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의 내 작은 사진에 대한 자찬〔五十五歲小影自贊〕- 매천집 제7권 / 찬(贊)

2017. 12. 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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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집 제7권 / 찬(贊)

55세의 내 작은 사진에 대한 자찬〔五十五歲小影自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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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세상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 曾不和光混塵
비분강개 토하는 지사도 못 되었네 / 亦非悲歌慷慨
책 읽기 즐겼으나 문단에도 못 끼고 / 嗜讀書而不能齒文苑
먼 유람 좋아해도 발해를 못 건넌 채 / 嗜遠游而不能涉渤海
그저 옛사람들만 들먹이고 있나니 / 但嘐嘐然古之人古之人
묻노라, 한평생 무슨 회한 지녔는가 / 問汝一生胸中有何壘塊 
[주-D001] 55세의 …… 자찬(自贊) : 
이 자찬은 매천이 절명하기 한 해 전인 1909년(융희3)에 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소영은 “세상과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높고 큰 뜻을 지리산 두메에 묻고서 재야인을 고수하는 면모를 상상하게 한다.”라고 하면서 “동서양의 각종 서책을 읽고 연구에 몰두하면서, 나아가 일생 동안 자신의 가슴속에 응결된 울화를 저술에 쏟아 후세에 남길 감계(鑑戒)로 승화시킨 뜻이 보인다. 갈망하던 망명의 길을 접고 절명(絶命)을 통해 후세에 절의(節義)를 남길 것을 다짐한 듯하다.”라고 평가하였다. 《김소영, 매천 황현의 산문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년, 19쪽》 그러나 이 자찬은 55세의 나이에 매천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뇌로 쓴 자화상이다. 세상과 함께하지도 그렇다고 우국지사의 길을 가지도 못하며, 문장가로 일가를 이루거나 중국으로 망명의 길을 떠나지도 못한 채, 단지 뜻이 컸던 옛사람들이나 거론하고 있는, 진퇴양난에 처한 구한말 지식인으로서의 혼돈을 표현하였다고 판단된다.
[주-D002] 먼 …… 채 : 
을사조약이 체결된 이후에 김택영(金澤榮)이 중국으로 망명하면서 함께 갈 것을 권유하자 매천은 그와 함께 망명할 것을 결심하였다. 그러나 결국 집안 문제로 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 대목은 이런 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인 듯하다. 이때 매천의 상황에 대해서는 황수정의 〈梅泉詩의 이해를 위한 傳記 硏究〉(《고시가연구》 제10집, 한국고시가문학회, 2002, 282쪽)가 참고 된다.