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의 神觀 / 인도철학사 임성택 교수

2013. 7. 27. 08:48경전 이야기

 

 

 

 

- 베다의 신관 -

 

 

 1. 베다의 성립 및 구성

  베다(Veda)는 인도는 물론 세계사를 통해 가장 오래된 문헌 중의 하나로 꼽힌다. 또한 이 문헌은 인도철학의 원류로 간주되며 슈루띠(Śruti, 신에게 들은 것) 즉 계시서로 간주된다. 힌두교에서 베다는 이차적인 권위를 갖는 스므르띠(Smṛti, 기억된 것) 문헌들과 대조를 이루며, 그 자체로서 진리를 인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고대의 바라문교는 바로 베다에 근거하여 성립하였으며 오늘날의 힌두교 또한 여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막스뮬러(Max Muller)에 따르면 베다의 성립 연대는 대략 B.C.15-10세기 경이다. 그에 따르면 베다의 본집 중에 하나인 리그베다(Ṛg-Veda)는 B.C.15-10세기에 걸쳐 형성되었고, 그것에 대한 주석서로서 브라흐마나(Brāhmaṇa) 문헌은 B.C.10-6세기에, 우빠니샤드(Upaniṣad는 B.C.8-6세기 경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는 현재 학계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띨락(B.G. Tilak)은 베다의 찬가들이 성립한 연대를 약 B.C.45세기 경으로 추산하였고, 브라흐마나와 우빠니샤드 등도 각각 B.C.25세기와 B.C.15세기 경에 성립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코비(Herman Jacobi)는 리그베다의 한 찬가(5.18-19)에 기원전 45세기에서 25세기 사이에 관찰 가능했던 별자리 유형에 대한 언급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에 근거하여 야코비는 베다의 성립 연대를 B.C.4500년으로 귀속시켰다.

 

  베다는 자연 현상을 의인화하여 그것에 대해 찬송하고 기도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베다의 많은 부분은 만트라(Mantra) 즉 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本集을 삼히따(Saṁhitā)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 베다는 리그베다(Ṛg-veda), 사마베다(Sāma-veda), 야주르베다(Yajur-veda),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 등의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혹은 의학서로 널리 알려진 Ayur-veda를 포함할 경우에는 5가지가 됨)

 

 각각의 베다에는 거기에 뒤따른 주석 문헌들이 있다. 예컨대 브라흐마나(Brāhmaṇa, 祭儀書, B.C.10-8)와 아란야까(Āraṇyaka, 森林書, B.C.10-6), 우빠니샤드(Upaniṣad, 奧義書, B.C.8-6세기) 등이 그것이다. 베다는 자연과 신, 인간과 우주의 신비에 관한 당시 인간들의 소박한 종교 관념을 반영하는 찬가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브라흐마나 문헌은 제사 의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데 거기에는 제사만능주의적 사고가 나타난다.

 

  아란냐까 문헌에는 형식화된 제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금욕주의적 경향이 나타난다. 이 시기부터 인도철학은 현세적인 욕망의 추구에 대해 반성적인 사유를 시작했으며, 또한 그것을 넘어서는 초월적․금욕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우빠니샤드 시대로 이행해 나가는 과도적 단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의 우빠니샤드 문헌군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등장했으며 베다 이래의 단편적 사유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4가지 종류의 베다 본집과 그것에 대한 주석서로서의 브라흐마․아란냐까․우빠니샤드 등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베다』 문헌의 계보


 

 

 saṁhitā(本集)

 Brāhmaṇa(祭儀書)

Āraṇyaka(森林書)

 Upaniṣad(奧義書)

 리그베다

(Ṛg-Veda)

 Ṛg-Veda

Aitareya-Brāhmaṇa

Kauṣītaki-Brāhm-

Kauṣītaki-Brāhm-

Aitareya-Āraṇy-

Kauṣītaki-Āraṇy-

Aitareya-Upaniṣ-

Kauṣītaki-Upani-

 사마베다

(Sāma-Veda)

 Sāma-Veda

Jaiminīya-Brāhm-

Ārṣeya-Brāhmaṇa

Tāṇḍya-Brāhm-

Pañcaviṁśa-B-

Ṣaḍviṁśa-Brāhm-

Sāma-Viddhāna-B

Jaiminīya-Āraṇ-

Kena-Upaniṣad

Chāndogya-U-

 야주르베다

 (Yajūr-Veda)

Aitariya-Veda

Maitrāyaṇī-Veda

Kātaka-Veda

Kapiṣṭhala-kaṭha-V

 

