객기선취객

     半開花笑未開花   반개화소미개화


     더디 취한 손님이 먼저 취한 손님을 기만하고  

     반만 핀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릴 비웃는구나.  


28.  紅袖遮容雲裡月   홍수차용운리월

     玉顔開笑水中蓮   옥안개소수중련


     붉은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니 구름속의 달이요  

     옥 같은 얼굴로 활짝 웃으니 물속의 연꽃이로구나.  


29.  靑菰葉上凉風起   청고엽상량풍기

     紅蓼花邊白鷺閑   홍료화변백로한


     연못의 줄 잎 위에 서늘한 바람이 일고  

     물가의 붉은 역귀 꽃 옆에 백로가 한가롭게 노는구나. 


30.  竹筍初生黃犢角   죽순초생황독각

     蕨芽已作小兒拳   궐아이작소아권


     죽순이 처음 나는데 송아지의 뿔 같고  

     고사리가 싹이 트는데 어린아이 손 같구나. 


31.  竹芽似筆難成字  죽아사필난성자

     松葉如針未貫絲  송엽여침미관사


     죽순이 붓과 같으나 글씨는 쓰지 못하고  

     솔잎이 바늘 같으나 실을 꿰지 못하는구나.




32.  山影入門推不出   산영입문퇴불출

     月光鋪地掃還生   월광포지소환생


     산 그림자가 문에 들어와 밀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이 땅에 퍼져 쓸어도 쓸리지 않네.  


33.  更深嶺外靑猿嘯   경심령외청원소

     煙淡沙頭白鷺眠   연담사두백로면


     밤 깊은 고개 너머엔 원숭이가 휘파람 불고  

     연기가 맑은 모래 위에는 백로가 조는구나.  


34.   江樓燕舞知春暮   강루연무지춘모

      壟樹鶯歌想夏天   농수앵가상하천


      강변 누각에 제비가 춤추는 걸 보니 봄이 가는 줄 알겠고  

      밭두둑 나무에 꾀꼬리가 노래 부르니 여름이 오는 줄 알겠구나.  


35.   水鳥有情啼向我   수조유정제향아

      野花無語笑征人   야화무어소정인


      물새는 정이 있어 나를 향해 울고 

      들꽃은 말이 없어 웃으면서 길손을 보내는 구나 


36.   地邊洗硯漁呑墨   지변세연어탄묵

      松下烹茶鶴避煙   송하팽다학피연


      연못가에서 벼루를 씻으니 고기가 먹물을 머금고  

      소나무 아래서 차를 다리니 학이 연기를 피하는구나.  


37.  風飜白浪花千片   풍번백량화천편

     雁點靑天字一行   안점청천자일행


     바람이 흰 물결을 뒤척이니 꽃이 천 떨기요  

     기러기가 푸른 하늘에 점점이 날아가는데 한일자 줄이로구나.  


38.  龍歸曉洞雲猶濕   용귀효동운유습

     麝過春山草自香   사과춘산초자향


    용이 새벽 골짜기에 돌아드니 구름이 아직도 축축하고  

    사향노루가 봄 동산을 지나가니 풀이 저절로 향기롭구나. 




39.  山含落照屛間畵   산함락조병간화

     水泛殘花鏡裏春   수범잔화경리춘


    산이 낙조를 머금으니 병풍 속의 그림이요  

    물이 떨어진 꽃을 띄우니 거울속의 봄이로구나. 


40.  春前有雨花開早   춘전유우화개조

     秋後無霜葉落遲   추후무상엽락지


     봄이 오기 전에 비가 내리니 꽃이 일찍 피고 

     가을이 지나도 서리가 없으니 낙엽이 아직 지지 않는구나.


41.  野色靑黃禾半熟   야색청황화반숙

     雲容黑白雨初晴   운용흑백우초청


     들 빛이 푸르고 누른 것은 벼가 반만 익었기 때문이요 

     구름 빛이 검고 흰 것은 이제 막 비가 그쳤기 때문이네 


42.  柳爲翠幕鶯爲客   류위취막앵위객

     花作紅房蝶作郞   화작홍방접작랑


     버들잎이 푸른 장막을 이루니 꾀꼬리는 손님으로 오고  

     꽃이 신방을 이루니 나비가 신랑으로 오도다.  


