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 3-2-2. 얼비치는 아름다움 ; 간발(間發)과 상영(相映)의 미의식

2016. 4. 25. 21:09야생화, 식물 & 버섯 이야기


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 3-2-2. 얼비치는 아름다움 ; 간발(間發)과 상영(相映)의 미의식| 분재사고려시대

심천(心泉) 2011.05.02 20:45
http://blog.daum.net/gardenofmind/13424975               

      

고려시대 분재 및 원예생활의 복원

-고려인들의 분재미의식

 

3-2-2. 얼비치는 아름다움 ; 간발(間發)과 상영(相映)의 미의식

 

<한림별곡(翰林別曲)>은 고려 당대의 원예 및 분재 취향과 미의식을 극히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다. 습관적 독법(讀法)을 벗어나면 한림별곡 제 5장은 고려조의 분재에 관련하여 그 식재 방식, 진열과 감상 방식, 분재와 수목을 바라보는 분재미의식을 펼쳐 보여준다.

이수종 합식의 미적 토대라 할 수 있는 <얼비치는 아름다움>이란 분재미의식은 고려조의 문학작품에 그 존재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 신진사대부들의 노래일 것이라 추정되는 <한림별곡>은 통합적 교양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것, 뛰어난 것,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당대 신진사대부(혹은 귀족들)의 때로 향락적이기까지 한 유미적(唯美的)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는 분재와 관련된 장인 <5>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장을 통해, 고려인들이 화초에 심취한 정도, 선호한 화목 수종,  식재 방식 그리고 진열과 감상 방식을 추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분재와 원예를 대하는 고려조 당대의 미의식까지도 추정할 수 있다.

 

 

(현대국어 번역문)

붉은 모란  흰 모란 짙붉은 모란

붉은 작약 흰 작약 짙붉은 작약

능수버들과 옥매, 노랑과 자주의 장미꽃, 지란과 영지와 동백.

! 어우러져 핀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협죽도꽃 고운 두 분() 협죽도꽃 고운 두 분()

! 서로 어리비치는 광경, 그것이야 말로 어떻습니까?

 

(원문)

紅牧丹 白牧丹 丁紅牧丹/紅芍藥 白芍藥 丁紅芍藥/御柳玉梅  黃紫薔薇  芷芝冬柏

間發ㅅ 엇더 니잇고

()合竹桃花 고온 () 合竹桃花 고온

相映ㅅ 엇더 니잇고          <한림별곡(翰林別曲)>

 

 

1)     고려조 선호 수종

  5장에서 언급된 수종, 모란, 작약, 어류(위성류, 버드나무류), 옥매, 장미, 동백 등이 고려조 당대 문인과 귀족 계층에서 가장 선호한 화목과 수종일 것이다. 색상의 변이종을 밝혀가며 각각 3종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모란과 작약에 대한 사랑은 특히나 각별했던 것으로 보인다.

꽃꽂이라는 것이 원래 꽃을 펼쳐내는 방식이어서 모란 작약 등과 같이 화려한 꽃을 선호하게 되지만, 고려청자의 문양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모란과 작약 등의 문양과 아울러 고려시대 수반 꽃꽂이의 형상과 주 수종, 이에 한림별곡의 이 5장을 더하여 살피면, 고려인들의 모란, 작약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각별했는가를 알 수 있는 동시에, 2장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화려하고 번성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고려인들의 미의식의 중요한 한 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란은 송나라 때 인물 구선재(丘璇在) <모란영욕지(牡丹榮辱志)>에서 화훼가 천지 간에 무성하나 모란을 넘을 수 없으니, 그 모습은 바르지만 마음은 부드러우며 줄기와 마디, 꽃술은 세로로 솟아 넓게 퍼지고 강함과 부드러움을 넘어선 태가 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장부나 여인이 아닌가 생각게 된다 라 진술한 후, 송대(宋代)에 고상한 사람이나 속인이나 모두 감상하는 이름난 꽃으로 정원수로도 사랑받고 분화(盆花)로도 사랑받았다.