Taitirīya-Āraṇy-

Kātaka-Āraṇyaka

Taitirīya-Upani-

Mahānārāyaṇa-U

Śvetāśvatara-U-

Maitrāyaṇīya-U-

Vājasaneyi-Veda

Kāṇva-Veda

Mādhyaṁdina-V-

Śatapatha-Brāhm-

Bṛhad-Āraṇyaka

Bṛhadāraṇyaka-U

 아타르바베다

(Atharva-Veda)

Atharva-Veda

Gopatha-Brāhmaṇa

 

Muṇḍaka-Upani-

Praśna-Upaniṣad

 

 

 

 

 

 

 

 

 

 

 

 

 

 

 

                  











     도표: 베다 및 그것에 대한 주석 문헌들의 계보

 

 2. 베다의 연구의 중요성

  베다의 찬가들은 인도철학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베다에는 신화와 우주론과 종교가 혼합되어 나타난다.1) 후대의 철인들은 거기에 나타난 원초적 사유와 도덕관념 등을 통해 스스로의 사고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의 전형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찬가로서 리그베다의 나사다시야수꾸따(Nāsadāsīya-sūkta, 無有歌)가 자주 거론된다.

 

  * Nāsadāsīya-sūkta(無有歌, X.129)

  ⑴ 그때에는 비존재도 아니었고 존재도 아니었네.

  대기도 없었고 그 위의 하늘도 없었지.

  무엇이 있었을까? 어디에서? 누구의 비호아래?

  그것은 물이었을까?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었을까?

  ⑵ 그때에는 사멸도 없었고 불사도 없었네.

  밤의 징표도 낮의 징표도 없었지.

  유일자 저 스스로 소리 없이 숨 쉬었나니,

  그것 말고는 정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네.

  ⑶ 태초에는 어둠이 어둠을 감추었으니,

  이 모든 세계가 표식 없는 물결이었지.

  허공에 휩싸여 모든 것을 잉태하는 저 유일자가

  충만한 사유의 힘으로 탄생하였네.

  ⑷ 그에게서 처음으로 의욕이 일어났으니,

  이것이 사유의 최초의 산물이었네.

  그리하여 지혜로 마음 속을 탐구하던 현인들은

  이 의욕이 존재와 비존재의 고리임을 깨달았지.

  ⑸ 그들의 시야가 관통하여 펼쳐졌으니,

  저 밑에 있는 것은 무엇이고 저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씨 뿌리는 자와 풍요한 힘이 있었지.

  밑에는 잠재력이, 위에는 충동이.

  ⑹ 실로 누가 알겠는가? 여기서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이 세계의 유래를.

  이 세상이 창조되고 나서 신들도 있는 것이니,

  그것이 어디로부터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누가 알 것인가?

  ⑺ 이 세계가 어디로부터 있게 되었는지를,

  그것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가장 높은 천상에서 굽어보는 오직 그분만이 알고 계시네.

  어쩌면 그분도 모르고 계실지 모르지만.

  이 찬가는 세계의 기원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론들을 고려해 본 다음 회의적인 어조로 끝을 맺고 있다. 먼저 여기에는 세계의 시초에 관한 앎이 과연 가능한지의 여부와 관련한 인식론적인 문제가 놓여있다. 즉 세계의 시초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입장뿐만 아니라 알 수 없다는 주장 역시 하나의 견해인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앎이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세계가 창조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창조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한편 창조를 주장하는 경우는 다시 최소한 4가지의 견해를 낳을 수 있는데, 세계는 존재에서 창조되었다, 비존재에서 창조되었다, 존재와 비존재 모두에서 창조되었다, 존재도 아니고 비존재도 아닌 것에서 창조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창조를 주장하지 않는 경우는 세계에 시초가 없다는 생각과 직결된다. 이것을 도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2)  

                                            

                                           세계의 기원

    −−−−−−−−−−− −−−−−−−−−−−− 

                        알 수 없다(불교, 6절)

 알 수 있다            

    −−−−−−−−−−−−−−−−−−−−−−−−−−−−−−− 

                               창조되지 않았으며 시작이 없다(후기불교, 6절)  

 창조되었다                  

    −−−−−−−−−−−−−− −−−−−−−−−−−−−− −−−−−−−−−−−−−−−−−−−− 

              비존재        존재와 비존재   존재도 아니고 비존재도 아니다

 존재                                                    

                                                       

 물(유물론, 1절)                                        

 사유(유심론, 4절)         유일자 말고는 없다     말할 수 없다

                            (자이나, 2절)        (베단타, 1절)

 의욕(우빠니샤드, 4절)    

 

 

 

                                   3. 리그베다에 나타나는 3가지 神觀

 

  리그베다에 나타나는 神觀은 크게 ① 자연주의적 다신론, ② 단일신교적 경향, ③ 일신론적 경향이라는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은 종교적 사유의 발달 과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순서가 반드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리그베다에는 이러한 3가지 경향이 뒤섞여 나타난다.

