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고려인들의 분재미의식 2. 훤칠한 화사함의 아름다움

2016. 4. 25. 19:42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2.훤칠한 화사함의 아름다움 | 분재사고려시대

심천(心泉) 2011.04.11 13:13

      

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

-고려인들의 분재미의식


 

2. 훤칠한 화사함의 아름다움


꽃꽂이에서 야생화와 수생화 등 각종 화초를  통해 화사하면서도 예민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감상했던 고려인들의 분재생활은 어떠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한 직접적 1차적 자료는 전하지 않지만 고려청자와 자수분경사계도 중국 송, , , 청대의 분재 그림과 분재사적 사실을 원용하여 고려조의 분재 생활을 추정해 본다.


 

<2-1청자상감모란국화문화분(靑瓷象嵌牧丹文花盆), 고려 14세기. 부산박물관 소장.>

 

   위 사진은 고려청자화분(,대형분)에서 소개한 바 있는 고려청자화분이다.

높이 19.5cm 지름 26.5cm 밑지름 19.5cm, 이 작지 않은 화분에 고려인들은 무슨 수종을 어떻게 심어 감상했던 것일까?

 

오늘날의 분재 관습에 익숙한 우리들의 눈으로는 어떻게 이런 화분으로 단순한 분식(盆植)이 아닌 분재(盆栽)로서의 아름다움을 구현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를 알려주는 고려조의 시각적 자료 및 문헌 자료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비슷한 형태의 화분을 사용한 중국의 분재 그림을 통해 고려조의 분재 방식과 분재미의식을 추정해 본다.

 

2-1. 송나라와 고려의 분재 및 원예생활

중국 송대에는 화목분재를 실내와 정원의 중앙에 장식하고 배치하고자 하는 욕구가 대단히 커서 분화(盆花)가 성행하였다. 궁중 정원에는 수백의 분화(盆花)를 늘어놓아 맑은 향기가 궁전을 가득 채웠다 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시민들은 특히 단오절이나 유월 유일에 남방분화를 구매해서 대문 입구와 정원에 늘어놓아 사람들은 화초분경을 늘상 볼 수 있었다.

송나라와 긴밀히 문물을 교류하며 송의 비색 청자에서 고려의 비색청자를 만들어내듯이 수입 문물을 독자화하며 발전시킨 고려는 분재문화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분화(盆花) 및 분재문화생활을 누렸으리라 추정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는 고려의 <자수사계분경도>와 고려청자에 입혀진 문양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고려의 <자수사계분경도>는 송나라의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고려의 여인들이 여성들의 공간인 내실이나 안뜰에서 분재 및 분화를 누렸음을 보여준다. 고려조 분재 전체의 규모와 수준 (궁정분재와 남성 공간의 분재)은 당연히 이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에 <자수분경사계도>는 고려조분재의 수준을 추정하는 데 있어서 하한선으로 잡을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고려의 <자수분경사계도>는 그만큼 귀중한 자료이다.


 

  

2-2  왼쪽-송대(宋代). 만년청 그림. 대북고궁박물원 소장

오른쪽- 송대(宋代) 국화를 수놓은 발. 대북고궁박물관소장

 


<2-2의 왼쪽 사진>은 송대(宋代)만년청을 심은 화분이다. 화분의 형태는 화분의 아래와 위에 못()을 박아 넣은 형태로 북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미 이 시기에 북 모양의 화분 형태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화분은 장식이 두드러진 화대 위에 올려져 있다. 화분에 심은 수종 <만년청>은 그림 속의 글귀 <성은만년(聖恩萬年)>에 부합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다. 반그늘의 다습한 장소에서 자라는 수종이니 실내 혹은 정원에서 이와 같이 가꾸었던 것이다.

현재 전하는 고려의 화분이나 분재분에는 이런 유형이 없지만, 꽃꽂이에 심취한 고려인들이, 수반을 활용한 꽃꽂이의 연장선상에서, 높이가 낮은 화분에 이와 같이 가로폭이 넓게 초물이나 화목을 심어 감상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2-2의 오른쪽 사진>은 송대국화를 수놓은 발()이다. ()에 수를 놓은 것이니 중국 여인들의 미의식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아름답게 여겼던 화분, 수종, 배양 형태, 그리고 진열방식을 아울러 살필 수 있고, 이 점에서 고려의 <자수사계분경도>와 견주어 볼 수 있다. (송대의 이 자수발과, 또다른 자수작품은 자수분경사계도를 고려조의 작품이라 추정하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절에서는 추정 가능한 고려의 분재 및 원예 문화를 먼저 서술하고, <훤칠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이라는 고려인들의 분재미의식은 다음 절에서 집중하여 조명하기로 한다.