 

동백과 영지는 위 그림 <3-1>과 일치하는 소재이니, 고려의 사례로 미루어 역으로 중국 송대에도 동백과 영지가 중요한 완상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5장 원문의 <合竹桃花 고온 ()>

      합죽(현재 수종 불명확)과 도화(桃花)를 같이 심은 분이 둘

      합죽(현재 수종불명)을 심은 분 하나와 도화를 심은 분 하나 해서 도합 두 분

      협죽도화를 심은 분 둘

을 모두 의미할 수 있는 애매문장인데,

 

<중국분경문화사>에 의하면 원대 문헌인 <죽보상록(竹譜詳錄)> 7 협죽도(夾竹桃) 일절협죽도는 남방에서 온 것인데 이름이 구나아(拘拿兒)이고 꽃은 붉은 복숭아류에 그 뿌리와 잎이 대나무를 닮았으나 단단하지 않아 족히 분재를 즐기는 난간집-분함(盆檻)의 완상거리가 될 수 있다. 는 기록이 있어 원대(元代)의 분재 취미와 같이 협죽도 분재를 즐긴 것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 할 것이다.

 

 

<3-4 협죽도꽃>

 


 

<3-5 협죽도의  잎과  열매>


 

 

<3-6 만개한 협죽도>

 

협죽도는 원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나무 형태의 잎이 주는 죽류(竹類)의 맛과 더불어 복숭아꽃에 가까운 붉은 꽃을 아울러 누리는 이점이 있어 고려조에서도 가까이 두고 사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위 협죽도 사진들을 보면, 협죽도 분재에 대한 사랑은 모란과 작약을 선호하는 미의식-화사하고 번성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 간발(間發)과 상영(相映)의 미의식과 기명절지도식(器皿折枝圖)) 감상


한림별곡 5장은 고려조 문인이나 귀족들이 어떤 화초나 수종을 분재로 심어 즐겼는지를 증언할 뿐 아니라 어떤 미의식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즐겼는가까지를 증언한다.

5장은 고려조 문인들의 분재미의식(혹은 원예 취미) <간발(間發)> <상영(相映)>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간발(間發)>이란 사이사이 섞어 피는 것이고, <상영(相映)>이란 서로 얼비침을 의미한다. 꽃나무가 서로에게 드리우는 빛과 그늘로 더욱더 고양되는 화사한 아름다움. 이것이 고려조 문인과 귀족들의 미의식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은 분재(혹은 화목과 수목)의 감상에 있어 그것이 뚜렷한 주관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같은 시기의 송나라에 이수종합식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고려조에는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협죽도는 뿌리의 발육이 좋아 총생으로 잘 자라는 까닭에 한 분에 심은 협죽도는 분명히 여러 그루였을 것임에도, 한림별곡 5장을 지은 이들은 협죽도를 한 분()으로 완상하기보다 두 분()으로 함께 완상하는 것을 선호하고 그것의 멋스러움을 예찬하고 있다. 고려조의 문인들이 아름답게 여긴 것은 <간발(間發)-사이사이 섞어핌> <상영(相映)-서로 얼비침>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간발(間發)> <상영(相映)>의 미의식은 고려조 꽃꽂이에도 적용되는 본질적 특성이었다. 그러므로 고려조의 분재미의식은 고려조의 꽃꽂이의 미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합죽도화 고온 두 분()’이란 구절은 고려조 <협죽도 분재의 존재>와 그 <진열 및 감상방식>에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니다.

후렴구인 합죽도화 고온 두 분()’이 화분에 심은 협죽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앞에서 언급한 화목이나 식물들은 어디에 심어져 있는 것을 노래한 것일까?

 

5장을 무심코 읽어가면 5장의 장면이 마치 5장을 지은 작자들이 정원(원림)을 거닐며 본 한 때의 정경을 노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후렴구의 협죽도는 분에 심은 분재임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화목이나 식물들은 어디에 심어진 것들일까?