 

  이러한 리그베다의 신관은 단순히 고대인의 종교 관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 3가지 신관의 양상은 오늘날에까지도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무속신앙이라든가 혹은 일신교적 신앙체계가 그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의식 깊숙이 자리한 뿌리깊은 종교 관념들이라 할 수 있다. 현존하는 세계의 여러 주요 종교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맥락에서의 접근과 이해가 가능하다.  

 

  ① 자연주의적 다신론: 베다의 찬가를 지었던 최초의 현자들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을 찬탄했다. 달과 별, 바다와 하늘, 여명과 황혼은 신성한 것으로서 여겨졌고, 이들에 대한 숭배가 베다 종교의 최초 형태이다.

 

  베다의 현자들은 물질 세계의 혼돈과 무질서를 묵인하지 않고 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려는 사고의 경향을 지녔다. 그리하여 현상적 존재들에 대해 정신적인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이것이 곧 자연현상을 신격화한 多神論的 종교관의 초기형태로서 神人同形同性論(Anthropomorphism)이다.  

 

   * 새벽의 여신, 우사스(I. 48)

   ⑴ 번영을 안고 우리에게 찾아오는

   창공의 딸 우샤스(새벽의 신)여,

   장엄한 광명을 안고 오는 빛의 여신

   그대는 부를 안고 오는 풍요로운 자요.

  (2) 말로 암소를 가져오고 온갖 재보를 풍요히 베푸는 자,

   종종 그들은 우리를 비추고자 서둘러 오도다.

   우샤스여, 나를 위해 기쁨의 소리를 일으키소서.

   풍부한 재산을 우리에게 보내소서.

  (3) 수레들을 이끌어 나아가는 여신, 우샤스는

   언제나 떠올라 왔으며, 이제 또다시 떠오르리니

   그녀를 태우고 나갈 수레들은 명성을 구하는 자들이

   출범을 기다리듯, 그녀의 도래를 대기하고 있도다.

    ...... 중략 ......

   

   * 폭풍의 신, 루드라(VII, 46)

   ⑴ 이 노래를 그대 루드라(폭풍의 신)에게 바치노라.

   강한 활과 빠른 화살을 가진, 스스로를 다스리는 신,

   정복되지 않는 정복자요, 현자인, 예리한 무기를 지닌 그에게.

   그가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시길.

  (2) 그는 왕이시니 태어난 것을 돌보시며,

   그는 우주의 지배자니 하늘에 태어난 것을 돌보누나.

   은혜를 베풀면서 우리를 보호하는 집으로 오시어

   루드라여, 우리 자녀를 위해 병환이 없게 하소서.

  (3) 하늘에서 떨어져 대지를 떠도는 그대의 불화살

   그것이 우리를 빗겨 가소서.

   천 개의 약은 그대의 것이니, 어디에나 미치는 그대여,

   우리 자손과 후예에 있어서 우리를 해치지 마소서.

   ...... 중략 .......  

 

  ② 단일신교적 경향: 베다 문헌이 차츰 방대해 지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신들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 그와 더불어 누가 천신과 지신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도 발생하게 된다. 창조에 관한 의문은 바루나(Varuṇa), 리따(Ṛta), 수리야(Sūrya), 우샤스(Uṣas), 아그니(Agni), 소마(Soma), 야마(Yama), 빠르잔니야(Parjanya), 인드라(Indra) 등 절대적 존재에 대한 관념을 낳게 되었다.

 

  예컨대 리그베다에 등장하는 바루나는 온 세상을 감시하고 악행자를 처벌하고 그에게 용서를 비는 자에게는 죄를 용서해 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태양이 그의 눈이고 하늘은 그의 의복, 태풍은 그의 호흡이었다. 그의 명령으로 강들은 흐르고, 태양이 빛나며, 그를 두려워하여 별과 달이 그 본래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바루나는 자연의 법칙과 도덕률을 수호한다. 이러한 바루나의 속성은 상당히 성숙된 형태의 일신교적 믿음에서 보이는 신성한 통치자의 모습을 닮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바루나는 우주적 질서(Ṛta)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세계는 조화된 목적이 살아 숨쉬는 곳이 되기에 이른다.