43.  千竿碧立依林竹   천간벽립의림죽

     一點黃飛透樹鶯   일점황비투수앵


     수없이 푸르게 서 있는 것은 수풀을 의지한 대나무요 

     한 점 노랗게 날아다니는 것은 나무사이의 꾀꼬리다 

   


44.  白鷺下田千點雪   백로하전천점설

     黃鶯上樹一枝金   황앵상수일지금


     흰 해오라기 떼 지어 밭에 내려앉으니 수 천 점의 눈송이요  

   노오란 꾀꼬리가 나무 위에서 나니 나뭇가지에 달린 한 개의 금덩이로다  


45.  白雲斷處見明月   백운단처견명월

     黃葉落時聞擣衣   황엽락시문도의


     흰 구름이 사라지니 하늘에는 밝은 달이 보이고 

     노오란 단풍잎이 떨어지니 마을에선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네. 


46.  白躑躅交紅躑躅   백척촉교홍척촉

     黃薔薇對紫薔薇   황장미대자장미


    흰 철쭉은 붉은 철쭉과 섞여있고  

    노란 장미는 붉은 장미와 마주보고 피었구나. 


47.  紅顔淚濕花含露   홍안루습화함로

     素面愁生月帶雲   소면수생월대운


     고운 얼굴에 눈물이 지니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고  

     흰 얼굴에 수심이 어리니 밝은 달이 구름을 두른 듯하네. 


48.  風驅江上群飛雁   풍구강상군비안

     月送天涯獨去舟   월송천애독거주


     바람은 강위에 나는 기러기 떼를 몰아오고  

     달은 하늘 끝에서 외로운 배를 떠나보내는구나. 


49.  月鉤蘸水魚驚釣   월구잡수어경조

     煙帳橫山鳥畏羅   연장횡산조외라


     초승달이 물에 잠기니 고기가 낚시 바늘인가 놀라고  

     연기가 산을 가로질러 장막을 치니 새가 그물인가 두려워하네.  


50.  地中荷葉魚兒傘   지중하엽어아산

     梁上蛛絲燕子簾   량상주사연자렴


     못 가운데 연잎은 고기들의 양산이요  

     대들보 위의 거미줄은 제비들의 주렴이로다. 


51.  修竹映波魚怯釣   수죽영파어겁조

     垂楊俠道馬驚鞭   수양협도마경편


     긴 대나무가 물결에 드리우니 고기가 낚싯대로 알고 겁내고 

     긴 버들가지가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채찍으로 알고 놀라네.  


52.  垂柳一村低酒旆   수류일촌저주패

     平沙兩岸泊魚舟   평사량안박어주


     버들가지 드리운 한 마을에는 술집 깃발들이 나직이 있고  

     모래 평평한 양쪽 언덕에는 고기배가 잠을 자네  




53.  珠簾半捲迎山影   주렴반권영산영

     玉牖初開納月光   옥유초개납월광


     주렴을 반만 걷어 산 그림자를 맞이하고  

     옥창을 처음 열어 달빛을 끌어 들이네 


54.  十里松陰濃萬地   십리송음롱만지

     千重岳色翠浮天   천중악색취부천


     십리를 이은 소나무 그림자는 땅에 가득히 짙고  

     천겹 산빛은 맑은 하늘에 파랗게 떠있구나  


55.  雨晴海嶠歸雲嫩   우청해교귀운눈

     風亂山溪落葉嬌   풍란산계락엽교


     바다에 비가 개니 산길에 돌아오는 구름이 아름답구나.  

     산에 바람이 어지러우니 시냇가에 떨어지는 잎이 아름답도다.  


56.  春鳥弄春春不怒   춘조롱춘춘불노

     曉鷄唱曉曉無言   소계창효효무언


     봄새가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새벽닭이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구나.  


57.  春庭亂舞尋花蝶   춘정난무심화접

     夏院狂歌選柳鶯   하원광가선류앵


     봄 뜰에 어지러이 춤추는 것은 꽃을 찾는 나비  

     여름 뜰에서 미친 듯 노래하는 것은 버들을 찾는 꾀꼬리로구나  


58.  松作洞門迎客盖   송작동문영객개

     月爲山室讀書燈   월위산실독서등


    소나무로 마을의 문을 만드니 손님을 맞는 양산이요 

    달이 산위의 집을 비치니 글방의 등이로구나.  


59.  松含雪裏靑春色   송함설리청춘색

     竹帶風前細雨聲   죽대풍전세우성


     소나무는 눈 속에서도 푸른 봄빛을 머금고  

     대나무는 바람 때문에 가는 비 소리를 내는구나.  