앞 부분은 정원의 식물들이고 뒷 부분인 후렴구 부분만이 분재였다고 하기에는 시상 전개 방식으로 느닷없다. 또 경기체가에서 후렴구는 일반적으로 가흥(歌興)의 절정을 찬탄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앞 구절의 내용은 후렴구의 내용과 일관되거나 후렴구에 포함되는 하위 내용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앞 부분 가사에서 나오는 식물들을 정원에 심은 화초목이나 수목들이라 보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해석이 잘못임을 확증하게 하는 보다 직접적인 근거는, 본 가사에 등장하는 <芷芝 冬柏> 존재이다. <芷芝 冬柏> 존재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5장의 내용 전체가 어느 특정 시기에 정원에서 바라본 정경을 노래한 것이 아님을 증거하고 있다. 어느 특정한 시기도 아니며, 정원이나 원림의 정경도 아니라는 것이다.

 

동백은 음력 정월을 전후해 피는 꽃이다. 따라서 노래가 모란 작약 등과 더불어 동백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은 노래가 대부분의 꽃들이 개화한 어느 시기를 노래한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노래의 작자들은 자신들이 1 중에 감상한 화초들 가장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화목과 정경에 대한 기억을 돌이키며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芷芝)> 이와 관련하여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더욱 결정적 근거를 제공한다.

<지지(芷芝)> 일반적으로 사전에서 영지라 설명하고 있고,  <3-1; 세조여경> 그림의 영지를 화목(花木) 감상 시에 언급하는 지지 문화적 관습상 영지임을 있다. 그런데 영지 식물 생리상 동백과 무관하고, 정원에서 화목과 더불어 감상할 있는 대상이 아니라 <3-1 세조여경> 그림에서처럼, 화분 밑에 절지(折枝) 식물과 더불어 놓고 고풍스런 색상과 형태를 감상하던 대상이다. 조선 후기에 성행하고 1960년대까지 있었던 기명절지도식 감상 대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5장의 노래 내용은 어느 특정한 시기에 관한 것도, 정원의 경치를 노래한 것도 아닌 것이다. 영지와 동백을 같이 노래하고 있다면 이는 정원의 화초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간발(間發)-사이사이 섞어 >- <상영(相映)-서로 얼비침> 가능하도록 화분에 의도적으로 심고 미려하게 가다듬은 분화(盆花) 혹은 분재수(盆栽樹) 노래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지, 동백과 대등하게 앞에서 나열한 모란 작약 등의 화목이나 수종들도 정원수가 아니라 화분에 심은 분재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명문, 명필, 서적, 명주 가장 뛰어난 것을 나열해 가는 한림별곡 전체의 특징과도 부합하며, 7장의 내용이 산수(山水) 누각(樓閣) 주제로 것이어서 5장을 정원의 경치 노래한 것으로 보면 주제가 겹쳐지는 결과가 되어 부적절하다.

이상의 사실들이 보여주는 것은 고려의 문인 귀족들이 분재를 명품 완상의 대열에 올려놓고 즐길 만큼 분재 분화에도 심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명문(名文) 명필(名筆), 명주(名酒) 음미하듯 분화와 분재도 음미와 완상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한림별곡 5장에 대한 이상의 분석에 따르면, <3-1; 세조여경> 그림이 보여주는 , <간발(間發) 상영(相映)> 미의식과 <기명절지도식의 감상 방식> 이미 고려조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릴 있다. 모란과 작약, 장미는 변이종 합식의 경우를 증거하고, 어류옥매는 이수종합식을 증거하며, 동백과 영지는 고려인들이 분재수들을 기명절지도의 방식으로 감상, 향유하였음을 증거한다.

고려의 자수분경사계도는 이런 특징을 내방(內房) 범위와 규모 정도에서 보여주는 것이었고, 한림별곡을 지은 신진사대부들이나 귀족들의 <분재> 훨씬 뚜렷하게 이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추정할 있다.

 

http://blog.daum.net/gardenofmind/13424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