 

   * 사법의 신, 바루나와 미트라(V, 63)

  (1) 天則(Ṛta)의 수호자여, 그의 규범을 실현하는 두 신이여,

   그대들은 가장 높은 하늘에서 수레에 오르누나.

   미트라와 바루나여, 그대들은 여기에서 돕는 자를 위하니

   비는 하늘의 꿀을 넘치게 하도다.

  (2) 미트라와 바루나여, 태양에 의해 지켜보면서 나누어 줄 때

   가장 높은 군주로서 그대들은 만물을 지배하도다.

   그대들에게 선물을, 비와 불사를 우리는 청하노라.

   우뢰 소리는 하늘과 땅을 달려서 도누나.

    ...... 중략 .......  

 

  베다에 나타나는 각각의 神性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징과 영역을 지녔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근본적인 우열의 고하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떠한 신이라도 찬양의 대상이 될 때에는 최상급의 찬사를 받았으며, 祭場에서 자유롭게 교체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신관을 單一神敎(Henotheism) 혹은 交替神敎로 특징지을 수 있다.  

 

    * 모든 신들, 비쉬베 데바(I, 89)

   (1) 속임 없고 걸림 없고 승리를 가져오는

   상서로운 힘이 온갖 방면에서 우리에게 이르소서.

   날마다 쉼 없이 보살피는 우리의 보호자이신

   신들이 항상 우리와 함께 많은 것을 얻게 하도록.

      ........  (중략).....

   (6) 명성 높은 인드라여, 우리를 번창케 하소서.

    온갖 재산을 통솔하는 푸샨이여, 우리를 번창케 하소서.

    훼손 없는 바퀴테로써 타르크샤여, 우리를 번창케 하소서.

    브리하스파티여, 우리에게 번영을 베푸소서.

   (7) 화려하게 행진하여 성스러운 제사를 종종 찾는

    프리쉬니의 아들이요 얼룩말들을 잘 다루는 마루트들,

    아그니를 혀로 하고 태양을 눈으로 하며 마누의 아들들인

    일체의 신들이여, 이리로 오시어 우리를 보호하시라.

     ........  (중략).....

   (10) 아디티는 하늘이요, 아디티는 공중이며,

    아디티는 어머니요, 아버지요, 아들이라.

    아디티는 온갖 신들이요, 아디티는 다섯 종족이며,

    아디티는 이미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모든 것이라.

 

  이러한 단일신교적 경향은 여러 신들을 한데 모으려는 특징을 보인다. 그 결과 베다에서는 天․空․地에 의한 ‘三界의 신’이라는 분류가 행해지기도 하였고, 혹은 동일한 기능을 하는 신들을 짝으로 나누어 동시에 언급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또한 신들을 비슈베데바(Viśve-Devāḥ) 즉 一切神이라는 큰 개념 속에 모으기도 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단일신교적 사고는 모든 신들이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관념을 구체화하였다.    

 

   ③ 일신론적 경향: 신들에 대한 체계적 해석의 경향은 자연히 그 최종적인 형태로서 일신교로 귀결되어 나간다. 일신교는 서로 뒤섞여 있는 복수의 신들이 지닌 무질서와 혼돈에 비해 단순하면서도 논리적인 특징을 지닌다. 이것은 다수의 신을 하나의 존재로 보려는 단일신교적 사고가 더욱 발전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다른 일체의 신들과 구분되는 유일한 절대적 존재를 만나게 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리타(ṛta) 관념 속에 나타나기 시작한 통일성에 대한 인식은 유일신교를 향한 이행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것의 과도적 형태로서 등장한 단일신교에서는 개개의 신 모두가 가장 위대하며 심지어 하나밖에 없는 신인 것처럼 여겨졌고 또한 그들 각각이 번갈아 가며 찬양되었다. 그러한 단일신교는 일신교를 향한 암중모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일자는 일체의 만유 속에 존재하며 그들 모두를 운행하는 궁극의 실재이다. 이 유일자 앞에서 다른 모든 신들의 구분은 없어진다. 유일자는 다른 신들을 비롯한 일체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낸 최고의 존재로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환원되거나 대체될 수 없는 절대적 권위를 지녔다. 이 유일자는 베다 문헌에 나타나는 신관의 최종 형태로서, 이것에 대한 직관이야말로 베다적 사유가 낳은 최고의 귀결이라 할 수 있다.

 

   * Viśvakarman-sūkta(X, 81)

   ⑴ 정신적인 현자, 눈(眼)의 아버지는

    서로 정중하게 웅크린 이 두 세계를 창조하였도다.