 

화분 아래 부분의 문양은 고려청자 기물(器物)이나 청자 화분 아래 부분의 문양과 유사하고, 화분 가운데 다채로운 무늬가 있는 것은 고려 <자수사계분경도>와 유사한데, 이는 여성적 미감을 반영하는 것인 동시에, 수를 놓기 위한 소재로서는 다채로운 문양과 색감을 가진 것이 알맞기 때문일 것이다.

나비와 벌 잠자리를 그 주변에 그려놓고 있는 것도 고려의 자수분경사계도와 유사하다. 좌우로는 작고 낮은 분에 난초를 심었는데 이 또한 고려조의 <자수사계분경도>와 마찬가지로 당대의 진열 및 감상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근대분재와 같이 개개 분재에 분리된 독자적 공간을 주어 개별적 아름다움을 감상하거나 자연의 일부를 상징하게 진열하는 대신, 상이한 수종과 화분, 화대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그 당시 진열과 감상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가운데 화분도 국화만을 심은 것이 아니라 난초 몇 줄기를 심어 국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백과 선미(線美)를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미 상이한 수종과 화분들이 모여 빚어내는 <얼비치는 아름다움>의 미의식을 읽어낼 수 있는데, 다음 절에서 살피겠지만 고려인들은 원예와 분재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잇다.

 

(3장에서 설명할 산야초 분재의 존재와 더불어  자수 속에 첨가된 나비, , 잠자리 좌우 난초분은 송나라의 문물이 거의 큰 시차를 갖지 않고 고려에 수용되고 자국화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좌우의 작은 화분이 개구리나 거북이 형상으로 만들어진 돌로 만든 확과 같은 형태의 화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송대인들이 화분이 갖는 인위적 아름다움 외에 돌이 갖는 자연스러움도 추구했음을 보여준다. (돌을 이용하여 화대를 만들거나 괴석의 상단을 화대로 이용하는 것은 이후 청나라 때도 볼 수 있으니 이는 수목 감상의 보편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돌로 만든 화대의 존재와 국화 화분 상단의 뒤편에 다소 멀리 보이는 식물들은 이 화분들이 실내가 아니라 정원에 진열된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고려인들도 작든 크든 화대에 배수구가 뚫려 있음으로 미루어 송나라와 마찬가지로 실내외에서 화분수를 감상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실내이든 실외이든 화대와 화분 그리고 분재수의 아름다움을 일습으로 하여 감상하는 방식은 고려만의 것이 아니라 중세의 중국과 한국 분재에 공통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에 나타나 있는 괴석 취미를 통해 고려의 분재 및 정원문화도 송대와 마찬가지로 괴석 및 돌을 이용한 화대를 연출했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낮은 키 수종은 낮은 화분에, 큰 키 수종은 높은 화분에 심고 있음은 송대인들이 화분의 키와 수종 및 수형의 상관 관계를 고려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높은 수형의 경우 중앙 부분이 내려앉은 화대에 끼워 넣듯이 진열하여 안정감을 주고 있고, 단순한 수형의 만년청의 경우 두드러지는 장식성을 가진 화대를 쓰고 국화처럼 번화한 수형에는 단순한 형태의 화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수형과 화분, 화대의 조합 방식의 하나로 유념할 만하다.

 

 

  2-2. 훤칠하고 화사한 아름다움

2-2의 송대 자수발은 수종으로는 국화를 선택하여 훤칠한 가운데 화사하면서 풍성한 수형을 연출하면서 꽃과 잎을 정교하게 수 놓았다. 이 송대의 국화 분재 자료를 통해 이와 같이 높이가 높은 화분이 갖는 형태적 단순성과 도식성, 비상징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중요한 요소가 분재수의 높이임을 알 수 있다.

고려조의 분재도 이와 같이 높이가 높은 화분의 형태적 단순성을 분재수나 화목의 높이로 넘어섰음을 고려시대의 불화 <백의관음도(일본문화청소장)> 속에 나타나는 죽분도와 여러 고려청자에 그려진 문양들이 보여준다.