60.  石床潤極琴絃緩   석상윤극금현완

     水閣寒多酒力微   수각한다주력미


     돌 책상이 축축하니 거문고 줄이 늘어지고  

     강가의 누각이 몹시 추우니 술기운이 약해진다  


61.  露凝垂柳千絲玉   노응수류천사옥

     日映長江萬頃金   일영장강만경금


     이슬비 버들가지에 드리우니 천 가닥 실에 구슬이 맺혔고  

     햇살이 긴 강물에 비치니 만 이랑이 금빛이로다  


62.  花塢題詩香惹筆   화오제시향야필

     月庭彈瑟冷侵鉉   월정탄슬냉침현


     꽃핀 언덕에서 시를 지으니 꽃향기가 붓끝에 머물고  

     달 밝은 뜰에서 거문고를 타니 달의 냉기가 거문고 줄에 스미네 


63.  風引鐘聲來遠洞   풍인종성래원동

     月驅詩興上高樓   월구시흥상고루


     바람은 종소리를 이끌고 먼 마을에서 오고  

     달빛은 시흥을 몰고 높은 다락으로 오르네  


64.  拂石坐來衫袖冷   북석좌래삼수냉

     踏花歸去馬蹄香   답화귀거마제향


     돌을 쓸고 앉으니 옷소매에 냉기가 스며오고  

     꽃잎을 밟고 집으로 돌아가니 말발굽이 향기롭구나 


65.  村逕繞山松葉滑   촌경요산송엽활

     柴門臨水稻花香   시문림수도화향


     마을길이 산을 빙 둘렀으니 떨어진 솔잎 위에 발이 미끄럽고  

     사립문이 논물을 향해 열려있으니 벼꽃 내음이 향기롭구나 


66.  山月入松金破碎   산월입송금파쇄

     江風吹水雪崩騰   강풍취수설붕등


     산위의 달빛이 솔밭에 들어오니 찬란한 금빛이 부서지고  

     바람이 강물 위에 불어오니 하얀 눈이 흩날리네  




67.  靑山繞屋雲生榻   청산요옥운생탑

     碧樹低窓露滴簾   벽수저창로적렴


     푸른 산이 집을 빙 두른 속에 구름이 책상에서 일어나고  

     푸른 나무가 창 아래까지 올라오자 이슬이 주렴을 적시는구나.  


68.  粧閣美人雙鬢綠   장각미인쌍빈록

     詠花公子一脣香   영화공자일순향


     집에서 화장하는 미인은 양쪽 귀밑이 파랗고  

     꽃을 노래하는 귀공자는 한 일자 입술이 향기롭구나  


69.  香入珠簾花滿院   향입주렴화만원

     色當金壁月生雲   색당금벽월생운


    꽃향기가 주렴 안으로 들어온 것은 꽃이 뜰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고         벽이 황금색으로 변하는 것은 달이 구름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네  


70.  庭畔修篁篩月影   정반수황사월영

     門前細柳帶霜痕   문전세류대상흔


    뜰 가의 긴 대나무 가지는 달 그림자를 체질하고  

    문 앞의 실버들 가지에는 하얀 서리가 앉았네. 


71.  輕揭畵簾容乳燕   경게화렴용유연

     暗垂珠淚送情人   암수주루송정인


    멋진 주렴을 살짝 들어 제비가 새끼 치게 하고  

    남 몰래 구슬 같은 눈물 흘리며 정든 임을 보내는구나.  


72.  鬟揷玉梳新月谷   환삽옥소신월곡

     眼含珠淚曉花濃   안함주루효화롱


    미인의 쪽진 머리에 옥비녀를 꽂으니 초승달이 머리에 걸린 듯 하고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을 머금으니 새벽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구나.  


73.  垂柳綠均鶯返囀   수류록균앵반전

     群林紅盡雁廻聲   군림홍진안회성


    휘늘어진 버들가지에 푸른빛이 짙은데 꾀꼬리가 돌아와 노래하고  

    빽빽한 수풀에 붉은 빛이 걷히자 돌아오는 기러기 소리 구성지구나. 




74.  糝逕楊花鋪白氈   참경양화포백전

    點溪荷葉疊靑錢   점계하엽첩청전


   길가에 버들 꽃이 떨어지니 흰 융단을 깐 듯하고  

   다문다문 물위의 연꽃잎은 푸른 동전을 쌓은 듯하네.  


75.  春色每留階下竹   춘색매류계하죽

     雨聲長在檻前松   우성장재함전송


    봄빛은 섬돌 아래 대나무에 마냥 머물고  

    빗소리는 난간 앞 푸른 소나무에 오랫동안 나는구나.  


76.  雪裏高松含素月   설리고송함소월

     庭前修竹帶淸風   정전수죽대청풍


    눈 속의 늙은 소나무는 흰 달빛을 머금고  

    뜰 앞의 높은 대나무는 맑은 바람을 띠었구나.  