    그리하여 동쪽의 경계가 고정된 그때

    천상과 지상은 확정되었노라.

   (2) 비쉬바카르만은 마음으로나 힘으로나 위대하시니,

    조물주요, 처분자요, 가장 높은 존재이시라.

    일곱 성인 저편 오직 홀로 계신 유일자

    그들이 공경하는 곳에, 그들의 공물은 술로 가득 하도다.

   (3) 일체만물과 온갖 부류를 아시는

     처분자요, 우리를 만드신 아버지이시라.

    그만이 홀로 신들에게 이름을 주시니,

    다른 창조물들은 그에게 지식을 청하도다.

   (4) 현금의 시인들처럼 옛 성현들은 무수히 떼를 지어

   제사에서 그에게 재화를 바쳤으니,

   먼 곳에서나 가까운 곳에서나 낮은 곳에서나,

   존재하는 이 모든 것들을 그가 준비하셨도다.

    .......... 중략 ........

 

   * 알 수 없는 신, 프라자파티 (X.121)

   (1) 태초에 황금의 태아가 생겨났으니

   태어나자마자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한 분뿐인 지배자였도다.

   그는 대지와 하늘을 세웠으니

   우리가 제물을 바쳐 받들어야 할 신은 누구인가?

   (2) 그는 생기를 주시고 힘을 주시며

   그의 명령을 모든 신들은 받들어 따르노니,

   그의 그림자는 不死요, 그의 그림자는 죽음이라.

   우리가 제물 바쳐 받들어야 할 신은 누구인가?

   (3) 그는 자기 위력으로 숨쉬며

   눈 깜박이는 세계의 하나뿐인 왕이 되었으니,

   우리게 제물을 바쳐 받들어야 할 신은 누구인가?

       ......... (중략) .........

   (10) 프라자파티여, 그대 외에는

   이 일체 만물을 포용할 자 없도다.

   그대께 제물 바쳐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지게 하소서.

   우리를 부의 지배자가 되게 하소서

 

  베다의 일신교적 사고가 정착됨으로 인해 인간 자신은 스스로를 있게 한 존재인 창조주를 인식하게 되었다. 더불어 그러한 존재의 보호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지위를 깨닫게 되었고, 그와의 관계 속에서 삶의 위안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사고는 신에 대한 인간의 종속을 강화시켜 스스로를 의타적 존재로 생각게 만드는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초월적인 힘을 빌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대다수의 찬가들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3)    

 

  신들에 대한 제사와 찬양은 원래 인간의 번영을 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신교적 사유의 진전은 인간 자신을 신의 도구로 여기게끔 만들 위험성을 내포한다. 베다의 신들은 항상 인간 위에 군림하면서 인간의 운명을 거머쥔 존재로 묘사된다. 반면에 인간은 그들에게 철저히 종속되어 그들 없이는 아무 것도 행할 수 없게 된다. 이후 등장한 브라흐마나 문헌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제사만능주의라는 독특한 사고를 구체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일신교적 사고의 정착 과정에서 인도는 다른 문명권에 비교되는 독특한 경로를 거쳤다. 예컨대 팔레스타인에서는 종족의 신 여호와를 위해 다른 신들을 추방하고 그들의 숭배자를 가혹하게 박해함으로써 일신교적 사고가 정착되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여러 신들의 다양한 장막을 관통하여 그 밑에 깔린 통일성을 인식함으로써 일신론에 도달하였다. 즉 모든 신들이 하나로 통한다는 단일신교의 과정을 거친 후에 일신교로 나아갔던 것이다.

 

 

 

  * 참고문헌

  권오민 지음, 『인도철학과 불교』, 서울: 민족사, 2004.

  길희성 지음, 『인도철학사』, 서울: 민음사, 1989.

  이거룡 옮김, 『인도철학사』 1권, 서울: 한길사, 1999.

  정태혁, 『인도철학』, 서울: 학연사, 1984.

  정승석 편역, 『리그베다』 서울: 김영사, 1984.

  김종욱 옮김, 『불교철학사』 서울: 시공사, 1996.

 


1) 정태혁, 『인도철학』, pp.30-63 참조.

2) David J. Kalupahana, 김종욱 옮김, 『불교철학사』 pp.25-32 참조.

3) “나를 같은 또래의 무리들 중 황소가 되게 하고, 경쟁자를 이기는 자, 적을 격멸하는 자가 되게 하고, 지배자, 암소의 주인이 되게 하소서..... 나는 경쟁자를 격멸하는 자이니.....  바차스빠띠여, 그들이 나보다 뛰어난 말을 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억누르소서...  (리그베다, X.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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