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堂 崔南善과 설악

2013. 5. 14. 17:27산 이야기

 

 

 

 

崔南善, 朝鮮의 山水 : 六堂 崔南善 講演集(1), 서울 : 東明社, 1947, 116pp.

 

육당 최남선은 위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지금 글에 맞춰 고침).

 

   금강산은 너무나 현로(顯露)하여서 마치 노방(路傍)에서 술 파는 색시같이

아무나 손을 잡게 된 아쉬움이 있음에 비하여 설악산은 절세의 미인이

그윽한 골 속에 있으되 고운 양자(樣姿)는 물 속의 고기를 놀래고,

맑은 소리는 하늘의 구름을 멈추게 하는 듯한 뜻이 있어서 참으로

산수풍경의 지극한 취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금강보다도 설악에서

그 구하는 바를 비로소 만족케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설악의 경치를 낱낱이 세어 보면, 그 기장(奇壯)함이 결코 금강의

밑에 둘 것이 아니지만 원체 이름이 높은 금강산에 눌려서 세상에 알리기는

금강산의 몇 백천분의 1도 되지 못함은 아는 이들에게는 도리어 우스운 일입니다.

 

   ... 요새 와서는  ... 방자한 사상에 물들어서 ... 자연을 정복한다는 등,

산악을 정복하였다는 등 하여 ... 턱없는 만심(慢心)을 가지는 버릇이

갈수록 늘어감은 참으로 한탄할 일입니다. 자연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다만 신순(信順)과 융합(融合)이 있을 뿐이요, 온전히 그 은혜를 받고

못받느냐는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 숨이 턱에 닿아서 어느 봉우리 위에 발을 좀 붙인 것이 무엇이 산악을

정복한 것입니까. 이런 것을 정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 철없고,

염치없음을 나타내는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닐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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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서

 

 


   예부터 설악산은 금강산의 그늘에 가려져 왔다. 고명한 시인·묵객들의 시선은 늘 금강산으로 향했다. 금강산은 중국 사람들조차 “바라건대 고려 땅에 나서 금강산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던 명산이다. 설악은 울산바위 전설이 그렇거니와 1만2,000봉의 위용을 갖춘 금강산과 비교하면 되레 초라하다. 그러나 눈 밝은 사람들은 설악의 진수를 보았으니 `세종실록지리지' 양양도호부 편에 “명산은 설악(雪嶽)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    `금강예찬'을 쓴 육당 최남선도 설악의 참멋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설악기행'에 적어놓은 구절이다. “금강산은 너무 드러나서 마치 길가에서 술 파는 색시같이 아무나 손을 잡게 된 한탄스러움이 있음에 견주어 설악산은 절세의 미인이 골짜기 속에 있으되 고운 모습으로 물속의 고기를 놀라게 하는 듯이 있어서 참으로 산수풍경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라면 금강산이 아니라 설악산에서 그 구하는 바를 비로소 만족할 것이다.”


▼    산 이름에서 읽히듯 설악의 제 모습은 눈 덮인 겨울풍광이다. 조정권의 시 `산정묘지 1'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


▼    설악산은 4계절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으로 설정돼 있다. 또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지난 18일 문화재청이 설악산 내 중요 10경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지정을 예고했다. 빼어난 경관, 절경을 제대로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비경에 서린 옛 이야기를 실감하는 역사문화 관광의 감동을 기대한다.


용호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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