 

        

           <2-4. 백의관음도(일본문화청 소장)>                    <2-5. 백의관음도 대나무분재 확대도>

 


<백의관음도> 그림은 고려조에 대나무 분재가 존재했음을 확증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시각적 자료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이다. 대나무를 심은 위 화분의 경우 굽 부분의 형태가 현재 전하고 있는 고려 청자화분의 형태와 차이가 있으나 전체적 형태는 유사하다.

심겨진 대나무의 높이가 앞에서 본 송대 국화분재처럼 상당히 높은 것을 보여준다. 앞에 제시한 송대 국화분재의 자료 사진과 이 <백의관음도><대나무 분재 그림>, 오늘날 전하는 고려청자화분의 형태에는 이와 같이 수고가 높은 형태의 분재가 주류였을 것이며 수고를 높이 가져갈 수 있는 수종이 주로 선택되었을 것이며 아울러 이런 화분의 형태에서는 분재 수형의 주류를 이루었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또 화면상에 보이는 대나무 줄기의 위치로 미루어 이 분재는 송대에 행해진 총식형(叢植形-일본분재용어로는 주립(株立))으로 심어진 것이거나 다른 수종과의 합식일 것임을 알 수 있다. 화병, 화분, 괴석과 수목의 그림을 그릴 때 이와 같이 한쪽 측면만을 그림으로써 여운을 부여하고 상상을 유도하는 것은 조선조 기명절지도에 이르기까지 일반적 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이 훤칠한 화사함, 훤칠한 시원함을 보여주는 수형과 수종 혹은 화목에 대한 선호는 거의 대부분의 고려조 수월관음도 속의 <정병에 꽂힌 버드나무>에서도 나타난다.

 

 <2-6. 서구방필 수월관음도 1323165.5cm x 101.5cm 일본스미토모가 소장>

 

다음은 위 그림의 왼쪽 괴석 위에 놓인 정병을 확대한 것이다.

 

<2-7 서구방필 수월관음도 좌측 정병과 버드나무 확대>

 

이 경우 화기(花器)로는 화병(정병을 화병으로 쓰고 있다)을 쓰고 있는데, 주구도 높아서 화병 자체의 높이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름한 모습으로 훤칠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이와 같이 각종의 화기(花器)에 알맞은 방식으로 전체 형상을 연출함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미감을 충족했던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전체 그림에서 당대 고려인들의 분재원예생활도 알 수 있다. 우측의 괴석과 대나무는 수월관음도에 자주 나타나는 양식적 소재로, 이는 고려인들이 그것을 아름답게 여겼음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누렸는지를 또한 보여주는 것이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모란과 작약을 사랑하는 한편으로, 곧고 정결한 품성의 대나무에 대한 사랑으로 고려사회는 문화적 균형을 꾀했던 것이다. 이 대나무 또한 우측의 대나무 밑동이 괴석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두 줄기여서 앞에서 말한 바 총식이거나 합식으로 연출되고 있다. 대나무라는 수종이 워낙 외줄기로는 성근 수종이긴 하지만 이를 총식이나 합식으로 연출한 데에는 수종의 특징만이 아니라 그 바탕에 총식이나 합식의 선호, 그리고 단일 수종이나 화목보다는 여러 수종이나 화목의 어우러짐(이를 고려인들은 얼비침이라 말하고 있다)을 선호하는 고려인들의 미의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정이나 당대 무신 정권의 권신(權臣)들은 이와 같이 괴석과 대나무로 정원을 꾸몄을 것이고 괴석에 걸터앉아 그것을 감상했을 것이다.

 

일본 대덕사 소장의 수월관음도도 이와 거의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2-7. 수월관음보살도 14세기 전반 일본 대덕사 소장>

 


<2-8. 일본 대덕사 수월관음도 정병 부분 확대도>

 

한국의 <태평양 박물관>이 소장한 수월관음도는 정병과 버드나무 외에도 당대 분재수형의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재사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2-9. 수월관음도  보물 1426호 태평양박물관>

 


이 그림은 정병이 아닌 화병을 쓰고 있고 꽂힌 수종도 버드나무가 아니면서 위로 펼쳐지는 수종이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 앞의 그림들보다 생략되긴 했지만 우측에 그려진 괴석과 대나무는 앞의 그림들과 동일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은 자세히 살피면 관음보살의 오른쪽 손목 바로 뒤쪽에 나무를 심은 작은 화분이 보인다는 것이다. 작은 화분에 가늘긴 하지만 높은 키와 넓은 수폭, 성긴 가지들을 가지고 있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 화분은 원근법을 반영하고 또 화면상의 중요성에 따라 대상의 크기는 조정되었을 것이므로 화면의 비례보다는 큰 것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무슨 수종이었기에 고려조 불교 신앙의 대상인 수월관음도에 그려 넣은 것일까. 수폭으로 보아 대나무는 아닐 것이고 오른쪽에 이미 있는 수종을 또 하나 더 그려 넣었을 가능성도 없으므로 이는 상록수종인 소나무가 아니었을까 한다.