77.  軒竹帶風輕撼玉   헌죽대풍경감옥

     山泉遇石競噴珠   산천우석경분주


    추녀 끝 대나무에 바람이 부니 가벼이 옥을 흔드는 듯하고  

    산속 옹달샘물이 돌에 부딪치니 다투어 구슬을 뿜어 토하듯 하구나 


78.  前澗飛流噴白玉   전간비류분백옥

    西峰落日掛紅輪   서봉락이괘홍륜


   앞 시내에 흐르는 물은 흰 옥구슬을 뿜는 듯하고  

   서산 봉우리에 떨어지는 해는 붉은 바퀴를 걸어놓은 듯하네.  


79.  閉門野寺松陰轉   폐문야사송음전

     欹枕風軒客夢長  기침풍헌색몽장


    문 닫힌 고요한 절간에 소나무 그늘이 옮겨가고

    바람 부는 난간에 베개를 베고 누우니 나그네 꿈이 길도다. 


80.  春日鶯啼修竹裏   춘일행제수죽리

     仙家犬吠白雲間   선가견폐백운간


    봄날의 꾀꼬리는 무성한 대숲에서 울고  

    신선집 개는 흰 구름 사이에서 짖는구나. 




81.  春光不老靑松院   춘광불노청송원

     秋氣長留翠竹亭   추기장류취죽정


    봄빛은 푸른 소나무 뜰에서 늙지 아니하고

    가을은 푸른 대나무 정자에서 오래 머무는 구나  


82.  身立風端細柳態   신립풍단세류태

     眉臨鏡面遠山容   미림경면원산용


     미인의 고운 몸매 바람결에 날리니 실버들 같고  

     아리따운 그 눈매 거울에 비치니 먼 산의 모습이로구나.  


83.  獨鞭山影騎驢客   독편산영기려객

     閑枕松聲伴鶴僧   한침송성반학승


 홀로 산 그림자를 밟으며 채찍질하는 이는 나귀 탄 나그네요  

한가로이 솔바람소리를 베고 누운 이는 학을 벗하며 사는 늙은 중이 로구나 


84.  螢火不燒籬下草   형화불소리하초

     月鉤難卦殿中簾   월구난괘전중렴


    반딧불로는 울타리 아래 풀잎을 불사르지 못하고  

    낚시 같은 초승달로는 집안의 주렴은 걸기가 어렵구나. 


85.  山頭夜戴孤輪月   산두아대고윤월

     洞口朝噴一片雲   동구조분일편운


     산봉우리는 밤새 외로운 달을 이었고  

     마을 앞 동구는 아침에 한조각 구름을 뿜는구나. 


86.  山影倒江魚躍岫   산영도강어약수

     樹陰斜路馬行枝   수음사로마행지


    산 그림자 강물에 비치니 고기가 산 속에서 뛰노는 듯하고  

    나무그림자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나뭇가지 위로 걸어가는구나.  


87.  山靑山白雲來去   산청산백운래거

     人樂人愁酒有無   인락인수주유무


    산이 푸르고 흰 것은 구름이 오고가기 때문이요  

    사람이 즐겁고 시름하는 것은 술이 있고 없는 탓이로다.  




88.  月掛靑空無柄扇   월괘청공무병선

     星排碧落絶珠纓   성배벽락절주영


    달이 푸른 하늘에 걸린 모습은 자루 없는 부채요

    별들이 하늘에 깔려 있는 모습은 실 끊어진 구슬이로구나.


89.  朝愛靑山蹇箔早   조애청산건박조

     夜憐明月閉窓遲   야련명월폐창지


     아침엔 청산을 사랑하여 일찍 일어나 주렴을 걷고  

     밤에는 밝은 달빛이 아까워 창문을 더디 닫네.  


90.  鳥去鳥來山色裏   조거조래산색리

     人歌人哭水聲中   인가인곡수성중


    새가 울며 날아가고 날아오는 것은 고요한 산 빛 속이요  

    사람이 기뻐 노래하며 또 슬퍼 우는 것은 시끄러운 물소리에서라네 


91.  螢飛草葉無烟火   형비초엽무인화

    鶯囀花林有翼金   앵전화림유익금


   반딧불이 풀잎에서 나는 것은 연기 없는 불이요  

   꾀꼬리 꽃나무에서 우는 것은 날개 달린 금덩이로구나  


92  庭畔竹枝經雪茂   정반죽지경설무

    檻前桐葉望秋零   함전동엽망추령


    뜰 가의 대나무 가지는 눈 속에서 무성하고 

    난간 앞 오동잎은 가을을 맞아 떨어지네  


93.  鶯兒趂蝶斜穿竹   앵아닌접사천죽

     蟻子拖蟲倒上階   의자타충도상계


     꾀꼬리는 나비 따라 한가로이 대숲 사이를 날고  

     개미는 벌레를 끌고 층계를 거꾸로 오르내리네.  


