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5. 19:46ㆍ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3. 얼비치는 아름다움-간발(間發)과 상영 분재사고려시대
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
-고려인들의 분재미의식
3. 얼비치는 아름다움-간발(間發)과 상영(相映)
3-1. <청대(淸代) 진서(陳書) 세조여경(歲朝麗景)>의
- 고전적 분재의 한 양상
다음의 분재 자료사진은 분재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의 한 양태(樣態)-상이한 여러 화목과 수목이 하나의 분(盆) 위의 공간에서 서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아름다움-를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의 분재에 대한 정의가 통시적(通時的)으로 통용되는 정의가 아니라 특정 시기인 근대 이후의 정의임을 깨닫게 한다.
각 시대는 저마다 그 시대의 사회경제적, 문화적 조건에 바탕한 특유의 미의식을 가지고 분재생활을 영위해 왔던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의 분재가 아닌 과거의 분재를 살핌으로써만 깨닫고 확보할 수 있는 시각이다.
<3-1 청대(淸代) 진서(陳書) 세조여경(歲朝麗景)>
위 사진 자료 <3-1>은 청나라 시대 사람들이, 현재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고려청자화분과 유사한 형태의 화분을, 분재의 식재(植栽)와 감상을 위해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가장 아름다운 방식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2장의 앞 부분에서 제시했던 자료 사진 <2-2>의 분재 중 첫째 분재는 식재 방식이나 형상에 있어서는 분식(盆植)과 차이가 거의 없지만, 둘째는 단순한 분식(盆植)과는 달리 수형상에 배양자의 의도가 작용하여 잘 가다듬어진 아름다움-훤칠하고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있어, 당대 특유의 분재미의식과 수형 양식을 느끼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분재를 위한 통시적 정의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는데, 위 자료 <3-1>에 오게 되면 식물의 식재와 배양, 그리고 수형에 있어 배양자의 의도적 미의식과 배양 방식이 확연히 작용하고 있음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자료 <3-1>의 제목에서 ‘진서’ 란 글씨체를 말하는 것으로 해서(楷書)체와 같은 말이며, <세조여경(歲朝麗景)>이란 <정월 초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뜻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 전후의, 개화한 납매, 수선, 산다화(동백), 겨울을 지나며 조락한 남천죽 과실을 함께 심은 경색(景色)을 그렸다. 분 아래 늘어 놓아 장식한 백합의 비늘 뿌리와 감, 영지는 우의(寓意)로 ‘백사여의(百事如意)’라는 뜻이다.
정월 초 무렵에 모두 볼 수 있는 수종이긴 하나, 실제 자연에서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수종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 이질성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구성하도록 분(盆) 위의 공간을 조성하는 세련된 심미적 감각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근대의 분재는 각 분재에 독자성(독자적 공간, 독자적 아름다움, 독자적 상징성)을 부여하고 감상하는 분할적, 분석적 의식에 근거한 것이나, 고전적 분재(일단 편의상 근대 이전 중세기의 분재를 모두 고전적 분재라 부르기로 한다)는 통합적 미의식과 안목, 교양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전적 분재가 통합적 미의식과 안목, 교양에 근거한다는 것은, 앞 장에서 언급한 바 분재와 화분, 화대가 일습(세트)으로 갖는 아름다움을 구상할 수 있는 통합적 미의식과 교양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분 위에 상이한 성격의 수종들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조화 속에 함께 연출할 수 있는 심미적 통찰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또 상이한 형태와 높낮이를 가진 화분과 화대 위에 상이한 수종의 분재들을 심어 한 자리에 어우러지게 진열해 놓고 감상한다는 종합적 진열, 감상방식에서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른 종류의 절지(折枝) 식물이나 생활주변에서 아끼고 완상하는 기물(器物)과 더불어 감상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기에 고전적 분재는 꽃꽂이나 정원수의 식재방식보다는 세부적인 점에서 훨씬 통합적이고 세련된 안목과 능력을 필요로 한다. 꽃꽂이나 정원수의 식재 방식과는 달리, 이질적인 수종, 이질적인 요소인 화분, 화대들을 빚어낼 효과를 실제로 해 보면서 짜 맞추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장래 나타날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전망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조화와 미감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이 배양자와 감상자의 품성과 인격이기 때문이다.
그 중 분상(盆上)의 공간을 연출하는 방식은 꽃꽂이가 갖는 특징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것이고, 정원에 화목을 심는 방식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작품으로서의 독자성과 상징성 및 엄격한 개별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근대분재로서의 성격을 결여하고 있지만, 근대분재와 달리 분재수는 작자나 감상자로부터 객관적 존재로 대상화되지 않고 감상자의 생활과 마음 속에 들어앉아 하나가 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분재관에 따라서는 오늘날에도 취해볼 수 있는 방식이다.
모든 것이 개체화되고 분리되며, 단위화되어 존재하는 세계에서 그것은 통합적 미의식과 안목을 필요로 하는 고전적 미의식으로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복원할 것이고, 실제 방법상으로는 분재수와 화분과 화대의 아름다움과 조화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분재에 대한 통시적(通時的) 정의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분재란 각 시대가 그 시대에 특유한 미의식으로 화분상에 수목을 가꾸어가며 수목과 화분이 나타낼 수 있는 당대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예술이다.
http://blog.daum.net/gardenofmind/13424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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