 

 

<2-10. 청자 송하탄금문매병 12세기>



소나무는 고려 청자기물의 문양으로는 자주 나타나지 않는 드문 소재이지만, 위 청자 매병은 고려인들은 소나무를 그 아래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운치 있는 생활의 벗으로 생각한 수종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려인들은 소나무 아래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생활 또한 누렸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 2-9의 태평양박물관 소장의 수월관음도에 나타나는 분재수는 소나무가 아니었을까 추정해 보는 것이다. 화병에 꽂혀 있는 수종과 더불어 좀더 상세한 조사 연구를 요하는 부분이다.

 

 

수월관음도가 고려인들의 훤칠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를 전체적 형상으로 보여준다면, 고려청자는 문양을 통해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방증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2-11. 청자반양각 연화모란문 표주박형 주자 (靑磁半陽刻蓮花牧丹文 瓢形注子)

고려시대(高麗時代)·12세기 전반  /  높이 27.0cm 지름 15.4cm / 이병창(李秉昌) 기증

일본 오사카 도자박물관 소장>

 

  위 청자주자에 대한 우리나라 박물관측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12세기 고려청자는 중국 북송대(北宋代) 도자의 형태를 모방한 것이 많으나 그중에는 독자적으로 형태를 변화시킨 예도 적지 않다. 특히 매병과 주자는 고려적인 형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형인데, 이 주자 역시 그러한 예 중 하나이다. 보통 공처럼 둥근 상체와 하체가 뚜렷히 구분되는 중국의 표주박형 주자와는 달리 고려의 주자는 상체와 하체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것이 많다. 이 주자는 동체에 세로로 참외형 골을 넣어 여섯 면을 구획하고 각 면에 번갈아 가며 모란문과 연화문을 반양각으로 표현하였다. 맑은 회청색의 색깔과 부드럽고 단정한 형태, 세련된 기술이 잘 조화를 이룬 이 주자는 고려청자의 우아한 멋을 잘 보여주는 가품이라고 하겠다. 별도로 굽을 만들지 않은 바닥면은 안으로 약간 오목하게 들어가 있으며 여기에도 부분적으로 유약이 묻어 있다. 뚜껑은 제짝이 아닌 듯 하다.

 


<2-12 청자 반양각 연화모란문 표형 주자 부분확대도>

 


2-12의 사진은 각 면에 번갈아가며 그려졌다는 모란문과 연화문을 확대한 것이다. 연화문을 수직으로 길게 그려 올린 것은 화면의 참외형 형태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다음에 볼 다른 청자 기물의 문양을 통해서 뒷받침 된다. 문양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까닭에 앞에 제시한 것이다. 오히려 수직으로 층층이 피지 않는 연꽃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양화했다는 것이 고려인의 분재미의식에 기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 2-13 청자 양갹 연화문 매병

12세기 전반 높이32.1cm 오사카 도자박물관 소장>

 

   이 청자 매병은 화면이 이와 같이 수직으로 높이 양각해야 할 조건이 아닌데도 연화문을 높이 파 올리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송대의 자수발의 국화분재를 연상하게 한다. 다음의 청자병도 이런 사례를 보여준다.



 

  

< 2-14 청자 양각 모란연화문 장경병

12세기 전반 높이 36.7cm  오사카도자박물관 소장>


 

이 청자병도 확대해서 자세히 살피면 모란과 연화를 수직으로 길게 펼쳐 양각한 것이다. 디자인적 문양이 아니라 그림이나 그림에 가깝게 그린 것이라면 이는 당대 화훼 및 분재미의식의 반영이거나 실제 생활 속의 소재를 옮겨 그린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고려인들은 화병이나 수반을 활용한 꽃꽂이에서는 갖은 화목과 초물을 활용하여 수평적으로 펼쳐진 풍성하고 화사함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누리는 한편 그 연장선상에서 화분에 심은 분재로는 훤칠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누렸던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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