94.  綠陽有意簾前舞   록양유의렴전무

     明月多情海上來   명월다정해상래


    푸른 실버들 가지는 그리움에 젖어 주렴 앞에서 춤추고  

    밝은 달빛은 다정하여 바다를 건너오는구나.  




95.  松間白雪尋巢鶴   송간백설심소학

    柳上黃金喚友鶯   류상황금환우앵


    소나무 사이의 흰 눈은 둥지 찾는 학이요  

    버들 위의 황금은 벗 부르는 꾀꼬리로구나  


96.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月輪穿海浪無痕   월륜천해랑무흔


     대나무 그림자가 층계를 쓰는데 먼지가 나지 않고 

     둥근 달이 바다를 뚫어도 물결에 흔적이 없구나.  


97.  殘星數點雁橫塞   잔성수점안횡새

     長笛一聲人倚樓   장적일성인의누


    새벽별 드문드문 보이는데 변방에는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날고  

    긴 피리 한 소리에 사람들은 누각의 난간을 의지해 조는구나.  


98.  天空絶塞聞邊雁   천공절새문변안

     葉盡孤村見夜燈   엽진고촌견야등


    하늘 끝 저 변방 하늘에는 기러기 울음소리 쓸쓸하고  

    낙엽 진 외로운 마을엔 등불만이 가물가물 보이네.  


99.  巷深人靜晝眠穩   항심인정주면은

     稻熟魚肥秋興饒   도숙어비추흥요


     마을이 깊고 사람의 소리 고요하니 낮잠 자기 좋고  

     벼가 누렇게 익고 고기가 쌀지니 가을 흥취가 넉넉하다.


100.  纔攲復正荷飜雨   재기복정하번우

      乍去還來燕引雛   사거환래연인추


      잠깐 기울다 다시 바르게 된 연잎엔 빗방울이 뒹굴고  

      어느 새 갔다 다시 돌아온 제비는 새끼를 이끌고 오는구나. 









노루 한 마리

2008년 08월 17일 (일) 18:58:37전북중앙  webmaster@jjn.co.kr


   노무현 정부 때 국방 장관을 지낸 김장수씨는 국방장관 관사를 떠날 때 집을 살 여건이 안되어 전셋집을 얻어 이사를 했다고 한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선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강직한 무인’으로서 이 시대의 진정한 청백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지방자치장인가는 임기를 마치고 관사를 떠날 때, 일부 가구와 세면대까지 뜯어가 욕을 먹고 있다.

어떤 단체장은 빚(부채)만 몽땅 져놓고 나가 후임자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재임시에는 몰랐는데 그 자리를 뜨고 나니 그가 남긴 흔적에 대해 갖가지 평가가 뒤 따른다.

지난 겨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 결혼식 주례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판사 부임을 앞둔 군법무관이었고 신부감은 금융감독원 검사역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공직자로 새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주례사를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 대학 학장실에 걸려 있었던 시(詩)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과춘산초자향( 麝過春山草自香)’ 이 그것이었다.

-사향노루가 봄 산을 지나가니, 풀향기 스스로 드높더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시의 작자가 누구인 줄은 몰랐다.

여러 경로 끝에 그게 바로 이이(율곡)의 작(作)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알다시피 율곡은 신사임당의 아드님으로서 아홉 차례나 장원 급제한 조선 최고의 선비요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선견지명과 인품을 지녔던 조선 유학사상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 꿈속에서 만난 하느님으로부터 금 글자로 된 첩지를 받았는데 거기에 새겨진 시귀(詩句)가 바로 이것이었다.

율곡은 이를 평생 가슴에 새겨 오늘날까지 그처럼 아름다운 행적을 남긴 학자요 선비로 추앙을 받고 있었으리라. 산에 가보면 짐승들이 지나간 흔적들이 보인다.

고라니가 지나간 흔적, 멧돼지가 지나간 흔적, 사람도 지나가고 나면 흔적을 남긴다.

이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청마 유치환의 ‘춘신’이란 시를 보면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유치환의 ‘春信’에서 이름 모를 (멧새가)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작은 길’을 못내 아쉬워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김춘수처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지나가는 자리마다 흔적이 남는다.

나 또한 훗날 누군가의 가슴에서 무슨 흔적, 무슨 여운으로 남아 있을 것인지? 구름이 가고 나면 텅 빈 하늘이 남듯, 내가 지나가고 남은 뒤 내 하늘, 내 풀밭에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 것인지? 를 생각해 본다.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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